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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거미줄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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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너머, 비밀 밀실의 문이 벌컥 열리는 거친 파공음과 함께 제갈휘의 차가운 발걸음 소리가 들이닥쳤다. 사혁은 머리 위에 밀착해 있던 구리 집음통을 움켜쥔 채 숨을 죽였다. 얇은 소나무 벽판을 타고 내려오는 미세한 진동이 그의 손바닥 뼈를 타고 전송되었다.


위층의 공기가 제갈휘의 등장을 기점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사혁은 후각 차단 호흡법을 전개한 상태였기에 주루 특유의 진한 분 냄새나 술 향기에 방해받지 않고 오직 3층 밀실 내부의 기류 변화에만 고막을 고정했다.


하지만 제갈휘는 무공이 없는 서생이었음에도 기이할 정도로 예리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놈은 밀실 한가운데에 멈춰 서서 부채를 가볍게 접었다.


*탁.*


상아로 만든 부채 끝이 손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천장을 통과해 아래층 골방의 구리 집음통으로 흘러들었다. 그 미세한 소리의 반사 각도가 찌그러지는 것을 제갈휘는 놓치지 않았다.


“방 안의 공명이 묘하게 일그러져 있군. 소리가 아래로 흡수되고 있어.”


제갈휘의 나직한 목소리에는 확신이 서려 있었다. 놈은 철호와 조중구에게 경고하는 대신, 즉각 침소 창문을 열고 외곽을 향해 짧은 휘파람 신호를 보냈다.


사혁은 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직감했다. 구리 집음통을 신속히 회수해 도포 품속에 밀어 넣고 죽장검을 짚고 일어서는 찰나, 주루 외곽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한 굉음이 폭발했다.


*둥! 둥! 둥! 둥! 쾅—!*


무지개 주루 사방에 배치되어 있던 관아의 포졸들이 제갈휘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대형 징과 북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수십 개의 징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고주파의 금속음과, 가죽 북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저주파의 진동이 주루 전체를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아윽……!”


사혁은 자신도 모르게 귀를 틀어쥐며 무릎을 꿇었다.


최근 적사파 만철을 제압하며 내력을 무리하게 소모한 탓에 파열되어 있던 왼쪽 고막이 징 소리의 직격탄을 맞았다. 고막을 사정없이 짓이기는 고주파 진동에 뇌리에 백색 섬광이 터지듯 눈앞이 하얗게 번쩍였다. 양쪽 귀에서 뜨겁고 검붉은 피가 울컥 쏟아져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사혁이 평생을 갈고닦아 온 청풍이청법과 이청득경의 백색 공간 지도가 순식간에 깨진 유리창처럼 산산조각 나며 하얗게 지워졌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소음의 홍수 속에서 적의 기척은커녕 자신이 서 있는 바닥의 위치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완벽한 감각의 무덤, 반절벽(감각 단절)의 지옥이 그를 집어삼켰다.


‘진정해라. 소리에 집착할수록 고막은 짓겨 나간다.’


사혁은 강제로 기혈을 조율하려 시도했다. 억지로 이청득경 경지를 복구하려 내공을 청경맥으로 밀어 올렸다. 그러나 끊임없이 들이치는 북소리의 불규칙한 간섭파가 내공의 흐름을 뒤흔들었다.


*컥!*


단전에서 솟구친 기운이 역류하며 사혁의 가슴을 짓눌렀다. 뼈마디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과 함께 입안 가득 비린 선혈이 고였다. 내력 역류였다. 억지로 외부의 소리를 들으려 하는 것은 자멸이었다.


그렇다면 외부의 소리를 듣는 것을 완전히 포기해야 했다.


사혁은 품속에서 한 뼘 크기의 짧고 단단한 대나무 막대, 반향 죽척(반향 죽척)을 꺼냈다. 놈들이 인위적인 소음으로 세상을 지웠다면, 자신 역시 인공적인 반사파를 만들어 공간을 읽어야 했다. 반사파 독도법(반사파 독도법)의 가혹한 수련이 뇌리 속에서 궤적을 그리며 가동되었다.


사혁은 왼손에 쥔 반향 죽척으로 골방의 소나무 벽면과 바닥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징과 북소리의 거대한 파동이 무지개 주루의 벽에 부딪혀 튕겨 나가는 0.2초의 아주 미세한 틈새가 존재했다. 사혁은 그 찰나의 침묵 속에서 반향 죽척의 타격음이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 차를 고막과 뼈의 공명으로 계산했다.


옻칠을 한 소나무 벽면에서 돌아오는 부드러운 음파와, 복도의 돌벽 재질에서 퉁겨 나오는 딱딱한 음파의 시간 차가 실시간으로 뇌내에서 수치화되었다. 하얗게 지워졌던 머릿속 어둠 위에, 격자무늬의 거친 회색 음영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 지도가 다시 입체적으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골방의 낡은 나무 장지문이 부서지며 관군의 창날들이 들이닥쳤다.


*슈우욱—!*


귀가 피로 막혀 둔탁한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상태였지만, 사혁의 피부 솜털이 공기의 미세한 흔들림을 포착했다. 창날이 공기를 가를 때 발생하는 아주 미세한 기압의 진공 구멍 흔적(공간 촉각)이었다.


사혁은 몸을 오른쪽으로 반 보 비틀며 창날을 스치듯 피했다. 빙한철로 보강되어 끝이 묵직해진 죽장검을 지팡이 외피 채로 휘둘러 창대를 툭 쳐서 흘려보냈다. 무게 중심이 칼끝으로 쏠려 미세한 파공음이 노출되었으나, 주루를 뒤흔드는 징 소리 덕분에 적들은 사혁의 검 궤적을 읽지 못했다.


사혁은 지팡이 끝으로 바닥을 강하게 튕기며 복도로 도약했다. 회색 음영의 지도 위에서 3층 복도 끝에 위치한 깨진 창문 방향의 출구가 선명하게 매핑되어 있었다.


“놈이 복도로 나왔다! 창을 찔러라!”


포졸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치며 창을 내뻗었으나, 사혁은 반향 죽척을 벽면에 긁으며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 반사를 이용해 그들의 간격을 완벽히 파악했다. 지팡이 흘리기 기예로 창날들을 비스듬히 쳐내며, 그는 가볍게 몸을 날려 3층 복도 끝의 유리창을 향해 돌진했다.


*와장창—!*


오색 비단 유리가 산산이 부서지며 사혁의 신형이 무지개 주루 3층 허공으로 솟구쳤다. 빗방울이 그의 얼굴에 닿는 차가운 촉각과 함께 지상으로 추락하는 기압 변화가 전신에 느껴졌다.


탈출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찰나, 허공의 공기가 수직으로 찢어지는 듯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다.


*쿠우우우웅—!*


단순한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대지를 반으로 쪼개버릴 듯한 파괴적인 참격의 굉음이었다. 제갈휘가 미리 주루 지붕 위에 배치해 두었던 흑탑의 정예 무사, 웅검(웅검)이 거대한 중검을 치켜들고 낙하하는 사혁의 머리 위로 강습해 내려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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