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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소음 속의 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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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현의 밤은 언제나 질척한 진흙과 썩은 물비린내로 가득했다. 낮새 내린 폭우는 저잣거리의 오물들을 무지개 주루의 붉은 등불 아래로 쓸어내렸고, 기와지붕에서 떨어지는 낙수 소리는 둔탁한 장단이 되어 어두운 골목을 두드렸다.


사혁은 해진 삼베 무더기를 걸친 채, 때 묻은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무지개 주루의 후원 주방 뒷길로 은밀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두 눈을 가린 회색 무명 안대는 빗물과 먼지에 젖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고, 하수도의 유독 가스로 자극받은 기도는 들이쉴 때마다 싸늘한 통증을 유발했다.


*툭. 탁.*


지팡이 끝이 축축한 흙바닥을 딛는 소리는 주방에서 새어 나오는 돼지기름 타는 냄새와 그릇 부딪치는 소음에 완벽히 묻혔다. 사혁이 후원 문턱에 도달하자, 어둠 속에서 기름진 호흡 소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무지개 주루의 주인이자 사혁의 정보 조력자인 장만수였다. 장만수의 비단옷자락이 스치는 미세한 마찰음이 사혁의 귀에 걸려들었다.


“안쪽이다. 순찰대 놈들이 저잣거리를 뒤지고 있으니 지체할 시간이 없네.”


장만수는 사혁에게 우석현 관청 은화 몇 닢을 쥐여주며, 그를 주방 뒷길의 가파르고 좁은 나무 계단으로 인도했다. 계단은 기름때로 미끄러웠고, 디딜 때마다 나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고유의 진동을 냈다. 사혁은 발바닥의 촉각을 극대화해 계단의 수평을 맞추며 소리 없이 3층 골방으로 잠입했다.


그곳은 철호와 현령 조중구가 회합을 가지는 밀실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먼지 쌓인 가구 창고였다. 사방이 두꺼운 소나무 벽으로 막혀 있어 지상의 소음이 차단되는 듯했지만, 천장 너머 3층에서는 이미 거대 상단의 자금줄을 쥔 철호와 부패한 현령 조중구의 은밀한 밀담이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장벽은 따로 있었다.


주루 1층 중앙 연무대에서 흘러나오는 거문고 악사 매화의 격렬한 연주 소리였다. 거문고의 굵은 줄이 퉁겨질 때마다 발생하는 저주파의 진동이 주루의 대들보와 기둥을 타고 사혁이 서 있는 3층 골방의 바닥까지 흔들었다.


*둥— 둥— 둥—*


그것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었다. 사혁의 파열된 왼쪽 고막에 가해지는 무자비한 물리적 타격이었다. 최근 적사파 만철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내력을 무리하게 소모한 탓에, 사혁의 청경맥(聽經脈)은 극도로 약화되어 있었다. 고주파의 가야금 소리가 천장을 뚫고 들어올 때마다, 그의 귓구멍 깊숙한 곳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극통이 일어났다. 머릿속의 백색 공간 지도가 깨진 유리창처럼 사정없이 흔들렸다.


‘살기에 흔들리지 마라. 소리에 집착할수록 고막은 찢어진다.’


사혁은 어금니를 깨물며 화로 옆 구석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는 먼저 영향혈(迎香穴)에 미세한 내력을 흘려보내 코의 경맥을 봉인했다. 후각 차단 호흡법(후각 차단 호흡법)이었다. 주루 특유의 진한 분 냄새와 자극적인 술 향기를 원천 차단하자, 뇌의 에너지가 오직 청각과 촉각으로 날카롭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는 장만수가 건네준 낡은 구리 집음통을 천장 벽면에 밀착시켰다. 구리 통이 나무 벽의 미세한 떨림을 증폭하여 그의 귀로 전달했다. 하지만 거문고의 진동 역시 증폭되어 그의 뇌리를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관자놀이의 핏줄이 터질 듯이 팽창하며 시퍼런 이명 통증이 대가로 뒤따랐다.


사혁은 전술을 바꿨다. 억지로 소리를 이겨내려 하지 않고, 자신의 심장 박동과 맥박을 거문고 악사가 퉁기는 현의 주파수와 강제로 일치시키는 맥박 동조를 전개했다. 거문고의 박자에 맞춰 사혁의 혈류가 흐르자, 고막을 때리던 물리적 충격파가 체내의 진동과 상쇄되며 이명이 거짓말처럼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사혁은 고막의 주파수를 미세하게 조율하는 이정정위(이정정위) 경지를 발동했다. 거문고 소리와 주루의 잡담 소리를 머릿속 매핑에서 서서히 배경 잡음으로 밀어내고, 오직 천장 너머 나무 벽을 타고 흐르는 두 사내의 목소리 주파수만을 격리하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무 벽을 통과할 때, 소나무 섬유질의 밀도에 따라 주파수가 미세하게 굴절된다. 사혁은 그 굴절률의 틈새를 역산하여 밀실 내부의 기류를 그렸다.


그때, 향단이 밀실 내부의 촛불들을 바람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기녀 정보원 향단이 밀실 문을 미세하게 열어두어 차가운 밤바람이 문틈으로 흐르게 만든 것이었다. 공기의 압력 변화(청풍착영)가 구리 집음통을 타고 사혁의 피부 솜털에 닿았다. 소리의 통로가 완벽히 확보된 순간이었다.


“……철호 지부장, 이번 사철 밀수 자금의 규모가 한중서 승상께 보고된 것보다 배는 많더군. 횡령의 규모가 이리 크다니, 감당할 수 있겠소?”


현령 조중구의 기름지고 끈적한 호흡 소리가 집음통을 타고 흘러나왔. 놈의 심장 박동은 탐욕으로 인해 불규칙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흥, 조 현령. 한중서 그 노친네는 황성을 장악하느라 변방의 푼돈 따위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소. 우리가 이 장부만 확실히 쥐고 있다면, 훗날 강릉의 설화(설화)를 통해 막대한 독자 군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


배신자 철호의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놈의 호흡은 무겁고 완력이 실려 있었으며, 품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종이의 미세한 마찰음이 사혁의 귀에 포착되었다. 단순한 종이가 아니었다. 피가 스며들어 딱딱하게 굳은 가죽 장부—가문의 파멸과 관련된 극비 문서이자 흑탑 전체의 연락망이 담긴 ‘흑탑 혈첩’의 바스락거림이었다.


사혁은 관자놀이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온 신경을 귀에 집중했다. 혈첩 장부의 두께와 종이의 질감, 그리고 철호의 도포 안쪽 주머니에 쓸리는 마찰 소리의 공명이 머릿속 지도 위에 선명한 백색 선으로 그려졌다.


“이 장부의 실물은 내가 품속에 직접 보관하고 있소. 내일 밤 강릉의 설화에게 보낼 전령이 도착할 때까지는 그 누구도 손댈 수 없지.”


철호가 오만하게 비웃으며 적강도의 자루를 툭툭 치는 금속 마찰음이 들렸다.


바로 그 순간, 사혁의 예민해진 청각에 밀실 문밖 복도에서 다가오는 기묘한 보법 소리가 잡혔다. 발소리가 전혀 나지 않지만, 공기 중의 기압을 미세하게 밀어내는 지적인 궤적. 우석현 관아에 파견된 젊은 지략가 제갈휘였다.


*쿵—!*


밀실의 문이 벌컥 열리는 거친 목소리와 함께 제갈휘의 차가운 발걸음 소리가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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