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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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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타로스-9의 대기실은 산 자들의 무덤과 다름없었다. 사방이 투박한 회색 합금 격벽으로 밀폐된 공간 속에서, 얼음 행성의 차가운 한기가 바닥을 타고 올라와 죄수들의 발목을 얼려버릴 듯 조여왔다.


“전원 탈의해라! 한 놈씩 차례대로 스캐너 앞으로 지나간다! 딴청 피우는 놈은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이다!”


브론슨 간수장의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좁은 대기실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의 손에 들린 적색 레이저 스캐너 단말기가 기분 나쁜 기계음을 내며 붉은색 탐지 광선을 뿜어냈다. 그 광선이 죄수들의 야윈 몸을 훑을 때마다, 단말기 화면에는 뼈와 혈관, 그리고 체내에 이식된 미세한 금속 칩의 위치까지 3차원 홀로그램으로 투사되었다.


도진우는 굳어버린 왼쪽 어깨를 움켜쥔 채 침묵 속에 줄을 서 있었다. 옆구리 죄수복 안쪽, 붕대 깊숙한 곳에 숨겨둔 한 박사의 고대 양자 양장본 노트가 그의 갈비뼈를 묵직하게 압박했다.


‘생각해라, 도진우. 저 스캐너는 단순한 금속 탐지기가 아니다. 양자 파동의 미세한 주파수 변화까지 감지하는 고성능 스펙트럼 스캐너다.’


앞선 죄수들이 옷을 벗어 던지며 차례대로 붉은 광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제 진우의 차례까지 남은 인원은 단 세 명. 이대로 가다간 옆구리에 숨긴 고대 노트의 양자 에너지 반응이 단 0.1초 만에 발각될 것이 자명했다. 발각되는 즉시 노트는 압수당할 것이고, 진우와 한 박사는 반역죄로 즉결 처형실로 끌려가 우주의 먼지가 될 터였다.


목에 채워진 수인용 신경 제어 칼라가 진우의 가파른 호흡을 감지하고 파르르 떨리며 미세한 전자기 노이즈를 뿜어냈다. 목덜미를 찌릿하게 자극하는 억제 전류의 경고.


‘칼라의 전자기 노이즈…… 그래, 바로 이거다.’


진우의 차가운 눈동자 뒤편에서 수사관 특유의 치밀한 연산이 시작되었다. 제어 칼라는 뇌파가 기준치를 초과할 때 작동하지만, 반대로 외부에서 강력한 전자기적 충격이 가해지거나 자체 오작동을 일으킬 때도 보호 프로토콜에 의해 고전압 스파크를 방출한다.


그는 슬그머니 왼손을 올려 목에 채워진 칼라의 메인 전극 접촉부로 가져갔다. 손끝에 미세한 전류의 흐름을 느끼며, 3급 하급 시냅서로서 가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신파를 칼라의 수신 칩에 직접 주입했다.


지직! 지지지직-!


“끄아아아악!”


진우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목에 채워진 신경 제어 칼라가 미친 듯이 스파크를 튀기며 푸른색 전류를 방출했다. 진우의 몸이 바닥에서 격렬하게 발작을 일으켰다. 그것은 칼라의 오작동을 유도하기 위해 자신의 뇌 신경 일부를 희생한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무슨 일이야! 저 반역자 놈이 갑자기 왜 저러지?”


브론슨 간수장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며 경비병들에게 소리쳤다. 진우는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척하며, 브론슨의 바지자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도 수사관 시절 다듬어진 단호하고 은밀한 목소리로 브론슨의 귀가에 속삭였다.


“한…… 한 박사가 숨긴 것…… 지하 7층의 열쇠가 어디 있는지…… 내가 안다. 소장님께 직접…… 직접 말하겠다…….”


그 한마디에 브론슨의 탐욕스러운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지하 7층. 그리고 그곳에 봉인된 고대 군함 네메시스. 그것은 바르가스 소장이 황실 몰래 독점하려 혈안이 되어 있는 일급 기밀이었다. 만약 자신이 그 단서를 소장에게 직접 바친다면, 이 지긋지긋한 변방 감옥의 간수장 신세를 면하고 제국 중앙으로 영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 놈, 미쳐서 헛소리를 하는군!”


브론슨은 겉으로는 소리를 질렀지만, 즉시 스캐너를 거두고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이 놈의 제어 칼라가 완전히 맛이 갔다. 이대로 두면 뇌가 타서 죽어버릴 테니, 당장 소장실 직속 심문실로 이송한다! 신체 수색은 보류한다!”


경비병들이 진우의 양팔을 거칠게 잡아채 복도 너머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거칠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진우는 죄수복 안쪽의 고대 노트가 안전하게 숨겨져 있음을 확인했다.


‘일단 첫 번째 고비는 넘겼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지옥이다.’


***


타르타로스-9의 최상층 구역에 위치한 ‘무중력 가상 고문실’은 어둠과 적막만이 감도는 기괴한 공간이었다.


방 중앙의 중력 제어 장치가 가동되자, 진우의 몸이 서서히 바닥에서 떠올라 허공에 고정되었다. 사방에는 그 어떤 물리적 벽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무중력 상태 특유의 기분 나쁜 부유감과, 사방을 둘러싼 차가운 전자기 역장의 웅웅거리는 소리만이 고막을 때렸다.


“도진우. 전직 황실 보안국 1급 정신 분석관.”


어둠 속에서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가죽 군화 소리가 울렸다. 타르타로스-9의 소장, 바르가스였다. 터질 듯한 제복 사이로 드러난 그의 비대한 체구는 무중력실의 푸른빛 조명을 받아 더욱 위압적으로 보였다.


“네놈이 감히 내 간수장에게 지하 7층의 열쇠를 안다고 속삭였다더군. 황실의 사냥개였던 네놈이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겠다니, 기특하면서도 가증스럽기 짝이 없어.”


바르가스는 진우의 턱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그의 잔인한 눈빛 속에 탐욕과 의심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하지만 난 네놈의 주둥이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거짓말 따위는 믿지 않는다. 내 비밀 연구원들이 네메시스의 인공 뇌를 깨우기 위해 밤낮으로 매달려도 열리지 않던 문이다. 네놈이 정말로 그 코드를 알고 있다면, 네 뇌를 직접 열어 확인하는 편이 빠르겠지.”


바르가스가 손가락을 가볍게 퉁기자, 무중력실 구석의 어둠 속에서 한 여성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단정한 제국 심문관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두 눈은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채 유리알처럼 투명했다. 황실 정보부 소속의 수석 사이킥 심문관, 레베카였다. 그녀의 손에는 복잡한 양자 회로가 네온 그린빛과 보라색 노이즈로 얽혀 있는 ‘양자 심문 헬멧’이 들려 있었다.


“레베카 심문관. 이 반역자의 머릿속에서 지하 7층 격납고의 우회 제어 코드를 통째로 뜯어내라. 뇌 세포가 좀 타버려도 상관없다. 쓸모없는 껍데기만 남겨두어도 되니까.”


“알겠습니다, 소장님.”


레베카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허공에 뜬 진우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에 양자 심문 헬멧을 강제로 씌웠다.


철컥-.


헬멧 내부의 차가운 신경 전극 젤이 진우의 관자놀이와 대뇌 피질 주변에 밀착되었다. 제어 칼라의 억제 장치와 심문 헬멧의 양자 전극이 동시에 진우의 뇌 신경망을 압박해 들어왔다.


“심문 프로토콜 가동합니다.”


레베카가 콘솔을 조작하자, 헬멧에서 고주파 전자기 소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이이이잉-


동시에 진우의 대뇌 피질로 가학적인 고주파 고통 신호가 직접 주입되었다. 그것은 머릿속에 끓는 쇳물을 들이붓는 듯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이었다. 뼈마디가 뒤틀리고 온몸의 뉴런이 동시에 타버리는 듯한 감각에 진우의 온몸이 무중력 허공에서 거칠게 요동쳤다.


“으아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무중력 공간 속에서 소리는 기괴하게 왜곡되어 흩어졌다. 진우의 눈동자가 뒤집히며 안구 주변의 모세혈관이 터지기 시작했다.


‘버텨야 한다…… 여기서 정신을 놓으면 내 모든 기억이 황실의 사냥개들에게 넘어가고 만다.’


진우는 고통의 심연 속에서 이성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발악했다. 그는 과거 부모님에게 배웠던 고난도 정신 분할 명상법을 떠올렸다.


‘마인드 팰리스 복원법…… 가동.’


그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 가상의 네온 그린빛 도서관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수억 권의 책이 꽂혀 있는 거대한 유리 서재. 진우는 자신의 진짜 이름, 부모님과의 소중한 기억, 그리고 한 박사에게 전해 들은 네메시스의 비밀 데이터를 가장 깊은 곳에 위치한 철제 비밀 금고실 안에 밀어 넣고 문을 굳건히 잠갔다.


쿠구구구궁-


가상 공간 속에서 무거운 합금 격벽들이 차례대로 내려앉으며 그의 자아 코어를 보호했다. 현실의 육체는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의 의식 중심부는 차가운 고요를 유지했다.


“어라?”


레베카의 투명한 눈동자에 미세한 의혹이 스쳤다. 단말기 모니터에 표시된 진우의 뇌파 그래프가 고통 신호 주입에도 불구하고 특정 영역에서 완벽한 평형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급으로 강등당한 하급 시냅서 주제에 정신 장벽을 구축해 방어하고 있군요. 꽤 정교한 마인드 팰리스입니다. 하지만 내 침투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레베카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녀는 자신의 사이킥 출력을 올리기 위해 제어 콘솔의 레버를 끝까지 밀어 올렸다.


“출력 200%로 과부하 주입합니다. 정신의 뼈대까지 으스러뜨려 주지.”


콰아아아앙-!


진우의 머릿속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듯한 충격이 몰아쳤다. 200%로 폭증한 고주파 고통 신호가 가상의 네온 그린빛 도서관 격벽을 무자비하게 타격했다. 유리 책장들이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굳건하던 철제 금고실 문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크흑! 으아아아!”


현실의 진우의 코와 입에서 붉은 선혈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무중력 공간 속에서 붉은 피가 둥근 구형의 방울이 되어 그의 얼굴 주변을 유령처럼 맴돌았다. 대뇌 피질의 온도가 급상승하며 뇌세포가 실시간으로 사멸해가는 극단적인 위기 상황이었다.


‘뇌 세포 손상률 급증…… 이대로 버티기만 하면 결국 방어선이 무너지고 뇌사 상태에 빠진다. 그렇다면…….’


진우는 방어를 포기했다. 수사관 시절, 그는 적의 공격이 가장 강하게 밀려오는 그 순간이 역설적으로 가장 취약한 연결 고리가 된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그는 찌그러져 가는 마인드 팰리스의 문을 스스로 열어젖혔다. 그리고 자신에게 밀려오는 고통의 전류 흐름을 역산하기 시작했다. 고통 신호가 타고 들어오는 양자 심문 헬멧의 물리적 회로 주파수, 그리고 그 헬멧과 링크되어 있는 레베카의 대뇌 시냅스 경로가 그의 머릿속에 네온 그린빛 격자 지도로 선명하게 시각화되었다.


‘찾았다. 주파수 대역 4.2기가헤르츠. 전극 채널 12번.’


진우는 자신의 목에 채워진 제어 칼라의 억제 전류마저 역이용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의 골수 유전 인자에 새겨진 고대 프로토스의 양자 감응력을 폭발적으로 가동했다. 뇌파를 극도로 연산 모드로 집중시키자, 제어 칼라가 위험을 감지하고 고전압 스파크를 방출했다.


파지지직!


진우는 그 고전압의 전류를 자신의 대뇌를 통과시켜, 심문 헬멧의 전극 역방향으로 송신했다. 그의 뇌가 거대한 양자 중계기가 되어, 자신에게 가해진 모든 고통과 제어 칼라의 파괴적인 고전압 에너지를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 폭풍으로 엮어냈다.


“가상 심연 역류(가상 심연 역류)……!”


진우의 양안이 선명한 네온 그린빛 레이저처럼 안광을 뿜어냈다.


콰르릉-!


레베카의 뇌 신경망으로 진우의 고통과 전자기 역류 에너지가 해일처럼 역침투했다. 단순히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었다. 네메시스 인공 뇌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사멸한 영혼들의 비명과, 진우가 겪은 처절한 고통의 사념파가 그녀의 시냅스 경로를 타고 역류했다.


“아…… 아아아아악!”


레베카가 머리를 움켜쥐며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안구 전체가 기괴한 보라색 스파크로 물들며 뒤집혔다. 양자 심문 헬멧의 제어 콘솔이 과부하로 인해 불꽃을 뿜으며 폭발했다.


그 심층적인 정신적 융합의 순간, 진우의 의식은 레베카의 뇌파 경로를 타고 고문실 로컬 네트워크의 열린 포트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것은 레베카가 소장 바르가스의 개인 단말기와 동기화해 두었던 비밀 통신망이었다.


스스스슥-.


진우의 머릿속으로 바르가스 소장의 은밀한 음성 로그와 기밀 문서 데이터가 가상 격자 지도로 투사되었다.


[“……새벽의 눈 놈들이 네메시스를 회수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제어권을 잡아야 한다. 그 군함의 주포만 가동할 수 있다면, 제국 황실 놈들도 감히 나를 건드리지 못하겠지. 외곽 성계로 도주해 독자적인 영토를 구축하는 거다. 황제 놈의 목숨줄을 쥘 마스터 키만 확보하면…….”]


바르가스 소장의 독점 계획(바르가스 소장의 독점 계획).


그것은 황실에 대한 충성이 아니었다. 바르가스는 네메시스를 가동해 제국을 배신하고 변방의 황제로 군림하려는 거대한 야욕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끄으윽…… 아악!”


최후의 비명과 함께 레베카의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그녀의 대뇌 피질 전체가 역류 전류에 의해 완전히 타버렸다. 레베카의 눈동자에서 보라색 안광이 완전히 꺼지며, 그녀의 몸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허공으로 툭 떨어져 무중력 공간 속을 유령처럼 표류하기 시작했다. 완벽한 뇌사 상태였다.


“레베카! 레베카 심문관!”


방호 유리 너머에서 고문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바르가스 소장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황실 최정예 심문관이 고작 3급 죄수의 정신 반격에 의해 단숨에 뇌사당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터였다.


“이…… 이 괴물 같은 놈이 무슨 짓을 한 거냐!”


바르가스가 비명을 지르며 통제실 문을 열고 무중력실 안으로 난입했다.


진우는 헬멧 내부의 전극이 타버리며 무중력 허공으로 천천히 떨어졌다. 그의 코와 입에서 흐른 붉은 피방울들이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대뇌 피질의 1.8%가 손상되는 치명적인 대가를 치렀고, 전신 근육이 마비되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지만, 진우의 입꼬리는 비틀려 올라가 있었다.


그는 레베카의 정신망을 역해킹하는 과정에서, 고문실 시스템과 연결된 바르가스 소장의 개인 금고 제어 라인을 완벽히 파악해 냈다.


‘바르가스…… 네놈의 추악한 배신 계획을 잘 보았다.’


진우는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소장의 머릿속 기억 잔상과 금고 시스템 로그를 수사관의 직관으로 꿰뚫어 보았다. 소장의 개인 금고실 깊은 곳, 삼중 양자 잠금장치 너머에 숨겨진 단 하나의 보물.


네메시스의 고대 인공지능을 깨우고 제어권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물리적 마스터키, ‘양자 코어 키’가 바로 그곳에 보관되어 있음을 진우는 확신했다.


바르가스 소장이 분노와 공포가 섞인 눈빛으로 권총을 빼 들어 진우의 이마를 겨누었다.


“네놈의 뇌를 당장 날려버리겠다, 이 반역자 놈!”


하지만 진우는 피 묻은 이빨을 드러내며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이제 주도권은 완전히 자신에게 넘어왔음을 알고 있었기에.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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