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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림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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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의 거친 콧김이 아연의 뺨을 적시는 순간, 사혁의 대나무 검날이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움직였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만인총(萬人塚) 구덩이의 진흙바닥에 엎드린 아연의 코앞에서, 사냥개의 아가리가 벌어지며 침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사혁의 머릿속 공간 지도 위에 선명한 적색 점으로 각인되었다. 왼쪽 어깨의 살점이 뜯겨 나가 뼈가 시릴 정도의 극통이 전신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사혁은 어금니를 깨물며 통증을 강제로 억눌렀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아이가 죽는다.


오른손에 쥔 죽장검(죽장검)이 바람의 결을 따라 매끄럽게 미끄러졌다. 청풍은검(聽風隱劍). 검날이 공기를 가를 때 발생하는 미세한 마찰음조차 주변의 밤바람 소리에 동화시켜 완벽한 무음(無音)으로 만드는 참격이었다. 어깨의 부상으로 인해 상체의 중심이 미세하게 흔들렸으나, 사혁은 온몸의 뼈마디를 비트는 내력 조율법을 통해 검의 궤적을 보정했다.


*스슥—*


진흙을 뚫고 솟구친 백련강 검신이 안개 속에서 은빛 잔영조차 남기지 않은 채 사냥개의 턱밑을 관통했다. 짐승의 목뼈가 으스러지는 둔탁한 파열음이 사혁의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놈은 단 한 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이 끊어지며 구덩이 옆으로 쓰러졌다. 질척한 핏물이 아연의 발치로 흘러내렸으나, 아이는 사혁의 지시대로 구리 방울을 손으로 꼭 쥔 채 숨소리마저 죽이고 있었다.


“여기서 절대 나오지 마라.”


사혁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왼쪽 어깨에서는 검붉은 피가 쉬지 않고 흘러내려 회색 도포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상처가 터질 때마다 가쁜 호흡이 새어 나왔지만, 그는 입천장에 혀를 붙이는 묵언청공(默言聽空) 호흡법을 전개해 스스로의 기척을 다시 어둠 속으로 숨겼다.


그때, 안개 너머에서 낮고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응? 한 마리가 소리도 없이 끊겼군. 과연 철호 형님이 경계할 만한 사냥개로군.”


흑탑의 야수 사육사, 혈견(혈견)의 목소리였다. 놈은 허리에 감고 있던 무거운 쇠사슬을 풀기 시작했다.


*철그럭, 철럭, 스으으으—*


쇠사슬이 젖은 흙바닥과 돌무덤 모서리를 긁으며 불규칙하고 날카로운 금속음을 뿜어냈다. 단순한 마찰음이 아니었다. 혈견은 일부러 사슬을 무작위로 휘두르며 사혁의 예민한 청각 매핑을 교란하려 하고 있었다. 사방의 비석과 대나무 숲에 부딪쳐 반사되는 쇠사슬 소리가 사혁의 귀청을 어지럽게 찔러댔다. 최근 고막 파열 부상을 입었던 사혁의 왼쪽 귀 내부에서 웅웅거리는 이명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머릿속의 백색 공간 지도가 금이 간 거울처럼 흔들렸다.


*크르르릉—*


남은 사냥개 한 마리가 주인의 신호에 맞춰 사혁의 측면을 향해 바람처럼 돌진했다. 놈은 사혁의 피비린내를 정확히 조준하고 있었다. 어깨의 부상으로 검의 회전 반동을 제어하기 힘든 상황, 사혁이 검을 고쳐 쥐려는 순간 그의 발치에 있던 눈 먼 늙은 들개 바람(바람)이 먼저 움직였다.


*왈! 왈!*


바람이 사나운 기세로 짖으며 사냥개의 목덜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보이지 않는 두 마리의 야수가 진흙탕 속에서 뒤엉키며 서로의 살점을 이빨로 찢어발기는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바람은 늙고 눈이 멀었지만, 사혁과 아연을 지키기 위한 투지만큼은 흑탑의 살상견 못지않았다.


“바람!”


사혁의 귀에 바람의 뼈가 으스러지는 날카로운 비명이 걸려들었다. 사냥개의 이빨이 바람의 뒷다리를 깊게 물어뜯은 것이다. 뼈가 드러나는 큰 부상이었다. 동료의 비명은 사혁의 가슴속 깊은 곳에 도사린 냉혹한 살의에 불을 지폈다.


그 순간, 안개 속에서 바람을 찢는 듯한 날카로운 파공음이 사혁의 오른쪽 측면을 강습했다. 혈견이 휘두른 쇠사슬 도검이었다. 묵직한 철제 사슬 끝에 달린 칼날이 사혁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사혁은 반사적으로 죽장검을 비스듬히 세워 쇠사슬의 궤적을 받아냈다. 지팡이 흘리기 방어 기예였다. 검날과 대나무 외피가 쇠사슬과 부딪치며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고, 사혁은 그 떨림을 손바닥 신경으로 느끼며 사슬의 회전력을 옆으로 유연하게 흘려보냈다.


*깡! 파지직—*


쇠사슬이 비석을 때리며 불꽃을 튕겼다. 하지만 사슬을 흘려보낸 대가는 가혹했다. 충격의 반동이 부상당한 왼쪽 어깨의 신경을 직격했다. 인대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 사혁의 신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빈틈을 혈견이 놓칠 리 없었다.


놈은 품속에서 청동으로 만든 특수 고주파 호루라기를 꺼내 입에 물고 강하게 불었다.


*삐이이이이이—!*


귀를 찢는 듯한 고음의 고주파 소음이 귀림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일반적인 인간의 귀에는 그저 날카로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각성된 청경맥을 운용해 주변의 모든 진동을 필터링하고 있던 사혁에게는 머리에 뜨거운 인쇄용 인두를 직접 들이미는 듯한 지독한 고문이었다.


“으윽……!”


사혁의 관자놀이 주변 힘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양쪽 귓구멍 내부에서 급격한 압력 팽창이 일어나며 검붉은 선혈이 다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극심한 이명과 현기증이 덮쳐오며 주변의 소리 지도가 완전히 하얗게 지워지는 반절벽(감각 단절) 위기에 처했다. 음파 격막을 전개해 소음을 차단하려 했으나, 뇌를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인해 내력의 흐름이 흐트러져 진동막이 형성되기도 전에 산산이 흩어졌다.


‘흔들리지 마라. 소리에 집착하지 마라.’


사혁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스승 독고창의 가르침을 곱씹었다. 그는 귀로 들리는 굉음을 의식 속에서 지워버리고, 자신의 심장 박동을 극한으로 늦추며 대지의 미세한 떨림에 주파수를 맞추기 시작했다. 이청득심(耳聽得心). 소리를 넘어 생명체의 내면에서 울리는 맥박을 읽는 경지였다.


고주파 소음의 장막 속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일정한 박동 소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두근.*


혈견의 심장 박동이었다. 놈이 호루라기를 불며 숨을 들이쉴 때 발생하는 가슴뼈의 미세한 움직임 소리가 사혁의 머릿속에 다시 붉은 점으로 떠올랐.


그때, 하늘 위에서 날카로운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귀림의 밤하늘을 갈랐다.


*까아악! 까악!*


사혁이 기르던 까마귀 흑돌(흑돌)의 경고였다. 공중에서 무언가 무거운 병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사혁은 머리를 뒤로 급격히 젖혔다. 찰나의 순간, 혈견이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은 쇠사슬 갈고리가 사혁의 무명 안대 바로 앞을 스치며 허공을 갈랐. 흑돌의 경고가 없었다면 그대로 두개골이 부서졌을 기습이었다.


“눈먼 괴물놈이 제법 잘 버티는구나!”


혈견이 쇠사슬을 회수하며 혀를 찼다. 놈은 사혁이 어깨 부상과 고주파 소음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랐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혈견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렸다. 놈은 사혁과 정면으로 힘 싸움을 벌이는 대신, 가장 야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사혁의 숨통을 끊기로 결심했다.


혈견이 호루라기의 구멍을 조율하며 다른 음색의 낮고 음산한 저주파 신호를 불어 보냈다.


*우우우웅—*


그 소리는 귀림의 안개 속 깊은 곳, 지금까지 숨겨두었던 흑탑의 마지막 거대 사냥개를 깨우는 명령이었다. 곰처럼 거대한 체구를 지닌 대형 살상견이 어둠 속에서 붉은 안광을 빛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놈의 발톱이 축축한 진흙을 파헤치는 둔탁한 소리가 사혁의 귀에 걸려들었다. 하지만 그 궤적은 사혁이 서 있는 곳이 아니었다.


거대 사냥개는 사혁을 비껴가, 아연이 숨어 있는 만인총 구덩이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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