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가의 어둠, 밀려오는 철기대
어둠을 뚫고 붉은 안광을 빛내는 사냥개들의 이빨이 덩굴 틈새로 모습을 드러냈다.
“으르릉…….”
혈인동 동굴 입구를 가로막은 마른 덩굴 사이로 대지를 적시는 폭우 소리에 묻힌 불길한 짐승의 숨소리가 새어 들었다. 사방을 뒤덮은 짙은 밤안개 속에서 번뜩이는 대여섯 쌍의 붉은 안광. 황실 금위군의 추살조장 맹강이 부리는 사냥개들이 마침내 패도가 풍기는 매캐한 살 타는 냄새와 미세한 피 냄새를 맡고 동굴 목전까지 도달한 것이다.
형패도는 짚단 위에 잠든 아기 임해운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방금 전 달구어진 귀두도로 자신의 등 뒤 상처를 직접 지져 소작하는 지옥 같은 고통을 견뎌냈으나, 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왼쪽 등덜미는 신경이 타들어가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고, 등뼈 옆 경맥에 침투한 제갈운의 칠색사독은 가슴팍에 꽂아둔 은침 덕분에 간신히 심장으로 향하는 길목이 봉인되어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오른쪽 손목은 지난 전투의 반동으로 경맥이 파열되어 검붉은 피가 간헐적으로 흘러내렸고, 왼쪽 어깨는 매화랑의 마비 독이 서서히 퍼져 굳어가고 있었다.
이 가혹한 신체적 제약 속에서 정면 대결은 자멸이었다. 패도는 왼손을 뻗어 짚단 위의 아기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백호가죽 포대기로 감싸인 아기를 자신의 넓은 가슴팍에 대고, 남은 도포 자락을 찢어 몸에 단단히 동여맸다. 아기의 여린 천문을 보호하는 솜을 둔 방한모가 빗물에 젖지 않도록 머리깃을 여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른손목의 파열된 경맥이 비명을 질렀으나, 패도는 이빨을 악물고 바닥에 누워 있던 삼십 근 무게의 귀두도를 오른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참수대 기둥에서 뜯어내 왼손목에서 팔뚝까지 칭칭 감아올린 무거운 처형장 쇠사슬 족쇄의 무게감을 느꼈다.
“가자, 아가.”
패도는 동굴 뒤편의 좁은 바위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동굴 입구로 사냥개들이 들이닥쳐 덩굴을 찢어발기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패도는 이미 기척을 완전히 지운 상태였다. 그는 빗물 흔적 세척법을 시전하며 동굴 뒤편 절벽 틈새로 흘러내리는 지하수를 따라 소리 없이 밖으로 빠져나갔다. 쏟아지는 폭우가 그의 발자국과 피 냄새를 씻어내렸다.
패도가 도달한 곳은 북악산 자락 아래 버려진 귀족 가문의 공동묘지, ‘사마가 묘역(사마가 묘역)’이었다.
이곳은 이끼 낀 거대한 비석들과 목이 잘리거나 기괴하게 일그러진 돌 석상들이 잡초 속에 방치된 음산한 공간이었다. 밤안개가 강물처럼 자욱하게 밀려들어 십 보 앞의 시야조차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썩은 흙냄새와 죽음의 기운이 숲 전체를 지배하는 곳, 도망자 패도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야전의 요새가 없었다.
쿠구구궁――!
그때, 묘역 외곽의 대나무 숲을 헤치며 웅장하고 무거운 발말굽 소리가 대지를 흔들었다. 철갑을 두른 준마들의 콧김 소리와 쇠사슬이 부딪치는 서늘한 소음이 안개 속에서 압박해 왔다. 제갈운이 이끄는 황실 금위군(황실 금위군)의 최정예 기병 부대, ‘십이철기’였다.
“묘역 전체를 포위해라! 쥐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사슬 덫을 놓아라!”
안개 너머로 십이철기의 대장 마적(마적)의 묵직한 호령이 들려왔다. 기병들은 말 위에서 무거운 쇠사슬과 갈고리창을 쥔 채, 묘역의 입구와 퇴로를 유기적인 진형으로 차단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일사불란했고, 횃불의 붉은 불빛이 안개 속에서 기괴한 도깨비불처럼 일렁였다.
패도는 목이 잘린 사마가 조상의 석상 뒤에 몸을 숨겼다. 그의 거구는 안개와 어둠 속에 완벽히 동화되어 있었다. 가슴팍의 아기는 패도의 품 안에서 고요한 진기에 감싸여 숨죽이고 있었다.
‘놈들의 기동력을 꺾어야 한다.’
패도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스우우웁.
지하 처형장의 칠색 어둠 속에서 수십 년간 참수를 집행하며 다져진 야시안(夜視眼), 어둠 속의 귀안(어둠 속의 귀안)이 열렸다. 패도의 동공이 고양이처럼 가늘어지며 검붉은 빛으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자욱한 밤안개와 어둠이 거짓말처럼 걷히고, 삼십 보 밖에서 철갑 준마를 탄 기병들의 미세한 기혈 흐름과 말의 관절 움직임이 붉은 선으로 선명하게 보였다. 마적과 그의 부대장 번도(번도)의 위치 역시 귀안의 그물망에 걸려들었다.
기병 한 명이 목이 잘린 석상 옆 좁은 길목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몰아 다가왔다. 말의 발굽이 진흙탕을 디딜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패도는 숨을 멈췄다. 물방울이 석상 머리 위에서 떨어져 바닥의 웅덩이에 ‘툭’ 하고 터지는 찰나의 순간, 패도의 신형이 채찍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갔.
그는 귀두도를 휘두르지 않았다. 쇠 부딪치는 소리가 나면 포위망이 즉각 조여들 터였다. 패도는 왼손목에 감겨 있던 처형장 쇠사슬 족쇄(처형장 쇠사슬 족쇄)의 끝자락을 가볍게 털어 던졌다.
스사삭!
귀살 제10참: 원한의 사슬(귀살 제10참: 원한의 사슬)의 초식이 전개되었다. 어둠 속을 뱀처럼 날아간 무거운 무쇠 사슬이 다가오던 철갑 준마의 뒷다리를 정확하게 휘감았다. 패도가 왼손에 폭발적인 외공의 괴력을 실어 사슬을 안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푸히히힝――!
말이 비명을 지르며 중심을 잃고 진흙탕 바닥으로 거꾸러졌다. 위에 타고 있던 기병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그가 땅에 닿아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패도가 삿갓 아래로 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다가가 그의 목뼈를 골절 분리 기예로 꺾어버렸다.
둑.
단 한 마디의 비명도 흘러나오지 않은 완벽한 침묵의 처단이었다. 패도는 쓰러진 말의 고삐를 묘비에 묶어 고정하고, 기병의 허리춤에서 철기대의 비밀 전령 신표를 확보했다.
그러나 철갑마가 쓰러질 때 발생한 진흙탕의 미세한 진동은 철기 부대장 번도의 예리한 감각을 피해 가지 못했다.
“그쪽이다! 쥐새끼가 묘비 뒤에 숨어 있다!”
번도가 포효하며 말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그의 손에 쥔 독갈고리창이 밤안개를 찢으며 패도가 서 있는 비석 뒤편을 향해 번개처럼 찔러 들어왔.
스아아악!
독갈고리창의 끝자락에는 스치기만 해도 살을 썩게 만드는 독이 발려 있었다. 창끝의 궤적은 정확히 패도의 등 뒤, 방금 전 소작 지혈을 마친 무방비한 상처 부위를 노리고 있었다. 패도는 몸을 급격히 비틀어 비석 뒤로 피하려 했으나, 왼쪽 어깨의 마비 독 때문에 신형의 회전이 반 보 늦어졌다.
창끝이 패도의 왼쪽 등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소작으로 인해 감각이 소실된 부위였기에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찢어진 가죽 도포 사이로 다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잡았다, 역적 놈!”
번도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갈고리창을 안쪽으로 당겨 패도의 살점을 뜯어내려 했다.
그 순간 패도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그는 물러서는 대신 오히려 번도의 품 안을 향해 일보 전진했다. 축지 참보의 변형이었다.
동시에 패도는 왼손목에 감긴 처형장 쇠사슬 족쇄를 채찍처럼 뿌려 번도의 독갈고리창 날을 칭칭 감아쥐었다. 쇠사슬과 창날이 맞물리며 이 빠지는 날카로운 금속음이 안개 속을 흔들었다.
키이이이잉――!
“……!! 무, 무슨 힘이!”
번도가 창자루를 빼내려 필사적으로 힘을 썼으나, 패도의 왼손 쇠사슬은 바위처럼 단단하게 창날을 고정하고 있었다. 패도는 이빨을 악물며 파열된 오른쪽 손목의 통증을 억눌렀다. 단전 깊은 곳에서 쥐어짜 낸 진기를 오른팔 경맥으로 밀어 넣었다. 은침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격통이 일었으나 무시했다.
패도는 오른손으로 귀두도의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칼날 중앙의 미세한 실금 균열이 붉은 핏빛을 받으며 기괴하게 흔들렸다.
“으어어업――!”
패도가 귀두도를 비스듬히 쳐올리며 번도의 무기를 향해 내리쳤.
쿠구구궁!
묵직한 참격이 번도의 갈고리창 자루를 정면으로 때렸다. 한철로 보강된 귀두도의 파괴력 앞에, 번도가 자랑하던 강철 창자루가 단숨에 반 토막으로 쪼개져 나갔다. 부러진 창날이 쇠사슬에 감긴 채 진흙탕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번도가 겁에 질려 말머리를 돌리려 했으나 이미 늦어 있었다. 패도는 몸을 돌려 귀두도의 넓은 등날로 번도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번도의 철갑 어깨가 함몰되며 그가 말 위에서 흙바닥으로 튕겨 나갔다.
패도는 숨을 몰아쉬었다. 무리한 참격의 대가로 오른쪽 손목의 붕대 사이로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고, 소작했던 등 뒤 상처의 혈관들이 터져 도포 자락을 검붉게 적셨다. 단전의 내공이 고갈 직전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때, 안개 속에서 거대한 흑마를 탄 마적이 쇠사슬 덫을 가로지르며 폭풍처럼 쇄도했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손에 쥔 무거운 무쇠 사슬이 허공을 회전하며 기괴한 파공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형패도! 은혜를 모르는 망나니 놈아, 그 목을 내놓아라!”
마적이 허공으로 던진 무거운 무쇠 사슬이 패도의 귀두도를 향해 뱀처럼 날아왔다.
철그럭! 쩌적!
마적의 무쇠 사슬이 패도의 귀두도 칼날을 휘감아 빼앗으려 당기는 순간, 패도가 왼손의 사슬을 마적의 목덜미를 향해 던지며 안개 속에서 귀신처럼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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