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감옥의 공명
가슴속 은방울이 내뿜는 미세한 황동빛 진동이, 사혁의 마비된 손끝 신경을 짜릿하게 관통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적이나 기연이 아니었다. 철저한 물리적 공명(共鳴)이었다. 옥사장 강치가 휘두르는 쇠사슬 채찍의 광포한 파공음은 둥근 돌벽에 부딪혀 기괴한 고주파의 진동으로 변했고, 그 파동이 사혁의 가슴 가죽 보호대 안쪽에 밀착되어 있던 은방울의 고유 주파수를 정확히 건드린 것이다.
*우웅— 웅—*
은방울이 미세하게 떨리며 자아내는 고주파의 진동은 사혁의 빗장뼈를 타고 내려가, 골공공명의 반동으로 완전히 죽어 있던 오른팔의 신경망을 사정없이 찔러댔다. 불에 달군 바늘로 마비된 혈도를 꿰뚫는 듯한 극심한 작열통이 일어났다. 사혁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통증은 살아있음의 증거였고, 감각의 복구를 의미했다. 완전히 마비되어 대나무 지팡이조차 쥘 수 없었던 오른손 검지 끝에 마침내 뜨거운 피가 돌며 미세한 감각이 돌아왔다.
“이놈이 미쳤구나! 죽음을 앞두고 쥐새끼처럼 입꼬리를 올리다니!”
철창 너머에서 강치가 포악하게 짖어댔다. 놈은 사혁이 고통과 공포에 질려 쓰러지기를 바랐으나, 무명 안대 아래로 피를 흘리면서도 오히려 차갑게 가라앉는 사혁의 기색에 본능적인 불쾌감을 느낀 것이다. 강치는 다시 한번 쇠사슬 채찍의 태엽을 감으며 전방위로 채찍을 휘둘렀다.
*철르릉! 콰직! 콰아아앙—!*
가시 돋친 쇠사슬이 돌벽을 짓이기며 내는 굉음이 지하 감옥의 둥근 천장을 타고 회전했다. 사방에서 쪼개져 들어오는 메아리의 홍수. 사혁의 귀청을 찢어발기려는 광포한 소음 진법의 위력이 극에 달했다. 귀림 청각이끼의 약효마저 씻겨 나간 사혁의 귓구멍에서 검붉은 선혈이 끊임없이 흘러내려 턱끝을 적셨다. 공기를 타고 흐르는 소리로는 더 이상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완벽한 감각의 무덤이었다.
‘공기는 기만하지만, 대지는 정직하다.’
사혁은 혀를 입천장에 붙인 채 묵언청공(默言聽空) 호흡을 유지하며, 소리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내려놓았다. 대신 오른손으로 죽장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쥐고, 발끝에 내력을 집중했다.
*쿵—!*
사혁의 왼발 뒤꿈치가 지하 감옥의 단단한 화강암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진각음파법(震脚音波法)의 시전이었다.
단전에서 용천혈로 이어진 순양의 내력이 지면을 타격하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진동파가 황금빛 동심원을 그리며 지하 감옥 바닥을 타고 사방으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진동은 단단한 화강암 매질을 타고 왜곡 없이 직선으로 흘러갔다.
*스으으윽—*
지면을 타고 흐르던 진동파가 철창 너머에 서 있는 적사와 강치의 발목 뼈를 차례로 직격했다. 그리고 그 진동이 놈들의 골격을 타고 올라갔다가 다시 돌바닥으로 퉁겨져 돌아오는 미세한 반사파가 사혁의 발바닥 촉각 신경에 포착되었다.
반사파 독도법(반사파 독도법)의 극의가 사혁의 뇌리 속에서 실시간으로 가동되었다. 진동이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 차이와 파동의 감쇄율이 수학적으로 계산되어 머릿속 백색 공간 위에 입체적인 선으로 재구성되었다.
적사의 가느다란 정강이뼈와 전신에 감긴 쇠사슬의 무게 중심, 그리고 강치의 거구와 그가 오른손에 쥔 무거운 쇠사슬 채찍의 회전 궤적이 백색 공간 위에 선명한 선으로 매핑되었다. 둥근 돌벽이 만들어내는 소음의 왜곡을 대지의 진동 공명으로 완벽히 깨뜨려버린 순간이었다.
“적사, 놈의 숨통을 끊어라!”
강치의 외침과 동시에, 적사가 쇠창살의 걸쇠를 풀고 철문을 열어젖혔다.
*철컥, 스윽—*
적사는 사혁이 귀가 멀어 방향 감각을 잃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놈은 전신에 감긴 쇠사슬의 마찰 소음을 최소화하며 소리 없이 사혁의 사각지대인 왼쪽 배후로 파고들었다. 놈의 손끝에 쥐어진 가시 채찍이 바람을 가르며 사혁의 목덜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사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적사의 채찍이 목전 삼 척 앞까지 다가온 찰나, 사혁은 품속에서 은방울을 움켜쥐고 죽장검의 검신을 미세하게 떨었다.
*웅웅웅웅—*
주파간섭(음파 상쇄)의 비술이었다. 죽장검의 얇은 백련강 검신이 초당 수백 번 진동하며 자아내는 고주파의 진동이, 적사의 채찍이 공기를 찢으며 내뿜던 소음 파동과 허공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서로 상반되는 파동이 부딪치는 순간, 고막을 찢어발기던 쇠사슬의 굉음이 한순간에 거짓말처럼 소멸하며 지하 감옥 내부에 기괴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무, 무슨…… 소리가 안 들려?!”
적사가 경악하며 채찍의 궤적을 잃고 멈칫했다. 소음이 사라진 그 찰나의 0.1초, 사혁의 신형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사혁은 오른손 검지의 통증을 무시하고 죽장검을 거꾸로 쥐어 적사의 채찍 아래를 부드럽게 흘려보냈다. 지팡이 흘리기 기예였다. 무거운 채찍의 회전력이 얇은 백련강 검날을 타고 미끄러지며 적사의 상체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강치, 몽둥이로 놈의 머리를 깨라!”
비틀거리는 적사의 뒤편에서, 거구의 옥사장 강치가 쇠못이 박힌 묵직한 몽둥이를 치켜들고 사혁의 측면을 향해 무자비하게 돌진했다. 놈의 육중한 발걸음이 돌바닥을 울릴 때마다 발생하는 진동의 궤적이 사혁의 발바닥을 통해 뇌내 지도로 고스란히 전송되었다.
사혁은 오른발을 축으로 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강치의 몽둥이 궤적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거친 바람이 안대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함과 동시에 사혁의 왼발이 다시 한번 대지를 강하게 밟았다.
*쿠구구궁—!*
용천혈에 모여 있던 극렬한 내공의 기운이 지면을 타고 강치의 발밑으로 폭발하듯 전송되었다. 무공 기술 진각파동(震脚波動)이었다. 지면이 순간적으로 솟구치는 듯한 물리적 충격파가 강치의 발목 뼈를 직접 타격했다.
“끄아악!”
강치가 비명을 지르며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거구의 몸이 진흙바닥에 처박히며 둔탁한 소음을 냈다. 사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죽장검의 검 끝을 아래로 눕혀 강치의 가슴팍을 향해 소리 없이 찔러 넣었다. 빙한철 조각으로 보강된 칼끝이 공기의 마찰을 최소화하며 벼락처럼 뻗어 나갔다.
바로 그 순간.
*고오오오오—*
지하 감옥 뒤편, 오래전 버려진 폐광 지하 통로 너머에서 묵직한 마차 바퀴가 거친 돌바닥을 구르는 요란한 마찰 소음과 마필의 거친 콧김 소리가 둥근 돌벽을 타고 길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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