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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의 밀고와 개방의 짚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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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헌 객잔을 집어삼킨 불길은 하늘을 찌를 듯이 솟구쳤으나, 쏟아지는 폭우는 그 뜨거운 열기마저 차갑게 식히며 검은 연기로 화하여 빈민가의 골목길을 가득 메웠다. 매캐한 연기와 빗물이 뒤섞인 안개 속에서, 형패도는 가슴에 안긴 아기 해운의 온기를 느끼며 달렸다. 왼손으로 아기의 머리와 몸을 단단히 감싸 안은 탓에, 그의 오른손만이 삼십 근의 묵직한 귀두도를 쥐고 있었다.


왼쪽 어깨에 깊숙이 박혔던 매화랑의 독단검 상처는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마비 독을 뿜어내고 있었다. 칠색사독(七色蛇毒). 살을 파고드는 극독의 한기가 그의 왼쪽 어깨에서부터 목덜미를 타고 단전으로 서서히 내려앉고 있었다. 기혈이 막힐 때마다 패도의 거구는 미세하게 흔들렸다.


타닥, 타다닥!


골목 저편에서 들려오는 철갑의 마찰음과 사냥개들의 사나운 짖음 소리는 숨통을 조여오는 올가미와 같았다. 패도는 골목 모퉁이를 돌며 지상의 촘촘한 금위군 포위망을 우회하기 위해 담장 위로 신형을 날리려 했다. 단전에 힘을 모으고 다리 근육을 팽팽하게 당기는 순간, 왼쪽 어깨의 상처가 비명을 질렀다. 독기가 기혈을 타고 심장으로 역류하는 격통에 그의 안구가 충혈되었다.


“흐읍!”


도약은 형편없이 낮았다. 성벽 위 초소 경비병의 눈길이 미치기 직전, 패도는 젖은 벽돌 벽을 손끝으로 긁으며 진흙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담장 위를 순찰하던 금위군 병사의 횃불 빛이 그가 떨어진 자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마터면 발각될 뻔한 순간이었다. 등의 독화살 상처에 매화랑의 마비 독까지 더해져, 그의 초일류 도객으로서의 신체 능력은 이미 평소의 육할 이하로 떨어져 있었다. 무리한 도약은 자멸을 부를 뿐이었다.


패도는 어둠이 짙게 깔린 막다른 골목길 안쪽으로 몸을 숨겼다. 사방에서 횃불 무리가 좁혀오고 있었다. 진흙탕 물이 고인 바닥에 거친 호흡을 몰아쉬는 순간, 골목 구석의 썩은 가마때기 뒤에서 기이한 기척이 느껴졌다.


스슥.


패도가 본능적으로 귀두도를 가로지르며 살기를 뿜어내려 하자, 어둠 속에서 조그만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형, 접니다! 검을 거두십시오!”


등불도 없이 어둠 속에서 나타난 자는 개방의 황도 분타주 오가였다. 그의 뒤에는 땟물이 흐르는 얼굴에 눈빛만은 별처럼 빛나는 어린 소년 거지, 개똥이가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오가…….”


“시간이 없습니다. 금위군의 움직임이 너무 정교합니다. 보통의 수색이 아닙니다.”


오가의 얼굴은 빗물과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는 골목 밖을 경계하며 다급하게 속삭였다.


“승상부의 밀탐들이 대형의 무공 약점과 도주로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임 장군님의 동생인 임무남, 그 탐욕스러운 개 같은 자가 벼슬을 얻기 위해 조경신에게 대형의 모든 정보를 팔아넘겼습니다! 귀살십이참의 왼쪽 방어 맹점과 대형이 즐겨 쓰던 비밀 통로까지 전부 밀고당했습니다!”


임무남의 추악한 밀고. 그 한마디에 패도의 이빨이 서늘하게 맞물렸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혈육의 배신이 아기 해운의 목숨을 옥죄고 있었다. 분노로 단전의 피가 끓어올랐으나, 패도는 억지로 기혈을 가라앉히며 명경지수 심법을 유지하려 애썼. 지금 날뛰면 가슴속의 여린 생명이 가장 먼저 바스러질 터였다.


“대형, 저희가 길을 열겠습니다.”


오가가 품에서 개방 분타주의 전령 신표를 꺼내 쥐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개똥아, 준비한 것을 실행해라.”


어린 거지 전령 개똥이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소년은 패도의 찢어진 붉은 도포 자락에서 흘러내린 피 묻은 붕대 천 조각을 주워 들었다.


“제가 관군들의 시선을 끌 테니, 대형은 반드시 아기 아가씨를 데리고 성벽 아래로 피하십시오!”


개똥이는 붕대 조각을 쥔 채 골목 반대편, 금위군의 수색망이 닿지 않은 가짜 도주 경로를 향해 쥐새끼처럼 민첩하게 달려나갔다. 도중에 일부러 핏자국이 묻은 천 조각을 떨어뜨려 흔적을 유도하는 기지까지 발휘했다.


동시에 오가는 골목 저편 빈민가 구석에 쌓인 짚단 더미에 불을 질렀다. 폭우 속에서도 유황을 섞은 짚단은 매캐한 연기와 함께 거대한 가짜 불길 소동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밤하늘을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불이야! 역적이 저편 골목으로 달아난다!”


거지들의 요란한 외침 소리가 황도의 어둠을 흔들었다. 수색대원들의 발소리가 불길이 치솟은 방향으로 급격히 쏠리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패도는 빗물 흔적 세척법을 시전했다. 그는 쏟아지는 폭우를 역이용하여, 자신과 아기가 지나온 진흙바닥의 깊은 발자국과 흘러내린 붉은 핏자국에 빗물을 끼얹어 흔적을 완전히 지워냈다. 빗물에 희석된 피는 오수와 뒤섞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러나 포위망은 너무나 촘촘했다. 임무남의 밀고를 받은 수색대장 맹강의 군사들이 바로 옆 골목까지 수색견들을 풀고 다가오고 있었다. 사냥개들의 사나운 숨소리가 이명처럼 귓전을 때렸다. 도망칠 시간도, 공간도 부족했다.


패도의 눈에 골목 구석에 쌓여 있는 시체 더미가 들어왔. 기근과 관부의 수탈에 못 이겨 길거리에서 굶어 죽은 무연고 민초들의 차가운 시신들이 썩어가는 흙바닥 위에 무더기로 방치되어 있었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패도는 스스로의 인간적인 존엄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그는 시체 더미의 차가운 썩은 피를 손에 묻혀 자신의 붉은 도포와 아기의 백호가죽 포대기 겉면에 거칠게 발라냈다. 지독한 시독의 비린내가 진동했다. 패도는 아기를 가슴에 품은 채, 차가운 시신들 사이의 좁은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시체 더미 아래에 완전히 엎드렸다.


시체 둔갑술(屍體 遁甲術).


패도는 혀를 입천장에 대고 귀원식(歸元息) 호흡법을 전개했다. 전신의 모공을 닫고, 맥박을 일분에 서너 번 수준으로 극도로 낮추었다. 심장의 고동마저 고요해지자, 그의 거구는 차가운 시신들의 온도와 완벽하게 동화되었다. 죽은 자들 사이에 섞인 또 하나의 시체일 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횃불을 든 금위군 수색대원들이 골목 안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의 철갑 장화가 진흙바닥을 밟는 둔탁한 소리가 패도의 머리맡에서 울렸다.


“이쪽에는 흔적이 끊겼습니다! 빗물 때문에 발자국이 보이지 않습니다!”


수색대원 중 한 명이 횃불을 치켜들며 패도가 누워 있는 시체 더미를 가리켰다.


“조장님, 이 시체 더미가 수상합니다. 혹시 모르니 장창으로 일일이 쑤셔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시체 더미 아래에서 패도는 숨을 멈춘 채 오른손으로 귀두도의 칼자루를 꽉 쥐었다. 마비 독이 퍼진 손가락 마디마디가 비정상적으로 떨렸으나, 악력만큼은 무쇠처럼 단단했다. 창날이 아기의 포대기를 향해 들이친다면, 즉각 일어나 이곳의 모든 관군을 도륙할 기세였다. 긴장감이 극에 달해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그 순간, 골목 반대편에서 오가가 지른 가짜 불길 소동과 함께 개방 거지들의 함성 소리가 거세게 들려왔다.


“저쪽이다! 저쪽 골목에서 붉은 도포를 보았다!”


수색대장은 깜짝 놀라 시체 더미를 수색하려던 병사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멍청한 놈, 시체 썩는 구덩이에서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불길이 치솟은 저편 골목으로 군사를 돌려라! 역적을 놓치면 우리 목이 날아간다!”


“예, 예!”


군사들이 황급히 발소리를 내며 저편 골목으로 뛰어갔다. 포위망의 예리한 이빨이 극적으로 비껴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안도는 찰나에 불과했다.


시체 더미의 틈새로 횃불 빛이 멀어지는 것을 보던 패도의 시야에, 믿기 힘든 광경이 들어왔다. 가짜 도주 경로로 흔적을 유인하던 어린 소년 거지, 개똥이가 골목 모퉁이에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금위군 잔당들에게 발각된 것이었다.


“이 쥐새끼 같은 거지 놈이 무엇을 들고 있는 거냐?”


금위군 장교가 개똥이의 멱살을 잡아채며 소리쳤다. 소년의 작은 손에는 패도의 피 묻은 붕대 천 조각이 쥐여 있었다.


“이건 역적 형패도의 핏자국이 분명하다! 이 놈이 역적의 도주를 돕고 있었구나!”


장교의 거친 군화발이 개똥이의 마른 복부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쿵! 하는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소년의 작은 몸이 흙바닥 위를 사정없이 굴렀다.


“커흑……!”


개똥이는 비명을 삼키며 핏물을 토해냈다. 그러나 소년은 고통 속에서도 패도가 숨어 있는 시체 더미 방향으로는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말해라! 그 덩치 큰 망나니 놈이 어디로 숨었느냐? 아기는 어디 있느냐!”


장교의 가죽 채찍이 개똥이의 등을 갈기기 시작했다. 짝! 짝! 소리가 날 때마다 소년의 누더기 옷이 찢어지고 살점이 터져 나가며 붉은 피가 빗물 속으로 번져나갔다. 군화발이 소년의 마른 어깨와 허벅지를 짓밟았다. 뼈가 미세하게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좁은 골목길의 빗소리 사이로 고스란히 메아리쳤.


시체 더미 아래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패도의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그의 오른손이 귀두도의 칼자루를 부러뜨릴 듯이 쥐었다. 이빨을 너무 세게 악문 탓에 잇몸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려 진흙바닥을 적셨다. 지금 당장이라도 시체 더미를 걷어차고 일어나 저 잔혹한 금위군 장교들의 목을 단숨에 베어버리고 싶었다. 평생 남의 목만 베어 온 참수마의 분노가 온몸의 혈관을 타고 광폭하게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그의 가슴팍에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아기 해운의 가냘픈 숨소리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대형, 반드시 아기 아가씨를 데리고 피하십시오!’


소년의 마지막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지금 패도가 칼을 뽑고 나서면 개똥이의 목숨을 건 헌신은 물거품이 되고, 아기 해운의 생명 역시 금위군의 화살 세례 속에 바스러질 터였다. 무인으로서의 자존심도, 불타오르는 분노도, 아기를 살려야 한다는 속죄의 신념 앞에서는 억눌러야만 하는 사치였다.


패도는 이빨을 악물고 삿갓을 깊게 눌러쓴 채, 시체 더미의 차가운 어둠 속으로 더욱 깊숙이 몸을 웅크렸다. 자신을 위해 고통받는 어린 생명을 눈앞에서 묵묵히 지켜봐야만 하는 정신적 도덕적 고통은, 그 어떤 칼바람보다 더 가혹하게 그의 심장을 찢어발겼다. 속죄의 길은 피와 눈물, 그리고 뼈를 깎는 인내로 점철되어 있었다.


개똥이는 온몸이 진흙과 피로 범벅이 된 채,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끝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소년의 짓눌린 눈동자가 허공을 헤매다, 마침내 시체 더미 속에 숨은 패도의 삿갓 끝자락에 닿았다. 소년의 피 묻은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으나, 끝내 패도의 행방을 가리키지 않았다.


“독한 거지 놈, 쓸모가 없으니 관아로 끌고 가 고문해라!”


금위군 병사들이 반쯤 죽은 개똥이의 다리를 질질 끌며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빗물에 씻겨가는 붉은 핏자국만이 슬프게 남겨져 있었다.


가까스로 시체 더미를 밀쳐내고 기어 나온 패도는 진흙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전신은 썩은 피와 오물, 그리고 빗물로 더러워져 있었으나, 그의 눈빛만큼은 어둠 속에서 푸르게 타오르고 있었다. 가슴 안쪽의 해운은 다행히 무사했으나, 패도의 마음속에 새겨진 부채감의 크기는 태산보다 무거워졌다.


“개똥아…….”


패도는 소년이 끌려간 골목길을 향해 나직하게 이름을 읊조리며 귀두도를 고쳐 쥐었다.


이제 황도를 탈출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동문만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임무남의 밀고로 인해 동문의 경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삼엄해졌을 것이 분명했다.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패도를 기다리는 괴력의 수문장 뇌패와 철갑 방패진의 압박이 벌써부터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패도는 아기를 품에 안고, 피와 안개로 가득 찬 황도의 어둠 속으로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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