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공명과 공포의 다리 떨기
“한시우! 네놈이 고도의 음모로 내 아버님을 모함해 가두었다! 내 오늘 전 사제들 앞에서 네놈의 그 가짜 천재 실력을 백일하에 밝혀내고 말겠다!”
오수호의 벼락같은 고함이 청명각의 들보를 뒤흔들었다. 연회장 전체가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고, 한시우는 멍하니 서서 자신의 귓구멍이 단체로 반역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뭐? 내가? 모함을 해?’
시우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그저 지루한 연회 중에 졸았을 뿐이고, 꿈속에서 감자를 갉아먹던 멧돼지를 차려다가 실수로 탁자 다리를 걷어찼을 뿐이다. 그 둔탁한 발길질에 오진태가 독을 타 놓은 찻잔이 깨지고, 엎질러진 먹물 자국이 우연히 오진태의 비리 장부를 가리켰을 뿐인데, 세상은 그를 ‘천기를 읽고 음모를 분쇄한 어둠의 감찰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대가로 오진태의 아들 오수호와 청명검종 최고의 천재 검객 백운하가 서슬 퍼런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아니, 저기……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난 정말로—”
시우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해명하려 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가로막은 것은 아군인 철면장로 위지관이었다.
“오오! 대사형의 저 자비로운 안색을 보아라! 자신을 죽이려 한 역도의 자식마저 품어주려 하시는구나! 하지만 수호야, 백운하야! 문파의 규율은 엄격한 법. 감히 대사형께 검을 겨눈 죄, 비무대 위에서 정당하게 심판받아야 마땅하다!”
위지관의 우렁찬 목소리에 연무장에 모인 사제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비무대로! 비무대로!”
“대사형의 무형검을 직접 볼 기회다!”
‘아니, 이 노인네가 미쳤나! 내 동의는 어디로 간 거야!’
시우는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지만, 이미 수백 명의 제자가 횃불을 들고 대연무장으로 길을 터주고 있었다. 도망칠 구멍은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나 사실 무공 못해”라고 이실직고했다간, 분노한 사제들이 그를 사기죄로 청명산 절벽 아래로 던져버릴 것이 뻔했다. 결국 시우는 사지가 덜덜 떨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숨기며, 꼿꼿하게 굳어버린 자세로 대연무장 중앙의 비무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
밤바람이 웅장하게 불어오는 대연무장 위.
횃불의 붉은 불빛이 청석 바닥을 일렁이며 비추고 있었다. 시우의 맞은편에는 청명검종 최고의 후기지수이자 이류 극성의 무인, 백운하가 차가운 눈빛으로 서 있었다. 잘 정돈된 장발이 바람에 휘날렸고, 그의 손에는 가문의 명검인 청풍검(靑風劍)이 들려 있었다.
“오수호는 비켜라. 내 청풍검이 먼저 대사형의 깊은 가르침을 청할 것이다.”
백운하가 검을 반쯤 뽑아 들자,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슬 퍼런 청색 검기가 대연무장의 밤공기를 차갑게 얼려버렸다.
시우는 그 푸른 검광을 보는 순간, 뇌의 모든 회로가 정지되는 기분을 느꼈다.
‘진짜 칼이다…… 저거에 한 대만 맞아도 고향 감자밭은커녕 조상님 얼굴을 먼저 보겠어.’
극도의 공포가 시우의 전신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아까 연회장에서 긴장감을 지우기 위해 벽라춘 차를 대접째로 연거푸 다섯 잔이나 들이켰던 것이 이제야 신호로 찾아오고 있었다. 아랫배가 묵직해지더니, 방광이 터질 듯한 경고음을 보내왔다.
‘큰일났다. 진짜 큰일났어. 여기서 조금이라도 몸을 크게 움직였다간…… 지려버린다. 대사형이고 뭐고 전 사제들 앞에서 오줌싸개로 역사에 박제될 거야!’
시우는 바지에 대참사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괄약근과 허벅지 안쪽 근육에 전력을 다해 힘을 주었다. 두 다리를 안쪽으로 꽉 조이고, 엉덩이에 힘을 빳빳하게 주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 결과, 시우의 다리가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달달달달달달달달……”
그것은 추위나 긴장감의 수준을 초월한, 방광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육체의 처절한 고속 진동이었다. 짚신 바닥이 단단한 청석 바닥을 미세하게 긁으며 기묘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슥…… 탁, 탁, 달달달달……”
비무대 아래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제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 저 소리는 뭐지?”
“대사형의 발끝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진동음이다!”
비무대 위에서 시우를 대치하고 있던 백운하 역시 그 미세한 진동음을 들었다. 백운하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흔들렸다.
‘무슨 소리지? 발끝이 청석 바닥을 미세하게 때리는 주파수……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다. 저 흔들림 속에서 대연무장 지하의 기류가 미세하게 요동치고 있어!’
백운하는 침을 삼켰다. 그의 머릿속에 낮에 터져 나왔던 ‘천년 영맥’의 웅장한 폭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다! 대사형께서는 낮에 이 연무장 지하의 영맥을 손수 뚫으셨다. 지금 저 발끝의 진동은…… 대지맥의 흐름을 발가락 끝으로 직접 짚어내어, 연무장 지하에 흐르는 영기의 파동과 자신의 신체를 완벽하게 공명시키고 있는 것이다!’
백운하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그가 느끼기에 시우의 다리 떨림은 단순한 떨림이 아니었다. 그것은 대지의 맥박을 강제로 조율하여 상대방의 심맥을 흔드는 무서운 ‘대지 공명의 음공(音功)’이었다. 실제로 소리가 연무장 전체에 퍼질 때마다, 백운하는 자신의 심장이 시우의 다리 떨림 박자에 맞춰 쿵쾅거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참으로 가공할 안목이로다! 검을 뽑지도 않고, 오직 발끝의 미세한 공명만으로 내 내력의 흐름을 교란하려 하시다니!’
백운하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압도당했다. 그러나 가문의 명예를 짊어진 천재 검객으로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대사형! 무례를 무릅쓰고 한 수 청하옵니다! 화산풍운 심법, 질풍쾌검(疾風快劍)!”
백운하가 사자후를 토하며 대지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청풍검이 밤공기를 가르며 서슬 퍼런 검기를 뿌려댔다. 질풍처럼 빠른 기세로 시우의 어깨와 목덜미를 향해 세 갈래의 예리한 검로가 뻗어 나갔다.
“어어억!”
시우는 눈앞으로 날아오는 시퍼런 칼날을 보자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뇌 정지 상태에 빠진 시우는, 살기 위해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괄약근과 다리에 힘을 주고 있었던 탓에 다리에 쥐가 나며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마침 낮에 내린 비와 연회장에서 흘러나온 물기 때문에 대연무장 바닥은 매우 미끄러운 상태였다.
“휘청!”
시우의 발가락이 물기를 밟고 옆으로 사정없이 미끄러졌다.
“어, 어어어?!”
시우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팔을 풍차처럼 좌우로 거칠게 휘두르며 상체를 기괴한 각도로 흐느적거렸다. 그의 몸이 좌우로 크게 꺾이며 마치 취권 고수가 만취해 쓰러지듯 바닥을 향해 구부러졌다.
그 기괴하고도 예측 불가능한 비틀거림은, 놀랍게도 백운하가 계산한 완벽한 세 갈래 검로의 사각지대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스윽! 팟!”
백운하의 날카로운 청풍검 끝이, 흐느적거리며 고개를 숙인 시우의 도포 자락만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허공을 갈랐다. 단 1푼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회피였다.
‘……공격을 피했다?!’
백운하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자신의 질풍쾌검은 청명검종에서 가장 빠른 초식이었다. 상대가 검을 맞부딪치거나 뒤로 물러설 것을 예측하고 설계한 검로였다. 그러나 시우는 뒤로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앞으로 흐느적거리며 자신의 검날 안쪽으로 기어 들어와 공격을 흘려버렸다.
‘이것이 바로…… 낮에 위지관 장로님이 말씀하셨던 인과율의 궤적을 비틀어 적의 살기를 유유히 흘려보내는 신법, 허허실실보(虛虛實實步)인가!’
백운하는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시우가 미끄러지며 허우적댄 동작은, 백운하의 눈에는 우주의 섭리를 깨닫고 적의 공격 궤적을 미리 읽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회피한 궁극의 신법으로 비쳤다. 검끝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도 시우의 졸린 눈빛에는 단 한 터럭의 흔들림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너무 무서워서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백운하는 공격이 완전히 빗나간 반동으로 비무대 바닥에 내려앉으며 비틀거렸다. 그의 호흡이 급격하게 거칠어졌다. 단 한 초식의 교환이었지만, 그가 느낀 심리적 중압감은 태산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한편, 시우는 간신히 미끄러짐을 멈추고 똑바로 섰으나,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아랫배의 압박은 이제 폭발 직전이었고, 더 이상 비무를 계속했다간 진짜로 대참사를 치를 것이 분명했다.
‘제발 그만해…… 나 오줌 쌀 것 같단 말이야! 항복할게! 내가 졌다고 소리치자!’
시우는 비무를 포기하고 기권 선언을 하기 위해, 백운하를 향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잠깐만, 기권—”이라고 말하려 입을 열었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전신에 긴장감을 주고 있었던 탓에, 들어 올린 그의 오른손마저 사정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바들바들바들바들……”
시우의 오른손 손가락들이 기괴하게 꺾인 채 고속으로 진동했다. 그 떨림은 마치 고대의 무서운 인을 맺거나,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장풍을 손끝에 응축시키는 절대자의 마지막 경고처럼 보였다.
백운하는 그 고속으로 떨리는 시우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극도의 공포가 서렸다.
‘저 손짓은…… 단순한 손 떨림이 아니다. 내력의 파동을 손가락 끝에 모아 방출하려는 무형의 장풍! 내가 한 걸음만 더 다가갔다간, 저 떨리는 손끝에서 터져 나오는 무형의 기운에 내 심장이 단번에 관통당할 것이다!’
백운하의 상상력은 이미 무림맹의 그 어떤 지략가보다 빠르게 폭주하고 있었다. 시우의 바들바들 떠는 다리 끝에서 들려오는 대지의 진동음과, 허공에서 기괴하게 떨리는 손끝의 무형의 압박감(사실은 시우의 방광 비명)이 백운하의 뇌리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으, 으아아아아!”
결국 심리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백운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크게 물러섰다. 그의 얼굴은 핏기가 완전히 가신 채 하얗게 질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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