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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마을의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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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지련실의 두꺼운 철제 목판 문이 비명을 지르며 산산조각 났다. 부서진 문틈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매캐한 유황 연기와 붉은 횃불의 잔광 속에서, 석천위는 검푸른 빛을 뿜는 강철 곡괭이 자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오십 근에 달하는 가공할 중량이 그의 돌 왼손에 묵직하게 감겨왔다.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차가운 돌 팔이었지만, 단전에서부터 솟구치는 쇳가루 같은 진기가 무기 자루를 타고 흐르는 것만큼은 뼈저리게 느껴졌다.


“철기 노인! 뇌진풍 분타주님의 눈을 피해 이 쥐구멍 같은 지하에서 쇠를 두지질하고 있었군!”


횃불을 든 자들의 선두에서 가죽 안대를 찬 사내가 기괴하게 웃으며 걸어 나왔다. 한쪽 눈에 서린 살기, 턱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거칠고 흉포한 얼굴. 황토현 인근 바위산에서 악명을 떨치던 마적단 두목, 독안룡(獨眼龍)이었다. 그의 손에는 뇌진풍에게 상납받았다는 명검급 강철 대도, 독룡도(毒龍刀)가 기괴한 푸른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독안룡……! 뇌진풍의 사냥개 놈이 기어이 이곳까지 냄새를 맡고 왔구나!”


철기 노인이 절뚝거리는 다리로 주조대를 가로막으며 도끼를 치켜세웠다. 그의 등 뒤에는 방금 전 천위의 석화를 막아내기 위해 전신의 진기를 소모하고 하얗게 질린 채 쓰러져 있는 아란이 있었다. 아란은 숨을 헐떡이며 천위의 옷자락을 잡으려 했으나,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바닥에 미끄러졌다.


“물러서십시오, 노인장.”


천위의 목소리는 지하 동굴의 고여 있는 물처럼 차갑고 고요했다. 그의 왼쪽 상반신은 어깨부터 쇄골, 가슴 전면까지 하얗게 돌 껍질로 뒤덮여 굳어 있었다. 다리 역시 마비 증세가 온전히 풀리지 않아 한 걸음을 디딜 때마다 관절에서 둔탁한 마찰음이 울렸다. 기동성은 최악이었으나, 그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에는 흔들림 없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


“불구자 노예 놈이 기괴한 돌 팔을 믿고 까부는구나! 그 고철 덩어리로 내 독룡도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더냐!”


독안룡이 광소를 터뜨리며 신형을 날렸다. 그의 대도가 허공을 가르며 푸른 검풍을 일으켰다. 바람을 찢고 사정없이 베어 들어오는 참마도법(斬馬刀法)의 극의였다. 대도의 궤적은 천위의 굳어버린 왼쪽 목덜미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속도였다. 천위의 굳어버린 왼쪽 상반신으로는 그 날카로운 검로를 보고도 신형을 피할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천위는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굳어버린 양다리를 대지 깊숙이 고정했다. 가문 비전의 내공인 철련 심법(鐵鍊心法)의 진기를 뼈마디마다 쇠사슬처럼 촘촘히 엮어 두르는 천련골경(鐵鍊骨勁)을 극한으로 가동했다. 그의 뼈대는 단단한 무쇠 그물처럼 굳어 오십 근의 중량을 지탱할 완벽한 지지대가 되었다.


천위는 돌 왼손으로 강철 곡괭이 자루를 움켜쥐고,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가문 대장간에서 수만 번 쇠를 두드리던 망치질의 궤적, 오직 파괴만을 위해 태어난 묵직한 초식인 철정격(鐵釘擊)이었다.


콰아아아앙ㅡ!


강철 곡괭이 끝에 박힌 현철 파편의 푸른 불꽃이 독안룡의 독룡도 날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련실 전체가 무너져 내릴 듯한 뇌성벽력 같은 굉음이 지하 공동을 뒤흔들었다.


“무, 무슨 힘이……!”


독안룡의 오만한 미소가 순식간에 경악으로 뒤틀렸다. 그가 자랑하던 명검 독룡도의 날이 오십 근 강철 곡괭이의 압도적인 질량과 천위의 돌 팔이 뿜어내는 가공할 완력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쩌적! 콰드득!


강철 대도의 허리가 반으로 갈라지며 일천 개의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곡괭이의 검푸른 날 끝은 멈추지 않고 독안룡의 두 손목을 그대로 짓눌렀다. 뼈가 바스러지는 끔찍한 파공음과 함께 독안룡의 무릎이 꺾였다.


“끄아아아악!”


독안룡은 박살 난 손목을 움켜쥐고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단 한 번의 격타에 이류 극치의 도객이 완벽하게 무력화된 것이다. 뒤에서 대기하던 마적단 조무래기들이 겁에 질려 일제히 화살을 쏘아댔으나, 천위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쉬쉬쉭! 타각!


날아오는 화살들이 천위의 회색 돌로 변한 왼팔과 어깨에 부딪쳐 힘없이 튕겨 나갔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차가운 방패, 석벽화신(石壁化身)의 절대적인 방어력이었다. 천위는 화살 세례를 몸으로 받아내며 한 걸음씩 묵묵히 전진했다. 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지련실 바닥의 돌가루를 짓밟을 때마다 마적들은 귀신을 본 듯 뒤로 자빠졌다.


“히익! 괴, 괴물이다! 돌괴물이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움직이면 대가리를 깨부수겠다.”


천위의 쇳소리 섞인 목소리가 지련실을 얼려버릴 듯 차갑게 내려앉았다. 마적들은 무기를 내팽개치고 무릎을 꿇었다. 천위는 바닥에서 신음하는 독안룡의 목덜미를 돌 손가락으로 가볍게 움켜쥐어 들어 올렸다. 굳어버린 손가락 끝의 압박에 독안룡의 안색이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말해라. 뇌진풍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지?”


“켁, 캑…… 살려, 살려다오……! 분타주님이…… 황토현 지하 감옥에 갇힌 탈출 광부들의 가족과 저항하는 백성들을…… 내일 정오에 전부 처형해…… 본교의 제단에 바칠 제물로 삼으려 하신다……!”


독안룡이 목숨을 구걸하며 쏟아낸 자백은 지련실 안의 모두를 분노로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가족들을…… 제물로?”


천위의 눈동자가 마공의 마성에 반응하듯 순간적으로 붉게 충혈되었다. 품속의 녹슨 망치가 그의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지 않았다면, 당장이라도 독안룡의 목을 비틀어 발살해 버렸을 터였다. 천위는 떨리는 숨을 들이쉬며 독안룡을 바닥에 내팽개쳤다.


“노인장, 아란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대장간 거리의 장인들과 광부들의 가족들을 깨워 피신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천위야, 황토현 전체가 흑철교의 감시 아래 있다. 갈 곳이 어디 있단 말이냐?”


철기 노인이 걱정스레 물었다. 천위는 강철 곡괭이를 어깨에 짊어지며 단호하게 말했다.


“북부 황무지 깊은 곳에 척박하지만 돌이 많아 흑철교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백석 마을(白石 마을)입니다. 그곳으로 그들을 이끌고 가겠습니다. 내가 그들의 방패가 될 것입니다.”


그날 밤, 석천위는 탈진한 아란을 등에 업고, 절뚝거리는 철기 노인과 대장간 거리의 장인들, 그리고 피난민들을 이끌고 황토현의 어두운 성벽 사각지대를 기어 나갔다. 광부 대탈출 작전(鑛夫 大脫出 作詞)의 서막이었다.


차가운 북부의 황무지 바람이 밤하늘을 갈랐다. 천위는 굳어버린 다리의 통증을 가문 심법의 힘으로 억누르며 묵묵히 걸었다. 그의 옆에는 철두와 칠성을 비롯한 북부 광부 의용군(北部 鑛夫 義勇軍)의 장정들이 횃불을 끈 채 경계를 서며 동행하고 있었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일행은 거친 암반 지대 사이에 숨겨진 소박한 자치령, 백석 마을에 정착할 수 있었다. 척박한 돌산 속의 흙막사들이 피난민들을 맞이했다.


피난민들은 자신들을 위해 피를 흘리며 우뚝 서서 길을 밝혀준 소년, 석천위를 바라보았다. 그의 회색빛 돌 팔과 하얗게 굳어버린 가슴은 기괴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 누구도 그를 괴물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비친 천위는 자신들을 사파의 마수로부터 지켜준 유일한 영웅이자, 단단한 ‘방패’였다.


아란은 차가운 바위 위에 앉아 천위의 왼팔을 감싸고 있던 해진 삼베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갈라진 돌 피부 사이로 붉은 마기가 희미하게 명멸하고 있었다. 아란은 떨리는 손으로 약초 즙을 바르며 천위의 무감각한 돌 뺨을 바라보았다.


“천위 씨…… 조금만 더 버텨줘요. 제발…….”


소녀의 따뜻한 눈물이 천위의 차가운 돌 어깨 위로 떨어졌다. 천위는 그 온기를 미세하게 느끼며, 멀리 황토현 성읍의 붉은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동료들을 구하기 위한 분노의 불꽃이 다시 한번 검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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