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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옥사의 쇠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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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감옥 뒤편, 오래전 버려진 폐광 지하 통로 너머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마차 바퀴 소리는 둥근 돌벽을 타고 기이한 공명을 자아냈다.


*고오오오오—*


화강암 벽면이 미세하게 떨릴 때마다 축축한 진흙바닥에 고인 핏물이 파르르 파동을 그렸다. 사혁은 죽장검의 검 끝을 쓰러진 옥사장 강치의 가슴팍에 겨눈 채, 발바닥 전체로 전해지는 대지의 진동에 오롯이 신경을 집중했다. 둔탁하고 거대한 바퀴 소리. 그리고 마필의 거친 콧김 소리. 소리는 사방의 둥근 돌벽에 부딪혀 수십 갈래로 왜곡되고 있었으나, 단단한 지면을 타고 직선으로 흐르는 진동만큼은 사혁의 발바닥 촉각 신경에 적들의 뼈 위치보다 더 선명하게 매핑되고 있었다.


이 지하 감옥의 지형을 꿰뚫고 이 타이밍에 수레를 몰고 들어올 수 있는 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숙부 사평의 지시를 받은 대장간 조수, 돌쇠.


“이, 이 기괴한 소리는 대체 뭐냐……? 지하에 마차라니!”


채찍을 잃고 비틀거리던 적사가 경악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놈의 목소리가 화강암 벽에 부딪혀 사방으로 찢어질 때, 사혁은 혀를 입천장에 붙인 채 묵언청공(默言聽空)의 호흡을 더욱 깊게 가라앉혔다.


오른손 검지 끝에서 느껴지는 신경의 작열통은 방금 전 은방울의 공명 진동 여파로 인해 뼈마디를 불길로 지지는 듯 극심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고, 죽장검의 얇은 백련강 검신을 쥐는 악력이 평소의 반절로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사혁의 안대 너머 감은 눈은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적들이 방심한 바로 이 찰나야말로 전세를 완벽히 뒤집을 유일한 틈새였다.


“적사! 멍하니 있지 말고 놈을 죽여라! 내 다리가……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바닥에 처박힌 강치가 부러진 발목뼈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 사혁의 진각파동에 직격당한 놈의 하체는 이미 무력화되어 있었으나, 놈의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여전히 질척하게 고문실 내부의 공기를 메우고 있었다.


“흐아압!”


적사가 비명에 가까운 기합을 지르며 손목을 홱 채어 쳤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가시 돋친 쇠사슬 채찍이 뱀처럼 꿈틀거리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놈은 사혁의 오른손이 마비되어 검을 정밀하게 제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챈 듯했다.


*철르르릉! 스각!*


가시 채찍의 끝자락이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사혁의 죽장검 검신을 칭칭 감아쥐었다. 쇠사슬과 백련강 날이 맞부딪치며 내는 이가 갈리는 듯한 쇳소리가 고막을 짓이겼다. 삼월의 자하단 약효로 간신히 지혈해 놓았던 사혁의 양쪽 귀에서 다시 뜨거운 선혈이 배어 나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잡았다! 이 눈먼 개자식아! 이제 그 가느다란 바늘을 놓치면 네놈은 끝이다!”


적사가 전신에 감긴 쇠사슬의 무게를 실어 채찍을 뒤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얇은 죽장검의 검신이 팽팽하게 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정면 힘 싸움으로 버틴다면 검신이 부러지거나, 마비된 오른손의 악력이 풀려 검을 놓칠 터였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있던 강치가 이빨을 악물고 기어와 왼손에 쥔 쇠못 박힌 묵직한 몽둥이를 사혁의 측면을 향해 무자비하게 휘둘렀다.


*우웅—!*


몽둥이가 가르는 저주파의 파공음이 사혁의 왼쪽 허리께를 조준하고 들어왔다. 피할 곳이 없는 외통수였다. 앞에서는 적사가 채찍으로 검을 묶어 당기고, 측면에서는 강치의 강격이 뼈를 부수기 위해 밀려들고 있었다.


사혁은 눈을 감은 채, 머릿속 백색 지도를 펼쳤다. 공기를 타고 흐르는 소음은 고막의 출혈로 인해 먹먹하게 들렸으나, 지면을 타고 흐르는 두 놈의 무게 중심은 뼈 속 깊이 느껴졌다. 사혁은 죽장검을 쥔 오른손의 힘을 억지로 빼지 않았다. 오히려 적사가 당기는 힘의 방향을 그대로 따르며 신형을 앞으로 반 걸음 가볍게 미끄러뜨렸다.


지팡이 흘리기의 변형이었다. 적사의 당기는 완력을 역이용해 강치의 몽둥이 궤적으로부터 자신의 상체를 비스듬히 비껴가게 만드는 전술이었다.


*휘이익! 쾅!*


강치의 몽둥이가 사혁의 허리 장포 자락만을 찢어발기며 허공을 갈랐고, 몽둥이 끝이 돌바닥을 강타하며 엄청난 돌가루와 불꽃을 튀겼다.


“뭐라?!”


강치가 경악하는 찰나, 사혁의 왼발 뒤꿈치가 대지를 사정없이 내리찍었다.


*쿵—!*


진각음파법(震脚音波法)의 극렬한 파동이 화강암 바닥을 타고 수평으로 뻗어 나갔다. 지면의 진동이 강치의 부러진 발목뼈를 타고 들어가 내부의 골격을 흔들었다.


“끄아아악!”


강치가 다시 한번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완전히 고꾸라졌다. 놈의 상체 중심이 완벽히 무너진 순간이었다.


사혁은 강치의 비명 소리를 신호 삼아, 자신을 당기던 적사를 향해 내공의 흐름을 전환했다. 오른손 검지의 작열통을 억누르며, 죽장검의 검신을 감아쥐고 있는 쇠사슬 채찍의 금속 결절들로 자신의 내력을 밀어 넣었다.


골공공명(骨공공명)의 비술이었다.


사혁의 전신 골격계가 미세하게 공명하며 발생시킨 순양의 고주파 진동파가, 얇은 백련강 검날을 매개로 적사의 쇠사슬 채찍을 타고 번개처럼 전송되었다. 철제 사슬은 진동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가장 훌륭한 매질이었다.


*지지지직—!*


쇠사슬이 기괴하게 부르르 떨리며 쇳가루를 사방으로 뿜어냈다. 그 가혹한 진동의 파동이 채찍 끝을 쥐고 있던 적사의 양손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흘러 들어갔다.


“어, 억……?! 으아아아악!”


적사가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채찍을 놓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뼈의 공명 주파수와 일치된 진동파가 놈의 손목 터널을 뚫고 들어가, 요골과 척골 내부의 골수를 직접 타격했다.


*바작! 파직!*


적사의 손목 뼈들이 내부에서부터 쪼개지고 으스러지는 둔탁한 파열음이 사혁의 예민한 청각에 걸려들었다. 외상 하나 없이, 오직 진동의 공명만으로 적사의 양손 손목 관절이 완벽히 파괴된 것이다. 적사는 피를 토하며 뒤로 나자빠졌고, 가시 채찍은 무기력하게 진흙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이, 이 괴물 같은 놈…… 대체 무슨 무공을 쓰는 거냐!”


손목이 꺾인 채 바닥을 기는 적사의 호흡 소리는 이제 공포와 경악으로 헐떡이고 있었다.


그 순간, 지하 통로를 메우던 묵직한 마차 바퀴 소리가 폭발적인 굉음으로 변했다.


*쿠구구구궁! 콰아아앙—!*


지하 감옥 뒤편, 폐광과 연결된 이끼 낀 화강암 벽면이 거대한 충격과 함께 산산조각 나며 안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사방으로 퉁겨 나가는 돌 파편들과 흙먼지의 폭풍. 그 자욱한 먼지 구덩이를 뚫고, 두 마리의 검은 마필이 이끄는 육중한 철갑 마차가 고문실 한복판으로 들이닥쳤다.


“사혁 형님! 타십시오! 사평 아저씨가 지하 통로를 열어주셨습니다!”


마차의 마부석에 앉아 고삐를 꽉 쥔 거구의 장정, 대장간 조수 돌쇠가 벼락같이 소리쳤다. 놈이 휘두른 채찍 소리가 안개와 먼지를 가르며 날카롭게 울렸다.


사혁은 돌쇠의 목소리를 신호 삼아, 머릿속 매핑을 즉각 아연이 갇혀 있는 지하 철창 쪽으로 회전시켰.


“아연아!”


“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 무서워요!”


철창 구석, 물웅덩이 옆에 웅크리고 있던 아연의 떨리는 목소리와 가슴팍의 구리 방울 소리가 사혁의 머릿속에 투명한 은빛 이정표를 그렸다. 사혁은 신형을 날려 단숨에 철창 앞으로 도약했다.


철창의 빗장에는 두꺼운 무쇠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죽장검으로 자물쇠를 직접 베어내려 했으나, 검신에 누적된 피로도를 감안할 때 정면 충돌은 검을 부러뜨릴 위험이 컸다. 사혁은 발끝을 가볍게 들어 자물쇠의 고정 고리를 딛는 것과 동시에, 죽장검 끝을 자물쇠 홈에 밀착시켰다.


*웅웅웅—*


미세한 골공공명의 진동을 자물쇠의 걸쇠 내부로 흘려보냈다. 쇠가 가진 고유의 균열점에 진동이 맞닿는 순간, 단단하던 무쇠 자물쇠가 툭 하고 맥없이 풀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혁은 철창 문을 열어젖히고, 안쪽에서 사르르 떨고 있던 아연을 한 팔로 힘껏 안아 올렸다. 아이의 가슴팍에서 들리는 규칙적이고 빠른 심장 박동 소리와 맑은 구리 방울 소리가 사혁의 품 안에서 따뜻한 온기로 전해졌다. 살인 병기로 살아온 그의 차가운 장포 위에, 유일하게 닿은 인간의 온정이었다.


“아저씨, 귀에서…… 피가 나요…….”


아연이 떨리는 손으로 사혁의 뺨에 흐르는 피를 만지며 울먹였다. 사혁은 대답 대신 아이의 머리를 장포 안쪽으로 깊숙이 밀어 넣으며 몸을 돌렸다.


“돌쇠! 가자!”


“예! 꽉 잡으십시오!”


사혁이 아연을 품에 안은 채 마차의 열린 뒷문으로 몸을 날려 착지함과 동시에, 돌쇠가 마필들의 고삐를 강하게 후려쳤다.


*히히힝—! 쿠구구구궁!*


두 마리의 검은 말이 대지를 박차며 울부짖었고, 철갑 마차는 무너져 내리는 지하 감옥의 돌기둥들을 비껴가며 어두운 폐광 통로 내부로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뒤편 고문실 천장에서 거대한 석조 대들보들이 차례로 추락하며 지하 감옥 우석현 옥사는 거대한 먼지 무덤 속으로 가라앉았다.


마차 내부의 어둠은 깊었고, 바퀴가 거친 돌바닥을 구를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이 사혁의 등뼈를 타고 뇌리로 고스란히 전송되었다. 품 안의 아연은 사혁의 옷자락을 꼭 쥔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사혁은 마차 가죽 시트에 등을 기대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진각의 충격이 누적된 그의 무릎과 척추 뼈마디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하반신의 근육들이 일시적으로 뻣뻣하게 굳어가는 마비 증상이 밀려왔다. 오른손 검지의 작열통 역시 잦아들지 않아 검을 쥔 손끝에 감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탈출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사혁은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묵언청공 호흡을 유지하며, 마차 바퀴의 진동 소리 너머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기류 변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고오오오오—*


마차가 지하 폐광 통로의 출구를 향해 속도를 높이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달리는 마차 바퀴의 묵직한 마찰음과 말들의 거친 발소리만이 가득하던 어둠 속에서, 아주 이질적이고 미세한 기압의 흔들림이 감지되었다.


소리는 없었다. 발소리도, 옷자락이 스치는 파공음도 전혀 나지 않았다. 완벽한 무음(無音)의 무영보(無影步).


하지만 마차 지붕 위로 가벼운 낙엽 하나가 떨어져 내리는 듯한 미세한 무게 중심의 변화가, 마차 프레임의 진동 주파수를 미세하게 비틀어 놓았다. 사혁의 각성된 공간 촉각 레이더에 그 기괴한 왜곡의 흔적이 포착되었다.


‘본청의 살수……!’


사혁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스각—!*


어둠을 가르는 맑고 차가운 마찰음과 함께, 마차의 두꺼운 목조 천장 한가운데를 뚫고 칠흑처럼 어두운 강철 검날 하나가 소리 없이 찔러 들어왔다. 그 칼날의 끝자락은 사혁의 품 안에서 떨고 있는 아연의 머리통 바로 위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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