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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우리와 길잡이의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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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문 틈새로 흘러나온 은침의 날카로운 기류가 사혁의 찢어진 안대 끝자락을 차갑게 스쳤다.


그 직후, 디딜 곳을 찾던 사혁의 발끝이 허공을 밟았다. 조중구의 침소 바닥이 기괴한 기계음과 함께 양옆으로 쩍 갈라진 것이다. 아래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암흑의 구렁텅이였다. 사혁은 낙하하는 찰나,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려 가죽 도포를 팽팽하게 부풀렸다. 공기의 저항을 이용해 추락의 속도를 미세하게나마 줄이기 위함이었다.


*콰우웅—!*


두껍고 축축한 돌바닥에 온몸이 처박혔다. 무덕과의 대결에서 전신 뼈의 진동을 유발하는 골공공명(骨공공명)을 전개한 직후였다. 비술의 가혹한 반동으로 인해 오른손 검지 신경이 완전히 마비되어 손가락 끝의 감각을 잃어버린 상태였기에, 낙하의 충격을 양팔로 온전히 분산시키지 못했다. 어깨와 옆구리 뼈가 삐걱거리며 둔탁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뇌리로 치솟았다. 사혁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사혁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른손의 무감각함을 억누르며 죽장검(죽장검)을 짚으려 했으나, 쇠처럼 단단해진 손가락 끝은 지팡이의 매끄러운 대나무 표면을 잡지 못하고 허공을 헛돌았다. 주변을 둘러싼 대기의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무겁고 습했다. 이끼 썩는 냄새와 눅눅한 철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이곳은 우석현 옥사(우석현 옥사)의 가장 깊고 어두운 지하 감옥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벽면은 일반적인 흙벽이 아니었다. 소리를 흡수하지 않고 고스란히 튕겨내는 두껍고 둥근 화강암 돌벽이었다. 사혁이 고통을 참기 위해 내쉬는 거친 호흡 소리조차 돌벽에 부딪쳐 수십 번 반사되며 귀청을 흔들었다.


*웅웅웅웅—*


사방에서 불규칙하게 쪼개져 돌아오는 메아리들이 사혁의 파열된 고막 내부를 사정없이 후벼팠다. 이청득경(耳聽得景)의 정밀한 감각 지도가 깨진 유리창처럼 산산조각 났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미세한 물방울 소리 하나가 둥근 돌벽을 타고 회전하며 사방에서 수십 개의 화살이 날아오는 듯한 환청으로 왜곡되었다. 방향 감각이 완전히 어지러워지는 완벽한 감각의 무덤이었다.


*철커덕! 철그럭—*


두꺼운 강철 쇠창살 너머에서 육중한 철문이 닫히고 빗장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 역시 사방의 둥근 돌벽을 타고 빙글빙글 돌며 들려왔기에, 적들이 정확히 어느 방향에 서 있는지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크하하하! 쥐새끼처럼 관아를 헤집고 다니더니 결국 최 책사의 덫에 걸려 제 발로 무덤에 기어 들어왔구나, 맹인 사냥개 놈!”


포악하고 비열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석현 지하 감옥의 우두머리이자 흉포한 거구의 옥사장, 강치(강치)의 목소리였다. 그 기괴한 음성이 돌벽에 부딪쳐 찢어질 때, 그 옆에서 한층 더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메아리의 틈새를 뚫고 들어왔다.


“눈이 먼 뒤로 귀때기가 제법 밝아졌다더니, 꼴이 참으로 우습구나. 사혁.”


철호의 오른팔이자 우석현 지부의 이인자, 적사(적사)였다. 온몸에 무거운 쇠사슬을 감고 다니는 놈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가시 돋친 쇠붙이들이 부딪치며 내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지하 감옥의 사방 벽면을 타고 번져 나가며 사혁의 고막을 송곳처럼 찔렀다. 고막의 상처가 다시 벌어지며 무명 안대 아래로 검붉은 핏방울이 울컥 배어 나왔다.


사혁은 대나무 지팡이를 거꾸로 쥔 채 어둠 속에서 몸을 낮췄다. 적들의 정확한 좌표를 잡기 위해 청풍이청법을 전개하려 했으나, 쉴 새 없이 반사되는 소음의 파동들이 그의 감각 레이더를 완벽히 교란하고 있었다. 적들은 사혁이 철저히 소리에 의존하는 맹인임을 알고, 이 소리 왜곡의 감옥을 완벽한 사지로 선택한 것이었다.


적사가 비열하게 웃으며 쇠창살 틈새로 무언가를 툭 던졌다.


*스윽.*


질척한 진흙바닥에 떨어지는 부드럽고 가벼운 마찰음. 메아리 속에서도 사혁은 그 소리의 질감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마비된 오른손 대신 왼손을 뻗어 바닥을 더듬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빗물과 진흙에 젖어 축축하게 젖은 삼베 천 조각이었다.


아연(아연)이 입고 있던 낡은 삼베 저고리의 소맷자락이었다.


천 조각에는 귀림의 오두막에서 늘 맡았던 은은한 약초 냄새와 아이 특유의 맑은 땀 냄새가 아주 미세하게 배어 있었다. 아연의 납치(아연의 납치) 사건의 참혹한 물증이 사혁의 손끝에 닿는 순간,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던 분노가 마침내 폭주하기 시작했다.


*쿵쾅! 쿵쾅! 쿵쾅!*


사혁의 심장 소리가 가슴뼈를 찢고 나올 것처럼 거칠게동요했다. 그 박동음마저 돌벽에 반사되어 그를 옥죄어 왔다.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지독한 자책감과 분노가 기혈을 뒤흔들어 단전의 내공이 역류하려 했다.


“흐하하! 그 계집애의 옷자락을 알아보는 모양이군.”


적사가 쇠사슬을 짤랑이며 장벽 너머에서 속삭였다.


“네놈이 망량 숲의 가짜 덫을 밟고 헤매는 사이, 내가 직접 귀림의 오두막을 쓸어버렸다. 늙은 묘지기 놈은 다리가 부러진 채 진흙 구덩이에 처박혔고, 그 계집애는 지금 이 지하 감옥 가장 깊고 축축한 물웅덩이 철창 속에 갇혀 있지. 쥐새끼처럼 울면서 네 이름을 부르더구나.”


사혁의 무명 안대 아래로 핏물과 뒤섞인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분노로 인해 전신의 근육이 팽팽하게 인장되었고, 부러진 대나무 검 손잡이를 쥔 왼손 마디마디가 하얗게 동 트였다. 당장이라도 철창을 부수고 나아가 적들의 목줄기를 찢어발기고 싶었다. 아연의 맑은 구리 방울 소리는 이 차가운 지하 우리 그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완전한 침묵, 그리고 절망이었다.


하지만 사혁은 뼈속 깊이 새겨진 암살자였다. 놈들이 아연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자신의 이성을 흔들어 오감을 완벽히 무력화하려 한다는 전술적 의도를 간파했다. 이 왜곡된 소음의 우리에서 이성을 잃는 순간, 아연을 구하기는커녕 자신마저 차가운 시체가 되어 철호에게 바쳐질 터였다.


사혁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는 혀를 입천장에 단단히 붙였다. 구강 내부의 미세한 마찰 소음마저 완전히 소멸시키는 묵언청공(默言聽空)의 호흡 조율법을 발동했다. 폐부 깊숙이 차가운 감옥의 공기를 들이마신 뒤, 내공을 가슴 주변 경맥으로 집중시켜 강제로 심장 박동 주기를 늦추기 시작했다.


*후우…… 읍.*


폭주하던 심장 소리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기혈의 역류가 멈췄다. 분노로 뜨겁게 달아오르던 그의 머릿속이 얼음처럼 차가운 무(無)의 상태로 회귀했다. 입가로 붉은 선혈이 주르륵 흘러내렸지만, 사혁은 흔들리지 않고 어둠 속에서 적들의 미세한 호흡 소리를 기준 삼아 공간의 좌표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옥사장 강치가 사혁의 침묵에 미간을 찌푸렸다. 놈은 사혁이 공포에 질려 무릎을 꿇을 것이라 예상했으나, 도리어 유령처럼 기척을 지워버리자 기분이 상한 듯 허리에 감겨 있던 묵직한 쇠사슬 채찍(쇠사슬 채찍)을 거칠게 풀어내렸다.


*철르릉! 콰직!*


“맹인 자객 놈이 겁을 상실했구나. 어디 이 소리도 견뎌봐라!”


강치가 손잡이의 태엽을 감으며 거대한 쇠사슬 채찍을 허공으로 크게 휘둘렀다. 가시 돋친 쇠사슬이 바람을 찢는 날카로운 마찰음을 내며, 지하 감옥의 두껍고 둥근 돌벽을 사정없이 때려 갈겼다.


*콰아아아앙————!!!*


돌벽이 깨져 나가며 발생한 폭발적인 금속성 굉음이 밀폐된 감옥 내부를 광포하게 휩쓸었다. 수만 갈래로 쪼개진 소음의 충격파가 사혁의 파열된 고막을 직접 강타했다.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이명과 함께 세상이 통째로 흔들리는 고통이 뇌리를 관통했다.


바로 그 절체절명의 고통 한가운데서, 사혁의 품속 깊은 곳, 가슴 가죽 보호대 안쪽에 단단히 묶어두었던 여동생의 유품인 은방울이 채찍이 만들어낸 특유의 고주파 진동과 공명하며 미세하게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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