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의 탈출과 흙바닥의 눈
“사, 살려주십시오! 오늘 밤…… 오늘 밤 관청 지하 지부에서 철호 형님이 밀수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비밀 회합을 가집니다! 제발 목숨만은……!”
바닥에 엎드린 적사파 두목 만철의 이빨이 딱딱 부딪히는 소리가 눅눅한 안채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사혁은 대나무 지팡이 끝을 만철의 목덜미에서 거두지 않은 채, 미세하게 흔들리는 그의 맥박 소리를 들었다. 거짓은 없었다. 공포에 질린 심장은 분당 백 번이 넘는 속도로 정직하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사혁이 그 정보를 곱씹을 여유는 없었다. 대장간 골목 어귀를 가득 채운 순찰대원들의 횃불 타는 매캐한 냄새와 철갑 부딪치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이미 대장간 문턱 바로 앞까지 들이닥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그럭. 철컥.*
가죽 장화가 진흙을 짓밟는 무거운 진동이 바닥을 타고 사혁의 발바닥 뼈로 고스란히 전송되었다. 최소 열두 명. 관아의 정예 순찰대다. 만철의 부하들이 쓰러지며 낸 굉음이 결국 놈들의 이목을 끈 것이 분명했다.
“안쪽에 불빛이 보인다! 대장간 내부를 수색하라!”
거친 관군의 외침이 귓전을 때렸다. 사혁의 왼쪽 귀 안쪽에서 찌르는 듯한 이명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최근 혈견과의 사투에서 입은 고막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탓이었다. 관자놀이가 지끈거렸고, 무릎 관절은 조금 전 시전한 진각파동(震脚波動)의 반동으로 인해 삐걱거리는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사혁아, 어서 피해라. 이 늙은이 때문에 네가 잡힐 수는 없다.”
숙부 사평이 다친 다리를 절뚝이며 사혁의 도포 자락을 밀었다. 오른손가락 두 개가 잘려 나간 그의 거친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사평의 곁에서 아연은 붕대로 감은 발바닥의 통증을 꾹 참은 채, 사혁의 소매를 꼭 쥔 채 부르르 떨었다. 아이의 가슴가에서 구리 방울이 작은 진동을 냈지만, 사혁은 말없이 아이의 어깨를 감싸 안아 안심시켰다.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다친 사평과 어린 아연을 데리고 정면으로 포위망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관군의 화살 세례가 쏟아진다면 얇은 백련강 검신을 지닌 죽장검만으로는 모두를 지킬 수 없었다.
그때, 대장간 천장의 숯댕이 가득한 환기구 틈새로 아주 가볍고 재빠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적인 살수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몸무게가 가볍고 발바닥 전체로 지면을 부드럽게 딛는 솜씨.
“형님! 이쪽입니다!”
낮게 속삭이는 목소리. 우석현 저잣거리의 영악한 거지 소년, 망치였다. 소년은 환기구 틈새로 날렵하게 몸을 조아리며 대장간 안채 바닥으로 소리 없이 착지했다. 망치의 눈빛은 어둠 속에서도 사혁이 쥔 죽장검의 은밀한 검신을 동경 어린 시선으로 쫓고 있었다.
“순찰대 놈들이 앞뒤 골목을 완전히 막았습니다. 하지만 저들이 대장간 뒷마당까지 진입하려면 아직 열 걸음은 남았습니다. 제가 시선을 돌릴 테니, 형님은 사평 아저씨와 아연이를 데리고 하수도로 들어가십시오!”
망치는 품속에서 저잣거리에서 훔친 낡은 놋쇠 그릇 몇 개를 꺼내 보였다. 사혁은 맹인 안대 너머로 소년의 계획을 즉각 간파했다. 소리로 소리를 기만하는 전술. 사혁이 만철을 제압할 때 썼던 방식과 결이 같았다.
“부탁한다.”
사혁이 짧게 속삭였다. 망치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소년은 대장간 뒷마당 담벼락 너머, 순찰대가 진입하는 반대편 동쪽 골목을 향해 놋쇠 그릇들을 힘껏 던졌다.
*쟁그랑! 떼구르르—*
어두운 밤하늘을 찢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동쪽 골목 한복판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동쪽 골목이다! 침입자가 그쪽으로 도주했다! 추격하라!”
순찰대의 횃불 그림자가 순식간에 동쪽으로 쏠리며 가죽 장화 소리가 멀어졌다. 찰나의 공백이 생겼다.
사혁은 지체하지 않고 아연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작고 따뜻한 손이 사혁의 거친 손바닥 안에서 파르르 떨렸다. 사혁은 사평의 어깨를 부축하며 대장간 화덕 뒤편에 숨겨진 하수도 철창문으로 향했다. 사평이 미리 열어둔 철창문 아래에서는 썩은 진흙과 유독한 가스 냄새가 매캐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사혁은 혀를 입천장에 밀착시키고 호흡을 극도로 억제하는 묵언청공(默言聽空) 조율법을 전개했다. 구강 내부의 마찰을 없애 기침을 막고, 폐호흡을 최소화하여 하수도의 유독 가스로부터 기도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사평과 아연에게도 동일하게 숨을 죽이도록 수신호를 보낸 뒤, 어두운 하수도 구덩이 아래로 몸을 밀어 넣었다.
*스윽. 툭.*
하수도 바닥은 무릎까지 차오르는 축축하고 오염된 물로 가득했다. 사혁은 죽장검의 끝을 하수도 바닥의 흙바닥에 대고 천천히 전진했다. 세상의 빛이 완전히 차단된 지하의 세계. 하지만 이곳은 사혁에게 있어 또 다른 영토였다.
그는 지폭 도청(地幅盜聽)을 전개했다. 대나무 지팡이 끝을 통해 지하 수면과 흙바닥의 미세한 진동이 그의 손바닥 뼈를 타고 고막으로 흘러 들어왔다. 머릿속 백색 지도 위에 지상에서 움직이는 관군들의 발소리가 얇은 선으로 실시간 매핑되었다. 물결 소리가 불규칙하게 울려 퍼지며 지상의 소리를 일시적으로 교란하려 했으나, 사혁은 수면의 파동 시간 차를 계산하는 반사파 독도법으로 지형의 왜곡을 바로잡았다.
그때였다.
*스르륵. 팍!*
사평이 다친 다리의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이끼 낀 하수도 돌벽을 디디며 크게 비틀거렸다. 그의 leather boot가 젖은 석조 벽을 긁으며 찌르르한 마찰음이 하수도 파이프 내부를 타고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스으으윽—*
“어라? 방금 발밑에서 무슨 소리가 나지 않았느냐?”
하수도 환기구 바로 위 지상에 서 있던 순찰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횃불의 붉은 그림자가 철창 틈새를 뚫고 하수도 수면 위로 흔들리며 내려앉았다. 열기와 연기가 좁은 관 내부로 밀려 들어왔다. 연기가 목구멍을 찌르자 아연이 기침을 터뜨리려 몸을 들썩였다. 사혁은 즉각 아연의 입을 손으로 막고, 바람의 흐름을 읽었다.
공기가 서쪽 환기구에서 들어와 동쪽 배수구로 흐르고 있었다. 연기가 나가는 방향, 즉 바람이 빠져나가는 어두운 서쪽 구석 모퉁이 공간이 사각지대였다. 사혁은 사평과 아연을 이끌고 연기가 흩어지는 서쪽 벽면에 몸을 완벽히 밀착했다.
*화아아—*
철창 틈새로 관군의 횃불이 들이밀어지며 붉은 열기가 사혁의 무명 안대 코앞까지 스쳐 지나갔지만, 놈들은 연기와 어둠에 가려진 사혁 일행의 형체를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쥐새끼가 지나갔나 보군. 동쪽 골목이나 더 수색해라!”
철창이 다시 닫히고 발소리가 멀어졌다. 사혁은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수도의 지독한 황 가스를 참아내느라 단전의 내력이 급격히 소모되어 가슴팍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망치의 발걸음 소리가 하수도 저편에서 규칙적인 주파수로 들려왔다. 소년이 탈출구를 안내하고 있었다. 사혁은 아연의 손을 꼭 쥔 채, 묵묵히 어둠 속을 헤치며 나아갔.
얼마나 걸었을까. 하수도의 끝자락, 우석현 외곽의 버려진 수로 배출구에 도달했을 때였다. 사혁의 예민해진 공간 촉각에 이질적인 공기의 흐름이 감지되었다.
배출구 밖 풀숲에 세 명의 사내들이 숨을 죽이고 대기하고 있었다. 거칠고 습한 호흡 소리, 그리고 손가락이 무기의 손잡이를 꽉 쥘 때 발생하는 가죽의 마찰음. 적사파의 잔당들이다. 만철의 부하들이 도주로를 차단하기 위해 길목을 지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혁은 아연의 손을 사평에게 넘겨준 뒤, 죽장검을 비스듬히 쥐었다.
빙한철 조각으로 보강된 검날은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있어, 가볍게 휘두르기만 해도 미세한 파공음이 바람 소리처럼 새어 나왔다.
*휘이잉—*
하지만 이곳은 하수도 출구였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낙수 소리와 바람이 파이프를 통과하는 귀곡성 같은 소음이 가득한 공간. 사혁은 그 자연의 소음 속에 검이 가르는 미세한 파공음을 완벽하게 일치시켰다.
*스슥—*
첫 번째 잔당은 자신의 목이 베이기 전까지 칼바람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사혁의 보강된 검날이 놈의 목덜미 급소를 정확히 관통했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사내의 신형을 사혁이 왼손으로 조용히 받아내어 진흙바닥에 눕혔다.
“어? 야! 어디 갔어?”
옆에 서 있던 두 번째 사내가 당황하여 칼을 뽑으려 쇳소리를 내는 순간, 사혁의 대나무 지팡이 끝이 번개처럼 뻗어나가 놈의 명치를 강타했다.
*퍽! 툭.*
단 두 번의 정교한 무음 타격으로 남은 잔당들이 진흙바닥 위에 조용히 쓰러졌다. 사혁은 검신을 지팡이 외피 속으로 밀어 넣었다. 윤활 청동유의 잔여량이 부족해 미세한 금속 마찰음이 났지만, 낙수 소리에 묻혀 외부로 퍼지지는 않았다.
“안전하다. 나와라.”
사혁의 나직한 목소리에 사평과 아연이 하수도 출구를 빠져나왔다. 망치는 풀숲 사이에서 머리를 내밀며 사혁의 솜씨에 다시 한번 경외 어린 눈빛을 보냈다.
망치의 인도를 받아 그들이 도착한 곳은 우석현 저잣거리 한구석, 버려진 기와 가마터 지하에 위치한 우석현 걸인 연합의 은밀한 거처였다. 쾌쾌한 짚단 냄새와 수십 명의 걸인들이 내뿜는 탁한 호흡이 가득한 어둠의 세계.
짚단 위에는 한쪽 눈이 먼 늙은 거지이자 걸인 연합의 두목인 진태가 낡은 털모자를 삐딱하게 쓴 채 앉아 있었다. 진태는 사혁이 다가오는 발소리만으로 그의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몸을 꼿꼿이 세웠다. 사혁이 품속에서 만철에게서 빼앗은 관청 은화 주머니를 진태의 앞에 툭 던졌다.
*자르릉.*
묵직한 은화 부딪치는 소리가 걸인들의 침묵을 깨웠다.
“철호의 동태를 원한다.”
사혁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진태는 은화 주머니를 손끝으로 만져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흉터 가득한 얼굴에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과연, 우석현을 뒤흔든 맹인 사신이로군. 돈값을 하는 정보라면 내게 차고 넘치지.”
진태는 목소리를 낮추며 사혁의 방향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거친 숨결에서 우석현 특유의 매운 술 냄새가 풍겼다.
“오늘 밤, 철호 놈이 관청 지하 지부로 가는 것은 단순한 세력 조율 때문이 아니야. 놈은 대승상 한중서의 눈을 피해 오랫동안 변방에서 밀수한 사철 자금을 개인적으로 횡령해 왔지. 그리고 오늘 밤, 그 밀수 전표의 실물을 조정 고위층에게 넘기고 독자적인 세력 기반을 굳히기 위해 무지개 주루(무지개 주루)에서 은밀한 거래를 가질 예정이네.”
진태의 유언 같은 정보가 사혁의 예민한 고막을 날카롭게 찔렀다.
철호가 단순한 세력 조율이 아니라, 가문의 파멸과 관련된 비밀 밀수 장부의 실물을 들고 무지개 주루에서 움직인다.
사혁의 안대 너머 멀어버린 두 눈 주변의 힘줄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가문 몰살의 피비린내와 복수의 종착지가, 오늘 밤 그 화려한 소음의 주루 한가운데에서 사혁을 기다리고 있었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