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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 침투와 무쇠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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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림(귀림)이 불타오르는 붉은 열기가 우석현의 밤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사당 문턱 너머로 전해지는 열풍은 매캐한 소나무 탄내를 가득 머금고 사혁의 콧전을 찔렀다. 이현이 건넨 황동 패, 우석현 관아(우석현 관아)의 삼중 경비망을 우회할 수 있는 비밀 통행증의 미세한 문양이 사혁의 왼손 손가락 끝 촉각에 선명하게 읽혔다. 사혁은 무명 안대 아래로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뜨거운 호흡을 뱉었다.


“조중구의 장부는 네놈에게 넘기지. 하지만 철호의 목은 내가 거둔다.”


이현의 정직한 심장 박동 소리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대쪽 같은 의금부 수사관의 맥박이 사혁에게 무언의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붉은 밤하늘 아래에서 소리 없이 갈라섰다. 이현이 이끄는 비밀 대원들이 관아 정문 쪽에서 소란을 피우며 관군들의 이목을 끄는 사이, 사혁은 그림자가 전해준 비밀 가죽 지도의 경로를 따라 관아의 서쪽 담벼락을 향해 무성보(無聲步)로 바람처럼 달렸다.


빗방울이 사혁의 전신을 때리는 타격음이 그의 예민한 고막에 입체적인 지도를 그려냈다. 관아 서쪽의 높은 석조 담벼락 아래에 도달한 사혁은 가볍게 도약했다. 담장 위를 딛는 순간, 기와의 차가운 질감과 빗물이 흘러내리는 수평의 궤적이 발바닥의 촉각을 타고 뇌내로 전송되었다. 관아 내부는 이현의 예측대로 텅 비어 있었다. 오백 명의 관군 주력이 귀림 방화 작전에 동원된 탓에, 드넓은 관아 마당에는 순찰을 도는 포졸들의 둔탁한 가죽신 소리만이 띄엄띄엄 들릴 뿐이었다.


사혁은 지팡이 끝으로 땅을 가볍게 짚으며 복도로 침투했다. 빗소리가 지붕 기와에 가로막혀 한 단계 낮아지자, 관아 내부의 독특한 소리 공명이 사혁의 고막을 채웠다. 오동나무로 짜인 정교한 복도 바닥은 밟을 때마다 미세한 마찰음을 냈지만, 사혁은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구강 내부의 소음을 최소화하는 묵언청공(默言聽空) 호흡법을 전개해 완벽한 무음으로 전진했다. 삼중 경비 구역의 문턱을 넘을 때마다, 그는 품속의 비밀 통행증을 보초들의 시선 너머로 가볍게 튕겨 소리를 내거나 기척을 속였다. 이현의 부하들이 외곽에서 지른 불길 소동 덕분에 내부의 보초들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장부와 철호가 숨어 있는 현령 조중구의 침소를 향해 꺾어지는 좁은 지하 통로로 접어든 순간이었다. 사혁은 걸음을 멈췄다.


통로 전방에서 불어오던 미세한 공기의 흐름이 한순간에 뚝 끊겼다. 거대한 벽이 통로 전체를 가로막은 듯한 기압의 급격한 변화. 그리고 이내 묵직한 쇠사슬과 판갑 조각들이 서로 부딪치며 내는 육중한 금속 마찰음이 사혁의 청각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쿵. 쿵. 쿵.*


가죽을 덧댄 쇠장화가 돌바닥을 짓밟을 때마다 지하 통로 전체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은 사혁의 대나무 지팡이 끝을 타고 손바닥 뼈로 고스란히 전송되었다. 상대는 거구였다. 그것도 전신에 두꺼운 판갑을 입고 거대한 무쇠 방패를 든 자였다. 철호가 관아의 최후 방어선이자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겨둔 최측근 호위 무사, 무덕(무덕)이었다.


“더는 갈 수 없다, 맹인 사냥개여.”


무덕의 목소리는 지하 통로의 돌벽에 부딪쳐 웅웅거리는 저음의 진동을 만들어냈다. 놈이 몸을 움직이자, 전신 판갑이 쓸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강철 방패의 모서리가 돌바닥을 긁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사혁의 귀청을 찔렀다. 삼월이 지혈해 놓았던 사혁의 양쪽 고막 깊은 곳에서 가벼운 욱신거림과 함께 약한 이명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사혁은 말없이 죽장검의 손잡이를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손잡이의 걸쇠를 미세하게 비틀어 당기자, 대나무 외피 내부에서 빙한철 조각으로 보강된 백련강 검신이 스르륵 빠져나왔다. 윤활 청동유가 발려 있어 발검 소음은 완벽히 차단되었으나, 검날 끝에 덧대어진 빙한철의 무게 때문에 사혁이 검을 살짝 치켜들 때 미세한 바람 가르는 파공음이 통로에 울렸다.


*스윽—*


무덕은 그 미세한 바람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놈은 거대한 강철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돌진해 왔다. 복도의 좁은 벽면 전체를 철벽으로 가로막은 채, 엄청난 물리적 질량으로 사혁을 짓눌러 부러뜨리겠다는 기세였다.


사혁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는 바람의 흐름에 검날을 실어 소리 없이 찔러 들어가는 청풍은검(聽風隱劍) 초식을 전개했다. 목표는 무덕의 전신 판갑 깃과 강철 방패 사이의 한 뼘도 되지 않는 목덜미 틈새였다. 빙한철 보강으로 한층 날카로워진 검 끝이 어둠을 가르고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깡—!!*


그러나 무덕은 노련한 호위 무사였다. 놈은 사혁의 검날이 닿기 직전, 거대한 방패를 미세하게 안쪽으로 비틀었다. 사혁의 얇은 검 끝이 방패의 두꺼운 철제 표면에 부딪쳐 튕겨 나갔다.


동시에 좁은 복도 벽면을 타고 뇌를 흔드는 듯한 날카롭고 기괴한 쇳소리가 폭발했다.


*끼이이이이익—!!*


철과 철이 극한으로 마찰하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였다. 그 소음은 좁은 돌벽에 수십 번 반사되어 사혁의 양쪽 귓구멍 내부를 파고들었다. 자하단의 약효로 겨우 진정시켜 놓았던 고막 경맥이 징벌을 받듯 요동쳤고, 사혁의 무명 안대 틈새로 붉은 핏방울이 다시 한 번 번져 나왔다. 머릿속의 백색 공간 지도가 순간적으로 하얗게 흔들렸다.


“하하하! 그따위 가느다란 꼬챙이로 내 강철 방패를 뚫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철호 형님을 노리기 전에 여기서 뼈가 가루가 되어 죽어라!”


무덕이 광소를 터뜨리며 거대한 방패를 휘둘러 사혁의 머리를 타격하려 들었다. 방패의 무거운 모서리가 공기를 찢으며 내는 파공음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피할 공간이 없는 좁은 통로, 사혁은 반사적으로 상체를 뒤로 젖히며 가슴 가죽 보호대 안쪽의 구리 거울(구리 거울)을 앞으로 내밀었다.


*콰앙—!*


무덕의 방패 모서리가 사혁의 가슴팍을 직격했다. 구리 거울의 단단한 표면이 방패의 무지막지한 충격을 튕겨냈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다시 한 번 고막을 고문했지만, 사혁은 구리 거울이 충격을 흡수해 준 덕분에 심장이 파열되는 즉사를 면하고 중심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묵직한 물리적 충격이 갈비뼈를 타고 전신으로 전달되며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사혁은 뒤로 물러서는 대신, 지팡이 흘리기 수련(지팡이 흘리기 수련)의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무덕이 방패를 밀치며 연속적인 강격을 가해 오는 순간, 사혁은 죽장검의 검신을 비스듬히 눕혀 방패의 돌출된 쇠못 부위에 밀착시켰다.


*스으으윽—*


검 끝의 미세한 떨림을 손바닥 신경으로 느끼며, 놈이 방패에 싣는 압도적인 힘의 방향을 옆으로 유연하게 흘려보냈다. 무덕의 거대한 방패가 사혁의 옆구리를 스치며 통로 돌벽을 강타했다. 돌가루가 비산하며 굉음이 울렸고, 무덕의 상체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렸다.


바로 지금이었다. 사혁은 놈의 중심이 무너진 찰나의 공백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죽장검의 칼날 끝을 무덕의 방패 중앙, 쇠못이 박힌 가장 단단한 경계 부위에 정확히 밀착시켰다. 그리고 단전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던 내력을 끌어올려 온몸의 뼈마디 속 골수로 침투시키는 식골명상법(息骨冥想法)을 운용했다.


사혁의 전신 골격이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뼈 속에서 시작된 고주파의 진동이 어깨와 팔꿈치, 손목을 거쳐 죽장검의 백련강 검신으로 흘러들었다. 검 끝에 덧대어진 빙한철 조각이 그 내력의 파동을 받아 극도의 진동 공명체로 변했다.


골공공명(골공공명)의 비술이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무덕이 이상한 진동을 느끼고 방패를 뒤로 빼려 했으나, 사혁의 검 끝은 마치 자석처럼 방패 중앙에 단단히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웅웅웅웅웅웅————!!*


귀에는 들리지 않는, 그러나 대지와 뼈를 흔드는 묵직하고 기괴한 저주파의 진동음이 통로 전체를 휘감았다. 사혁의 전신 뼈에서 시작된 진동 파동이 검신을 매개로 삼아 무덕의 거대한 강철 방패 내부로 해일처럼 밀려 들어갔다.


방패의 표면은 멀쩡했다. 어떤 참격도 통하지 않던 두꺼운 무쇠 장벽이었다. 하지만 진동은 쇠를 투과하고, 판갑 내부의 가죽을 지나 무덕의 두꺼운 철갑 속에 감춰진 오른손 손목으로 직접 찔러 들어갔다.


쇠가 떨리면, 그 안의 뼈도 함께 공명하는 법.


*우드드드득—!*


무덕의 철갑 gauntlet 안쪽에서 무언가 잘게 부서지는 불길하고 기괴한 파열음이 일어났다. 그것은 가죽이나 철이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놈의 손목과 전완골의 뼈마디들이 황금빛 진동파를 견디지 못하고 내부에서부터 미세하게 쪼개지고 으스러지는 소리였다.


“아, 아아악—!!!”


무덕의 입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놈은 손목 뼈가 내부에서 완벽히 박살 나는 극통을 견디지 못하고 거대한 무쇠 방패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방패가 돌바닥에 부딪치며 요란한 굉음을 냈고, 무덕은 오른팔을 움켜쥔 채 바닥으로 쓰러져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동시에 강력한 골공공명의 진동 반동이 사혁 자신의 손목과 손가락 관절에도 고스란히 가해졌다. 오른손 검지의 신경이 일시적으로 완벽히 무뎌지며 지팡이를 쥔 손끝의 감각이 흐려지는 가혹한 대가가 뒤따랐다. 사혁은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가 부서진 무덕의 곁을 지나 조중구의 침소 입구로 향하려던 바로 그 순간.


*타닥.*


침소 안쪽 벽면에서 미세한 나무 톱니바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 음이 들렸다. 사혁의 예민해진 공간 촉각에 침소 내부의 공기 흐름이 급격히 뒤틀리는 기압 변화가 포착되었다. 벽면의 비밀 회전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내, 어둠 속에서 바람을 찢는 미세한 파공음조차 차단된 가느다란 은침의 날카로운 기류 변화가 사혁의 무명 안대 한가운데를 겨냥해 무섭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조중구의 교활한 책사 최만수(최만수)가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인 채 독침을 겨누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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