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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돌의 왼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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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황토 먼지와 매캐한 화약 냄새가 뒤섞인 지하의 공기는 언제나 차가웠다. 무너진 갱도의 틈새를 비집고 나온 석천위는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팔꿈치 아래가 통째로 회색 돌로 변해 있었다.


천위는 천천히 오른손을 뻗어 돌이 된 왼손을 움켜쥐었다. 차가웠다. 거칠거칠하고 단단한 바위의 표면, 쩍쩍 갈라진 틈새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명멸하는 붉은 마기의 흔적만이 이것이 한때 자신의 살과 피였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힘을 주어 꼬집어 보았으나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고통도, 온기도, 심지어 짓무른 상처에서 흘러내리던 피의 끈적임조차 소멸한 완벽한 침묵의 육체.


‘내 왼손은 이제 죽었다.’


천위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슬퍼할 여유는 없었다. 이 비정상적인 돌 팔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거워,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신형의 균열을 불러왔다. 대장간의 불길 속에서 단련해 온 가문의 기초 심법인 철련 심법(鐵鍊心法) 중, 골격을 쇠사슬처럼 촘촘히 엮어 고정하는 천련골경(鐵鍊骨勁)을 운용하지 않았다면 왼쪽 어깨관절이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진즉에 탈구되었을 터였다. 천위는 전신의 뼈마디를 무쇠처럼 굳건히 맞물려 고정하며 몸의 균형을 잡았다.


이제 지상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이 기괴한 돌 팔을 그대로 드러낸 채 광산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뇌진풍의 삼엄한 감시망과 간수들의 눈에 띄는 순간, 가문의 원수를 갚기도 전에 괴물로 몰려 처참하게 사살당할 것이 분명했다.


천위는 폐갱도 구석에 버려진 채굴 도구 상자 틈새를 뒤졌다. 먼지와 땀, 그리고 누군가의 마른 핏자국이 엉겨 붙은 채 방치되어 있던 거친 회색 삼베 붕대(灰色 麻布) 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퀴퀴한 악취가 코를 찔렀으나 지금의 천위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위장 도구였다.


그는 오른손과 이빨을 사용해 회색 삼베 붕대를 왼손가락 끝부터 팔꿈치 위쪽까지 촘촘하고 단단하게 감아올렸다. 갈라진 돌 피부 틈새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붉은 마기의 공명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붕대를 다 감은 뒤에는 광산 바닥에 널려 있는 붉은 철사흙(鐵砂土)과 시커먼 진흙을 짓이겨 붕대 표면에 무자비하게 문질렀다. 마치 무너진 돌더미에 깔려 뼈가 으스러지고, 피와 흙먼지에 절어 급히 상처를 동여맨 것처럼 보이도록 위장한 것이다.


준비를 마친 천위는 어둠을 틈타 쥐새끼처럼 소리 없이 움직였다. 그가 향한 곳은 가혹한 노역을 마친 노예들이 짐승처럼 구겨져 잠드는 철사광산 노예 막사(鐵砂鑛山 奴隸 幕舍)였다.


막사 내부는 좁고 습했다. 찌든 땀 냄새와 썩어가는 거적때기의 악취, 그리고 고된 노동에 신음하는 광부들의 거친 호흡 소리가 흙벽 사이에 가득 차 있었다. 천위는 소리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스며들었다.


“……천위 형님?”


막사 구석, 얇은 거적 한 장에 의지해 몸을 웅크리고 있던 약골 소년 삼식(삼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삼식의 목소리에, 그 옆에서 핏발 선 눈으로 멍하니 앉아 있던 거구의 소년 철두(철두)가 번개라도 맞은 듯 몸을 일으켰다.


“너, 너 살아 있었냐? 갱도가 통째로 무너졌다고 해서…… 내가 바위를 파내려고 했는데 간수 놈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막아서……!”


철두의 목소리가 격하게 떨렸다. 천위는 오른손을 입술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젖은 흙바닥에 천천히 주저앉았다. 철두는 천위의 왼팔을 감싸고 있는 흙먼지투성이의 거친 회색 삼베 붕대를 발견하고 안색을 굳혔다.


“팔이…… 많이 다친 거냐? 피가 다 말라붙었잖아.”


천위는 대답 대신 묵묵히 고개를 젓고는, 왼손을 슬며시 철두의 단단한 무릎 위에 얹었다.


쿵.


아주 가벼운 접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철두의 무릎뼈에서 묵직한 쇳소리가 섞인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철두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커졌다. 인간의 살과 뼈가 지닐 수 없는 비정상적인 무게와 단단함이었다. 철두가 놀라 비명을 지르려 하자, 천위가 그의 어깨를 오른손으로 지그시 눌렀다.


“철두야.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아버지를 죽인 그 개 같은 놈들의 목을 아버님의 무덤 앞에 바칠 때까지, 내 팔은 그저 부러진 팔일 뿐이다.”


철두는 단순하고 무식한 성정이었지만, 천위의 서늘하고 깊은 눈빛에 서린 결연한 의지를 읽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형님.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입을 열지 않으마.”


삼식 역시 천위의 곁으로 다가와 그의 먼지 묻은 적삼 자락을 꽉 쥐었다. 소년의 눈에는 천위가 어둠 속에서 돌아온 유일한 구원자처럼 보였다. 가문이 멸망하고 광산의 노예로 떨어져 매일 밤 피눈물을 흘리던 천위에게, 이 두 동료의 끈끈한 유대감만이 식어가는 심장의 온기를 붙잡아주는 유일한 보루였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쾅!


막사의 가늘고 낡은 목조 문이 거친 발길질에 비참하게 부서져 나갔다. 문짝이 흙바닥을 뒹굴며 매캐한 먼지를 피워 올렸다.


“전부 일어나라, 이 쥐새끼 같은 노예 놈들아!”


음산하고 포악한 목소리가 막사의 차가운 공기를 얼려버렸다. 횃불의 붉은 불빛을 앞세우며 걸어 들어온 자는 흑철삼살의 큰형이자 철사광산의 가혹한 질서를 통제하는 간수장, 철사일살(鐵鞭一殺)이었다. 그의 민머리에는 수많은 흉터가 가득했고, 온몸에는 날카로운 강철 가시가 촘촘히 박힌 쇠채찍, 철사편(鐵砂鞭)이 뱀처럼 감겨 있었다. 그 뒤로 삼류 무사(三流武士)의 경지에 달한 정예 간수 서넛이 무기를 쥔 채 삼엄한 기세로 버티고 섰다.


노예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웅크렸다. 철사일살은 매서운 안광으로 막사 내부를 훑어내리다, 구석에 앉아 있는 석천위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호오, 제3갱도가 통째로 무너져 내려 귀신이 되어 살점도 안 남았을 줄 알았더니, 멀쩡히 살아 돌아온 놈이 여기 있었군. 석천위, 네놈이 어떻게 그 죽음의 구덩이에서 기어 나왔지?”


철사일살이 철사편을 바닥에 질질 끌며 천천히 다가왔다. 쇠채찍이 돌바닥을 긁을 때마다 소름 끼치는 파공음과 쇳소리가 막사 내부에 울려 퍼졌다.


천위의 가슴 속에서 화석마공의 마성(魔性)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단전의 역류하는 마기가 들끓으며 돌로 변한 왼손 손가락 마디마디가 붉게 진동하려 했다. 하지만 천위는 아금니를 깨물었다. 지금 힘을 드러내면 이 좁은 막사 안의 동료들은 간수들의 칼날에 몰살당한다. 천위는 살기를 철저히 감추기 위해 가문 전승의 호흡법을 가동하며, 잔뜩 겁에 질린 비참한 노예처럼 몸을 잔뜩 웅크렸다.


철사일살은 천위의 앞에 멈춰 서서, 그의 왼팔을 감싸고 있는 두꺼운 회색 삼베 붕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붉은 흙과 피로 얼룩져 있었지만, 붕대의 굵기가 비정상적으로 두터웠고 무엇보다 그 실루엣이 기이할 정도로 꼿꼿했다.


“왼팔에 감은 그 더러운 넝마는 뭐냐? 숨겨둔 광물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면 다치기라도 한 건가?”


일살이 쇠채찍 끝으로 천위의 왼팔을 툭툭 건드렸다.


툭, 툭.


채찍 끝의 강철 가시가 삼베를 때릴 때마다, 인간의 살을 때리는 소리가 아닌 단단한 바위 벽을 타격하는 듯한 기이하고 둔탁한 마찰음이 발생했다. 철사일살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혀졌다.


“소리가 이상하군. 뼈가 부러진 소리가 아니야. 당장 그 붕대를 풀어라.”


천위가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자, 일살의 얼굴에 가학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직접 손을 뻗어 천위의 삼베 붕대 끝자락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 순간, 철두가 다급하게 천위의 앞을 가로막으며 무릎을 꿇었다.


“간수장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천위는 무너진 돌더미에 깔려 왼팔 뼈가 완전히 바스러졌습니다! 피가 멈추지 않아 제가 광산 구석에 버려진 더러운 삼베 조각으로 겨우 묶어둔 것입니다! 건드리면 뼈가 완전히 어긋나 죽을지도 모릅니다!”


“시끄럽다, 이 돼지 같은 놈이 감히 끼어들어?”


철사일살이 비웃으며 가차 없이 발길질을 날렸다. 퍽! 삼류 무사의 완력이 실린 발차기가 철두의 가슴팍을 직격했다. 철두의 거구가 뒤로 날아가 막사 흙벽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철두는 입가로 붉은 선혈을 울컥 토해내며 신음했다.


“철두 형!”


삼식이 비명을 지르며 철사일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려 매달렸다. “간수장님, 제발 천위 형을 살려주십시오! 다 제 잘못입니다!”


“귀찮은 벌레 새끼가!”


일살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둘러 삼식의 뺨을 후려쳤다. 짝! 매서운 파공음과 함께 삼식의 왜소한 몸이 바닥을 뒹굴며 기절했다. 소년의 터진 입술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려 흙바닥을 적셨다.


천위의 단전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폭주하려는 마기가 왼팔의 돌 피부 틈새를 뚫고 뿜어져 나오려 했다. 동료들이 자신을 지키려다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며, 그의 차가운 돌 심장 깊은 곳에서 억눌린 살의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천위는 이를 악물었다. 입술 사이로 핏물이 배어 나왔다.


‘참아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 놈들의 목을 단 한 번에 끊어낼 기회를 잡아야 한다.’


천위는 천련골경을 극의로 운용하여 뼈마디를 조였다. 폭주하려는 마기를 왼팔 아래 영역에 강제로 가두며, 스스로를 차가운 바위처럼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철사일살은 천위의 웅크린 어깨를 비웃으며, 잡고 있던 삼베 붕대의 끝자락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스르륵.


피와 붉은 흙에 절어 있던 거친 회색 삼베 붕대가 소리 없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한 바퀴, 두 바퀴. 거친 삼베의 올이 풀릴 때마다 그 아래 감춰져 있던 기괴한 형체가 드러났다.


붉은 진흙 위장을 뚫고, 생명력을 잃어 차갑게 식어버린 회색빛 돌 피부가, 바위 표면처럼 거칠게 갈라진 기괴한 질감이 횃불 불빛 아래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뭐냐?”


철사일살의 눈동자가 경악과 의아함으로 좁혀졌다. 인간의 살결이 아닌, 완벽한 돌의 형상. 일살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삼베가 반쯤 풀려 노출된 천위의 회색 돌 피부를 향해 거친 손가락 끝을 뻗었다.


일살의 손가락이 천위의 온기 없는 차가운 회색 돌 피부에 닿기 바로 직전, 막사 안의 숨소리마저 얼어붙는 일촉즉발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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