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Kengeki

제3화: 보이지 않는 빗자루, 저자거리의 은신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석문진 저자거리의 가쁜 숨소리가 은랑의 귓전을 사정없이 두드렸다.


석탄 타는 매캐한 연기, 비계 섞인 싸구려 돼지고기 삶는 냄새, 그리고 시장 모퉁이에서 조 할머니가 쪄내는 만두의 구수한 김이 한데 뒤섞여 축축한 공기 속을 떠돌았다. 눈먼 은랑에게 세상은 빛과 어둠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것은 냄새의 층위였고, 소리의 결이었으며, 발끝을 타고 올라오는 지면의 떨림 그 자체였다.


사각, 사각.


은랑은 먼지 묻은 하얀 천으로 두 눈을 단단히 가린 채, 낡은 대나무 빗자루를 잡고 묵묵히 흙바닥을 쓸었다. 그가 입은 거친 삼베옷은 시장통의 흔한 청소부들과 다를 바 없이 남루했고, 어깨에는 흙먼지가 하얗게 앉아 있었다. 누구도 이 무기력해 보이는 장님 청년이 과거 강호를 피로 물들였던 흑탑(黑塔)의 전설적인 살수, ‘은랑’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은랑은 대나무 빗자루 끝에 미세하게 실린 내력을 느끼며 발걸음을 옮겼다.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박석 바닥, 마차 바퀴에 패여 나간 깊은 진흙 구덩이,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흔적들이 빗자루 대를 타고 손바닥의 경맥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사천무 스승과 기인 백화선에게 전수받은 감각의 비기, 골격 파동 분석(骨格波動分析)의 기초 수련이었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발끝과 지팡이—혹은 지금 쥐고 있는 대나무 빗자루—끝을 통해 지면의 진동을 읽으면 머릿속에 시장통의 입체적인 지도가 하얀 선으로 선명하게 그려졌다. 은랑은 매일 아침 저자거리를 쓸며 이 감각을 뼈에 새기고 있었다.


“에이구, 은 서방. 오늘도 고생이 많네. 날이 이렇게 흐린데 비라도 오면 어쩌려고 그래?”


만두 찜기 뒤에서 김을 피워 올리던 조 할머니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조 할머니는 시장 모퉁이에서 만두를 팔며 눈먼 은랑을 불쌍히 여겨 늘 따뜻한 만두를 쥐어 주던 인자한 노파였다.


은랑은 대답 대신 가볍게 묵례를 올렸다.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자신을 세상에 노출하는 흔적이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흑탑의 살수십계명은 그의 머릿속에서 여전히 차가운 환청으로 맴돌고 있었다.


‘살수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동정심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삽이다.’


독고황의 비정한 목소리를 털어내듯, 은랑은 빗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때였다. 저자거리 입구 쪽에서 거칠고 묵직한 발소리들이 흙바닥을 거세게 짓밟으며 다가왔다.


쿵, 쿵, 쿵.


발걸음의 간격이 넓고 뒤축이 무겁게 찍히는 소리. 내력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완력에만 의존하는 사파 폭력배들의 전형적인 보법이었다. 은랑의 초청각이 즉각적으로 그들의 심장박동을 감지했다. 불규칙하고 탐욕스럽게 요동치는 네 개의 박동. 그중 가장 크고 거친 박동의 주인은 석문진 부두의 하역권을 쥐고 민초들을 갈취하는 사파 조직의 우두머리, 쌍도(雙刀)였다.


“야, 이 늙은이들아! 오늘 상납금은 왜 아직도 안 바치고 눈치만 보고 있어?”


쇳소리가 섞인 험악한 고함이 시장통의 평화를 단숨에 깨뜨렸다. 쌍도 무리가 거들먹거리며 시장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왔다. 상인들은 겁에 질려 고개를 숙였고, 저자거리는 순간적으로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쌍도의 무거운 발걸음은 조 할머니의 만두 가판대를 지나, 바로 옆에 위치한 오씨 의원의 약방으로 향했다. 오씨 의원은 은랑이 절벽 아래로 추락했을 때 그의 부서진 뼈를 맞추고 찢어진 경맥을 침술로 봉합해 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오 의원!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며칠 전에 들여온 귀한 약초들, 오늘 당장 넘기지 않으면 이 약방을 통째로 불태워버릴 줄 알아!”


쌍도의 부하들이 약방 문을 거칠게 발로 차며 기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쨍그랑- 하는 날카로운 약항아리 깨지는 소리가 은랑의 귀를 찔렀다. 은랑의 단전에서 미약한 진기가 요동쳤다. 분노가 가슴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들었으나, 그는 빗자루를 쥔 손을 굳게 쥐며 스스로를 억눌렀다.


‘참아야 한다. 여기서 무공을 드러내면 흑탑의 감시망에 내 생존이 포착된다. 오 의원과 설아마저 위험해질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은랑의 인내를 허락하지 않았다. 약방 안에서 들려오는 다급하고 여린 발소리. 말은 하지 못하지만 영민한 벙어리 소녀, 설아가 약방 문 앞을 막아서며 쌍도의 부하들을 밀쳐내려 하고 있었다. 설아의 호흡이 공포로 인해 가쁘게 떨리는 것이 은랑의 초청각에 선명하게 잡혔다.


“이 기집애가 감히 누굴 밀쳐? 벙어리 주제에 목숨이 아깝지 않은 모양이구나!”


깡패 하나가 억센 손으로 설아의 어깨를 잡아채려 했다. 그 순간, 만두 가판대 뒤에 있던 조 할머니가 달려와 설아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으리들, 제발 참아주십시오! 오 의원님은 가난한 백성들을 치료하느라 돈이 없습니다. 제발 이 어린아이에게 손대지 말아주십시오!”


“비켜, 이 늙은이가 어디서 끼어들어!”


쌍도가 난폭하게 팔을 휘둘렀다. 퍽- 하는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조 할머니의 마른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가판대가 뒤집어지며 김이 모락모락 나던 만두 찜기가 흙바닥에 처박혔고, 할머니가 정성껏 빚은 만두들이 진흙탕 속으로 뒹굴었다. 조 할머니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저자거리에 울려 퍼졌다.


두근. 두근. 두근.


은랑의 가슴속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렸다.


그는 더 이상 빗자루질을 멈출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흑탑의 가혹한 규율이 속삭였지만, 은랑의 심장은 약자들의 눈물 앞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나는 사냥개로 길러졌으나, 인간으로서의 신의마저 버리지는 않았다.’


은랑은 먼지 묻은 하얀 천 너머로 쌍도 무리가 서 있는 방향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손에 쥔 대나무 빗자루가 지면을 가볍게 쓸며 기묘한 궤적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 사각.


“어라? 저 장님 놈은 뭐야? 왜 이 상황에 청소질이야?”


쌍도의 부하 하나가 다가오는 은랑을 발견하고 비웃음을 터뜨렸다.


“야, 장님 개새끼야! 눈이 멀었으면 귀라도 열려 있어야지, 상황 파악이 안 돼? 당장 저리 꺼지지 못해?”


깡패가 은랑의 가슴을 향해 난폭하게 발길질을 날렸다. 무겁고 둔탁한 발걸음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은랑의 귓전에 도달했다.


은랑은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가볍게 비틀었다. 종이 한 장 차이의 회피였다. 발길질은 은랑의 삼베옷 깃만을 스치며 허공을 갈랐다. 깡패가 균형을 잃고 주춤하는 찰나, 은랑은 대나무 빗자루 끝을 가볍게 툭 퉁겼다.


툭.


빗자루의 딱딱한 대나무 끝이 깡패의 발목 안쪽 혈자리인 삼음교(三陰交)를 정확히 타격했다.


“아아악!”


깡패가 다리에 힘이 풀리며 비명을 지르고 진흙 바닥에 사정없이 처박혔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으나, 기혈이 일시적으로 차단되어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극심한 마비 통증이 그를 덮쳤다.


“이 장님 놈이 무슨 짓을 한 거야?”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본 쌍도의 두 부하가 분노하며 품속에서 날카로운 쌍도를 뽑아 들었다. 쇳소리가 저자거리에 서늘하게 울려 퍼졌다.


스윽, 스윽.


두 사내가 쌍도를 난폭하게 휘두르며 은랑을 향해 달려들었다. 칼날이 공기를 찢으며 내는 파공음이 사방에서 교차했다. 은랑은 두 눈이 먼 상태였지만, 그들의 거친 호흡과 요동치는 심장 소리, 그리고 발끝을 타고 전해지는 마루판과 흙바닥의 진동을 통해 적들의 검로를 백보 밖에서 보듯 선명하게 읽어냈다.


은랑은 뒤로 가볍게 세 걸음을 물러서며 사천무 스승의 풍류보(風流步)를 전개했다. 칼날들이 그의 옷자락을 스치며 허공을 갈랐지만, 단 한 터치도 그의 살가죽에 닿지 못했다. 적들은 보이지 않는 유령을 베는 듯한 기묘한 감각에 극도의 당혹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장님 새끼가 묘한 재주를 부리는구나! 모두 단숨에 목을 베어버려!”


쌍도가 고함을 지르며 직접 자신의 쌍도를 뽑아 들었다. 그의 발걸음은 묵직했고, 살기가 저자거리의 안개를 붉게 물들이는 듯했다.


은랑은 호흡을 깊게 가라앉혔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시장 사람들이 위험해질 뿐만 아니라, 관청의 포졸들이 들이닥칠 터였다. 단숨에 소리 없이 제압해야 했다.


은랑의 손가락 끝이 대나무 빗자루의 굵은 대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단전의 미약한 진기가 빗자루 끝으로 부드럽게 흘러들었다.


은랑이 대나무 빗자루를 가볍게 툭 털었다.


그것은 단순한 털어냄이 아니었다. 빗자루 끝에 실린 미세한 진기가 회오리를 일으키며, 바닥에 깔려 있던 마른 황토 먼지와 모래 가루들을 원형으로 강하게 쓸어 올렸다.


휘이이잉-!


갑작스러운 황토색 먼지 장막이 폭풍처럼 피어오르며 쌍도 무리의 시야를 완전히 가려버렸다. 은랑이 갈고닦은 보조 제압술, 흙먼지 제압술(Heuk-meon-ji Je-ap-sul)이었다.


“커헉! 눈이…… 눈이 안 보여!”


“이게 무슨 먼지바람이야! 장님 놈은 어디 갔어?”


자욱한 황토 먼지 속에서 쌍도 무리는 눈을 감은 채 허공에 칼질을 해댔다. 완벽한 어둠의 조건이 완성된 순간이었다. 이제 이곳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자는 오직 눈먼 사냥개, 은랑 한 사람뿐이었다.


은랑은 먼지 장막 속으로 소리 없이 파고들었다. 그의 발소리는 무성보(無聲步)의 이치에 닿아 있어 진흙 바닥을 밟으면서도 단 한 줌의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스윽.


은랑은 가장 가까이 있던 깡패의 등 뒤로 유령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대나무 빗자루 손잡이 끝으로 그의 오른쪽 어깨 관절과 쇄골 사이의 혈자리를 무겁게 내려쳤다.


퍽-!


“끄아악!”


어깨뼈가 어긋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은랑은 멈추지 않고 신법을 꺾어 두 번째 깡패의 무릎 뒤편 오금 혈자리를 빗자루 대 끝으로 정확히 찔렀다.


툭-!


“커헉!”


사내가 무릎 관절이 꺾이며 바닥에 처박혔다.


마지막 남은 쌍도는 공포에 질려 사방으로 쌍도를 마구 휘둘렀다.


“어디 있냐! 이 괴물 같은 장님 놈아! 당장 나오지 못해!”


쌍도의 검풍은 거칠었지만, 은랑에게는 그저 느리고 둔탁한 몸부림에 불과했다. 은랑은 쌍도의 칼날이 자신의 목덜미를 스치기 직전, 몸을 비틀어 검로를 비껴냈다. 그리고 대나무 빗자루 대를 양손으로 잡고, 쌍도의 양 손목을 향해 매섭게 휘둘렀다.


타악-!


“아악!”


강력한 타격과 함께 쌍도의 손목 관절이 어긋났고, 그가 쥐고 있던 두 자루의 쌍도가 허공으로 날아가 진흙 바닥에 꽂혔다. 무장을 해제당한 쌍도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먼지 속을 두리번거렸다.


은랑은 소리 없이 쌍도의 코앞에 서 있었다. 그의 하얀 안대 너머로 서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은랑이 빗자루 대 끝을 쌍도의 목덜미 혈자리에 가볍게 대자, 쌍도는 사시나무 떨듯 떨며 무릎을 꿇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그때, 먼지 장막 너머에서 겁에 질린 부하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시장 입구 쪽으로 도망치려 발버둥 치는 기척이 들렸다. 그 사내가 관청에 고발하거나 소란을 피우면 은랑의 은신은 오늘로 끝이었다.


은랑은 가볍게 발끝을 퉁겼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작은 자갈돌 하나가 은랑의 발끝 내력을 타고 소리 없이 허공을 날아갔다.


피식-!


자갈돌은 도망치던 사내의 오른쪽 오금 혈자리를 정확히 관통했다. 사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다리 경맥이 끊겨 앞으로 고꾸라지며 기절했다.


저자거리에 자욱했던 황토 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툭, 지지직.


은랑이 쥐고 있던 대나무 빗자루가 사파 무리들의 단단한 뼈와 부딪힌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반으로 쩍 갈라지며 부러져 내렸다. 은랑은 부러진 빗자루 자루를 쥔 채, 묵묵히 서 있었다.


시장 상인들은 먼지가 걷힌 뒤 드러난 광경에 숨을 죽였다. 석문진을 지배하며 민초들을 괴롭히던 쌍도 무리가 이름 없는 눈먼 청소부의 빗자루 하나에 사지가 꺾인 채 진흙 바닥을 구르고 있었던 것이다. 경탄과 두려움이 섞인 웅성거림이 저자거리 사방에서 피어올랐다.


“저, 저 장님이 보통 놈이 아니었어……”


“빗자루 하나로 쌍도를 쓰러뜨리다니, 대체 정체가 뭐란 말인가?”


은랑은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한 채, 부러진 빗자루 대를 바닥에 버렸다. 그리고 품속에서 하얀 눈가림 천을 고쳐 잡으며, 쓰러진 조 할머니와 설아가 서 있는 방향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복수의 첫 단추를 채우기도 전에, 석문진 저자거리의 소란은 더 거대한 어둠의 이목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저자거리 입구 저편, 낯선 살기와 함께 가죽신을 신은 삼엄한 발소리가 은랑의 초청각에 잡히기 시작했다. 흑탑의 정찰선발대장, 관 조장의 차가운 기척이었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