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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의 발톱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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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림(귀림)의 밤은 언제나 축축한 죽음의 냄새를 풍겼다. 썩어가는 낙엽과 이끼 낀 돌무덤 사이로 끈적한 밤안개가 스며들 때면, 보이지 않는 어둠은 사혁에게 단순한 장막이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거대한 점토벽과 같았다.


사혁은 백 노인의 오두막 구석, 가마니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눈가를 가린 회색 무명 안대 밑으로 삼월이 찔러 넣었던 은침의 미세한 진동 잔향이 여전히 귓전을 맴돌았다.


‘반년이다.’


지방 의원 삼월의 차가운 경고가 머릿속에서 마른 낙엽처럼 굴러다녔다. 이청법의 내공을 과도하게 전개할 때마다 고막 내부의 청경맥이 쪼개져 결국 완전한 침묵 속에 갇히게 될 것이라는 선고. 사혁은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자신에게 허락된 시간이 반년뿐이라면, 철호의 목을 베는 속도는 더 빨라져야만 했다. 품속에 넣어둔 조중구의 구리 패가 그의 가슴뼈를 차갑게 압박해 왔다.


그때, 사혁의 발치에 누워 있던 눈 먼 늙은 들개 ‘바람’의 귀가 쫑긋 섰다.


들개의 몸을 덮은 거친 털이 일제히 일어서며, 목구멍 깊은 곳에서 아주 낮고 무거운 저주파의 으르렁거림이 흘러나왔다. 인간의 귀로는 결코 감지할 수 없는, 대지의 진동에 가까운 경고였다.


사혁은 즉각 호흡을 멈추었다. 단전의 기를 양쪽 고막 주변의 청경맥으로 집중시키는 청풍이청법(聽風耳聽法)을 가동했다. 귓구멍 내부의 압력이 팽팽하게 솟구치며 세상의 소리 지도가 머릿속 백색 공간 위에 입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찌걱. 찌걱.*


오두막 밖, 자욱한 밤안개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것은 인간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단단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젖은 진흙바닥을 거칠게 할퀴며 파고드는 소리. 네 발 달린 짐승들이 몸을 낮추고 기어오는 불규칙한 마찰음이었다.


*킁, 킁, 킁킁.*


축축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콧바람 소리가 사방에서 겹쳐 들렸다. 한 마리가 아니었다. 최소한 세 마리. 짐승들의 거친 숨소리에는 피비린내를 갈망하는 야수의 사나운 살기가 끈적하게 묻어 있었다.


‘사냥개다.’


일반적인 들개가 아니었다. 흑탑에서 탈주 자객들을 추적하기 위해 특별히 육성하는 살상용 야수들이었다. 놈들은 사혁이 이전에 적사파 단원들을 벨 때 흘렸던 미세한 피비린내와, 흙바닥에 남겨진 대나무 지팡이의 홈 자국을 냄새로 집요하게 추적해 온 것이 분명했다.


“아저씨…….”


침상 구석에서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연이었다. 장님 소녀는 가슴팍의 구리 방울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겁에 질려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방울이 미세하게 떨리며 고주파의 잔진동을 냈지만, 사혁은 즉각 손을 뻗어 아이의 방울을 부드럽게 감싸 쥐어 소리를 죽였다.


“숨을 죽여라.”


사혁은 낮게 속삭이며 아연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소리 없이 오두막 뒷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놈들이 바람을 등지고 다가온다면 냄새를 더 빨리 맡을 터였다. 사혁은 발바닥의 촉각으로 지면의 경사도를 읽으며, 오두막 인근의 고분군인 만인총(萬人塚) 구덩이 방향으로 기민하게 움직였다.


수천 명의 유민들이 묻힌 만인총 구덩이는 썩어가는 유골의 냄새와 축축한 이끼로 가득해 짐승의 후각을 교란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사혁은 썩은 나무둥치와 흙더미로 가려진 만인총 구덩이 안쪽에 아연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여기서 절대 움직이지 마라. 방울을 소리 나지 않게 꽉 쥐고 있어.”


아연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사혁의 옷자락을 놓았다. 아이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사라지자, 사혁의 내면에서 다시 냉혹한 살기가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오두막 마당으로 복귀한 사혁의 곁으로 들개 바람이 소리 없이 다가와 섰다. 녀석의 코가 실룩거렸다. 놈들이 오두막 울타리까지 도달했다는 신호였다.


안개 속에서 거친 가죽 옷을 입은 사내의 기척이 느껴졌다. 흑탑의 야수 사육사, 혈견(혈견)이었다. 놈은 허리에 쇠사슬을 감은 채, 사냥개들의 목줄을 잡고 안개 속을 이 잡듯 뒤지고 있었다.


“찾아라. 냄새는 이 근처에서 멈췄다. 눈먼 사냥개의 피비린내가 분명히 섞여 있어.”


혈견의 쉰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왔다. 사냥개 세 마리가 일제히 코를 땅에 박고 킁킁거리며 백 노인의 오두막 주변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놈들의 발톱이 지면의 자갈을 긁는 소리가 사혁의 머릿속 공간 지도 위에 붉은 점으로 찍혔다.


사혁은 품속에서 상단주 연화가 준 연화향 주머니(연화향 주머니)를 꺼냈다. 자극적인 향료가 가득한 주머니였다. 사혁은 바람이 짐승들을 향해 불어가는 순간을 기다렸다. 지팡이 끝으로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바람의 기압 변화를 포착한 순간, 사혁은 연화향 주머니를 악력으로 터뜨려 공기 중에 살포했다.


*파삭!*


매운 유황과 독한 약초 가루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안개 속으로 비산했다.


“깨갱! 깽!”


오두막 모퉁이를 수색하던 사냥개 두 마리가 갑작스러운 자극성 향료 가루를 코로 들이마시고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예민한 후각 신경이 마비된 짐승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제자리에서 허둥대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사혁은 지팡이 손잡이를 비틀어 내부의 백련강 검신을 소리 없이 빼냈다. 윤활 청동유 덕분에 발검음은 완벽한 무음으로 지워졌다. 사혁은 대나무 지팡이 외피를 왼손에 쥔 채, 바닥을 강하게 내리쳤다.


*타악!*


맑은 타격음이 젖은 무덤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귀가 먼 사냥개들이 소리가 반사되는 방향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사혁은 지팡이로 땅을 불규칙하게 연속으로 두드리며 반향정위(反響定位) 음파를 방출했다. 사방의 나무와 돌벽에 부딪쳐 돌아오는 음파의 왜곡을 이용해, 사냥개들의 방향 감각을 완벽히 교란하기 위함이었다.


짐승들은 허공에 대고 사납게 이빨을 드러내며 짖었으나, 사혁이 서 있는 진짜 위치를 잡지 못하고 엉뚱한 비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혁은 청풍착영의 보법을 전개해 소리 없이 안개를 갈랐다. 바람의 결을 따라 검날을 눕혀 파공음을 차단한 채, 가장 가까이서 날뛰던 사냥개 한 마리의 목덜미를 향해 검을 내뻗었다.


그러나 흑탑의 야수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후각과 청각이 교란당한 와중에도, 사냥개 한 마리가 비정상적인 반사 신경으로 허공을 날아올랐다. 놈은 사혁의 신형이 움직이며 발생시킨 미세한 기압 변화를 본능적으로 감지한 것이다.


*크르릉! 팍!*


사냥개가 사혁의 측면을 향해 무섭게 도약했다. 사혁은 급히 검의 궤적을 틀어 놈의 가슴을 베려 했으나, 짐승의 턱관절이 한 발 빠르게 사혁의 왼쪽 어깨를 덮쳐왔다.


날카로운 이빨이 회색 도포를 찢고 사혁의 어깨 살점을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으윽!”


어깨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극통과 함께 뜨거운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 가혹한 자상이었다. 하지만 사혁은 고통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를 물린 그 순간, 적의 위치 좌표가 완벽하게 고정되었음을 직감했다.


사혁은 어금니를 깨물고 오른손에 쥔 백련강 검날을 사냥개의 턱밑으로 찔러 넣었다.


*서걱!*


검신이 사냥개의 목뼈를 관통하며 둔탁한 파열음이 울렸다. 짐승은 단 한 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숨이 끊어지며 사혁의 어깨에서 떨어져 나갔다. 사혁의 어깨에서 검붉은 피가 질척하게 흘러내려 진흙바닥을 적셨다.


남은 사냥개 두 마리가 동료의 죽음과 피비린내를 느끼고 사납게 짖어댔다. 들개 바람이 사혁의 앞을 막아서며 남은 사냥개들을 향해 날카롭게 이빨을 드러냈다.


그때, 사혁의 예민해진 청경맥을 타고 지독하게 음산한 소리가 걸려들었다.


*스스스슥…….*


들풀이 헤쳐지는 소리. 사냥개 한 마리가 사혁과의 싸움을 우회하여, 만인총 구덩이 방향으로 은밀히 기어가는 발톱 소리였다. 놈은 아연이 숨어 있는 구덩이의 흙 냄새 속에서 미세하게 풍겨오는 아이의 살 냄새를 포착한 것이 분명했다.


‘안 된다.’


사혁의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어깨의 부상으로 인해 몸을 빠르게 움직이기 힘든 최악의 상황이었다.


사냥개는 아연이 숨은 구덩이 바로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짐승의 콧바람 소리가 축축한 흙먼지를 날리는 소리가 사혁의 귀에 폭풍처럼 크게 들렸다. 아연은 구덩이 속에서 방울을 꼭 쥔 채 숨도 쉬지 못하고 떨고 있었다.


사냥개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구덩이를 덮은 흙과 낙엽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스르릉.*


마침내 흙더미가 걷히고, 사냥개가 아연의 하얗게 질린 얼굴 바로 앞까지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짐승의 입가에서 흘러내린 침방울이 흙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마저 사혁의 청각에 생생하게 꽂혔. 사냥개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목구멍으로 저주파의 으르렁거림을 뱉어냈다.


사혁의 안대 너머 멀어버린 두 눈 주변의 힘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의 내면에서 무자비한 살인 병기의 본능과 분노가 통제를 잃고 폭발하기 직전의 화산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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