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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술 천재의 도전과 몽당빗자루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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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거지들의 끈질긴 숭배와 만두 질식의 위기에서 겨우 살아남은 한시우는, 홍칠이 바친 이가 깨진 청동 밥그릇을 품에 안은 채 청명검종으로 거의 도망치듯 복귀했다. 시장통을 가득 메웠던 거지들의 통곡과 찬가는 아직도 귓가를 앵앵 맴돌고 있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홍칠이 소집한 개방 거지 무리가 시우의 처소 마당 한가운데서 정좌한 채 일정한 간격으로 목탁을 두드리던 소림사의 신동 원해스님을 완벽하게 마크해 주었다는 사실이다.


“아이고, 대사형의 숭고한 무심정화태를 방해하지 마시오!”라며 거지들이 원해스님을 겹겹이 에워싸고 ‘만두의 자비’에 대해 토론을 벌인 덕분에, 시우는 지긋지긋한 “탁…… 탁…… 탁……” 소리에서 일시적으로 해방되어 자신의 아늑한 뒤뜰 창고방으로 기어 들어갈 수 있었다.


창고방 침상에 풀썩 쓰러진 시우는 품속에서 장만복에게 받은 묵직한 은자 백 냥 주머니를 꺼내 만져보았다. 차가운 은자들의 묵직한 감촉만이 이 지옥 같은 오해의 늪에서 유일한 위안이었다.


‘은자 백 냥…… 백 냥이나 있어. 이 돈이면 고향에 내려가 감자밭을 대대로 일구고 평생 놀고먹을 수 있다고. 오늘 밤, 황실 금위군 녀석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기필코 이 문파를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시우의 간절한 은퇴 계획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방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철면장로 위지관이 허겁지겁 들이닥쳤기 때문이다.


“대사형! 큰일 났습니다! 인근 문파 최고의 창술 후기지수인 하도겸이 제자들을 이끌고 대연무장으로 들이닥쳐 대사형께 비무를 신청했습니다!”


시우는 순간 요추 디스크가 찌릿하게 울리는 통증을 느끼며 침상에서 굴러떨어질 뻔했다.


“창…… 창술 천재요? 저한테 왜 그런 무서운 사람이 도전을 합니까? 저는 지금 전신 영기가 고갈되어 뼈마디가 쑤시는 꾀병…… 아니, 내상을 입어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만.”


위지관은 시우의 창백한 안색과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식은땀을 보며 가슴을 쥐어짜듯 감격했다.


“아아! 어젯밤 마교의 습격을 막아내시고, 시장통에서 거지들에게 자비를 베푸시느라 전신의 기력이 쇠하신 와중에도 문파의 위상을 걱정하시다니!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저 오만한 하도겸 녀석은 대사형의 손가락 끝자락조차 감당하지 못할 삼류에 불과합니다. 이미 사제들이 대사형의 무형공무검을 보기 위해 대연무장에 구름처럼 모여 있습니다!”


‘누가 무형검을 보여준대?! 나 진짜 무공 하나도 못 한다고!’


시우가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처소 밖에서는 우람한 하인 최두팔이 특제 황실 침상 의자를 대기시키고 있었다. 결국 시우는 자신의 의지와는 100% 무관하게 청명검종 대연무장으로 강제 압송당하기 시작했다.


***


청명검종 대연무장은 이미 수백 명의 사제들과 구경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연무장 한가운데에는 훤칠한 키에 넓은 어깨를 자랑하는 기풍 당당한 청년이 서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푸른 빛의 강철로 정교하게 주조된 거대한 장창, 청룡창(靑龍槍)이 달빛을 받아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인근 문파 최고의 창술 신동이자 이류 극성의 강자, 하도겸이었다.


하도겸은 침상 의자에 누워 실려 오는 시우를 발견하자마자, 장창을 바닥에 쾅 내리찍으며 오만하게 소리쳤다.


“네놈이 졸음 속에서 영맥을 뚫고, 빗자루질 한 번으로 철검문을 굴복시켰다는 청명검종의 대사형 한시우냐! 내 오늘 이 청룡창으로 네놈의 그 가짜 명성을 꿰뚫어 천하에 폭로하겠다! 어서 검을 뽑아라!”


하도겸이 뿜어내는 매서운 ‘창룡출해’의 기세가 대연무장의 밤공기를 차갑게 얼려버렸다. 사제들은 분노 어린 눈빛으로 하도겸을 쏘아보았고, 진소희 사매는 이미 붓을 든 채 “대사형께서 저 오만한 창수를 어떻게 자비로 다스리실지 기록하겠다”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시우는 하도겸이 쥔 거대한 강철 창날의 서슬 퍼런 광채를 보는 순간, 뇌의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되는 기분을 느꼈다.


‘진짜 무식하게 큰 창이다…… 저거에 한 대만 스쳐도 뼈가 가루가 되겠어. 도망쳐야 해. 여기서 무조건 도망쳐야 산다!’


하지만 연무장을 겹겹이 에워싼 사제들과 구경꾼들의 밀집된 방어선 때문에 물리적인 퇴로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시우는 공포로 인해 사지가 덜덜 떨리는 것을 숨기기 위해, 침상 의자에서 비틀거리며 내려와 마당 구석으로 향했다. 마침 그곳에는 마당쇠가 청소를 하다 대충 내팽개쳐 둔 낡고 털이 다 빠진 ‘몽당빗자루’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시우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몽당빗자루를 꽉 쥐었다.


‘그래, 이 낡은 빗자루로 바닥을 미친 듯이 쓸어서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는 거야! 먼지 구름이 연무장을 가득 메우면, 녀석이 앞을 보지 못하는 틈을 타서 사제들 사이로 슬쩍 빠져나가 야반도주를 감행하면 된다!’


이것이 시우가 머리를 쥐어짜 낸 필생의 ‘먼지 스크린 탈출 작전’이었다. 시우는 몽당빗자루를 양손으로 꽉 쥔 채, 하도겸을 향해 흐릿하고 졸린 눈빛을 보냈다. 실제로는 공포와 만성 피로로 인해 눈꺼풀이 무거워 하품을 참느라 게슴츠레 뜬 눈이었지만, 하도겸의 눈에는 자신을 한낱 먼지처럼 하찮게 여기는 ‘지존의 오만한 눈빛’으로 오역되었다.


하도겸은 이빨을 부득부득 갈며 청룡창을 치켜들었다.


“빗자루 따위로 내 창술을 상대하겠다니……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받아라, 질풍파쇄창(疾風破碎槍)!”


하도겸의 전신에서 푸른색 기류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장창이 회전하며 내는 날카로운 파공음이 연무장을 진동시켰고, 하도겸은 바람을 가르며 시우의 가슴을 향해 폭풍처럼 돌진했다.


“으아악! 진짜 온다!”


시우는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살기 위해 본능적으로 양손에 쥔 몽당빗자루로 대연무장의 청석 바닥을 미친 듯이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사사사사삭! 팍! 팍! 팍!


무공의 초식 따위는 전혀 없는, 그야말로 방구석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를 때려잡을 때나 쓰던 무질서하고 무식한 연타 빗자루질이었다. 하지만 그 낡은 몽당빗자루는 평범한 빗자루가 아니었다. 일전에 대연무장 지하의 천년 영맥이 폭발할 당시, 뿜어져 나왔던 미세한 천년 영기의 기운이 대나무 가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단단하게 굳어 있는 상태였다.


시우가 온 힘을 다해 바닥을 쓸어대자, 몽당빗자루의 가시들이 청석 바닥의 미세한 모래와 먼지들을 엄청난 기세로 튕겨내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익! 콰과과광!


순식간에 대연무장 한가운데에서 가공할 만한 뿌연 흙먼지 폭풍이 일어났다. 청석 가루와 모래바람이 하늘을 덮으며 하도겸의 전방 시야를 완벽하게 가려버렸다. 매섭게 돌진하던 하도겸은 갑작스러운 흙먼지 습격에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캑캑거리기 시작했다.


“켁! 콜록! 이게 무슨……!”


당황한 하도겸이 눈을 감은 채 본능적으로 청룡창을 사방으로 무작위로 휘둘렀다. 장창이 허공을 가르며 내는 무서운 바람 소리가 시우의 귓가를 스쳤다.


‘엄마야! 창날이 바로 옆으로 지나갔어!’


시우는 공포에 질려 뒤로 자빠지며 중심을 잃었다. 엉덩방아를 찧기 직전, 시우는 날아오는 창날에 찔리지 않기 위해 들고 있던 몽당빗자루를 가로로 치켜들며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바로 그 순간, 기적적인 물리학적 인과율이 작동했다.


하도겸이 맹목적으로 찔러 넣은 청룡창의 날카로운 끝부분이, 시우가 가로로 치켜든 몽당빗자루의 대나무 대 중간 부분과 정확히 맞부딪혔다.


타아앙!


단순한 충돌이 아니었다. 하도겸의 창술은 창대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주파수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시우가 쥔 몽당빗자루의 대나무 가시들이 가진 미세한 탄성과 잔존 영기의 진동 주파수가, 하도겸 청룡창의 회전 진동과 정확히 ‘역위상(逆位相)’으로 맞물려 부딪힌 것이다.


물리 법칙에 따른 완벽한 진동 상쇄 현상이었다. 하도겸이 장창에 실어 보냈던 가공할 회전 내력이 빗자루의 가시 탄성에 부딪혀 순식간에 제로(0)로 상쇄되어 소멸했다. 내력의 반동을 이기지 못한 하도겸의 손가락 기혈이 순간적으로 마비되었다.


동시에, 시우가 너무 무서워서 빗자루를 쥔 채 손을 달달달달 고속으로 떨었던 진동이 대나무 대를 타고 그대로 전달되어, 하도겸이 청룡창을 쥐고 있던 손잡이 중간의 핵심 혈도인 ‘호구혈(虎口穴)’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파아앗!


“엇……?!”


하도겸은 손아귀의 힘이 완전히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에서 빠져나간 청룡창이 공중으로 서너 바퀴를 빙글빙글 돌더니, 연무장 청석 바닥에 콰앙! 소리를 내며 깊숙이 박혀버렸다.


무기가 완벽하게 해제당한 것이다.


연무장 전체에 지독한 정적이 감돌았다. 자욱한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그 먼지 구름 속에서 두 사람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하도겸은 자신의 텅 빈 두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신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그의 뇌리는 이미 기묘한 무협적 망상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다.


‘말도 안 돼…… 검을 뽑지도 않고, 단지 낡은 빗자루 하나로 내 질풍파쇄창의 회전 내력을 완벽하게 상쇄시키다니. 게다가 내 창의 흐름을 역으로 이용해 내 손아귀의 호구혈만을 정확하게 타격해 무기를 빼앗았다. 이것은…… 검의 형태를 완전히 초월하여 만 가지 무기의 흐름을 쓸어 담아 소멸시키는 궁극의 무학, 무형공무검(無形空無劍)의 극의가 분명하다!’


하도겸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매서운 눈매에 뜨거운 눈물이 고이더니,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아…… 완패다. 완벽한 패배로다…….”


하도겸은 시우를 향해 깊숙이 머리를 조아리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대사형 한시우여! 제 오만함이 하늘을 찔러 감히 지존의 경지를 의심했습니다! 검을 뽑을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시고, 단지 마당을 쓰는 빗자루질 한 번으로 제 창술을 구휼하시다니…… 실로 끝이 없는 대도의 자비이옵니다! 부디 저를 청명검종의 하급 제자로 받아주시어, 매일 아침 대사형의 뒤를 따라 마당을 쓸 수 있게 해주십시오!”


연무장에 모여 있던 사제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대사형 한시우! 천하제일의 대사형!”

“빗자루 하나로 일류 창수를 제압하시다니, 참으로 무형검의 지존이시로다!”


진소희 사매는 눈물을 흘리며 공책에 미친 듯이 붓을 휘둘렀다.


[대사형 어록 제4장: 무기는 형태에 불과할 뿐, 마음이 곧 검이요 자연이 곧 검이다. 지존은 몽당빗자루 하나로 만 가지 창의 오만함을 쓸어 담아 자비로 구원하신다.]


‘아니야…… 나 그냥 도망치려고 먼지 일으킨 거라고…… 제발 좀 믿어줘…….’


시우는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고, 당장이라도 “나 진짜 무공 못해!”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까 흙먼지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목구멍이 칼칼하게 막혀 있었다. 시우가 입을 열어 해명하려 하자, 목에서 캑캑거리는 쇳소리와 함께 거친 기침만이 터져 나왔다.


“켁! 켁! 쿨럭! 켁……!”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한 나머지 목소리가 완전히 가버려(costPaid), 시우의 목에서는 단 1푼의 정상적인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오직 바람 빠지는 듯한 스산한 신음 소리만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


“……으으윽…….”


이 쉰 목소리를 들은 위지관 장로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다시 한번 오열했다.


“보아라! 대사형께서 저 오만한 창수의 무례함을 탓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를 가르치기 위해 자신의 영기를 소모하느라 목소리마저 잃으신 것이다! 이 얼마나 눈물겨운 대협의 헌신이란 말이냐!”


하도겸은 대사형의 쉰 신음 소리를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이겠다는 지존의 깊고 묵직한 무언의 승낙’으로 오역하며,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통곡했다.


“대사형의 크나큰 은혜, 평생 잊지 않고 매일 마당을 깨끗이 쓸겠습니다!”


시우는 빗자루를 쥔 채 멍하니 서서, 자신의 은퇴 계획이 다시 한번 안드로메다 너머로 날아가 버린 비극적인 현실에 피눈물을 흘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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