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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헌의 밤, 젖동냥하는 도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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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석도의 축축하고 비린 어둠을 뚫고 나온 형패도의 발걸음이 마침내 멈춘 곳은 황도 변두리 빈민가에 숨겨진 우화헌 객잔이었다. 이층 목조 건물의 구석방은 곰팡이와 먼지 냄새가 자욱했고, 삐걱거리는 문틈 사이로 차가운 밤바람이 사정없이 들이쳤다.


패도는 조심스럽게 가슴팍에 묶인 붉은 망나니 포를 풀어내었다. 평생 수많은 대역죄인들의 피를 받아내어 검붉게 찌든 도포자락 안쪽에서, 가냘픈 생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충신 임회남의 유일한 핏줄, 임해운이었다.


아기의 얼굴은 황궁 지하의 한기와 매캐한 오수 냄새에 젖어 파랗게 질려 있었다. 갓 태어난 영아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이내 참았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으애…… 으아앙…….”


아기의 울음소리는 작고 가냘펐으나, 좁은 객잔 방 안에서는 천둥소리만큼이나 크게 울렸다. 패도는 본능적으로 오른손으로 귀두도를 움켜쥐며 문밖의 기척을 살폈다. 이류 무관들의 수색대와 황실 밀탐국의 사냥개들이 황도 골목 구석구석을 뒤지고 있는 시점이었다. 작은 소리 하나가 생사를 가를 수 있었다.


패도는 난생처음으로 칼자루가 아닌 아기를 안아 들었다. 수천 번의 참수를 집행하며 굳은살이 박인 그의 거친 손은 아기의 여린 몸뚱이에 비해 너무나 크고 투박했다.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할지 몰라 패도의 억센 팔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했다. 오른손 하나로 삼십 근의 귀두도를 가볍게 휘두르던 초일류 도객이었지만, 핏덩이 아기를 안아 든 순간만큼은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쉬이…… 조용히 하거라.”


패도가 목구멍을 긁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으나, 배고픔과 추위에 굶주린 아기의 울음은 그칠 줄 몰랐다. 아기의 배가 홀쭉하게 꺼져 있었다. 젖을 먹여야 했다.


패도는 허리춤의 가죽 주머니를 열어 황궁 지하 감옥에서 탈취한 황실 관은 몇 닢을 꺼냈다. 묵직하고 은은한 빛을 발하는 은자였지만, 그 표면에는 황실의 공식 낙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황도의 모든 상점과 객잔에 대역죄인의 격문이 붙은 지금, 이 은자를 내미는 것은 스스로 목을 베어달라고 관부에 광고하는 꼴이었다. 돈이 있어도 젖 한 모금 사지 못하는 도망자의 비참한 현실이 패도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패도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그는 피비린내와 오물이 찌든 붉은 도포를 다시 깊게 여미고, 얼굴의 굵은 칼흉터와 더부룩한 수염을 가리기 위해 낡은 대나무 삿갓을 깊게 눌러썼다.


“아향아, 아기를 잠시만 보살펴 다오.”


우화헌 객잔의 어린 점소이 아향이 겁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향은 패도가 머무는 동안 해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보살펴 주기로 약속한 유일한 아이였다. 패도는 아기를 아향의 품에 조심스럽게 건넨 뒤, 부러진 귀두도를 등에 메고 밤안개가 자욱한 빈민가의 골목길로 나섰다.


진흙탕과 오물이 뒤섞인 골목길은 음산한 빗소리만이 가득했다. 패도는 지도의 기억을 더듬어 늙은 젖염소를 기른다는 최씨 노파의 초막으로 향했다.


초막의 낡은 사리문을 흔들자, 마른 기침 소리와 함께 허리가 굽은 노파가 등불을 들고 밖을 내다보았다. 노파는 등불 빛 아래 드러난 패도의 거대한 체구와 붉은 도포, 그리고 얼굴을 가로지른 험악한 칼흉터를 목격하는 순간 비명을 지르려 했다.


“흡……! 누, 누구…….”


노파가 겁에 질려 등불을 떨어뜨리려 하자, 패도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가 취한 행동은 살수가 아니었다.


털썩.


패도는 평생의 자존심과 황실 제1망나니로서 지녀온 모든 위엄을 내려놓고, 최씨 노파의 발 앞 진흙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등 뒤에 메어둔 거대한 귀두도가 진흙 속으로 툭 떨어졌다. 평생 타인의 목을 베며 공포를 뿌려온 사내가, 단 하나의 여린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밑바닥 천민의 발밑에 고개를 숙인 것이다.


“노파님,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패도의 목소리가 젖은 흙바닥을 타고 낮게 깔렸다.


“가슴에 품은 핏덩이 아기가 굶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신선한 염소 젖 한 사발만 나누어 주신다면,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최씨 노파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흙바닥에 무릎을 꿇은 거구를 내려다보았다. 무서운 칼자국과 피비린내 뒤에 숨겨진 절박함, 그리고 멀리 우화헌 쪽에서 들려오는 가냘픈 아기의 울음소리가 노파의 마음을 움직였다. 자식을 잃은 슬픔을 품고 살아가던 노파의 눈가에 연민의 눈물이 고였다.


“아이고, 이 무서운 양반이 어찌 이리 고개를 숙이누……. 아기가 굶는다면 살려야지 마땅하지.”


노파는 패도의 손에 들린 황실 낙인이 찍힌 관은을 밀어내며, 낡은 조각 그릇에 갓 짜낸 온기 있는 염소 젖을 가득 담아 건넸다.


“돈은 필요 없소. 황실의 은자는 우리 같은 백성들에겐 화근일 뿐이니. 어서 가서 아기에게 먹이시구려.”


패도는 염소 젖이 담긴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 뜨거운 온기가 그의 얼어붙은 손바닥을 녹였다. 패도는 고개를 깊게 숙여 감사를 표한 뒤, 흔적을 지우며 신속하게 우화헌으로 돌아왔다.


객잔 방으로 돌아온 패도는 아향의 도움을 받아 아기에게 염소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투박하고 갈라진 패도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쥐고 아기의 작은 입술 사이로 온기 어린 젖을 흘려 넣었다.


쪽, 쪽…….


해운이 본능적으로 젖을 빨아들이며 평온한 안색을 되찾아갔다. 아기의 작은 입가에 하얀 염소 젖이 묻어나는 모습을 보며, 패도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형언할 수 없는 묵직한 울림을 느꼈다. 자신이 평생 흘려온 피가 이 작은 생명의 온기 앞에서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 삐걱거리는 목조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은밀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패도는 즉각 귀두도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문 앞을 가로막았다. 살기 감지안이 극도로 날카로워졌다.


“나일세, 패도.”


낮고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하얀 약초꾼 도포를 입은 젊은 의원 송민이 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은침 통과 지혈 약재가 들려 있었다. 송민은 과거 임회남 대장군을 지지하다가 조경신의 숙청을 피해 숨어 지내던 전직 황실 태의원의 수제자였다. 송민 의원의 숨겨진 신분은 오직 패도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송 의원, 위험한 곳에 어찌 왔는가.”


“대장군님의 마지막 핏줄이 이곳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내 어찌 약방에 편히 앉아 있겠는가.”


송민은 급히 해운의 맥을 짚었다. 아기의 가슴팍에 새겨진 미세한 푸른 기운을 보며 송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체질적으로 극음의 한독(寒毒)이 잠재되어 있군. 태아 시절 유씨 부인이 중독되었던 독기가 아이에게 유전된 걸세. 주기적으로 발작할 위험이 있으니 극도로 따뜻하게 보살펴야 하네.”


송민은 이어 패도의 등을 살폈다. 붉은 도포를 벗겨내자, 등의 상처 부위가 시커멓게 죽어 가며 고름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황도 탈출 당시 금위군 신궁 철시가 쏜 화살에 묻은 칠색사독이 경맥을 타고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윽…….”


송민이 패도의 등 뒤 경맥에 은침을 깊숙이 찔러 넣자, 패도의 입에서 나직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독기가 뼛속 깊이 침투하려 하네. 내 삼공침법으로 독기가 심장으로 향하는 흐름을 일시적으로 묶어두겠네만, 무공을 쓸 때마다 내력이 역류하여 상처가 터질 걸세. 오른손 하나로만 검을 제어해야 하는 가혹한 영아 호송 페널티까지 안고 있으니, 앞으로의 전투는 매 순간이 목숨을 거는 사투가 될 것이야.”


송민의 침술이 시작되며 패도의 전신에 가혹한 통증과 함께 미세한 오한이 일어났다. 상처의 피가 멈추고 뒤틀린 진기가 간신히 진정되어 갈 때쯤이었다.


스스스…….


창밖의 빗소리가 갑자기 거세졌다. 그 빗소리 사이로, 우화헌 객잔 뒷골목 너머에서 기괴한 말울음소리가 낮게 울려 퍼졌다.


금위군 정예 기병들의 특수한 군마 소리였다. 이내 객잔 주변의 모든 바람 소리와 잡음이 일시에 사라지며, 숨 막히는 무거운 침묵이 우화헌 전체를 겹겹이 포위하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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