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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장부와 흑철의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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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횃불 불빛 아래, 지하 감옥 출구를 가로막은 포교들의 장도 끝이 천위의 돌 가슴을 향해 예리하게 겨누어졌다.


지하 감옥의 좁고 축축한 통로는 도망칠 곳 없는 외길이었다. 수십 명의 관군과 사파 무사들이 겹겹이 포위망을 짠 채 서서히 좁혀오고 있었다. 구출된 서기 노식과 광부들의 가족들은 천위의 거대한 등 뒤에서 숨을 죽인 채 바르르 떨었다. 천위의 가슴은 이미 왼쪽 어깨부터 쇄골 전면까지 하얗게 돌로 변해 굳어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부가 석벽에 눌린 것처럼 거친 마찰음이 울렸고, 굳어버린 다리는 한 걸음을 떼는 것조차 천근만근의 무게로 짓눌렀다.


“네놈이 아무리 돌괴물이라 한들, 이 좁은 굴속에서 저 수많은 창칼과 쇠뇌를 모두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으냐! 당장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현감 오창의 명을 받은 포교 장한이 장도를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러나 천위의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돌 왼손이 오십 근 무게의 강철 곡괭이를 더욱 단단히 움켜쥐었다. 기동성이 떨어진 천위에게 이 좁은 감옥 통로는 오히려 최적의 전장이었다. 적들이 수적 우위를 살려 사방에서 포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천위는 가문 비전의 내공인 철련 심법(鐵鍊心法)의 진기를 뼈마디마다 사슬처럼 촘촘히 엮어 두르는 천련골경(鐵鍊骨勁)을 극한으로 가동했다. 골격이 무쇠처럼 고정되자, 그는 앞으로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막아라! 쏴라!”


장한의 비명이 터짐과 동시에 무수한 쇠뇌 화살과 장도들이 천위를 향해 들이닥쳤다. 그러나 천위는 피하지 않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왼팔과 하얗게 굳어버린 가슴 전면을 방패 삼아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깡! 깡! 퍼억!


화살들이 그의 석화된 가슴과 왼팔에 부딪혀 무력하게 튕겨 나갔다. 석벽화신(石壁化身)의 절대적인 방어력이었다. 적들이 경악하는 찰나, 천위의 오른손에 쥔 강철 곡괭이가 호선을 그리며 수직으로 낙하했다. 무시무시한 완력과 오십 근의 질량이 실린 일격, 철정격(鐵釘擊)이었다.


콰아아앙!


단 한 방의 격타에 전방을 가로막고 있던 철제 방패들이 종이장처럼 찢겨 나갔고, 그 뒤에 서 있던 관군 무사 서너 명이 가슴뼈가 함몰된 채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천위는 멈추지 않고 곡괭이 자루를 휘둘러 통로 벽면을 후려쳤다. 콰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의 흙더미와 바위들이 무너져 내리며 관군들의 추격로를 완벽하게 차단했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천위는 노식과 생존자들을 부축하여 마칠이 열어둔 비밀 하수구를 통해 황토현 외곽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


깊은 밤, 북부 황무지 깊은 곳에 위치한 백석 마을 피난처.


간신히 추격을 따돌리고 피난처 마을의 허름한 목조 막사에 도착한 천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앉았다. 가슴의 석벽이 폐를 압박해 올 때마다 목구멍에서 쇠 냄새가 섞인 둔탁한 기침이 새어 나왔다. 아란이 다급히 다가와 그의 가슴과 어깨 주변에 한철 은침을 놓아 기혈을 다스렸다. 침끝이 살을 찌를 때마다 천위의 미간이 좁혀졌지만, 이미 완벽하게 돌로 변해버린 왼팔만큼은 그 어떤 자극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감각도, 온기도 거세된 차가운 바위의 질감뿐이었다.


그때, 고문의 상처를 치료받은 늙은 서기 노식이 품속에서 뇌진풍의 비자금 장부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그의 손가락 끝이 장부의 기괴한 숫자들과 암호들을 짚어 내려갔다.


“천위 소협, 이 장부는 단순한 금은보화의 세탁 기록이 아닙니다. 뇌진풍이 철사광산에서 광부들을 혹사하며 채굴한 진짜 목적이 여기에 적혀 있습니다.”


노식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천위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노식이 장부 뒷장에 숨겨진 붉은 밀랍 봉인의 밀서를 가리켰다.


“흑철교가 노렸던 진짜 보물은 철광석이 아니라, 대지 깊은 곳에서만 나오는 고밀도의 ‘영석(靈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영석들을 북부 전역의 거점에 상납하여, 흑철교 교주 사도천이 완성하려는 금단의 대법…… ‘천마석화대법(天魔石化大法)’의 제단 동력원으로 삼으려 했던 것입니다. 소협의 부친 석철심 아저씨는 그 영석들을 무기에 주조해 사악한 병기를 만들라는 요구를 거절하다가 고문대 위에서 돌아가신 것입니다.”


철사광산의 진짜 목적과 부친의 죽음 뒤에 숨겨진 숭고한 진실이 마침내 백일하에 드러났다. 천위는 품속의 녹슨 망치를 꽉 움켜쥐었다. 아버지는 굴복해 죽은 것이 아니라, 대장장이의 고결한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장엄한 슬픔이 그의 단전을 뒤흔들었다.


그 순간, 막사 문이 거칠게 열리며 행동대장 칠성이 들이닥쳤다. 그의 얼굴은 흙먼지와 공포로 범벅되어 있었다.


“대장님! 큰일났습니다! 백석 마을의 유일한 식수원이자 광산 지하 암반에서 솟아오르는 적혈 온천(적혈 온천) 주변에 기괴한 녹색 도포를 입은 괴인이 나타났습니다! 그자가 온천수 속에 시커먼 독액을 풀려 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그 물을 마시면 모두 떼죽음을 당할 겁니다!”


“녹색 도포…….”


아란이 그 말을 듣고 안색이 하얗게 질려 손을 떨었다.


“약왕곡(藥王곡)의 사독의원 마독(마독)이에요! 뇌진풍의 사형이자 독공의 대가예요. 뇌진풍이 음모가 누출된 것을 막기 위해 마을 전체를 몰살하려는 거예요!”


천위는 망설임 없이 대검 자루 대신 자신의 강철 곡괭이를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슴의 석벽이 비명을 지르며 호흡을 가로막았으나,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


“내가 간다. 내 동료들을 건드리는 자는 그 누구도 살려두지 않는다.”


***


황량한 바위산 사이, 붉은 유황 성분과 철분이 녹아내려 핏빛 김을 뿜어내는 적혈 온천 수문 지대.


자욱한 붉은 안개 속에서, 녹색 도포를 걸친 사독의원 마독이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온천수 방출구 바위 위에 서 있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사독심경(四毒心經)의 사악한 독기로 인해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고, 품속에서 꺼낸 호리병에는 뼈와 가죽을 녹여버리는 가공할 산성 독약인 부골수(腐骨水)가 담겨 있었다.


“흐흐흐, 쓸모없는 노예 놈들이 감히 분타의 비밀을 훔치고 도망쳐? 이 부골수 한 병이면 온천수를 마시는 백 명의 목숨이 반나절 만에 녹아내릴 터이다.”


마독이 호리병의 마개를 열고 독액을 흘려보내려던 그 순간, 붉은 유황 안개를 뚫고 묵직한 발소리가 대지를 흔들며 다가왔.


쿵. 쿵. 쿵.


하얗게 굳어버린 왼쪽 상반신을 감싸 쥔 채, 오십 근의 검푸른 강철 곡괭이를 어깨에 짊어진 소년이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의 절반이 석상처럼 굳어 표정이 사라진 석천위였다.


“누구냐!”


마독이 날카롭게 소리치며 안광을 번뜩였다. 이내 소년의 기괴한 돌 왼팔과 하얗게 굳은 가슴을 발견하고는 탐욕스러운 광소를 터뜨렸다.


“아하! 네놈이 바로 사제 뇌진풍이 말하던 그 기이한 돌 육체의 노예 놈이로구나! 네놈의 그 단단한 껍질을 해부하면 불로장생의 비약을 만들 수 있겠지. 제 발로 죽으러 오다니 기특하구나!”


천위는 대답 대신 대지를 향해 자신의 오른발을 강하게 내딛었다. 단전의 마기를 양발 끝에 집중시켜 지면을 짓밟는 절기, 지열진각(地裂震脚)이었다.


쿠구구구궁ㅡ!


마독이 서 있던 온천 바위 지대가 붉은 마기의 파동과 함께 사방으로 갈라지며 흙먼지 폭풍이 일어났다. 대지가 거세게 요동치자 중심을 잃은 마독의 신형이 비틀거렸다. 독약을 풀려던 그의 손끝이 흔들리며 호리병이 바닥에 떨어질 뻔했다.


“이, 이 기괴한 힘은 무어냐!”


마독이 분노하며 공중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의 양손 끝에서 검푸른 독안개가 폭발하듯 피어올랐다. 피부와 경맥을 단숨에 녹여버리는 가공할 사독수(蛇毒手) 장풍이었다.


“감히 내 앞길을 막아서다니! 사독심경의 독기 앞에 뼈째로 녹아내려라!”


쉬이이익!


공기를 부식시키는 시커먼 독수 장풍이 천위의 가슴을 향해 매섭게 내리꽂혔다. 일반적인 무인이라면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문드러지고 장기가 녹아내릴 치명적인 일격이었다.


그러나 천위는 피하지 않았다. 아니, 굳어버린 왼쪽 상반신으로는 피할 수도 없었다. 천위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자신의 회색 돌 왼손을 뻗어, 날아오는 마독의 독수 장풍을 정면에서 움켜잡았다.


치이이이이익ㅡ!


마독의 검푸른 독기가 천위의 돌 손바닥에 닿는 순간, 지독한 연기와 함께 타오르는 소리가 고요한 온천 지대에 울려 퍼졌다. 일반적인 가죽과 쇠마저 녹여버리는 부골독의 위력이었다.


“하하하! 어떠냐! 사독심경의 부식독 맛이! 네놈의 돌 껍질도 뼈째로 녹여주마!”


마독이 광소를 터뜨렸으나, 그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연기가 걷힌 천위의 돌 왼손은 지독한 부식독을 뒤집어썼음에도 단 한 치의 상처도, 부식의 흔적도 없이 멀쩡했다. 오히려 차가운 회색 바위의 광채만을 뿜어내고 있을 뿐이었다.


돌로 변해버린 왼팔의 경맥과 혈도는 이미 생명력을 잃고 완벽하게 굳어버린 상태였다. 피가 흐르지 않고 신경이 죽어버린 돌 육체 앞에서는, 기경팔맥을 타고 침투하는 마독의 사독수 독공 따위는 아무런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석화 경맥의 해독 면역(석화 경맥의 해독 면역)이라는 기이한 신체적 비밀이 최초로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어…… 어째서 독기가 경맥을 타고 흐르지 않는 거지?! 네놈은 인간이 아니란 말이냐!”


마독의 눈동자가 극도의 공포와 경악으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천위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마독의 시커먼 손목을 움켜쥔 돌 왼손에 가공할 완력을 주었다.


“내게는 더 이상 흘러갈 피도, 느낄 고통도 없다.”


뽀각! 콰드득!


천위의 무감각한 돌 손가락이 죄어오자 마독의 손목뼈가 단숨에 바스러졌다. 마독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독안개를 살포해 천위의 시야를 가리려 했으나, 천위는 호흡을 멈춘 채 오직 대지의 진동과 소리만으로 그의 위치를 정확히 감지했다.


천위는 오른손의 강철 곡괭이를 가볍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마독의 가슴팍을 향해 무자비하게 내리찍었다.


콰직!


오십 근 강철 곡괭이 끝에 박힌 검푸른 현철의 날이 마독의 가슴뼈를 관통해 등 뒤로 솟구쳐 올랐다. 마독은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피를 토하며 고문대 위의 고문귀처럼 처참하게 최후를 맞이했다.


천위는 핏물이 흘러내리는 곡괭이를 거두어 어깨에 짊어졌다. 수원은 안전하게 지켜냈으나, 그의 왼쪽 가슴 쇄골 부위의 돌 피부가 미세하게 넓어지며 다시 한번 차가운 석화의 전조가 그의 숨통을 조여왔다. 멀리 황토현 성읍 너머 분타 관저 방면에서, 분노한 뇌진풍이 모든 정예 무사들을 집결시키기 시작하는 거대한 살기가 바람을 타고 불어오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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