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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의 부엌칼과 보검 파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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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의 요란했던 자객 침투 소동은 청명검종 지하 감옥의 철창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막을 내렸다.


늦은 아침, 청명검종 뒤뜰 창고방의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시우는 여전히 이불을 뒤집어쓴 채 침상 위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온몸의 뼈마디가 쑤셨고, 아버지가 날린 등짝 스매싱의 타격감은 요추 디스크를 따라 찌릿한 전류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어제 하도겸의 청룡창을 피하느라 들이마신 흙먼지 때문에 목구멍은 완전히 타들어 가듯 아팠다. 소리를 내려 해도 그저 캑캑거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대사형! 몸은 좀 어떠십니까!”


방안으로 헐레벌떡 들어온 마당쇠가 횃불 대신 따뜻한 물대접을 내려놓으며 감격에 겨운 얼굴로 물었다. 그 뒤를 따르던 사제들의 눈빛 역시 종교적인 광신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어젯밤 대사형께서 펼치신 무형 제압 진법의 위력은 실로 가공할 만했습니다! 그 악명 높은 철검문의 일류 살수 독고패가 대사형의 침소 문턱을 넘자마자 발가락이 으스러지며 기혈이 뒤틀려 자멸하다니요! 게다가 대사형께서 잠결에 던지신 지푸라기 베개는 어찌나 묵직했는지, 독고패의 이마에 촘촘한 격자무늬 자국이 선명하게 인장처럼 새겨진 채 기절해 있었습니다! 의원이 말하길 미간의 기혈이 완벽하게 차단된 극의의 암기술이라 하더이다!”


‘그거 그냥 아부지가 보내준 흙 묻은 딱딱한 베개야…… 그리고 쥐덫은 진짜 쥐 잡으려고 놓은 거라고…….’


시우는 목구멍을 쥐어짜며 해명하려 했으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것은 오직 “캑, 캑……” 하는 처절한 바람 소리뿐이었다.


마당쇠는 그 침묵을 깊은 도의 침묵으로 받아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대사형이십니다. 자객의 습격 따위는 일상 다반사라는 듯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으시는군요. 아, 그리고 방금 고향의 외삼촌이신 임춘배 어르신께서 대사형의 은퇴 후 감자 농사를 돕기 위해 손수 만드신 물건이라며 전령을 통해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마당쇠가 건넨 것은 낡은 가마니 천에 싸인 길쭉한 물건이었다. 시우가 떨리는 손으로 천을 벗겨내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평범하고 투박한 ‘녹슨 부엌칼’ 한 자루였다.


외관은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날끝은 군데군데 이가 빠져 있었고, 칼날 표면에는 붉은 녹이 슬어 있어 시장바닥의 고물상에서도 거들떠보지 않을 쓰레기 같았다. 하지만 시우의 눈에는 이 칼이 세상 그 어떤 명검보다 소중해 보였다.


‘외삼촌……! 역시 내 은퇴 계획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건 외삼촌뿐이구나! 그래, 고향으로 도망치면 이 칼로 감자 껍질이나 깎으면서 평화롭게 살아야지.’


시우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녹슨 부엌칼을 품속 깊은 곳에 찔러 넣었다. 은자 백 냥 주머니가 들어 있는 안쪽 주머니 옆에 칼이 묵직하게 자리를 잡았다. 비록 겉보기엔 초라했으나, 대장장이 임춘배가 야철 비전 열처리법을 동원해 백 번을 두드려 만든 이 부엌칼은 사실 내부 밀도가 다이아몬드급으로 단단하게 압축된 괴물 같은 쇳덩이였다. 철 냄새를 맡고 수평을 맞추는 데 화경의 경지에 도달한 임춘배의 숨겨진 역작이었던 것이다.


***


잠시 후, 남궁 영지로 향하는 공식 출발식을 치르기 위해 시우는 강제로 대연무장(대연무장)으로 실려 나갔다.


청명검종의 대연무장은 이른 아침부터 웅장한 가마와 황실 근위대원들의 삼엄한 경비로 가득 차 있었다. 위지관 장로와 진소희 사매, 그리고 휠체어에 앉은 시우를 에스코트하려는 제자들이 모여 웅성거리는 순간, 연무장 정문 너머에서 매서운 제왕기세(帝王氣勢)의 기류가 휘몰아치며 한 사내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황금빛 장식이 화려하게 들어간 자주색 비단 도포를 걸치고, 거만한 눈빛을 번뜩이는 사내. 모용세가의 수석 후계자이자 이류 극성의 강자, 모용진이었다.


그의 손에는 모용세가의 상징이자 푸른 보석이 박힌 명검 ‘현무검(玄武劍)’이 들려 있었다.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서슬 퍼런 청색 검기가 연무장의 아침 이슬을 차갑게 얼려버렸다.


“한시우! 네놈이 정녕 졸음 속에서 영맥을 뚫고, 자객들을 진법으로 제압했다는 청명의 대사형이냐!”


모용진이 현무검을 치켜들며 연무장 한가운데를 가로막았다. 그의 매서운 사자후가 대연무장을 웅장하게 울렸다.


“일전에 내 찻잔의 떨림을 이용한 고도의 음공으로 나를 기만하고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지! 내 오늘 남궁 영지로 떠나는 네놈의 앞길을 막아서고, 가문의 보검 현무검으로 그 가짜 명성을 백일하에 밝혀내겠다! 어서 검을 뽑아라!”


갑작스러운 일류 고수의 도발에 연무장은 순식간에 빙점 이하의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사제들은 분노 어린 눈빛으로 무기를 잡았고, 위지관 장로는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정작 휠체어에 앉아 있던 시우는 심장이 멎는 듯한 극심한 ‘칼날 공포증’에 휩싸였다.


‘엄마야! 저 미친 도련님이 진짜 진검을 들고 나타났잖아! 저 시퍼런 칼날에 스치기만 해도 내 목덜미가 날아갈 텐데 비무는 무슨 얼어 죽을 비무야!’


시우는 너무 무서워서 목소리를 내어 “저 안 싸워요, 제발 가세요”라고 빌고 싶었다. 하지만 목구멍이 완전히 가버린 상태였기에, 입술을 달달 떨며 겨우 내뱉은 소리는 묵직하고 차가운 바람 빠지는 소리뿐이었다.


“캑, 캑…… (저리 가……).”


그러나 그 쉰 기침 소리와 흐릿한 눈빛은, 모용진의 눈에는 자신을 완벽하게 하찮은 존재로 여기는 ‘지존의 오만한 무시’로 해석되었다.


“침묵으로 나를 모욕하겠다 이거냐! 그렇다면 억지로라도 검을 뽑게 만들어주마!”


모용진이 분노로 안색을 붉히며 몸을 날렸다. 그의 현무검이 공중에서 세 갈래의 청색 검기를 풍기며 시우의 목덜미를 향해 무섭게 쇄도했다.


“대사형—!!!”


진소희와 사제들이 비명을 질렀으나, 모용진의 속도는 이류 극성의 쾌검이었다. 이미 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히익! 살려줘!!!’


시우는 본능적인 공포에 질려 휠체어에서 뒤로 도망치려 몸을 뒤틀었다. 그러나 등짝 스매싱으로 다친 요추가 찌릿하게 비명을 질렀고, 발이 꼬이면서 휠체어 바퀴에 걸려 뒤로 꼴사납게 자빠졌다.


“으어억!”


엉덩방아를 쿵 찧으며 뒤로 넘어지는 순간, 시우의 품속에서 묵직한 물건 하나가 미끄러져 공중으로 튕겨 나갔. 외삼촌 임춘배가 보낸 그 초라하고 ‘녹슨 부엌칼’이었다.


빙글빙글.


붉은 녹이 가득 슬어 비주얼마저 끔찍한 부엌칼이 허공에서 무작위 궤적을 그리며 회전했다. 모용진은 날아오는 암기(?)를 보고 코방귀를 꼈다.


‘흥! 저런 조잡한 쇠붙이로 내 현무검을 막으려 들다니, 어리석도다!’


모용진은 내력을 현무검에 가득 주입해 날아오는 부엌칼을 단칼에 동강 내고 시우의 목을 겨누려 했다. 현무검의 푸른 검광이 부엌칼의 무딘 칼날과 맞부딪히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모용세가의 보검 현무검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과거 주조 과정에서 미세한 열처리 불량으로 인해, 칼날 중간 부분에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미세한 공정 균열(구조적 결함)이 존재했던 것이다. 보통의 무기라면 상관없었겠지만, 모용진이 주입한 강력한 고주파 내력이 칼날 내부에서 공명을 일으키며 그 균열 부위의 스트레스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공중에서 제멋대로 회전하며 떨어지던 녹슨 부엌칼의 두껍고 묵직한 등(spine) 부분이, 모용진이 휘두르던 현무검의 바로 그 ‘가장 약한 균열 부위’를 정확한 물리적 각도로 직격했다.


카아앙—!!!


대연무장 전체를 찢어발기는 듯한, 기이할 정도로 맑고 날카로운 금속 파열음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


모용진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격렬하게 흔들렸다.


그가 자랑하던 모용세가의 백 년 전통 보검 현무검이, 시우가 떨어뜨린 녹슨 부엌칼의 등짝에 부딪히는 순간 거짓말처럼 반 토막이 나며 허무하게 두 동강으로 박살 난 것이다.


부러진 검날이 공중을 날아가 대연무장 청석 바닥에 챙그랑 소리를 내며 꽂혔고, 모용진의 손에는 오직 부러진 검자루만이 뎅그러니 남겨졌다.


반면, 외삼촌 임춘배가 벼려낸 녹슨 부엌칼은 단 하나의 이 빠짐도 없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흙바닥 위에 꼿꼿하게 꽂혔다. 붉은 녹 사이로 번뜩이는 기묘한 금속성 광채가 아침 햇살을 받아 기괴한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대연무장은 한순간에 물을 끼얹은 듯 지독한 정적에 휩싸였다.


시우는 바닥에 엉덩이를 찧은 채 멍하니 박살 난 검날을 바라보며 속으로 절규했다.


‘외삼촌…… 대체 칼을 뭘로 만든 거야…… 왜 명검이 부엌칼에 부러지는데?!’


모용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의 손에 든 부러진 검자루와, 바닥에 당당하게 꽂혀 있는 녹슨 부엌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의 전신이 주화입마에 걸린 것처럼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검을 뽑지도 않고…… 오직 품속에서 흘려보낸 녹슨 식도(食刀) 한 자루로 내 현무검의 기 흐름을 읽고 파괴하다니……! 저 자는 검의 형태를 초월한 진짜 괴물이다!’


모용진의 무릎이 힘없이 꺾이며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가문의 보검이 박살 난 충격과 시우의 가공할 ‘무형의 신공’ 앞에, 그의 오만했던 영혼은 완벽하게 가출해 버렸다.


수백 명의 사제들과 백성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연무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대사형 한시우—!!!”

“부엌칼 하나로 모용세가의 보검을 파쇄하시다니! 참으로 천하제일의 지존이십니다!”


시우는 흙바닥에 주저앉아 쉰 목소리로 “캑, 캑……”거리며, 자신의 은퇴용 감자 칼이 전설의 신철도(神鐵刀)로 성역화되는 황당한 비극에 눈물을 흘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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