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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의 쥐덫과 어둠 속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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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캑! 캑! 으그극…….”


청명검종 뒤뜰 창고방으로 돌아온 한시우는 목구멍을 쥐어짜며 거친 신음을 내뱉었다. 낮에 대연무장에서 하도겸의 청룡창을 피하겠다고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몽당빗자루를 미친 듯이 휘둘러댄 대가는 참혹했다. 기맥이 시멘트처럼 단단히 막힌 범인의 호흡기는 그 엄청난 청석 가루와 흙먼지를 버텨내지 못했다. 목구멍이 불덩이를 삼킨 것처럼 따끔거렸고, 혀끝에서는 칼칼한 흙 맛이 가시지 않았다.


가장 비극적인 것은 목소리가 완전히 가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시우가 입을 열어 소리를 내려고 할 때마다 캑캑거리는 바람 빠지는 소리만 새어 나왔다.


‘진짜 죽겠다, 죽겠어…….’


시우는 품속에서 장만복에게 받은 묵직한 은자 백 냥 주머니를 꺼내 침상 안쪽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 고향 감자밭으로 도망쳐 유유자적하게 은퇴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거금이 수중에 들어왔건만, 도무지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문밖에는 황실 근위대장 강백과 금위군 무사들이 물샐틈없는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시우가 밤중에 흙바닥을 기며 개구멍을 찾던 찌질한 행보를 ‘대지의 기운과 소통하는 무념무상의 고행’으로 오해하여, 아예 대사형의 처소 주변을 성역으로 지정하고 24시간 감시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남궁 영지 회합으로 강제 출발해야 하는데…… 그 무서운 무림맹 감사단이랑 남궁세가 고수들 앞길에 내 가짜 실력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야. 게다가 오늘 밤…… 분명히 자객이 올 텐데.’


시우는 등줄기에 오싹한 소름이 돋았다. 최근 자신의 명성이 천하를 뒤흔들 정도로 치솟았으니, 청명검종을 무너뜨리려는 철검문이나 마교의 살수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무공이 단 1푼도 없는 상태에서 칼날을 마주하는 상상만으로도 방광이 다시 찌릿해지는 기분이었다.


도망칠 수도 없고, 싸울 수도 없다. 그렇다면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짓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시우는 침상 밑 어두운 구석에 처박혀 있던 무겁고 커다란 나무 상자를 질질 끌어당겼다. 뚜껑을 열자 뽀얀 먼지와 함께 쇳내 가득한 기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청명현 대장간에서 창고의 산쥐들을 잡기 위해 은자 1푼을 주고 특별 주문 제작했던 강력한 무쇠 스프링 덫, 바로 ‘창고의 쥐덫’들이었다. 멧돼지 가죽도 단번에 찢어발길 수 있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장력을 지닌 사냥용 무쇠 덫이 무려 서른 개나 들어 있었다.


시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쥐덫을 하나씩 꺼내 바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무공은 못 써도 이 무쇠 덫은 거짓말을 안 하지. 내 방에 들어오려는 자식은 발가락이 전부 으스러지게 만들어주마.’


철컥! 툭!


무쇠 스프링을 뒤로 젖혀 고정할 때마다 쇳소리가 스산하게 울렸다. 시우는 자신의 손가락이 찍히지 않도록 온몸에 식은땀을 흘려가며 극도로 조심스럽게 덫을 장전했다. 좁아터진 창고방 바닥 전체에 촘촘하게 무쇠 덫의 숲이 조성되었다. 오직 침상으로 이어지는, 자신이 밟아야 할 단 한 뼘 너비의 구불구불한 생존 경로만을 머릿속에 완벽하게 암기해 둔 채였다.


준비를 마친 시우는 낡은 침상 위에 누워 아버지가 고향에서 엮어 보낸 딱딱한 지푸라기 베개를 머리에 뎄다. 흙먼지가 잔뜩 묻어 돌덩이처럼 무겁고 단단한 베개였다. 시우는 그 베개를 안고 덜덜 떨며 밤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


야삼경(夜三更), 달빛이 구름에 가려 청명산 전체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긴 시각.


시우의 창고방 지붕 위로 소리 없이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내려앉았다. 철검문 문주 사도광의 명령을 받고 대사형 한시우를 암살하기 위해 침투한 일류 살수, 독고패였다.


검은 복면 사이로 매서운 안광을 번뜩이는 독고패는 소리 나지 않는 암살용 단검 ‘묵풍’을 쥐고 있었다. 그의 전신에서는 일류 극성의 고수다운 삼엄한 살기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의 내면은 지독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조심해야 한다. 상대는 졸음 속에서 영맥을 뚫고, 빗자루질 한 번으로 내 사제 팽표를 주화입마에 빠뜨린 괴물 한시우다.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살기 제로 신체’의 상태…… 과연 소문대로 대자연과 동화되어 내력을 완벽하게 갈무리한 반박귀진의 지존이로군.’


독고패는 침을 삼키며 은형보법(은형보법)을 펼쳤다. 깃털보다 가볍게 몸을 띄워 바람의 결을 타고 창문 틈새로 소리 없이 스며드는 고도의 신법이었다.


스스스슥.


창문이 미세하게 열리며 독고패의 신형이 창고방 내부 바닥으로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완벽한 침투였다. 단 1푼의 바람 소리도, 먼지의 흔들림도 없었다. 독고패는 어둠 속에서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시우의 실루엣을 노려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무리 천하제일의 검선이라 할지라도, 무방비하게 잠든 상태에서 내 암야십이참(암야십이참)을 피할 수는 없으리라!’


독고패가 단검을 치켜들며 침상을 향해 성큼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발끝이 바닥에 닿는 순간.


철컥—!!!


어둠 속에서 고요를 깨뜨리는 둔탁하고 무거운 금속 파열음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


독고패의 동공이 터질 듯이 확장되었다.


그가 내디딘 오른발 엄지발가락과 발등 전체를, 시우가 매설해 둔 강력한 무쇠 스프링 쥐덫이 자비 없이 물어뜯은 것이다. 이빨 모양으로 날카롭게 벼려진 무쇠 날이 가죽 신발을 단숨에 찢어발기며 뼈마디를 파고들었다.


으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가공할 타격음과 함께 지독한 통증이 독고패의 전신 신경망을 강타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겠지만, 독고패는 일류 살수였다. 그는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비명을 안으로 삼키려 했다.


하지만 기적적인 인과율의 대참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독고패는 은밀하게 침투하기 위해 전신의 기혈을 극도로 끌어올려 단전에 내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무방비한 집중 상태에서 발가락 끝을 통해 들이닥친 극심한 물리적 충격은, 그의 체내에서 순환하던 내력의 흐름을 완벽하게 뒤흔들어 놓았다.


단전에서 요동치던 기운이 순간적으로 길을 잃고 역류하기 시작했다.


‘주, 주화입마(走火入魔)……?!’


독고패의 안색이 순식간에 핏기를 잃고 하얗게 질렸다. 발가락의 고통에 내력의 역류로 인한 심맥 파손까지 겹치자, 그는 더 이상 비명을 제어할 수 없었다.


“아아아아악—!!!”


고요하던 청명검종의 밤공기를 찢어발기는, 그야말로 지옥에서 울부짖는 듯한 처절하고도 웅장한 비명 소리가 창고방을 가득 메웠다.


그 거대한 비명 소리에 잠들어 있던 시우는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엄마야! 귀신이다! 자객이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피를 흘리며 자신을 향해 기괴하게 소리를 지르고 있는 형체를 본 순간, 시우의 뇌는 공포로 인해 완전히 정지해 버렸다. 살아야 한다는 단 하나의 본능적인 반사작용만이 그의 사지를 움직였다.


시우는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자신의 머리맡에 놓여 있던 가장 단단하고 무거운 물건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어둠 속의 형체를 향해 냅다 내던졌다.


“으어어억! (저리 가 이 미친놈아!)”


목소리가 쉬어 기괴한 신음 소리와 함께 날아간 것은, 다름 아닌 아버지가 고향 감자밭의 진흙을 묻혀 단단하게 엮어 보낸 돌덩이 같은 지푸라기 베개였다.


쉬이이이익!


무게가 무려 대여섯 근은 족히 나가는 묵직한 지푸라기 뭉치가 공중을 날카롭게 가르며 포물선을 그렸다.


한편, 독고패는 발가락이 쥐덫에 찝힌 채 역류하는 내력을 다스리려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기척도 없이 날아오는 둔탁한 암기(?)를 감지한 순간, 그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내렸다.


‘기척이 전혀 없는 무형의 암기……! 살기를 전혀 풍기지 않으면서 내 미간의 사각지대를 정확하게 노려오는구나! 역시 잠결에 내지른 신음 소리 하나만으로 내 침투를 간파하고 처단하려는 지존의 일격이로다!’


독고패는 피하려 했으나, 쥐덫에 묶인 오른발 때문에 단 1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


퍽—!!!


“끄흑……!”


정확하게 독고패의 미간 한가운데에 돌덩이 같은 지푸라기 베개가 정통으로 작렬했다. 엄청난 충격과 함께 독고패의 고개가 뒤로 꺾였고, 그는 전신을 관통하는 뇌진탕의 여파 속에 눈을 뒤집으며 바닥으로 털썩 쓰러졌다. 무쇠 쥐덫을 발에 꽉 낀 채, 완벽하게 기절해 버린 것이다.


방안은 순식간에 다시 고요해졌다.


시우는 침대 위에서 이불을 가슴 끝까지 끌어올린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치, 친 건가? 내가 물리친 거야……? 조상님, 저 진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바로 그때,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마당쇠와 호위무사들이 박살 난 창문과 비명 소리를 듣고 횃불을 든 채 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다.


“대사형! 무사하십니까!”

“자객의 습격이다! 보초들은 어서 대사형을 호위하라!”


웅장한 횃불의 불빛이 창고방 내부를 환하게 비추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검은 복면의 자객 독고패의 몰골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리고 그의 오른발 끝에 단단하게 물려 있는 시우의 ‘창고의 쥐덫’이 붉은 핏물과 함께 번뜩였다.


방안으로 진입하던 마당쇠가 그 광경을 보고 자리에 멈춰 서며 동공을 크게 흔들었다.


“이, 이것은……!”


마당쇠는 바닥에 촘촘하게 깔려 있는 무쇠 덫들의 배열을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문파 장로들에게 주입 교육받은 고도의 무협 착각 회로로 가득 차 있었다.


“보아라! 대사형께서 설치해 두신 이 기묘한 무쇠 기물들의 배열을! 이것은 단순한 덫이 아니다! 대지의 금(金) 기운을 끌어모아 침입한 자객의 기혈을 단번에 묶어버리는 무형 제압 진법(無形 制壓 陣法)이 분명하다!”


뒤이어 방으로 들어온 사제들과 근위대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아! 과연 대사형이십니다! 내일 남궁 영지로 떠나시기 전날 밤, 적들의 기습을 미리 예측하시고 방안에 이토록 완벽한 제압 진법을 펼쳐두셨다니!”


“게다가 검을 뽑지도 않으시고, 오직 머리에 베고 주무시던 소박한 지푸라기 베개 하나를 던져 일류 살수의 전신 기혈을 박살 내고 기절시키셨습니다! 참으로 천인합일의 경지이로다!”


시우는 침대 위에서 쉰 목소리로 “캑, 캑…… (그거 그냥 쥐 잡으려고 놓은 덫이야……)” 하고 해명하려 했으나, 목구멍에서는 오직 묵직하고 스산한 바람 빠지는 신음 소리만 새어 나왔다.


“……으으윽…….”


그 차가운 신음 소리를 들은 마당쇠는 감격에 겨워 이마를 바닥에 찧으며 외쳤다.


“대사형의 무형 제압 진법이 자객의 전신 혈도를 완벽하게 묶었으니, 소인들이 어서 이 역도를 지하 감옥으로 압송하여 철검문의 음모를 밝혀내겠습니다!”


시우는 텅 빈 은자 주머니를 만지며, 자신의 소박한 쥐덫 꼼수가 다시 한번 천하를 구한 무서운 진법으로 세탁되어 버린 비극적인 현실에 피눈물을 흘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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