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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철벽, 동문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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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져가는 칼날을 움켜쥔 패도의 오른손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 칼자루를 적셨다. 빗물과 피가 뒤섞인 액체가 묵직한 귀두도(鬼頭刀)의 손잡이를 타고 흘러내려 대지를 적셨지만, 패도는 칼자루를 쥔 아귀힘을 늦추지 않았다.


쩡――!


뇌패의 쌍철도끼가 패도의 귀두도 날을 정면으로 짓누르며 기괴한 마찰음을 뿜어냈다. 칼날 중앙에 새겨진 실금 균열이 붉은 핏빛을 머금은 채 미세하게 떨렸다. 조금이라도 횡력을 가했다가는 수십 년간 수많은 목을 베어온 이 철도가 단숨에 산산조각 날 터였다.


"크하하하! 대역죄인 형패도! 네놈의 무기도, 그 가냘픈 목숨도 여기서 끝이다!"


붉은 수염을 휘날리며 뇌패가 온몸의 몸무게를 실어 도끼를 내리눌렀다. 구 척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외공의 압박은 실로 태산이 무너지는 듯했다. 왼쪽 어깨의 마비 독은 이미 목덜미까지 타고 올라와 감각을 완전히 앗아갔다. 왼손은 오직 가슴팍에 안긴 아기 임해운을 단단히 움켜쥐는 방패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오직 오른손 하나로 이 가공할 괴력을 버텨내야 했다.


패도는 명경지수 심법(明鏡지수 心法)을 한계까지 끌어올렸다. 분노와 절박함이 단전을 뒤흔들었으나, 그의 마음은 잔잔한 호수처럼 고요했다. 적의 도끼 자루가 미세하게 떨리는 궤적, 그리고 그 뒤를 굳건히 받치고 있는 곽철의 철갑 방패진이 자로 잰 듯 눈앞에 그려졌다.


‘정면으로 힘을 겨루면 칼이 먼저 부러진다. 부러진 칼날은 아기의 목을 찌를 터.’


패도는 억지로 내력을 폭발시켜 뇌패를 밀어내려 했다. 단전의 진기를 급격히 회전시켜 대지를 딛고 선 양발로 밀어 넣었다.


쿵!


그러나 동문을 가로막은 곽철의 중갑 보병 백 명은 이미 지맥진기(地脈眞氣)를 시전하며 기마식 하체 고정으로 방패 장벽을 지탱하고 있었다. 패도가 밀어 넣은 정면의 내력이 방패 벽에 부딪쳐 고스란히 역류했다.


"커헉!"


패도의 가슴팍에서 거친 기침과 함께 피가 솟구쳤다. 뒤틀린 경맥이 비명을 질렀고, 등의 상처에서 독기가 심장 쪽으로 한 치 더 파고드는 격통이 일었다. 정면 돌파를 노린 일차적인 강공이 완벽히 무력화된 것이다. 뇌패는 패도가 피를 토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남은 한 자루의 도끼를 수평으로 휘둘렀다. 정확히 아기의 머리가 위치한 가슴팍을 노린 궤적이었다.


패도는 참수인의 보법(斬首步)을 밟으며 신형을 비스듬히 꺾었다. 동시에 오른손의 귀두도를 수직으로 세워 도끼날의 측면을 쓸어내리듯 비껴냈다.


끼이이이익――!


소름 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뇌패의 쌍철도끼가 비껴가며 대지를 찍었다. 뇌패의 거구가 앞으로 쏠리는 찰나, 패도는 몸을 반 바퀴 회전시키며 마비된 왼쪽 어깨로 그의 가슴을 들이받았다. 쿵 하는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구 척 거구의 뇌패가 뒤로 몇 걸음 비틀거렸다. 철벽 같던 수비대에 찰나의 빈틈이 생긴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해 곽철이 이끄는 중갑 보병들이 대형 철벽 방패를 밀어붙이며 포위망을 좁혀왔다. 쇠사슬로 연결된 방패 장벽은 패도의 오른팔을 물리적으로 묶어 고사시키려 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성문은 이제 겨우 한 자 남짓한 틈만을 남겨둔 채 무거운 쇠사슬 소리를 내며 닫히고 있었다.


패도는 허리춤에서 가죽 주머니를 낚아챘다. 동문 무기고를 급습했을 때 탈취했던 금위군 철화약(鐵火藥)이었다.


‘이것으로 장벽의 숨통을 끊는다.’


패도는 철화약 주머니를 곽철의 방패진 정중앙, 방패와 방패가 맞물려 사슬로 연결된 틈새를 향해 던졌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귀두도의 칼날을 대리석 바닥을 향해 거칠게 긁어내렸다.


카강!


폭우 속에서도 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불꽃이 튀어 올랐다. 튀어 오른 불꽃이 낙하하던 화약 주머니에 닿는 순간――


콰아아앙――!


천지를 진동하는 굉음과 함께 붉은 화염이 폭발했다. 화약의 폭풍과 함께 사방으로 찢어진 철갑 파편과 흙돌이 비산했다. 자욱한 황색 연기와 화약 냄새가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부두 전체를 뒤덮었다. 방패를 맞잡고 서 있던 중갑 보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튕겨 나갔고, 견고하던 철벽방패진의 중심이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눈이 멀었다! 대열을 정비해라!"


곽철이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이미 늦었다. 패도는 연기 속을 뚫고 폭풍처럼 진격했다. 오른손 하나로 귀두도를 움켜쥔 그의 손가락 뼈가 하얗게 드러났다.


단전의 모든 기를 쥐어짜 내어 칼날 끝에 응축시켰다. 귀두도의 붉은 실금 균열을 감싸 안듯, 검붉은 도기가 칼날 표면을 얇고 단단하게 메웠다.


도기 응축 참(刀氣凝縮).


그리고 이어진 군진 파쇄 도법(군진 파쇄 도법)의 극의가 펼쳐졌다.


귀살 제7참: 지옥의 문(地獄門)!


패도가 귀두도를 지면에서부터 대각선 위로 강하게 쳐올렸다. 검붉은 도기 폭풍이 대지를 쩍 갈라놓으며 전방으로 뻗어 나갔다. 곽철이 필사적으로 들어 올린 대형 철벽 방패의 정중앙에 패도의 칼날이 박혔다.


쩍! 쩌적!


백련정철로 만들어진 방패가 패도의 묵직한 참격과 도기의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이음새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 패도는 칼날을 비틀며 힘의 균형을 와해시켰고, 곽철의 방패는 단숨에 반으로 쪼개져 나갔다. 방패를 쥐고 있던 곽철의 손목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그가 뒤로 자빠졌다. 철벽 같던 보병진이 완벽히 와해되었다.


"이 역적 놈이――!"


그때, 연기 속에서 뇌패가 부러진 도끼 자루를 쥔 채 광포하게 들이닥쳤다. 그의 한쪽 눈은 화약 폭발로 흘러내린 피로 물들어 있었으나, 남은 눈에는 오직 광기 어린 살기만이 가득했다. 마지막 단 발의 기습이었다.


패도는 피하지 않았다. 명경지수의 투명한 감각 속에서 뇌패의 목덜미, 목뼈 두 번째 마디의 미세한 틈새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평생 참수대 위에서 수천 번을 베어온 바로 그 자리였다.


스윽.


귀두도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조차 내지 않고 한 선의 검붉은 궤적을 그렸다.


서걱.


무거운 쇠도끼가 패도의 머리맡을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 뇌패의 목이 저항 없이 분리되어 허공으로 솟구쳤다. 붉은 선혈이 분수처럼 뿜어지며 쏟아지는 빗물 속으로 흩어졌다. 거대한 뇌패의 신체가 단상 아래로 무너지듯 바닥에 쿵 하고 주저앉았다.


"뇌패 장군님이 당하셨다!"


"성문을 닫아라! 성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란 말이다!"


뇌패의 부하 장충이 비명을 지르며 성벽 위 누각으로 뛰어올라 성문 개폐용 무쇠 사슬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겼다. 덜커덕거리는 굉음과 함께 성문의 무쇠 빗장이 내려앉으려 했다. 틈새는 이제 반 자도 남지 않았다. 패도의 몸이 도달하기 전에 성문이 완전히 차단될 위기였다.


바로 그 순간, 성벽 아래 그늘에서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던 늙은 문지기 관평이 움직였다.


그의 눈동자에는 일평생 군인으로서 지켜온 규율과,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둔 은혜 사이의 고뇌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과거 임회남 대장군의 휘하에서 목숨을 건졌던 병사였다. 법보다 고결한 의리가 늙은 무관의 심장을 깨웠다.


"장 장군, 그 손을 놓게."


"관평 장군?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빨리 사슬을 잡아당기――"


챙――!


관평이 하사받은 명검 추풍검을 뽑아 장충의 목덜미를 가차 없이 그어버렸다. 장충이 비명을 지르며 성벽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관평은 지체 없이 성문 중앙 통제 사슬 장치를 향해 검을 내리쳤.


깡! 깡! 쩡――!


사슬 고리가 끊어지며 무거운 철퇴 역할을 하던 반동 장치가 거꾸로 돌아갔다. 닫혀가던 무쇠 성문이 엄청난 반동과 함께 굉음을 내며 다시 양옆으로 강제로 열려젖혀졌다.


쿠구구구궁!


성문이 강제로 열리며 서늘하고 거친 황도 외곽의 밤바람이 패도의 핏빛 도포를 때렸다. 그 너머로 끝없는 어둠과 자유의 평원이 보였다.


패도는 성문 앞에 서서 피 묻은 검을 쥔 채 자신을 바라보는 관평을 응시했다. 관평의 늙은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형패도…… 임 대장군님의 마지막 핏줄을…… 반드시 살려내게."


관평은 나직하게 읊조린 후, 스스로 검날을 자신의 목에 들이댔다. 군 규율을 어기고 대역죄인을 도운 대가, 그리고 나라의 법을 배신한 군인으로서의 마지막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자결이었다.


스으윽.


선명한 핏줄기가 늙은 무관의 목덜미를 적셨고, 관평은 미소를 지은 채 차가운 성문 바닥 위로 천천히 쓰러졌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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