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무장의 붉은 피
뇌소룡의 한철사편이 허공에서 푸른 광채를 뿜으며 천위의 목덜미를 향해 내리꽂히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연무장의 흙먼지를 찢어발겼다. 공중에서 내려오는 뇌소룡의 신형은 마치 먹이를 노리고 하강하는 매와 같았다. 그의 손에 쥔 한철사편(寒鐵蛇鞭)은 단순한 채찍이 아니었다. 뱀의 가죽과 한철을 정교하게 꼬아 만든 무기로, 스치는 모든 살점과 뼈를 단숨에 찢어발기는 이류 극치의 신병이었다.
‘피할 수 없다.’
천위는 직감했다. 화석마공(化石魔功)의 영향으로 그의 양다리는 이미 무겁게 굳어 가고 있었다. 평지에서의 기동성으로는 저 날렵한 사파의 천재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방금 전 철사일살이 남긴 오른쪽 어깨의 단검 자상에서 뜨거운 선혈이 울컥 뿜어져 나오며 오른팔의 감각을 흐려놓고 있었다.
스스스슥!
천위는 오른 어깨의 불타는 듯한 통증을 억누르며, 돌로 변해버린 왼팔을 치켜들었다. 어깨부터 감아올린 철사일살의 유품, 철편 사슬(鐵鞭 사슬)이 쇳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적의 채찍을 쇠사슬로 얽어매어 진로를 차단하려는 계산이었다.
깡! 깡! 콰아아앙!
두 무기가 공중에서 격돌하며 사방으로 서릿발 같은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뇌소룡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연무장의 단상을 딛고 날아오르며 이미 천위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있었다.
“하찮은 노예 놈이 감히!”
뇌소룡이 허공에서 신형을 기묘하게 비틀었다. 사파 특유의 변칙적인 신법인 귀영보(鬼影步)였다. 그의 몸이 잔상처럼 흔들리는가 싶더니, 한철사편이 천위가 뻗은 철편 사슬의 틈새를 부드럽게 감아 돌며 튕겨 나갔다. 사슬을 우회한 채찍 끝이 뱀의 대가리처럼 대가리를 쳐들고 천위의 무방비한 인간 가슴 피부를 향해 짓쳐 들었다.
촤아아아악!
“윽……!”
매서운 파열음과 함께 천위의 거친 삼베 적삼이 찢겨 나갔다. 예리한 가시들이 가슴팍의 살점을 후벼 파며 깊은 열상을 남겼다. 붉은 선혈이 허공에 비산했고, 가슴뼈 전체가 으스러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갈비뼈의 균열이 다시 벌어지며 폐부 깊은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다.
“하하하! 겨우 그 정도냐? 괴물 같은 팔을 가졌어도 결국 몸뚱이는 나약한 인간이구나!”
뇌소룡이 연무장 바닥에 가볍게 착지하며 광소를 터뜨렸다. 그의 눈빛에는 노예들을 벌레 보듯 하던 오만함과, 가문의 간수장을 죽인 마두를 제 손으로 처단했다는 승리감이 가득 차 있었다.
천위는 비틀거리며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가 흙먼지투성이의 바닥을 붉게 적셨다.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가빠왔다.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화석마공의 마기가 그의 뇌리를 흔들며 살육의 광기를 충동질하고 있었다. 눈앞의 모든 생명체를 찢어발기고 싶다는 충동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그때, 가슴 안쪽 적삼 깊숙이 품어둔 묵직한 쇳덩어리가 느껴졌다. 아버지가 평생 쇠를 두드릴 때 사용했던 석철심의 녹슨 망치(석철심의 녹슨 망치)였다. 차갑고 투박한 망치의 감각이 가슴의 상처를 통해 전해지자, 천위의 붉게 물들어가던 안광이 서서히 이성을 되찾으며 가라앉았다.
‘나는 괴물이 아니다. 아버지를 죽이고 우리 가문을 도멸한 저 개 같은 놈들을 단죄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미쳐서 죽지 않는다.’
천위는 입가에 고인 핏물을 거칠게 훔쳐냈다. 오른쪽 어깨와 가슴의 상처는 깊었으나, 가문의 비전인 철련 심법(鐵鍊心法)의 정순한 진기를 뼈마디에 집중시켜 출혈을 강제로 억제했다. 뼈와 근육을 사슬처럼 단단하게 엮어 고정하는 천련골경(鐵鍊骨勁)의 힘이었다.
그는 돌로 변한 왼손을 가만히 쥐었다 폈다. 여전히 그 어떤 촉각도,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회색 바위의 질감이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이 저주받은 팔이야말로, 저 날렵한 천재의 목을 벨 유일한 무기였다.
거리 싸움으로는 승산이 없었다. 상대는 채찍의 달인이고, 자신은 다리가 굳어 느렸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자신의 살점을 내주고 적을 내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
“노예 놈, 고집스럽게 버티는구나. 그 흉물스러운 돌 팔을 내 단숨에 잘라주마!”
뇌소룡이 다시 한번 한철사편을 크게 휘둘렀다. 채찍 끝이 푸른 서리 같은 검기를 머금으며 사방으로 갈라져 천위의 목덜미와 심장을 동시에 노려왔다. 철사편기공(鐵砂鞭氣功)의 매서운 살기였다.
천위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무겁게 발을 내디뎠다.
쉬이이익! 콰직!
채찍 끝이 천위의 오른쪽 어깨와 쇄골 부위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뼛조각이 깎여 나가는 듯한 극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하지만 천위는 신음조차 흘리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천위의 돌 왼손이 번개처럼 뻗어나갔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왼손이 공중에서 춤추던 한철사편의 본체를 그대로 움켜잡았다.
쩌어어억!
채찍에 박힌 한철 가시들이 천위의 돌 손바닥을 긁으며 불꽃과 함께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냈다. 하지만 돌 손가락은 꿈쩍도 하지 않고 채찍을 쇠사슬보다 단단하게 고정했다. 철편박쇄(鐵鞭縛鎖)의 초식이 완벽하게 전개된 것이다.
“뭐, 뭐라고?!”
뇌소룡의 오만한 얼굴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한철사편이 마치 거대한 바위 틈새에 박힌 것처럼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내력을 폭발적으로 쥐어짜며 채찍을 뒤로 잡아당겼으나, 천위의 돌 왼팔은 대지 위에 박힌 철주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이리 와라.”
천위가 쇳소리 섞인 거친 목소리로 조용히 읊조렸다. 그리고 돌 왼팔에 화석마공의 괴력을 실어 채찍을 제 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콰아아아!
“으, 으악!”
뇌소룡의 거구가 천위의 압도적인 완력에 이끌려 공중으로 붕 떠서 앞으로 끌려왔다. 당황한 뇌소룡은 왼손에 내력을 모아 천위의 얼굴을 향해 장풍을 날리려 했다. 하지만 천위가 한발 더 빨랐다.
천위는 끌려오는 뇌소룡의 품속으로 파고들며, 돌 왼팔 내부에서 끓어오르는 극심한 화독과 열기를 단전의 내력과 공명시켰다. 화석마공 수련으로 인해 뼛속 깊이 쌓여 있던 가공할 만한 열독을 폭발적으로 역류시키는 절기, 설산음양화(雪山陰陽化)였다.
화아아악!
회색 돌 팔의 갈라진 틈새 사이로 시뻘건 용암 같은 핏빛 광채가 번뜩이며 상상을 초월하는 고온의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채찍을 타고 흘러간 열독은 순간적으로 뇌소룡이 두르고 있던 방어 내력을 순식간에 녹여버렸고, 그의 손바닥 가죽을 시커멓게 태워버렸다.
“아아아악! 내 손! 내 손이!”
뇌소룡이 비명을 지르며 채찍을 놓치고 단상 아래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그의 양손은 이미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 뼈가 보일 지경이었다. 오만하던 천재의 얼굴은 이제 죽음의 공포로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천위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외골격 장치도 없이 오직 단단하게 고정된 다리의 뼈대에 힘을 실어, 쓰러진 뇌소룡의 머리 위로 육중하게 다가갔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기 직전의 붉은 마성 잠식기(魔性蠶食期)의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사, 살려다오! 우리 아버지가 분타주다! 네놈이 나를 죽이면 이 광산의 노예들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뇌소룡이 바닥을 기며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비열한 협박이었으나 천위의 심장은 이미 차가운 돌과 같았다.
“내 아버지는 너희보다 더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천위는 돌 왼손을 머리 위로 높이 치켜들었다. 갈라진 돌 피부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온기가 그의 분노를 대변하듯 공명했다.
콰아아앙!
대지를 깨부수는 듯한 석마일격(石魔一擊)이 뇌소룡의 안면을 향해 그대로 낙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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