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개의 이빨
쿠구구구구-!
지하 7층 특수 격리 구역의 공기가 비정상적으로 뒤틀리며 발생하는 중력 왜곡 파동이 전신을 엄습했다. 마동철의 단단한 등에 업힌 채, 나는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있었다. 왼쪽 시야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오른쪽 관자놀이에 장착된 크라이오 쿨러는 마지막 남은 냉각수를 쥐어짜며 치이익 소리와 함께 차가운 하얀 김을 내뿜었다. 목에 채워진 제어 칼라의 그을린 균열 사이로 푸른 스파크가 튈 때마다 척수를 타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격통이 일었다.
대뇌 피질 손상률 3.3%. 이미 내 뇌 신경망은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버티고 선 고대 군함 네메시스의 삼중 합금 차단벽을 마주한 순간, 사적인 슬픔과 육체적 고통은 황실을 향한 타협 없는 복수의 신념으로 승화되었다. 내 손목 단말기 슬롯 깊숙한 곳에는 방금 전 숨을 거둔 한 박사님이 남겨준 피 묻은 메모리 칩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동철 씨, 전방의 차단벽 제어 패널로 가야 합니다. 가슴 붕대 속에 황실 보안 액세스 칩이……”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지시를 내리려던 찰나였다. 내 수사관 시절의 직감이 대뇌 피질의 통증을 뚫고 강렬한 위험 신호를 보냈다.
지하 7층 격 격납고로 이어지는 좁은 철제 다리 너머, 어둠의 장막을 뚫고 차가운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조명 하나 없는 어둠 속에서, 제국 보안군 정예 수색조의 붉은색 레이저 조준선 수십 개가 교차하며 마동철의 방패와 내 가슴팍을 겨냥했다.
“거기까지다, 타르타로스의 쥐새끼들.”
육중한 중장갑 전투 슈트의 발걸음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거구의 사내가 걸어 나왔다. 얼굴 전면의 흉측한 화상 자국 위로 조준 센서가 불길하게 빛나는 사내, 타르타로스-9의 특수 죄수 수색조장 헌터 로그였다. 그의 한 손에는 일반적인 제식 소총보다 세 배는 거대한 대형 플라즈마 중기관총이 들려 있었다.
피잉-!
경고도 없었다. 공기를 찢는 고주파 저격 탄환의 파열음이 격납고 통로를 날카롭게 갈랐다.
“윽!”
정교하게 연산된 헌터 로그의 저격 총탄이 내 오른쪽 허벅지를 정확히 관통했다. 고열의 플라즈마 에너지가 살점을 태우고 허벅지 뼈를 스치며 지나가는 순간, 나는 단 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마동철의 등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뜨거운 피가 차가운 강철 바닥을 순식간에 붉게 물들였다.
“분석관!”
마동철이 경악하며 손을 뻗었지만, 충격으로 인해 내 손이 바닥을 짚는 과정에서 품에 쥐고 있던 부모님의 유품, ‘양자 나침반’이 매끄러운 금속 바닥을 타고 저만치 굴러갔다. 네온 그린빛 가상 화면을 깜빡이던 나침반이 차가운 철제 다리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멈췄다.
다리가 통째로 잘려 나간 듯한 극심한 물리적 고통이 뇌하수체를 강타했다. 시야가 붉게 물들고 호흡이 가빠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대뇌 피질의 뇌파를 끌어올려 사방으로 정신 에너지를 방출하려 했다.
‘사이킥 EMP 파동……!’
그러나 허벅지 뼈를 타고 전해지는 무자비한 신경통이 연산 주파수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뇌파의 진폭이 불규칙하게 흩어지며 제어 칼라에서 불길한 경고음만 울릴 뿐, EMP 주파수는 형성되지 못하고 산산이 깨져버렸다. 신체적 고통 앞에서는 내 초월적인 사이킥 연산 능력도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하하하! 꼴 좋구나, 도진우.”
헌터 로그가 군화 소리를 울리며 다가왔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양자 나침반을 힐끗 보더니,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군화 발로 내 부상당한 오른쪽 허벅지를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끄아아아악-!”
결국 참지 못한 비명이 내 목구멍을 찢고 터져 나왔다. 상처를 짓이기며 으스러지는 뼈의 고통에 온몸의 모세혈관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시야가 흐려지고 의식이 멀어지는 와중에도, 나는 바닥을 기어 손가락 끝으로 양자 나침반의 끈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부모님이 남겨준 마지막 유산이자, 네메시스를 움직일 유일한 열쇠를 저 잔인한 사냥개에게 빼앗길 수는 없었다.
“이깟 고철 덩어리가 네놈 목숨보다 소중한 모양이지? 황실의 반역자 놈들의 유품답군.”
로그가 내 손가락을 걷어차고 나침반을 강탈하려 단도를 치켜든 순간, 등 뒤에서 대지를 울리는 거대한 포효가 터져 나왔.
“이 더러운 제국의 사냥개 새끼가-!”
마동철의 눈동자가 분노로 붉게 뒤집혀 있었다. 그는 피격당해 균열이 간 중장갑 전술 방패를 헌터 로그의 얼굴을 향해 무자비하게 내던졌다. 웅장한 파열음과 함께 방패가 로그의 시야를 가로막은 찰나, 마동철의 거구가 탄환처럼 돌격했다.
그의 양손에 장착된 중장갑 충격 진동 주먹(Shock Glove)이 보라색 전류를 사방으로 뿜어내며 초당 수만 번의 고주파 진동을 시작했다.
헌터 로그가 방패를 쳐내고 플라즈마 총구를 마동철에게 겨누려 했으나, 마동철의 반응 속도가 한발 더 빨랐다. 마동철은 로그의 총신을 왼손으로 움켜쥐어 꺾어버리는 동시에, 진동하는 오른손 주먹으로 로그의 오른팔 팔꿈치 관절을 정면으로 내리쳤다.
빠드득-! 콰아아앙!
단단한 제국군 중장갑 전투 슈트의 합금 장갑이 진동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며 터져 나갔다. 그 너머에 있던 로그의 팔꿈치 뼈와 관절이 기괴한 각도로 꺾이며 완전히 파쇄되었다.
“아아아악! 내 팔! 내 팔이-!”
헌터 로그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마동철은 자비 없이 그의 가슴팍을 걷어차 철제 다리 바닥에 처박아버린 뒤, 바닥을 기던 내 양자 나침반을 낚아채 내 품에 안겨주었다.
“정신 차려라, 분석관! 타릭! 당장 드릴을 돌려!”
“우오오오! 비켜라!”
다리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거구의 타릭이 채굴용 대형 장비인 테라 드릴-09(Terra Drill-09)를 어깨에 짊어진 채 앞으로 나섰다. 드릴의 거대한 양자 선단이 웅장한 회전음과 함께 네온 그린빛 전기를 뿜어내며 삼중 합금 차단벽의 중앙 시건장치를 향해 돌진했다.
쿠우우우우웅-! 끼이이이이익!
귀를 찢는 듯한 금속 마찰음과 함께 사방으로 붉은 스파크와 쇳가루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드릴의 모터가 과부하로 인해 붉게 달아오르며 매캐한 기름 탄 냄새와 회색 연기를 뿜어냈지만, 타릭은 핏대를 세우며 드릴을 더욱 깊숙이 밀어붙였다.
“뚫려라! 이 빌어먹을 제국의 벽아!”
콰아아아앙-!
마침내 삼중 합금 차단벽의 중앙 고정 장치가 파쇄되며,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정상적인 틈새가 열렸다. 그 너머로 빛 한 점 없는 지하 7층 특수 격 격납고의 차갑고 어두운 심연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마동철이 피투성이가 된 나를 가볍게 안아 올렸고, 기태와 타릭이 우리를 엄호하며 틈새 너머 격납고 내부로 몸을 던졌다. 기태가 안쪽의 비상 수동 폐쇄 레버를 온 힘을 다해 잡아당겼다.
쿵-! 콰아앙!
거대한 합금 문이 다시 닫히며 헌터 로그와 경비대원들의 사격 소리가 차단되었다. 격납고 내부에는 오직 네메시스의 거대한 동체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전자기 진동음만이 무겁게 흐르고 있었다. 오른쪽 다리에서 흐르는 피가 차가운 바닥을 적셨고, 내 의식은 과다 출혈과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했다.
그 정적을 깨고, 격납고 천장에 매달린 낡은 제국군 비상 방송 스피커가 지직거리며 켜졌다.
- 지직…… 지직…… 쥐새끼들이 결국 무덤 속으로 기어 들어갔구나.
스피커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타르타로스-9의 소장, 바르가스의 광기 어린 음성이었다.
- 그곳은 네메시스가 봉인된 격납고다. 외부로 통하는 모든 환기구와 산소 공급 밸브를 지금 이 순간부로 완전히 차단하겠다. 고대 유물의 쓰레기장 속에서 천천히 산소가 고갈되어 질식해 죽어가거라.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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