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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타로스의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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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거냐, 분석관.”


마동철의 낮고 묵직한 음성이 폐기물 보관소의 어둠을 갈랐다. 그의 투박한 손이 내 왼쪽 어깨를 단단히 짚어왔다.


기지 전체를 피빛으로 물들이는 붉은색 비상 경보등 아래에서, 내 오른쪽 관자놀이에 장착된 시냅스 크라이오 쿨러가 주기적으로 하얀 냉각 가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피가 흐르는 내 오른쪽 눈 너머로, 감옥의 양자 신호 격자망이 미친 듯이 요동치고 있었다.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바르가스 소장의 무자비한 목소리가 내 고막을 찔렀다.


‘한 박사님의 구역을 정밀 수색하고 즉결 처형하라.’


그 비정한 명령을 듣는 순간, 내 대뇌 피질 깊은 곳에서 차가운 분노가 해일처럼 솟구쳤다. 뇌 세포 사멸률 3.3%의 대가로 찾아온 편두통이 관자놀이를 사정없이 헤집었지만, 각성된 2급 프로 분석관의 이성은 오히려 극도로 냉정하게 상황을 연산해 나갔.


“내일 밤 디데이는 무산되었다.”


내 입술 사이로 서리처럼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기태야. 기계실에서 확보한 전력망 제어권을 지금 당장 오버클럭해라. 내일 밤은 없다. 지금 이 순간, 타르타로스-9의 모든 빗장을 연다.”


“예…… 예?! 하지만 진우 씨, 아직 죄수들이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


“준비는 저들이 시켜줄 거다. 바르가스가 한 박사님을 죽이려는 순간, 우리의 탈옥로도 영원히 닫힌다. 기태야, 3초 준다. 돌려라.”


기태는 내 단호한 눈빛을 보고 침을 꿀컥 삼키더니, 즉시 품속의 불법 해킹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그의 손가락이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렸고, 단말기 화면에 네온 그린빛 양자 코드가 실시간으로 재작성되며 변전소 서버로 침투했다.


“변전소 역배전 가동! 감옥 전체 3,000개 수감방 차단막…… 강제 개방!”


콰아아아아아아앙-!


타르타로스-9 지하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기계음이 폭발했다. 제3수감 구역을 가로막고 있던 수천 개의 삼중 합금 차단벽이 일제히 천장으로 솟구쳐 올랐다. 억압받던 죄수들의 당혹감은 이내 거대한 광기로 변했다.


“문이 열렸다! 탈옥이다!”


“간수 놈들을 죽여라!”


아샤가 이끄는 제3수감 구역 죄수 연맹이 가장 먼저 봉기했다. 그들은 쇠파이프와 채굴용 공구를 치켜들고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아샤의 붉은 전사 문신이 경보등 불빛 아래에서 붉게 타올랐다. 죄수들은 기태가 미리 열어둔 우회로를 따라 무기고로 물밀듯 돌격했다.


“무기를 확보해라! 간수장 브론슨의 목을 따는 자가 이 감옥의 주인이 된다!”


아샤의 카리스마 넘치는 함성이 감옥 복도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무기고의 철문이 뜯겨 나가고, 죄수들이 플라즈마 산탄총과 고전압 진압봉을 손에 쥐기 시작하면서 타르타로스-9은 거대한 전쟁터로 변모했다.


“동철 씨, 움직여야 합니다. 한 박사님의 수감 구역으로 최단 경로로 진입합니다.”


나는 마동철의 거구에 내 몸을 완전히 의지한 채 소리쳤다. 내 왼쪽 시야는 완벽한 암흑 상태였기에, 마동철의 움직임이 내 유일한 나침반이었다. 마동철은 나를 등에 업고 전술 방패를 전면에 내세운 채, 화염과 비명이 난무하는 복도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했다.


***


지하 3층, 한 박사의 수감 구역 초입.


“이 더러운 폭도 새끼들이!”


간수장 브론슨이 정예 경비병들을 이끌고 플라즈마 소총을 무차별 난사하고 있었다. 푸른색 플라즈마 탄환들이 복도 벽면을 타격할 때마다 철제 타일이 녹아내리며 매캐한 오존 냄새가 진동했다.


그 뒤편으로 경비대대장 그롬이 이끄는 중장갑 보행 병기(Armored Walker) 두 척이 육중한 금속성 발걸음을 옮기며 나타났다. 높이 3미터에 달하는 강철 괴물들이 복도를 봉쇄하고 있었다. 보행 병기의 대구경 포탑이 붉은색 조준선을 깜빡이며 죄수들을 향해 포격을 개시했다.


콰앙! 콰앙!


“으아아악! 기갑 부대다! 퇴로가 막혔다!”


전면에서 돌격하던 죄수들이 포화에 휩쓸려 처참하게 쓰러졌다. 중장갑 기갑 병기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죄수 연맹의 돌격선이 순식간에 와해될 위기였다.


“분석관, 저 단단한 고철덩어리들을 백병전으로 부수는 건 불가능하다!”


마동철이 전술 방패를 바닥에 박아 넣으며 날아오는 플라즈마 파편들을 막아냈다. 충격이 방패를 타고 전해져 그의 거대한 어깨 근육이 거칠게 떨렸다. 내 관자놀이의 크라이오 쿨러가 과열음을 내며 냉각수를 다량 분사했다. 치이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얼굴 위로 하얀 성에가 서렸다.


나는 오른쪽 눈을 부릅떴다. 각성된 프로 분석관의 시야로 보행 병기의 양자 제어 흐름이 투시되었다. 무기 시스템 자체는 제국 특수 군용 보안 프로토콜로 잠겨 있어 정신력만으로 해킹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들의 균형 감각을 담당하는 자이로 센서는 다르다.’


나는 내 뇌파를 보행 병기의 관성 제어 센서 주파수와 실시간으로 동조시켰다.


“기태야, 내 뇌파 신호를 증폭해라! 놈들의 관성 제어 모듈에 강제 피드백을 건다!”


“예! 링크 연결 완료!”


내 뇌 속에서 수천 줄의 연산 코드가 폭발했다. 나는 보행 병기의 자이로 센서 제어 라인에 치명적인 모순적 데이터 주식을 주입했다.


‘로직 봄(Logic Bomb).’


지직! 지지지지직-!


오른쪽 보행 병기의 센서 램프가 네온 그린빛으로 지직거리더니, 갑자기 제자리에서 평형감각을 잃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왼쪽 다리 관절이 비정상적으로 꺾이며 옆에 있던 다른 보행 병기를 향해 육중한 몸을 쓰러뜨렸다.


쿵-!


“어? 어어?! 기체가 통제 불능이다! 센서 역류 발생!”


제국군 조종사들의 당황한 비명이 무전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두 척의 보행 병기가 서로 엉켜 바닥으로 쓰러지며 복도를 막아서던 철제 바리케이드를 완전히 뭉개버렸다.


“지금입니다! 돌파하십시오!”


내 외침과 함께 마동철이 대지를 박차고 도약했다. 쓰러진 기갑 병기들의 어깨 장갑을 딛고 날아오른 마동철은, 한 박사의 감방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을 향해 고주파 단검을 휘둘렀다. 보라색 광선이 어둠 속에서 호선을 그리며 경비병들의 플라즈마 소총을 단숨에 두 동강 냈다.


“한 박사님!”


감방 문을 뜯어내고 진입한 곳에는,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노학자가 있었다. 바르가스 소장의 경비병들이 이미 수색 과정에서 그에게 가혹한 물리적 타격을 가한 상태였다. 노인의 가슴팍은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호흡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빴다.


“오…… 왔는가, 진우 군…….”


한 박사가 초점 흐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제가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내 차가운 기계적 이성 너머로 끓어오르는 슬픔과 부채감이 눈물을 만들어냈다. 마동철이 한 박사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시간이 없다. 바르가스의 증원 부대가 지하 7층으로 향하는 엘리트 통로를 차단하기 전에 내려가야 한다!”


우리는 한 박사를 데리고 불타는 감옥의 중앙 하강 통로로 향했다. 죄수들의 폭동으로 사방에서 전선이 터져 나가며 스파크가 폭포처럼 쏟아졌고, 경비대원들의 맹목적인 사격이 우리 뒤를 바짝 쫓았다.


지하 6층을 지나 지하 7층 특수 격리 구역의 거대한 강철 해치 앞에 도달했을 때, 한 박사의 몸이 급격히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노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며 내 죄수복 깃을 잡았다.


“진우 군…… 내 시간은…… 여기까지인 것 같네…….”


“안 됩니다, 박사님! 네메시스를 깨우고 함께 이곳을 나가기로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나는 이미 제국의 역사 왜곡을 지켜본 순간부터…… 영혼이 죽어 있었네. 하지만 자네는…… 진실을 밝힐 수 있어…….”


한 박사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귀 뒤편에 장착되어 있던 은색의 미세 전극 포트를 더듬었다. 그리고 살을 찢는 고통을 참아내며, 자신의 대뇌 뉴런 데이터를 임시 저장한 소형 마이크로 양자 메모리 칩을 뽑아냈다. 칩 표면에 묻은 붉은 피가 내 손바닥으로 차갑게 전해졌다.


“이 안에…… 내가 평생 모은 제국의 기밀 역사 아카이브와…… 내 뇌파 데이터를 백업해 두었네……. 네메시스의 인공 뇌에…… 나를 연결하게……. 내가 자네의…… 눈과 귀가 되어 주겠네…….”


노인의 눈빛이 마지막으로 밝게 빛났다.


“은하를…… 황실의 거짓말로부터…… 해방하게…….”


스르륵-.


나를 쥐고 있던 한 박사의 손이 무력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의 눈동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박사님…… 한 박사님!!!”


내 절규가 차가운 지하 7층 격납고 통로에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부모님에 이어 나를 이끌어주던 또 하나의 등불이 꺼져버린 것이다. 내 가슴속 깊은 곳에서 황실을 향한 타협 없는 복수의 신념이 차갑게 불타올랐다. 나는 그의 피 묻은 메모리 칩을 내 손목 단말기 슬롯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다.


그 슬픔과 분노에 침잠할 새도 없었다.


우리가 서 있는 지하 7층 특수 격리 구역의 거대한 삼중 합금 차단벽 너머에서, 대지를 찢어발기는 듯한 육중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단순한 물리적 진동이 아니었다. 내 목에 채워진 수인용 제어 칼라가 미친 듯이 전자기 노이즈를 뿜어내며 목을 조여왔고, 오른쪽 눈의 네온 그린빛 시야 전체가 붉은색 노이즈 파동으로 사정없이 지직거렸다.


그것은 차단벽 깊은 곳, 봉인되어 있던 고대 군함 네메시스의 심연에서 흘러나오는 비정상적이고 압도적인 중력 왜곡 파동(Gravity Distortion Wave)이었다. 거대한 에너지의 해일이 우리를 향해 몰아치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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