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맞잡은 두 손
사당 안을 가득 채운 것은 끈적한 침묵과 대지를 짓누르는 폭우의 소음이었다. 지붕이 깨진 틈새로 들이치는 빗줄기가 바닥의 썩은 목재를 때리며 불규칙한 장단을 만들어냈고, 먼 곳에서 불타오르는 소나무의 매캐한 탄내가 바람을 타고 사당 안쪽까지 흘러들었다.
사혁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두 눈을 가린 회색 무명천 위로 빗물이 섞인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양쪽 귀는 자하단의 약효 덕분에 간신히 지혈되었으나, 여전히 먹먹한 이명이 고막 깊은 곳에서 쇠사슬이 끌리는 듯한 잡음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사혁의 머릿속 백색 공간 지도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사당 출구 문턱을 가로막은 사내, 이현.
그가 걸치고 있는 의금부 관복의 거친 삼베 질감이 바람에 쓸리는 소리, 그리고 놈이 허리에 찬 환도의 자루를 쥔 가죽 장갑의 미세한 마찰음이 사혁의 예민해진 청각 레이더에 걸려들었다. 이현의 자세는 빈틈이 없었다. 어깨의 높낮이와 양발의 간격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언제든 환도를 뽑아 사혁의 목줄기를 꿰뚫을 수 있는 일류 고수의 기틀이었다.
“비켜라.”
사혁의 목소리는 갈라진 가죽처럼 거칠었다. 오른손에 쥔 죽장검의 손잡이를 비트는 그의 손가락 끝에 팽팽한 긴장감이 서렸다. 빙한철 조각으로 보강된 검신이 대나무 외피 내부에서 아주 미세한 진동을 일으켰다. 무게 중심이 칼끝으로 쏠려 있어, 아주 가벼운 움직임만으로도 바람을 찢는 파공음이 노출될 터였다.
이현은 대답 대신 깊은 호흡을 내뱉었다. 사혁의 귀가 이현의 흉부로 주파수를 맞췄다. 심동맥박(심장 소리 감지)의 경지가 어둠 속에서 가동되었다.
*두근. 두근. 두근.*
이현의 심장 박동은 느리고 일정했다. 사당 밖에서 관군 오백 명이 귀림을 에워싸고 불을 지르고 있는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놈의 맥박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공포나 기만, 혹은 사악한 살의를 품은 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불규칙한 박동의 스파이크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그것은 오직 대쪽 같은 신념을 지닌 자만이 유지할 수 있는 정직한 주파수였다.
“조중구는 미끼를 던진 것이다.”
이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으며, 사당 내부의 돌벽에 부딪쳐 맑은 울림을 남겼다.
“수색대장 호필이 이끄는 관군 오백은 정예병들이다. 그들은 지금 귀림 공동묘지의 출구란 출구는 모두 막아서고 방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네가 그 먹먹해진 귀를 이끌고 그곳으로 뛰어드는 순간, 보이지 않는 화살 세례와 창검의 포위망에 갇혀 뼈도 추리지 못할 터다. 늙은 묘지기 백 노인을 구하기도 전에 네놈이 먼저 개죽음을 당한다는 뜻이다.”
사혁의 미간이 무명 안대 아래에서 굳어졌다. 이현의 말이 사실임을 그의 이성이 알고 있었다. 아무리 청각 검술의 극의를 깨달았다 한들, 사방이 불길로 뒤덮여 소리가 왜곡되고 오백 명의 군사가 화살을 쏟아붓는 전장은 맹인에게 가혹한 무덤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내 눈을 살려준 노인이다.”
사혁의 목소리에 서늘한 살기가 실렸다.
“그를 버려두고 도망친다면, 나는 평생 황실의 사냥개 괴물로 살아가야 한다. 내 앞길을 막겠다면, 너 역시 베어 넘기겠다.”
그 순간, 이현이 환도 자루에서 손을 떼었다. 가죽 장갑이 쓸리는 소리와 함께 놈의 기세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이현은 천천히 무릎을 굽히더니, 사당의 축축한 흙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무장을 해제하고 대화에 임하겠다는 무언의 의사 표시였다.
“나는 너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사혁.”
이현이 나직하게 말했다.
“내 심장 소리를 들어라. 내가 너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 네 예민한 귀로 직접 확인해 보라는 뜻이다.”
사혁은 죽장검을 거두지 않은 채, 이현의 가슴팍에서 울리는 맥박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두근. 두근. 두근.*
여전히 일정했다. 거짓말을 할 때 나타나는 호흡의 미세한 떨림이나 혈류량의 급격한 변화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놈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사혁은 죽장검의 손잡이를 쥔 손의 힘을 미세하게 늦췄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단순한 지방 관아의 수사관이 이 정도로 기를 다스릴 리 없다.”
이현이 품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사혁의 손가락 끝에 묶인 자석 깃털이 이현의 품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금속의 자기 변화를 감지했다. 이현이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은 것은 단단하고 차가운 황동 패였다. 사혁이 지팡이 끝을 그 패에 살짝 대고 미세한 음파를 튕겨내자, 패의 표면에 음각된 황실 직속 비밀 감찰대의 고유 문양이 머릿속 공간 지도에 선명하게 매핑되었다.
이현의 비밀 직책. 놈은 단순 관리가 아닌, 황제 직속의 비밀 감찰대 ‘금위영 척살조’의 대장이었다.
“나는 대승상 한중서(한중서)와 지방 관료들의 검은 유착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다.”
이현의 목소리에 서린 강직함은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현령 조중구는 철호와 결탁하여 변방의 유민들을 납치하고, 사철 광산의 자금을 빼돌려 한중서의 비밀 군자금으로 송금해 왔다. 그 거래의 모든 내역이 적힌 장부가 바로 흑탑 혈첩(흑탑 혈첩)이다. 그 장부만 확보할 수 있다면, 나는 황실의 권한으로 조중구를 대역죄인으로 처단하고 관군의 지휘권을 즉각 박탈할 수 있다.”
사혁은 이현의 의도를 간파했다.
“조중구의 군사들이 귀림으로 쏠린 지금…… 관아는 비어 있다는 뜻이군.”
“정확하다.”
이현이 바닥을 짚으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조중구는 네놈을 귀림의 불길로 유인하기 위해 관아의 정예 병력을 모두 호필에게 주었다. 지금 우석현 관아(우석현 관아) 내부에는 최소한의 경비병과 철호가 남겨둔 소수의 호위 무사들뿐이다. 네가 나와 손을 잡고 관아로 침투해 흑탑 혈첩을 확보한다면, 나는 법의 이름으로 귀림의 방화 작전을 즉각 중단시킬 수 있다. 백 노인과 유민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사당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사혁은 머릿속으로 전술적 계산을 마쳤다.
귀림으로 정면 돌파하는 것은 오백 명의 군사와의 무모한 소모전이지만, 관아를 습격하는 것은 적들의 뒤통수를 치는 역습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첫 번째 배신자 철호가 숨겨둔 비밀 금고가 있었다. 복수와 구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틈새였다.
“조중구의 장부는 네가 가져가라.”
사혁이 죽장검을 바닥에 가볍게 짚으며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철호의 목은 내가 벤다. 내 앞을 가로막는 관군은 누구든 베어 넘길 것이다. 동의하지 못하겠다면 여기서 결판을 내자.”
이현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심장 박동이 아주 미세하게 빨라졌으나,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대쪽 같은 법 집행관으로서 사적인 살인을 묵인하는 것은 뼈아픈 타협이었지만, 거대한 거미줄의 몸통인 한중서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사혁이라는 괴물의 칼날이 필요함을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좋다. 관아 내부의 삼중 경비 동선과 철호의 비밀 금고 위치가 적힌 지도를 넘겨주마. 대신 관아로 향할 때는 내 부하들이 동선을 확보해 줄 것이다.”
이현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품속에서 단단한 가죽 주머니와 함께 미세한 금속성 진동을 풍기는 패를 꺼내 사혁에게 건넸다. 관아의 내부 삼중 경비망을 우회할 수 있는 황실 비밀 통행증이었다.
사혁이 손을 뻗어 이현이 건네는 비밀 통행증의 미세한 음각 문양을 손끝 촉각으로 확인하는 바로 그 순간.
*콰르르릉—!*
사당 밖의 대지를 흔드는 뇌성 벽력이 울려 퍼졌고, 이내 사당의 열린 문틈으로 폭우의 빗줄기를 뚫고 들어오는 기괴한 붉은 광풍이 들이쳤다.
사혁의 고막을 때리는 것은 단순한 천둥소리가 아니었다. 멀리 북쪽 귀림 방향에서 수천 개의 마른 장작이 동시에 쪼개지며 뿜어내는 폭발적인 화염의 포효소리, 그리고 불길에 갇힌 유민들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각성된 청각 레이더에 기괴한 환청처럼 걸려들었다. 사당 밖 밤하늘이 피로 물든 듯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