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첫 번째 사냥
귀림의 밤은 언제나 습하고 무거웠다. 사방을 짓누르는 안개는 죽은 자들의 원혼이 내뿜는 숨결처럼 축축하게 흘러내려 살갗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밤바람이 무덤가 사이를 통과할 때마다 썩은 나뭇가지들이 부딪치며 기괴한 비명을 질러댔지만, 사혁은 그 모든 소음 아래에 숨겨진 진짜 ‘기척’을 읽고 있었다.
‘셋.’
사혁은 무명 안대를 질질 묶은 머리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묵언청공(默言聽空).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숨소리를 기도가 아닌 목구멍 깊은 곳에서 삭여내는 호흡법을 전개하자, 그의 존재는 귀림의 차가운 흙바닥 속으로 완전히 녹아들었다. 심장 박동은 느려졌고, 폐부의 팽창음조차 지워졌다.
반면, 안개 너머에서 다가오는 침입자들의 소리는 사혁의 머릿속 백색 지도 위에 선명한 선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척, 처벅.*
축축한 진흙을 가차 없이 짓밟는 거친 가죽 장화의 마찰음. 놈들은 귀림의 지형을 전혀 모르는 외지인들이었다. 발걸음마다 무게가 불규칙하게 실렸고, 젖은 풀잎을 헤치는 손길은 거칠기 짝이 없었다. 우석현의 하부 조직이자, 철호의 사냥개 역할을 자처하는 적사파(적사파)의 깡패들이 틀림없었다.
“쯧, 이딴 공동묘지 구석까지 기어들어 오다니. 유민 쥐새끼들이 숨을 곳이라곤 여기밖에 없긴 하겠지.”
“시끄럽다. 목소리 낮춰라. 현령 어른이 이번 달 상납할 노예 머릿수가 모자란다고 난리법석이시다. 한 놈이라도 놓치면 우리 목이 날아간다.”
기름진 목소리와 거친 쇳소리가 안개 속에서 부딪쳤다. 놈들은 횃불을 밝혀 들고 있었다.
*치이익, 타닥.*
장작이 타들어 가며 내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뜨거운 열기가 밤바람을 타고 사혁의 뺨을 스쳤다. 적들은 시각에 의존하고 있었다. 횃불의 밝은 빛은 안개 속에서 오히려 놈들의 시야를 좁게 만들 뿐이었다.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칠흑 같은 어둠, 그곳이 바로 사혁의 영토였다.
사혁은 무명 안대를 다시 한번 단단히 조여 묶었다. 낮 동안 대나무 숲에서 무리하게 죽장검을 휘두른 반동으로 오른손 끝에 미세한 마비와 떨림이 남아 있었다. 그는 오른손의 떨림을 억누르기 위해 검을 쥔 검지와 중지에 힘을 주어 지팡이 손잡이의 걸쇠를 미세하게 비틀었다.
*스르륵.*
백 노인이 챙겨준 윤활 청동유 덕분에, 대나무 외피 안쪽에서 백련강 검신이 빠져나오는 소리는 완벽한 무음으로 지워졌다. 사혁은 가볍고 얇은 검날을 바람이 불어오는 서쪽 방향으로 비스듬히 눕혔다. 청풍착영(聽風捉影). 공기의 밀도 변화와 바람의 결을 읽어내어 검이 가르는 마찰음을 소멸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이끼 낀 거대한 무덤 비석 뒤로 소리 없이 몸을 밀착했다.
“어이, 저기 비석 뒤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적사파 단원 중 한 명이 횃불을 치켜들며 사혁이 숨은 비석 쪽으로 다가왔다. 장화가 진흙을 짓밟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다섯 걸음. 네 걸음. 세 걸음.
사혁은 대나무 지팡이 끝을 지면에 가볍게 대고 있었다. 놈이 땅을 디딜 때마다 일어나는 미세한 진동이 지팡이를 타고 사혁의 손바닥 뼈로 전송되었다. 거리와 각도가 머릿속 연산 장치에서 수치로 치환되었다. 정확한 사거리 안이었다.
두 걸음.
비석 모퉁이로 횃불의 붉은 그림자가 번지는 순간, 사혁의 몸이 바람처럼 일어섰다.
*스슥—*
파공음은 없었다. 바람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궤적을 따라, 사혁의 백련강 검날이 안개를 가르고 나아갔다. 맥박 추적 찌르기(맥박 추적 찌르기). 놈이 기습에 놀라 심장이 급격히 수축했다가 이완하는 바로 그 0.1초의 틈새, 심장 소리가 가장 커지는 무방비한 순간을 포착해 검을 찔러 넣었다.
*푸학!*
검 끝이 정확히 놈의 목덜미 급소를 관통했다. 쇳소리도, 비명도 없었다. 뼈와 살이 갈라지는 지극히 작고 축축한 파열음만이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놈은 자신이 무엇에 베였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횃불을 떨어뜨리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진흙탕에 얼굴을 묻는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어? 야! 왜 그래?”
뒤에 서 있던 두 명의 적사파 단원이 횃불을 휘두르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동료가 소리도 없이 쓰러진 기괴한 상황에 놈들의 호흡 소리가 급격히 가빠졌다.
“누구냐! 어떤 놈이냐!”
적 한 명이 공포에 질려 횃불을 사방으로 미친 듯이 휘둘렀다. 불꽃이 공기를 가르며 내는 소음과 강렬한 열기가 사혁의 예민한 촉각과 청각을 교란하려 들었다. 열기가 다가오자 사혁의 피부가 뜨겁게 반응했다.
사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지팡이 외피(죽장검의 칼집)를 왼손에 쥔 채, 다가오는 횃불 자루의 궤적을 향해 지팡이 끝을 내뻗었다.
*탁!*
정교한 지팡이 흘리기 기예였다. 횃불 자루가 대나무 지팡이의 유연한 탄성에 걸려 비스듬히 허공으로 흘러나갔다. 놈의 중심이 무너지며 상체가 앞으로 쏠렸다. 사혁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손의 검을 가볍게 회전시키며 놈의 흉부를 향해 찔러 들어갔다.
*깡!*
날카롭고 웅장한 금속 마찰음이 정적을 깨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사혁의 검 끝이 놈이 가슴에 메고 있던 가죽 가방의 단단한 철제 버클에 정면으로 부딪친 것이었다. 검날이 너무 가벼워 반동이 오른손 손목 뼈로 고스란히 역류했다.
“으윽!”
급격한 기혈 운용과 금속의 격렬한 마찰 소음이 사혁의 예민한 고막을 직격했다. 귀림 청각이끼의 약효가 일시적으로 흔들리며, 그의 왼쪽 귀 내부에서 미세한 찢어지는 통증과 함께 검붉은 피가 한 방울 흘러내렸다. 머릿속이 웅웅거리는 이명으로 가득 차며 방향 감각이 순간적으로 뒤틀렸다.
“이 눈먼 개새끼가!”
철제 버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적사파 단원이 악에 받쳐 칼을 빼들었다. 쇳소리가 사혁의 귓전을 찢을 듯이 울렸다.
사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명 속에서도 놈의 거친 숨소리와 칼날이 바람을 가르는 파공음의 주파수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낮추며 놈의 칼날 아래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검 끝에 미세한 진동을 실어 놈의 철검 옆면을 때려 흘려보낸 뒤, 그대로 심장을 관통했다.
*푸욱.*
두 번째 놈이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 한 명이었다. 동료 두 명이 순식간에 시체로 변하는 모습을 목격한 마지막 깡패는 이미 전의를 완전히 상실해 있었다.
“괴, 괴물이다…… 장님 괴물이야!”
놈은 횃불을 내팽개치고 안개 숲을 향해 미친 듯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장화가 진흙을 디디며 내는 다급한 발소리가 사혁의 귀에 선명하게 걸려들었다.
사혁은 달아나는 놈의 등 뒤를 향해 무성보(無聲步)로 쫓아갔다. 소리 없는 사신이 안개 속을 유령처럼 가르며 적의 등 뒤를 덮쳤다.
*스윽—*
검날이 바람의 결을 따라 매끄럽게 그어졌다. 단 한 번의 무음 참격이 놈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놈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달아나던 기세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 숨을 거두었다.
사방이 다시 고요해졌다. 밤바람 소리와 나뭇가지 부딪치는 소리만이 귀림의 침묵을 채웠다.
사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왼쪽 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거친 삼베 소맷자락으로 닦아냈다. 이명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아 머릿속이 징을 친 것처럼 먹먹했다. 그는 검신에 묻은 피를 풀잎에 쓸어 닦아낸 뒤, 조용히 대나무 지팡이 내부에 검을 밀어 넣었다.
*철컥.*
사혁은 쓰러진 적사파 단원들의 시체로 다가가 몸을 숙였다. 그의 예민한 손가락 끝이 놈들의 거친 옷자락과 주머니 속을 빠르게 수색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깡패들의 수탈품 외에, 놈들이 이 가혹한 귀림 경계까지 침범한 진짜 이유를 밝혀줄 단서를 찾아야 했다.
첫 번째 시체의 품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는 동전 몇 닢과 노예 거래 장부의 찢어진 조각만이 만져졌다.
두 번째 시체의 가슴팍 가죽 주머니를 뒤지던 사혁의 손가락 끝에,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질감이 걸려들었다. 가죽 끈에 묶인 평평하고 두꺼운 구리 패였다.
사혁은 그 구리 패를 꺼내 손가락 끝의 미세한 촉각으로 표면을 쓸어내렸다. 정교하게 음각된 문양과 낙인이 손가락 지문을 타고 뇌내 지도로 그려졌다. 그것은 우석현 관아에서만 사용하는 공식 낙인이었다.
‘우석현 현령 조중구(조중구)…….’
단순한 폭력 조직의 수탈이 아니었다. 관아의 공식 낙인이 찍힌 이 비밀 통행증은, 부패한 지방 관료 조중구와 흑탑의 변방 지부장 Cheol-ho(철호)가 깊숙이 유착되어 유민들을 납치하고 밀수를 자행하고 있음을 가리키는 명백한 물증이었다.
사혁은 구리 패를 움켜쥐었다. 가문의 파멸을 방조하고 자신을 절벽으로 던진 자들의 배후가, 이 거친 변방의 관아 깊숙한 곳까지 촉수를 뻗치고 있었다. 복수의 첫 단추를 꿸 피비린내 나는 단서가 마침내 그의 손에 쥐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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