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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련지의 족욕과 수질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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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일정한 간격으로 고막을 때려눕히는 이 단조롭고도 끔찍한 소음은 벌써 세 시간째 이어지고 있었다.


청명검종 뒤뜰 창고방 침상 위에서, 한시우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지푸라기가 삐져나온 낡은 베개로 양 귀를 틀어막고, 이불솜을 귓구멍 안쪽까지 밀어 넣었지만 소용없었다. 소림사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원해스님의 기운이 실린 목탁 소리는 벽의 틈새를 뚫고, 이불을 관통하여, 시우의 연약한 뇌세포를 정확히 저격했다.


‘제발…… 제발 그놈의 빡빡이 대가리든 목탁이든 하나만 박살 내고 싶다…….’


시우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낮에 있었던 환영 연회에서 썩은 무 나물 반찬에 짜증이 나 “그냥 대충 처먹고 잠이나 자자!”라며 밥투정을 부렸던 것이 화근이었다. 소림사의 늙은 고승 혜공선사는 그것을 ‘위선적인 형식을 타단하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의 극의’라며 질질 짰고, 그의 애제자인 원해스님은 아예 시우의 방 앞마당에 가사를 깔고 정좌해 버렸다. 대사형의 ‘잠자는 선(禪)’을 배우겠다며 밤새 목탁을 두드려 대는 통에, 시우는 단 1초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내공 각성은커녕 만성 불면증과 신경쇠약으로 고향 감자밭 구경도 하기 전에 요절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마당 한가운데에 저 눈치 빠른 빡빡이 천재가 버티고 앉아 있으니, 야반도주를 위해 파놓은 개구멍으로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탈출해야 한다. 이 소음 지옥에서 단 한 시간이라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겠어.’


시우는 충혈된 눈을 번뜩이며 침상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문으로 나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원해스님이 눈을 부릅뜨고 마당을 지키고 있으니까.


하지만 시우에게는 오랜 잡역부 생활로 단련된 ‘가짜 은신술’과 꼼수가 있었다. 그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도포 자락을 허리띠에 단단히 묶은 뒤, 처소 뒤편의 낡은 나무 창틀을 소리 없이 밀어 열었다. 다행히 창문 경첩에는 낮에 삼월이가 발라둔 들기름 덕분에 단 1푼의 마찰음도 나지 않았다.


창틀 너머로 몸을 비틀어 빠져나온 시우는, 품속에 비상식량으로 챙겨두었던 흙 묻은 청명현 개간 감자 세 알을 꼭 쥐었다.


마당 너머에서는 여전히 원해스님의 “탁…… 탁…… 탁……”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원해스님은 시우가 방안에서 고도의 태식법(태식법) 명상에 들어 숨소리조차 지운 줄 알고 감탄하며 목탁을 치고 있었지만, 사실 시우는 이미 창문 밖 가시덤불을 기어 나와 청명산 뒷길로 도망치고 있었다.


“후우, 살았다…….”


문파의 감시망을 완전히 벗어나 산속 깊은 곳으로 들어서자, 지긋지긋한 목탁 소리가 마침내 가늘어졌다. 밤안개가 짙게 내려앉은 청명산의 공기는 차갑고 축축했다. 만성 피로와 긴장감으로 땀에 젖어 있던 시우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시우가 목적지로 삼은 곳은 청명산 뒤편, 사람들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음침한 계곡 구석에 위치한 ‘청명검종 벽련지(벽련지)’였다.


벽련지는 문파 내부에서 기피되는 흉지 중 하나였다. 청명산 깊은 지하의 빙하 녹은 물이 고여 만들어진 연못으로, 사계절 내내 뼈를 깎는 듯한 음기(陰氣)와 차가운 냉기가 휘몰아쳐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하는 죽은 연못이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무인이 발만 담가도 동상에 걸려 기맥이 얼어붙는다는 무시무시한 금지 구역이었지만, 시우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피신처가 없었다.


‘어차피 차갑고 위험하다고 소문난 곳이니 사제들이나 그 빡빡이 스님도 여기까지 쫓아오진 않겠지. 거기 누워서 대충 감자나 구워 먹고 몇 시간 자다 가야겠다.’


시우는 길치 본능을 발휘해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가시덤불을 헤친 끝에, 마침내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벽련지 연못가에 당도했다.


과연 소문대로 벽련지의 수면은 마치 거울처럼 투명하고 차가웠다. 연못 주변의 바위들에는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고, 보기만 해도 오싹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아이고, 추워 죽겠네. 그래도 그 목탁 소리보단 백 배 낫다.”


시우는 연못가 모퉁이에 자리를 잡고 털썩 주저앉았다. 밤새 도망치고 걷느라 그의 장딴지는 퉁퉁 부어올랐고, 양말은 땀과 흙먼지로 범벅이 되어 지독한 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찝찝함과 피로가 극에 달하자, 시우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신발과 낡은 지푸라기 양말을 훌렁 벗어던졌다.


그리고 뼈를 깎는다는 차가운 벽련지 연못물에 두 발을 쑥 담갔다.


“으아아아악! 차가워! 발가락 잘려 나가는 줄 알았네!”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빙하 물의 냉기에 시우는 비명을 지르며 발을 빼려 했다. 하지만 그의 몸 상태는 평범한 범인들과는 기이하게 달랐다.


시우의 몸은 1화에서 졸다가 천년 영맥을 관통시킨 대폭발의 충격파를 온몸으로 받아낸 상태였다. 전신의 기맥이 영구적으로 차단되어 내공을 단 1g도 쓰지 못하는 ‘영맥 차단 상태’였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꽉 막힌 기맥 내부에는 당시 폭발하며 스며들었던 가공할 만한 천년 영맥의 순수한 영기가 갈 곳을 잃고 빵빵하게 압축되어 갇혀 있었다. 말하자면, 그의 육체는 거대한 영기가 갇힌 채 시멘트로 봉인된 댐과 같았다.


그런데 그 댐의 가장 약한 부분, 즉 매일 물을 긷고 마당을 쓰느라 굳은살이 박히고 상처가 난 발바닥 피부가 벽련지의 극단적인 빙하 냉기와 접촉한 것이다.


지독한 냉기가 시우의 발바닥을 자극하자, 단전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던 천년 영맥의 미세한 영기 잔해들이 본능적인 방어 반응을 일으키며 발가락 끝을 통해 물속으로 폭발하듯 방출되기 시작했다.


물리적으로는, 시우의 발바닥에 쌓여 있던 지독한 발때와 땀 먼지, 그리고 막힌 영맥에서 새어 나온 뜨거운 영적 정화 기운이 차가운 연못물과 만나 격렬한 화학적, 기학적 반응을 일으킨 셈이었다.


치이이이이익—!


갑자기 시우의 두 발 주변에서 하얀 수증기가 폭풍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 어어? 이게 왜 이래?”


시우는 깜짝 놀라 자신의 발을 바라보았다. 분명 얼어 죽을 것처럼 차갑던 연못물이, 발을 담근 지 단 몇 초 만에 기분 좋은 따뜻한 온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니, 따뜻한 수준이 아니었다. 연못 전체의 꽁꽁 얼어붙어 있던 빙하 음기가 시우의 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천년 영기의 정화력에 밀려 순식간에 중화되더니, 뽀얀 안개와 함께 완벽한 고급 유황 온천수로 개조되고 있었다.


연못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백 년 묵은 이끼와 탁한 오물들이 하얗게 정화되어 거품이 되어 날아갔고, 차갑고 투명했던 벽련지는 단숨에 전신을 녹여주는 신성한 온천 명당으로 탈바꿈했다.


“아…… 시원하다.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네.”


시우는 영문은 몰랐지만, 물이 따뜻해지자 극심한 피로가 풀리는 것을 느끼며 바위에 등을 기대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족욕을 즐기는 그의 얼굴에는 만성 피로가 가라앉는 소박한 행복감이 차올랐다. 그의 막힌 영맥이 자아낸 기적의 수질 정화 효과였다.


바로 그때였다.


“……헉! 끄어억!”


연못 건너편, 짙은 안개 속에서 정체불명의 괴상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시우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안개 사이로 밀짚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다 헤진 도포를 걸친 채, 바위에 누워 낚싯대를 쥐고 있던 늙은 사내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그는 바로 시우와 가끔 만나 게으름의 미학을 논하던 청명산의 유일한 낚시 동무, 범인 조만수(조만수)였다.


조만수는 하루 종일 물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면서도 낚싯대만 드리우고 잠을 자는 한량이었는데, 방금 전 연못물이 갑자기 뜨거워지며 얼굴로 온천 수증기가 들이닥치자 기겁하며 잠에서 깨어난 참이었다.


조만수는 떨리는 손으로 물속을 바라보았다.


수십 년 동안 음기가 가득해 생명이 살 수 없었던 벽련지의 차가운 물이 뽀얗게 우러나며 따뜻한 김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하던 연못 바닥에서, 전설로만 내려오던 희귀한 영약 물고기인 ‘벽련은어(壁蓮銀魚)’ 수십 마리가 황금빛 광채를 풍기며 수면 위로 펄쩍펄쩍 뛰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녀석들은 시우의 발가락 끝에서 흘러나오는 순수한 천년 영맥의 기운에 매료되어, 시우의 발 주변으로 떼를 지어 몰려들어 그의 발가락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신선 노릇이란 말인가……!”


조만수는 낚싯대를 떨어뜨릴 뻔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가득 찼다.


그가 고개를 들어 연못 상류를 바라보자, 뽀얀 온천 안개 사이로 낡은 도포 자락을 걸친 채 바위에 기대어 무심한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대사형 한시우의 실루엣이 보였다.


시우는 그저 ‘아, 물고기들이 내 발가락을 간지럽히네. 이거 구워 먹으면 맛있겠다’라며 멍하니 침을 흘리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조만수의 눈에는 그것이 ‘천지의 음양 기운을 다스려 죽은 연못을 한순간에 영당(靈堂)으로 개조하고 영물을 소환해 낸 절대지존의 무위자연’으로 보였다.


조만수가 떨리는 손으로 낚싯대를 가볍게 들어 올리자, 황금빛 벽련은어 한 마리가 스스로 낚싯바늘을 물고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먹으면 내공을 십 년은 증진시킨다는 전설의 영약 물고기였다.


“아아! 대사형! 대사형께서 이 죽은 벽련지를 정화하여 신성한 성수(聖水)로 만드셨구나! 가문의 영광이로다!”


조만수는 낚아 올린 영약 물고기를 품에 꼬옥 껴안은 채,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그리고는 이 기적을 문파 장로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늙은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산 아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 어어? 만수 영감님! 잠깐만요! 어디 가요!”


시우가 깜짝 놀라 소리쳤지만, 조만수는 이미 “대사형의 성수다! 벽련지가 온천이 되었다!”라고 외치며 안개 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시우는 연못에 발을 담근 채 하얗게 굳어버렸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등 뒤로 식은땀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망했다…… 진짜 망했어. 그냥 발 좀 씻은 것뿐인데, 왜 연못이 온천이 되고 물고기가 튀어나오는 건데?!’


그의 평화로운 족욕과 소박한 일탈은, 청명검종을 또 한 번 뒤집어놓을 가공할 만한 ‘대사형의 기적’으로 성역화될 준비를 마쳐가고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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