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Kengeki

제15화: 사택 지하의 밀실, 장부의 꼬리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사택 담벼락 아래, 소리 없이 다가오는 순찰병들의 발소리가 은랑의 발끝 지면을 타고 찌릿하게 전해져 온다.


안개는 비가 그친 직후의 축축한 대기를 머금고 사방을 짓누르고 있었다. 은랑은 담벼락의 어두운 음영 속에 몸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그의 두 눈은 먼지 묻은 하얀 천으로 굳게 가려져 있었지만,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한 진동의 선으로 그의 뇌리에 펼쳐져 있었다.


터벅, 터벅.


가죽신이 젖은 흙바닥을 디딜 때 발생하는 미세한 마찰음. 발걸음의 보폭은 일정하고 무게중심은 뒤축에 실려 있다. 전형적인 관청 사설 무사들의 걸음걸이였다. 내력의 깊이는 이류(二流) 초입에 불과하지만, 세 명의 무사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사각지대를 메우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대치하다가는 정면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은랑은 단전의 기맥을 가만히 조율했다. 머리 백회혈과 이문혈에 꽂힌 명문금침(命門金針)이 찌릿한 열기를 내뿜으며 뇌 신경의 과부하를 억제하고 있었다. 수명을 갉아먹는 금침봉경술의 페널티가 온몸을 조여왔지만,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니었다.


‘죽여서는 안 된다.’


은랑은 마음속으로 흑탑의 가혹한 살수십계명을 다시 한번 지워버렸다. 관청의 군사들을 해치면 그 보복은 석문진의 가난한 민초들에게 돌아갈 터였다. 철저한 불살(不殺)의 경계. 그것이 스승 사천무가 남긴 마지막 의기이자, 은랑이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세운 유일한 족쇄였다.


순찰병들의 발소리가 불과 세 걸음 앞까지 다가왔을 때, 은랑은 몸을 유령처럼 띄웠다.


무성보(無聲步).


발바닥 용천혈(湧泉穴)을 통해 지면으로 전해지는 충격을 단전의 진기로 부드럽게 흡수했다. 그의 몸은 밤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소리 없이 솟구쳐, 순찰병들의 머리 위 기와지붕 가장자리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찰나의 순간, 순찰병들은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 미세한 기류의 흔들림을 눈치채지 못한 채 횃불을 흔들며 모퉁이를 돌아갔다.


“이상하군. 사냥개들이 왜 저렇게 얌전하지?”


“동쪽 골목에서 난 소동 때문에 놀란 게지. 어서 내실 경비를 강화하자고.”


무사들의 나지막한 대화가 밤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은랑은 지붕 위에서 가볍게 미끄러지듯 내려와 사택 내실의 창살문 앞으로 다가갔다.


창살문 틈새로 손가락을 밀어 넣어 문고리를 안쪽에서 조심스럽게 밀어 올렸다. 끼이익 하는 미세한 목재 마찰음이 발생하려는 찰나, 은랑은 지팡이 끝 백천동(白川銅) 철 촉을 문틀에 대고 미세한 진동을 반대로 흘려보냈다. 진동 역류(振動逆流)의 응용이었다. 쇳소리와 나무 삐걱임이 물리적으로 상쇄되며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내실 안쪽은 부패한 수비대장의 사리사욕을 대변하듯 화려한 비단 장막과 이국적인 향료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은랑의 예민한 후각은 향료 뒤에 숨겨진 쌉싸름한 먹물 냄새와 오래된 종이 먼지의 냄새를 정확히 포착했다.


‘지하로 통하는 길이 있다.’


은랑은 대나무 지팡이 청풍으로 바닥 목판을 가볍게 톡, 쳤다.


통, 통, 통, 텅.


방의 중앙 부분에서 메아리가 미세하게 다르게 돌아왔다. 바닥 아래가 비어 있다는 증거였다. 은랑은 몸을 낮추어 카펫을 걷어내고 목판의 이음새를 손끝으로 더듬었다. 맹인으로서 단련된 극대화된 촉각이 나무의 미세한 고저차를 잡아냈다. 숨겨진 고리를 잡아당기자, 아래로 향하는 좁고 가파른 석조 계곡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 밀실이었다.


은랑은 계단을 소리 없이 밟고 내려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공기는 급격히 차갑고 축축해졌다. 곰팡이 냄새와 철광석의 비릿한 금속 향이 안개처럼 밀실 내부를 채우고 있었다.


사방이 단단한 화강암 벽으로 막힌 좁은 공간. 지팡이 끝 백천동 철 촉이 바닥을 딛는 미세한 진동이 벽면에 부딪혀 돌아오며, 은랑의 뇌리에 밀실의 입체적인 구조를 그려냈다.


중앙에 묵직한 무쇠 금고가 놓여 있었다.


은랑은 금고 앞으로 다가갔다. 금고 자물쇠의 다이얼을 잡고 미세하게 돌렸다. 그의 손가락 끝 신경은 일반인의 세 배 이상 활성화되어 있었다. 내부의 기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 미세한 진동과 틱, 틱 하는 아주 작은 금속 마찰음이 그의 귓전을 때렸다.


탁, 타닥, 탁.


세 번의 기어가 완벽하게 맞물리는 진동을 감지한 순간, 묵직한 무쇠 문이 서서히 열렸다. 금고 내부에는 석문진 민초들의 고혈을 짜내어 모은 대량의 은자 상자들과 함께, 가죽으로 제련된 두꺼운 장부 뭉치가 놓여 있었다.


남궁세가 밀거래 장부(南宮世家 密去來 帳簿)였다.


은랑은 장부를 꺼내 손끝으로 쓸어내렸다. 남궁세가의 가주 인장과 뇌영의 수인이 찍힌 묵직한 가죽 표면의 질감이 느껴졌다. 이것이 바로 뇌영이 그토록 감추려 했던 정경유착의 결정적 꼬리였다.


그 장부 아래쪽, 비밀 벽장의 틈새를 손가락으로 더듬던 은랑의 손끝에 반쯤 타버린 가죽 조각 하나가 걸려들었다.


‘이것은…….’


가죽 조각 표면에는 거칠게 각인된 붉은 용무늬 인장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일반적인 무림 문파의 문양이 아니었다. 황실 호위무사 가문이었던 자신의 친부 가문과도 연결되는, 그리고 조정의 비밀 정보 기관인 동창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는 제갈현의 밀지 조각(諸葛賢 密旨 破片)이었다.


밀지 조각을 품속 깊은 곳에 밀어 넣는 순간, 은랑의 귀가 찌릿하게 떨렸다.


지하 계단 입구 쪽에서 단단한 무쇠 구두가 바닥을 짓밟는 묵직한 진동이 지면을 타고 전해져 왔다.


쿵, 쿵, 쿵, 쿵!


발소리는 총 여섯 개. 기경팔맥에 미약한 진기를 유통시키는 삼류(三流) 수준의 무사들이었지만, 그들의 손에는 잘 제련된 강철검이 쥐여져 있었다. 철검이 옷깃에 스치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좁은 밀실 통로를 타고 기분 나쁘게 울려 퍼졌다.


“침입자다! 지하 밀실의 문이 열려 있다!”


“포위해라! 쥐새끼 한 마리도 살려 보내지 마라!”


사택 수비대장의 사설 무사 여섯 명이 철검을 뽑아 들고 밀실 입구를 완벽히 가로막았다. 시퍼런 칼날들이 횃불 빛을 받아 살벌한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지만, 은랑의 머릿속 3D 지도에는 그들의 자세와 보법의 빈틈이 훤히 그려졌다.


은랑은 청풍검의 칼자루를 쥔 지팡이 손잡이에 손을 댔다가, 이내 힘을 빼고 지팡이 몸통을 굳게 잡았다.


‘검을 뽑아서는 안 된다. 검을 뽑는 순간, 사천무 스승님의 청풍검결이 노출되고 뇌영과 수비대장에게 내 정체가 완벽히 발각된다.’


위장된 맹인 청소부의 신분을 유지하면서도, 이 여섯 명의 무사를 단숨에 제압해야 했다. 은랑은 대나무 지팡이 청풍을 수평으로 비껴 쥐며 전신의 기혈을 하체로 무겁게 내렸다.


“장님 놈이 지팡이 하나로 감히 사택 지하까지 기어들어 오다니! 죽어라!”


앞장선 무사 두 명이 동시에 철검을 일직선으로 찔러왔다. 좁은 밀실 내부에서 칼날이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이 귀를 멍하게 흔들었다.


은랑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팡이 끝 백천동 철 촉을 바닥에 강하게 내리치며 몸을 가볍게 회전시켰다.


청풍검결 1초식, 풍참(風斬)의 기운이 지팡이 몸통을 타고 빠르게 흘러들었다. 검을 뽑지 않았음에도, 지팡이가 회전하며 만들어낸 무형의 진동 기류가 사방의 공기를 무겁게 압착했다.


콰아아앙!


지팡이 끝 백천동 철 촉이 날아오던 첫 번째 철검의 칼날 측면을 정확히 때렸다. 백천동 특유의 단단한 진동 전도율이 적의 검날을 타고 역류했다. 쨍강! 하는 날카로운 금속 파열음과 함께 무사의 철검이 반으로 조각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크악!”


손목 경맥이 진동에 으스러진 무사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은랑은 멈추지 않고 지팡이를 반대로 휘둘러 두 번째 무사의 옆구리를 타격했다. 퍽!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무사의 갈비뼈가 으스러지며 벽면으로 처박혔다.


남은 네 명의 무사들이 경악하며 동시에 철검을 휘둘러 은랑의 사방을 포위하듯 공격해 왔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좁은 밀실. 지팡이를 크게 휘두를 공간이 부족했다.


은랑은 지팡이를 수직으로 세워 적들의 칼날 세 자루를 동시에 받아냈다.


카가강!


쇳소리가 지하 밀실에 고막이 찢어질 듯 크게 울려 퍼졌다. 좁은 공간에서의 마찰음이 은랑의 예민한 청각을 자극해 뇌리에 가벼운 현기증을 유발했다. 그 찰나, 은랑이 지팡이를 벽면으로 밀쳐내며 반탄력을 이용하려 했으나, 좁은 화강암 벽면에 지팡이 끝 백천동 철 촉이 강하게 부딪히며 타격 각도가 1치 어긋났다.


쿠웅!


벽면 마찰로 인한 강한 반탄력이 은랑의 어깨 경맥을 타고 역류했다. 어깨 근육에 찌릿한 피로와 통증이 누적되며 은랑의 신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이놈, 빈틈이 생겼다! 베어라!”


무사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칼날을 비틀어 은랑의 어깨와 목덜미를 베어 들어왔다.


은랑은 호흡을 가만히 가라앉혔다. 뇌 신경 과부하의 통증 속에서도 그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거울처럼 맑았다. 맹인심경(盲人心鏡)의 극의였다.


은랑은 지팡이 손잡이에 단전의 순양진기를 주입했다. 풍참의 소리 없는 검풍 기운이 조각난 지팡이 껍질 틈새로 미세하게 스며 나와 사방의 기류를 강제로 왜곡했다.


스으으윽.


적들의 철검 날이 은랑의 목덜미와 어깨를 베기 직전, 공기의 흐름이 왜곡되며 검로가 허공으로 크게 휘어졌다. 적들이 당황해 칼날을 회수하려던 찰나, 은랑은 지팡이 끝 백천동 철 촉으로 남은 무사들의 무릎 관절과 손목 혈자리를 번개처럼 연속으로 찔러 들어갔다.


턱, 턱, 퍽, 팍!


정교하고 묵직한 네 번의 타격이 밀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무사들의 손에서 철검들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쨍그랑거리는 쇳소리를 냈다. 여섯 명의 사설 무사들은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지 않은 채, 관절이 꺾이고 기맥이 차단되어 바닥에 쓰러져 신음할 뿐이었다.


은랑은 가쁜 호흡을 내쉬며 청풍 지팡이를 짚고 섰다. 어깨 근육의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지만, 품속에 단단히 수거한 남궁세가 밀거래 장부와 제갈현의 밀지 조각이 그의 가슴을 묵직하게 채우고 있었다.


‘장부의 꼬리를 잡았다. 이제 석문진을 탈출해 강남으로…….’


생각을 정리하며 밀실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은랑의 예민한 코끝이 찌릿하게 떨려왔다.


벽면의 미세한 틈새와 환기구 구멍에서, 쌉싸름하면서도 기이할 정도로 달콤한 향취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타는 종이 냄새도, 철광석의 비릿한 향도 아니었다. 인체의 오감을 마비시키고 폐부를 녹여버리는 치명적인 무색무취의 독기.


치이이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기이한 보라색 독안개가 지하 통로 벽면의 틈새를 타고 소리 없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