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촌의 마른 우물
사마가 묘역의 흙먼지와 자욱한 밤안개를 뚫고 달리는 형패도의 거친 숨소리가 빗소리에 묻혀 흩어졌다. 왼손으로 가슴팍에 단단히 묶인 아기 임해운의 포대기를 감싸 안은 채, 그는 오직 오른손 하나로 삼십 근 무게의 귀두도를 쥔 채 질주하고 있었다.
오른쪽 손목은 파열된 경맥에서 흘러내린 피로 인해 칼자루와 손바닥이 온통 끈적하게 달라붙어 있었고, 등 뒤의 소작 상처는 묘역에서의 격렬한 사투로 인해 다시 찢어져 검붉은 피가 가죽 도포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었다. 매화랑의 독단검이 남긴 왼쪽 어깨의 마비 독과 제갈운의 화살에 묻은 칠색사독이 온몸의 기혈을 얼려오는 극심한 오한 속에서도, 패도는 오직 은인의 마지막 핏줄을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대지를 딛고 있었다.
마침내 패도의 발걸음이 멈춘 곳은 황도 성벽 외곽의 버려진 유민촌, 망향촌(망향촌)이었다.
가혹한 세금과 기근을 피해 도망쳐온 병자들과 부랑민들이 가마때기를 덮고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는 비참한 초막촌. 썩은 가죽 냄새와 오물의 악취가 빗물에 씻겨 내리는 그곳은 세상의 모든 비명과 신음이 진흙바닥에 짓눌려 있는 지옥의 변두리였다. 온전한 집 한 채 없이 뼈대만 남은 초막들이 밤안개 속에서 기괴한 짐승의 뼈처럼 흩어져 있었다.
“우우우…….”
멀리서 맹수처럼 짖어대는 사냥개들의 울음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패도의 귓전을 때렸다. 금위군의 추살조장 맹강(맹강)이 이끄는 정예 수색대가 패도가 흘린 핏자국을 추적해 이 비참한 마을의 입구까지 당도한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등의 독기가 심장으로 향하는 길목을 갉아먹어 호흡이 가빠졌고, 전신의 기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 몸으로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수십 명의 수색대와 정면으로 격돌하는 것은 아기의 목숨을 사지로 몰아넣는 짓이었다. 아기를 안전하게 숨겨두고 적들의 시선을 분산시켜야 했다.
패도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가 망향촌 중앙에 위치한 마른 우물, 망향촌 폐정(망향촌 폐정)을 포착했다.
수십 년 전 가뭄으로 물이 말라버려 깊이 오십 자에 달하는 낡고 무너진 우물이었다. 바닥에는 마른 낙엽과 먼지가 쌓여 있어 차가운 빗물과 불길로부터 아기를 숨겨둘 천혜의 대피소였다. 패도는 우물가로 다가가 가슴팍의 붉은 삼베 끈을 천천히 풀었다.
“미안하다, 아가.”
평생 사람의 목만을 베어 온 피 묻은 투박한 손이, 솜을 둔 방한모를 쓴 아기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아기는 패도의 품을 벗어나 차가운 우물바닥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지, 여린 입술을 오물거리며 패도의 손가락을 꽉 쥐었다. 백호가죽 포대기의 부드러운 감촉이 아기의 마지막 온기를 붙잡고 있었다.
패도는 귀두도를 바닥에 내려놓고, 왼손목에 감긴 처형장 쇠사슬 족쇄를 길게 풀어 아기의 포대기 고리에 단단히 묶었다. 그리고 마비된 오른쪽 어깨의 격통을 이빨을 악물고 참아내며, 왼손 하나로 사슬을 조심스럽게 늘어뜨려 아기를 우물 깊은 바닥으로 내려놓았다.
사슬 끝에서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감이 사라지는 순간, 패도는 사슬을 다시 끌어올려 왼손목에 칭칭 감았다. 우물 안을 들여다보니, 어두운 바닥에서 아기가 방한모를 쓴 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다행히 울음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 영민한 아이는 자신이 처한 비극을 아는 것처럼 고요히 숨죽이고 있었다.
“기다려라. 내 곧 돌아올 테니.”
패도는 귀두도를 고쳐 쥐었다. 그의 눈동자가 삿갓 아래에서 붉은 안광을 발하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그때, 망향촌 입구의 초막 하나가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며 폭우 속에서도 붉은 불꽃을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맹강의 수색대원들이 도망자의 흔적을 강제로 찾아내기 위해 유민들의 초막에 가차 없이 불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한센병 환자들과 유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불타는 초막 밖으로 뛰어나왔으나, 금위군의 무자비한 창날이 그들의 가슴을 관통했다.
“역적 형패도는 들어라! 아기를 내놓고 투항한다면 이 천민들의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나, 끝까지 숨어 있다면 이 마을 전체를 불태워 묻어버릴 것이다!”
맹강의 냉혹한 목소리가 불타는 연기와 함께 골목길을 흔들었다.
패도는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의 거구는 타오르는 불길이 만드는 짙은 연기와 밤안개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스우우웁.
패도는 혀를 입천장에 대고 숨결을 극도로 가늘게 늘어뜨렸다. 단전의 진기를 압축하여 전신의 모공을 닫고 심장 박동을 일주일에 서너 번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내공 심법, 귀원식(歸元息)이 전개되었다. 동시에 거구의 살기와 기척을 어둠 속에 녹여내는 살기 차단 은신 기법이 그의 몸을 보이지 않는 유령으로 만들었다.
타닥, 타닥.
횃불을 든 금위군 수색대원 다섯 명이 우물 근처의 좁은 골목길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들의 눈빛은 불길과 연기 속에서 패도의 거구를 찾아내기 위해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쪽에는 흔적이 없다. 우물 안을 확인해 봐라.”
선두에 선 병사 한 명이 횃불을 높이 치켜들며 망향촌 폐정의 무너진 석문 림으로 다가왔다. 그의 그림자가 우물 안쪽의 어둠을 비추기 일보 직전이었다.
패도는 우물 옆 무너진 진흙 벽의 그림자 속에 바위처럼 부동의 자세로 서 있었다. 그의 동공이 고양이처럼 가늘어지며 살기 감지안이 적의 목덜미 기혈 흐름을 정확히 포착했다.
물방울 하나가 불타는 thatch 지붕에서 떨어져 진흙바닥에 ‘툭’ 하고 터지는 찰나.
패도의 신형이 소리 없이 앞으로 미끄러졌다.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하여 바람 소리조차 내지 않는 암살형 참격, 무음 도세(無音刀勢)가 시전되었다.
스슥.
패도의 왼손이 번개처럼 뻗어나가 우물 안을 들여다보려던 병사의 목덜미를 움켜쥐었다. 비명 한 마디 지르지 못하게 목구멍을 으깨버림과 동시에, 골절 분리 기예로 그의 두 번째 목뼈 마디를 정확히 꺾어버렸다.
둑.
병사는 눈을 크게 뜬 채 낙엽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패도는 그가 들고 있던 횃불이 바닥에 떨어져 불꽃을 내기 전에 왼발 끝으로 받아내어 진흙탕 속에 처박아 꺼버렸다. 시야가 다시 어둠으로 뒤덮였다.
“어이, 무슨 소리냐?”
뒤따라오던 두 번째 병사가 어둠 속에서 동료의 실루엣이 사라진 것을 눈치채고 칼을 뽑으려 했다.
패도는 주저하지 않았다. 쓰러진 병사의 손에서 떨어진 장창을 왼발로 차올려 손으로 잡은 뒤, 그대로 두 번째 병사의 가슴을 향해 투척했다.
푸욱!
무거운 무쇠 창날이 철갑을 찢고 병사의 심장을 관통했다. 병사는 단 한 줄기의 신음만을 남긴 채 진흙 바닥으로 쓰러졌다.
“적습이다! 역적이 여기에――!”
나머지 세 명의 병사들이 경악하며 허리춤의 경보 나팔을 입에 대려 했다.
패도의 눈동자가 붉은 안광으로 번뜩였다. 오른손목 경맥의 파열 통증이 골수를 찔렀으나, 그는 이빨을 악물며 대지를 박찼다. 짧고 폭발적인 전진 보법인 축지 참보(縮地斬步)가 시전되었다.
단 한 걸음 만에 세 병사의 목전까지 접근한 패도는 오른손의 귀두도를 수평으로 크게 휘둘렀다.
쉬이이익!
검붉은 도풍이 허공을 가르며 세 병사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갔다. 일격필살 척추 참 기법이 작렬하는 순간이었다.
찰나의 순간, 패도의 파열된 오른쪽 손목 경맥에서 기혈이 크게 뒤틀리며 극심한 마비 증상이 손가락 끝을 덮쳤다. 악력이 순간적으로 풀리며 삼십 근 무게의 귀두도 칼날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깡――!
두 명의 목을 깨끗이 베어낸 귀두도 칼날 끝이, 마지막 병사의 목뼈를 비껴가며 우물의 단단한 돌벽 림을 정면으로 때렸다. 폭우 소리를 뚫고 날카롭고 웅장한 금속성 공명이 골목길 전체에 메아리쳤다.
“끄으윽……!”
패도는 격통이 밀려오는 오른쪽 손목을 왼손으로 움켜쥐며 비틀거렸다. 등 뒤의 소작했던 상처 부위에서 뜨거운 선혈이 뿜어져 나와 그의 피 묻은 붉은 도포 자락을 검붉게 적셨다.
마지막 남은 병사가 목이 반쯤 잘린 채 진흙바닥에 쓰러지며 손에 쥔 신호용 나팔을 불었다.
뿌우우우――!
날카로운 나팔 소리가 불타는 망향촌의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쪽이다! 우물가 골목으로 전 병력을 집중해라! 사냥개들을 풀어라!”
골목 저편에서 맹강의 광포한 포효가 들려왔고, 이윽고 수십 마리의 군견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우물가를 향해 빠르게 좁혀오기 시작했다.
패도는 우물 앞을 가로막은 채 귀두도를 왼손으로 고쳐 잡았다. 그의 삿갓 끝자락에서 떨어진 빗물이 칼날의 핏자국을 씻어내리는 찰나, 밤하늘을 가르며 수백 발의 불화살이 폭우를 뚫고 우물가를 향해 폭포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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