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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 끝의 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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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나는 해무와 차가운 소독약 냄새가 뒤섞인 청룡호의 지하 화물칸. 사방이 두꺼운 철갑 격벽으로 막힌 임시 수술실의 공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머리 위의 노란 형광등이 기분 나쁜 소음을 내며 깜빡일 때마다, 수술대 위에 쇠사슬로 묶인 소년의 창백한 실루엣이 유진의 망막을 사정없이 찔렀다.


“민우야…….”


목구멍을 타고 갈라진 비명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유진은 이를 악물고 그 소리를 삼켰다. 가평 설산에서부터 인천항 창고까지 이어지는 추격전 동안 들이마신 유독 가스로 인해 폐 점막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허파 깊은 곳에서 울컥 솟구치는 비릿한 선혈을 억누르느라, 그녀의 하얀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하지만 유진은 무너지지 않았다. 대리석처럼 투명하고 창백한 안색 속에서, 오직 피를 머금은 듯 붉게 상기된 입술만이 비정상적인 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블루 다이아몬드 위성 GPS 추적 반지가 이준의 심장박동 센서와 연동되어 미세하게 진동했다. 오른손 검지에는 골든 크라운의 절대 지배권을 상징하는 백이준의 가문 인장 반지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면, 이 꼬맹이의 경동맥을 그대로 그어버리겠다.”


수술대 뒤편, 피 묻은 녹색 수술 가운을 입은 닥터 첸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메스를 더 깊숙이 밀착시켰다. 날카로운 메스 끝이 민우의 가느다란 목덜미 살결을 파고들자, 가느다란 핏줄기가 하얀 피부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민우의 반쯤 열린 눈동자는 아수라의 신종 마약 ‘블루 헤븐’에 중독되어 초점 없이 흐려져 있었다. 동생은 누나가 자신을 구하러 온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위태롭게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은 유진의 가슴을 난도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냉정해야 해. 여기서 단 1밀리미터라도 움직이거나 감정적으로 동요하면 민우는 죽어.’


유진은 백가운 주머니 속에서 상처투성이인 손가락 끝을 꽉 쥐었다. 가평의 혹한 속에서 얻은 동상과 화학 화상 흉터가 욱신거렸지만, 6단계 약리학적 절대 지배자로서의 이성은 오히려 얼음처럼 차갑게 벼려졌다. 그녀는 닥터 첸의 손끝과 메스의 각도, 그리고 수술실 내부의 미세한 기류 흐름을 초 단위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수술실 문밖의 어두운 복도에서 묵직하고 서늘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백이준이었다. 그의 검은 코트 깃에는 유진이 흘렸던 검붉은 피 얼룩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이준의 옆에는 글록 권총을 쥔 한도현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도현은 권총의 조준경을 닥터 첸의 관자놀이에 맞추려 했지만, 닥터 첸이 민우의 몸 뒤로 완벽하게 자신을 엄폐하고 있어 격발 각도가 나오지 않았다.


이준의 핏발 선 눈동자가 닥터 첸의 메스 끝을 향했다. 그의 전신에서 당장이라도 수술실을 피바다로 만들 것 같은 파괴적인 광기가 일렁였다. 이준이 무광 흑색의 단도를 쥐고 앞으로 나서려 하자, 유진은 오른손을 뒤로 뻗어 그들에게 정지 수신호를 보냈다.


‘들어오지 마세요. 자극하면 끝장이에요.’


유진은 이준을 향해 눈빛으로 경고했다. 이준은 유진의 목덜미에 새겨진 자신의 선명한 피멍 자국과 그녀의 단호한 눈빛을 번갈아 보더니, 턱선을 거칠게 굳힌 채 발걸음을 멈췄다. 그의 이마에 검푸른 핏줄이 솟구쳤다.


유진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닥터 첸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녀의 목에 걸린 은제 안개 분무기 펜던트가 노란 조명 아래에서 차갑게 반짝였다.


“닥터 첸. 당신이 원하는 건 내 동생의 장기가 아닐 텐데요.”


유진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고 고요했다. 마치 대학 강의실에서 학술 발표를 하는 학자처럼, 서늘한 이성이 묻어나는 음성이었다.


“아수라의 한태성이 당신에게 내 동생을 넘긴 건, 단순한 장기 적출용이 아니죠. 민우의 몸속에 흐르는 면역 유전자가 필요했던 것 아닙니까? 나와 같은 피가 흐르는 진짜 실험체 말입니다.”


닥터 첸의 매서운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유진이 자신의 가장 은밀한 목적을 단숨에 간파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듯했다.


“과연, 백이준의 전담 약사답군. 소문대로 똑똑해.”


“그렇다면 더더욱 민우를 죽여서는 안 되죠. 살아있는 면역 세포가 없다면, 당신이 그토록 원하는 닥터 K의 유전자 변이 독소 데이터는 영원히 완성되지 않을 테니까요.”


유진은 대화를 이어가며 오른손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목덜미로 가져갔다. 닥터 첸의 시선이 유진의 얼굴과 입술에 쏠려 있는 사이, 그녀의 손끝이 은제 펜던트 하단의 미세한 톱니바퀴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소리 없이 돌렸다.


딸깍.


손끝에 전해지는 미세한 마찰음과 함께, 펜던트 내부의 압력 밸브가 열렸다. 유진이 미리 조제해 둔 무색무취의 초정밀 마비 가스가 분무구 사각지대를 통해 공기 중으로 은밀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무색무취 정밀 투약 은폐술(Covert Dosing)이 발동되는 순간이었다.


수술실 내부의 환풍기는 수술대 뒤편에 위치해 있었다. 즉, 가스는 유진의 몸을 거쳐 닥터 첸의 호흡기가 있는 수술대 뒤쪽으로 흐르게 되어 있었다. 유진은 가스의 기화 반경과 대류 속도를 머릿속으로 계산했다. 닥터 첸이 마비 가스를 충분히 흡입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단 45초.


“당신이 이 배를 타고 공해상으로 나간다면, 골든 크라운의 무력이 닿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유진은 닥터 첸의 주의를 완전히 분산시키기 위해 말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한 걸음, 아주 미세하게 앞으로 움직이며 닥터 첸의 심리를 압박했다.


“이미 선장 황필두는 도현 씨의 독소 탄환을 맞고 마비되었습니다. 이 배의 조타실은 골든 크라운이 장악했죠. 당신의 퇴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어요.”


“시끄러워! 조타실을 잃었어도 상관없다. 나한테는 이 꼬맹이가 있어! 네년이 백이준의 해독 공식과 네 가문의 비전 의서를 넘기지 않는다면, 난 여기서 이 녀석의 목을 따고 바다로 뛰어내릴 거다!”


닥터 첸이 흥분하여 소리치며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가쁜 호흡과 함께, 공기 중에 부유하던 무색무취의 마비 가스가 그의 호흡기 깊숙한 곳으로 사정없이 빨려 들어갔.


유진은 그의 동공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즉각적 중독 판별안이 작동했다. 닥터 첸의 동공이 미세하게 축소되고, 메스를 쥔 그의 오른손 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가스에 포함된 신경 마비 성분이 그의 전두엽과 운동 신경계를 마비시키기 시작한 징후였다.


“30초.”


유진이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무슨 헛소리를…… 윽?”


닥터 첸이 혀가 굳어가는 듯한 이질감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메스를 쥔 손에 힘을 주려 했지만, 손가락 마디마디가 남의 살처럼 차갑게 식어가며 감각이 사라지고 있었다.


“내 손이…… 왜 이래? 네년이 무슨 짓을……!”


“당신이 마신 건 냄새도, 색도 없는 신경 마비 가스예요. 내가 펜던트를 만졌을 때부터 이미 수술실 전체에 퍼지고 있었죠.”


유진의 차가운 선언과 동시에, 닥터 첸의 눈빛이 급격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에서 완전히 힘이 빠져나갔다.


댕강—.


예리한 수술용 메스가 민우의 목덜미에서 떨어져 대리석 바닥 위로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굴러갔다. 민우의 목에는 미세한 찰과상 외에 더 이상의 상처는 남지 않았다.


“민우야!”


유진이 결사적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 순간, 전신이 마비된 닥터 첸의 육중한 몸이 뒤로 무너지며 수술대 옆 벽면에 설치된 비상 통제 패널을 덮쳤다. 그의 무거운 어깨가 붉은색 아크릴 커버로 덮여 있던 수동 록다운 레버(Manual Lockdown Lever)를 사정없이 깔고 뭉개며 아래로 꺾어버렸다.


콰과과광—!


수술실 전체가 거대한 지진을 만난 것처럼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붉은색 비상 경보등이 점멸하며 귀를 찢는 사이렌 소리가 화물칸 전체를 가득 채웠.


[경고. 비상 수장 프로토콜이 가동되었습니다. 화물 컨테이너 C-12 구역의 해상 방출을 시작합니다. 방출까지 남은 시간, 60초.]


기계적인 경보 음성이 울려 퍼지는 순간, 유진의 발밑이 아찔하게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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