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밀서와 다가오는 비도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폭풍 같은 검풍이 사혁의 얼굴을 가린 무명 안대를 찢어발길 듯이 휘몰아쳤다.
허공에는 피할 곳이 없었다. 무지개 주루 3층 창문을 깨고 도약한 사혁의 신형은 중력의 이끌림에 따라 지상으로 추락하는 중이었다. 그 무방비한 낙하 궤적의 한가운데를 향해, 흑탑의 정예 무사 웅검이 거대한 중검을 내리꽂으며 수직으로 강습해 왔다.
*쿠우우우웅—!*
귀가 파열되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먹먹한 백색 소음으로 지워진 상태였지만, 사혁의 피부 솜털은 대기를 찢고 들어오는 파괴적인 기압의 변화를 선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공간 촉각(공간 촉각)의 영역이었다. 웅검이 휘두르는 중검의 거대한 질량이 공기를 밀어내며 거대한 진공의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압력이 사혁의 왼쪽 뺨을 스치며 무명 안대의 끝자락을 처참하게 찢어발겼다. 살점이 타들어 가는 듯한 예리한 통증이 뺨을 타고 흘렀다.
정면으로 맞부딪치면 뼈가 가루가 된다.
사혁은 오른손에 쥔 죽장검의 손잡이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사평의 대장간에서 빙한철 조각으로 보강한 탓에 칼끝으로 무게 중심이 쏠려 있었지만, 지금은 그 묵직한 무게가 오히려 회전의 축이 되어주었다. 사혁은 허공에서 몸을 한 바퀴 비틀며, 죽장검을 지팡이 외피 채로 비스듬히 치켜세웠다.
*깡—!*
공중에서 철과 대나무 외피가 맞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웅검의 중검에 실린 압도적인 하강 공력이 죽장검의 칼날을 타고 비스듬히 흘러내렸다. 지팡이 흘리기 기예였다. 사혁은 정면으로 힘을 받아내는 대신, 중검이 가진 묵직한 검풍의 저항력을 역이용해 자신의 낙하 각도를 강제로 굴절시켰다.
*퍽! 스스스슥!*
웅검의 중검이 주루 앞 돌바닥을 내리치며 거대한 구덩이를 파헤치는 사이, 사혁은 그 충격파를 방패 삼아 두 바퀴를 굴러 진흙탕 지면에 착지했다. 착지의 충격이 무릎 관절을 타고 척추로 짜릿하게 올라왔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관군의 소음 진법으로 파열된 양쪽 귀에서 검붉은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려 목덜미를 적시고 있었다.
사혁은 쏟아지는 폭우 속으로 신형을 날렸다. 빗방울이 전신을 때리는 차가운 촉각을 이정표 삼아, 그는 우석현 외곽의 어둠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우석현 북쪽 외곽, 잡초와 거미줄이 무성하게 뒤엉킨 버려진 사당(버려진 사당)의 안쪽은 축축한 흙내음과 썩은 목재의 냄새로 가득했다.
*뚝. 뚝. 뚝.*
사혁은 사당 구석의 무너진 불상 뒤편에 몸을 웅크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도포 자락에서는 빗물과 핏물이 뒤섞인 액체가 끊임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양쪽 귀는 먹먹한 이명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주지 않는 완전 난청 상태였다. 관자놀이의 경맥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뇌리를 찌르는 통증이 밀려왔다. 제갈휘의 소음 진법에 당한 고막의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진정해야 한다. 기혈이 흩어지면 감각의 지도마저 무너진다.’
사혁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단전의 미세한 내력을 끌어올려 머리로 향하는 청경맥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식골명상법(息骨冥想法)의 기운이 뼈마디를 타고 흐르며 날뛰던 기혈을 서서히 가라앉혔다.
그때였다. 사당 내부의 미세한 공기 흐름이 아주 미세하게 비틀렸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사당 바닥의 썩은 먼지들이 아주 미세하게 흩어지며 생기는 대기압의 변화가 사혁의 등 뒤에서 감지되었다. 무성보(無聲步)의 극의를 구사하는 자의 기척이었다.
사혁은 죽장검의 손잡이를 비틀어 쥐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손끝에 빙한철 보강으로 무거워진 칼날의 감각이 묵직하게 걸렸다.
어둠 속에서 회색 장막을 뚫고 한 줄기 푸른 기류가 다가왔다. 이윽고 사혁의 등 뒤에서 낮고 차가운 음성이 뇌리를 때렸다.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가 내뿜는 미세한 전음(傳音)의 진동이 사혁의 두개골 뼈를 흔들며 직접 메시지를 전송하고 있었다. 골전도 전음술이었다.
“아직 살아 있었군, 사혁.”
흑탑 내부의 밀고자이자 과거 사혁의 동료였던 자, 그림자(그림자)였다.
사혁은 칼날을 거두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의 목소리는 피가 섞여 나와 거칠게 긁혔다.
“……밀서는 어디 있나.”
그림자는 어둠 속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품속에서 낡은 가죽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사혁의 발치로 툭 던졌다.
“철호가 숨겨둔 흑탑 우석현 지부(흑탑 우석현 지부)의 비밀 지하 지도와 순찰 경로다. 관아 지하 감옥의 회전 벽을 여는 걸쇠의 위치까지 상세히 기록해 두었지. 네가 오늘 밤 무지개 주루에서 소동을 일으킨 덕분에 지부의 경비망에 일시적인 공백이 생겼다. 침투하려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
사혁은 손을 뻗어 가죽 두루마리를 쥐었다. 손가락 끝의 미세한 촉각으로 가죽 표면에 음각된 흑탑 특유의 비밀 암호 문양들을 훑었다. 그림자가 전한 지도는 진짜였다. 이 지도가 있다면 관군의 눈을 피해 철호의 숨통을 노릴 수 있는 확실한 길잡이가 될 터였다.
“하지만 서둘러야 할 거다.”
그림자의 진동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철호가 네 생존을 완전히 확신했다. 놈은 자신이 한중서 대승상 몰래 횡령한 밀수 장부가 탄로 날까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지. 그래서…… 거액의 현상금을 걸어 비도술의 대가 손칠(손칠)을 고용했다. 이미 놈의 사냥개들이 이 사당 주변을 포위했을지도 모른다.”
그 진동을 마지막으로, 그림자의 기척이 밤안개 속으로 연기처럼 스러졌다. 완벽한 무음의 은신이었다.
사혁은 밀서를 품속 깊숙이 밀어 넣었다. 그리고 찢어진 무명 안대를 다시 한번 단단히 조여 묶었다. 사당 내부에는 다시 차가운 정적과 매캐한 먼지 냄새만이 감돌았다.
그 순간, 사혁의 전신 피부가 꼿꼿이 일어섰다.
그림자가 사라진 사당 밖의 밤안개 속에서, 공기의 기압이 급격히 내려앉는 기척이 감지되었다. 바람의 흐름이 불규칙하게 멈추고, 사당 주변의 대기 밀도가 비정상적으로 팽창하고 있었다.
‘살기(殺氣)다.’
귀가 멀어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공기를 뚫고 들어오는 가혹한 살의의 압력이 사혁의 전신 피부를 바늘로 찌르듯 자극했다.
*슈우욱—!*
순간, 사당 전면의 낡은 종이문 창살을 뚫고 무언가가 폭풍처럼 날아들었다. 공기를 찢는 파공음조차 최소화된 무음의 암기였다. 사혁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옆으로 꺾었다.
*퍽! 탁!*
날카로운 쇳조각이 사혁의 귀밑머리를 스치고 지나가 사당 중앙의 낡은 나무 문틀에 깊숙이 박혔다. 뒤이어 사당 전체를 뒤흔드는 둔탁한 진동이 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문틀에 박힌 쇳조각이 부르르 떨며 내는 미세한 금속 마찰음이 사혁의 먹먹한 고막에 희미한 잔향으로 걸려들었다.
비도(飛刀)였다. 날이 얇고 예리하게 갈려 바람의 저항을 전혀 받지 않는, 손칠의 전매특허인 무음 비도였다.
“쥐새끼처럼 잘도 피하는군, 사혁.”
사당 밖 안개 속에서 낮게 비웃는 호흡 소리가 기압의 흔들림을 타고 전해졌다. 비도술의 대가 손칠이 마침내 사당을 포위한 것이다.
*슈슈슈슉—!*
어둠 속에서 세 자루의 비도가 동시에 사당 사방의 벽을 뚫고 날아들었다. 각각 불규칙한 각도로 꺾여 들어오는 치명적인 궤적이었다. 사혁의 귀는 여전히 피로 막혀 둔탁한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상태였지만, 그의 뇌내 공간에는 청풍착영(聽風捉影)의 경지가 각성되어 있었다.
사혁은 오른손의 죽장검을 지팡이 외피 채로 가볍게 들어 올렸다. 검날 끝에 덧대어진 빙한철 조각의 무게 중심을 이용해, 바람의 밀도가 급격히 팽창하는 세 개의 지점을 향해 지팡이를 연속으로 휘둘렀다. 비도 격수(飛刀擊手)의 방어 기예였다.
*깡! 깡! 캉!*
어둠 속에서 세 번의 불꽃이 튀며 날아오던 비도들이 사방으로 퉁겨 나갔다. 비도가 흙벽에 박힐 때 발생하는 소리의 미세한 공명 시간 차가 사혁의 고막을 자극했다.
‘세 자루 모두 사당 동쪽과 남쪽의 흙벽에 박혔다. 반사파의 도달 시간은 0.15초. 놈의 사거리는 사당 밖 십오 장(약 45미터) 거리다.’
사혁은 지폭 도청(地幅盜聽)을 전개하기 위해 지팡이 끝을 흙바닥에 가볍게 밀착시켰다. 대지를 타고 흐르는 미세한 진동이 지팡이를 타고 그의 손바닥 뼈로 흘러들었다. 안개 속에서 손칠이 가볍게 발을 디딜 때마다 일어나는 대지의 흙먼지 진동과 궤적이 사혁의 머릿속 백색 지도 위에 선명한 선으로 매핑되기 시작했다.
놈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당 서쪽 벽 너머로 재빠르게 이동하는 기척이 포착되었다.
사혁은 기습적으로 죽장검을 빼들고 사당 입구를 향해 도약하려 했다. 검신 소음 제거술로 단련된 백련강 검날을 무음으로 전개해 놈의 등 뒤를 찌르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첫 발걸음을 딛는 순간, 그의 발목 끝 피부에 차갑고 팽팽한 금속의 마찰 기척이 닿았다.
‘덫이다!’
사당 입구 바닥에 소리 없이 설치되어 있던 미세한 쇠사슬 덫이었다. 사혁은 급격히 내력을 뒤로 끌어당기며 신형을 한 걸음 물러섰다.
*스르릉! 콰과광!*
한 걸음만 더 나아갔다면 사지를 옭아맸을 강철 덫이 맞물리며 먼지를 폭발시켰다. 급격한 제동의 충격과 비도를 쳐내는 과정에서 가해진 반동이 사혁의 다친 왼쪽 어깨 신경을 사정없이 찔렀다.
“아윽……!”
오른팔 전체에 전선으로 지지는 듯한 극심한 방사통이 번지며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어깨 상처에서 다시 뜨거운 피가 배어 나와 도포를 붉게 물들였다. 육체적 한계가 코앞이었다.
안개 속에서 손칠의 비웃음 섞인 호흡이 다시 한번 팽창했다.
사혁은 날아오는 비도의 소리만으로 궤적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놈의 비도는 바람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렇다면 소리가 아닌, 비도를 던지는 손칠의 신체 내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사혁은 전신 경맥을 뼈 속 골수로 집중시키는 식골명상법을 극대화했다. 사당 밖 안개 속에서 손칠이 비도를 던지기 위해 어깨 관절을 뒤틀 때 발생하는 미세한 뼈와 힘줄의 마찰 소리(뼈 마찰음)를 이정정위 경지로 격리해 포착해 냈다.
*드득.*
아주 미세한 뼈의 비명. 놈이 비도를 투척하기 직전의 0.1초 송신이었다. 사혁은 그 소리를 듣고 투척 방향을 역산하여 몸을 사당의 굵은 나무 기둥 뒤로 신속히 숨겼다.
*팍! 팍! 팍!*
세 자루의 비도가 사혁이 방금 서 있던 공간을 관통해 나무 기둥에 깊숙이 박히며 기둥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기둥을 방패 삼아 아슬아슬하게 방어해 냈으나, 손칠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지상에서의 공격이 막히자, 놈의 발걸음 진동이 대지에서 사라졌다. 대신 허공의 기압이 사당 지붕 위쪽으로 급격히 쏠렸다.
‘지붕 위다.’
손칠은 완벽한 고지대 사각지대를 확보한 채, 사당 천장 기와 틈새로 사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당 기둥 뒷벽에 몸을 밀착한 사혁의 귀에, 마침내 가장 치명적인 금속의 비명이 흘러들었다.
손칠이 양손 손가락 사이에 여덟 자루의 비도를 동시에 끼우며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강철의 마찰음이었다. 놈은 사당 천장을 통째로 부수며 아래에 갇힌 사혁을 향해 여덟 자루의 비도를 동시에 난사할 준비를 끝마쳤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칼날들의 무덤이 사혁의 머리 위로 무겁게 내려앉기 시작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