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영맥의 폭발과 기묘한 오해
쿠구구구구구—!
그것은 청명산이 생긴 이래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괴이한 소리였다. 대연무장 바닥을 구성하고 있던 거대한 청석들이 비명을 지르며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수련에 열중하던 삼십여 명의 제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었다.
“무, 무슨 일이야? 지진인가?”
“아니야! 연무장 아래에서 기운이 치솟고 있어!”
제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연무장 중앙, 쩍쩍 갈라진 바위 틈새 사이로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한 푸른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단순한 기류가 아니었다.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폐부가 서늘해지고, 단전이 요동치는 태고의 순수한 영기(靈氣)였다.
그리고 그 기묘한 파동의 중심에는, 한시우가 졸다가 떨어뜨린 이 빠진 목검이 있었다.
목검은 마치 자로 잰 듯이 수직으로 바위 균열 사이에 깊숙이 박혀 있었다. 볼품없는 땔감용 나무막대기에 불과했던 그것이, 지금은 마치 천하를 지탱하는 거대한 신물(神物)처럼 푸른 후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콰아아아앙—!
마침내 봉인이 완전히 해제되며 웅장한 폭음이 연무장을 강타했다. 대연무장 지하 30장 아래에 봉인되어 있던 천년 영맥의 눈이 마침내 그 거대한 빗장을 열어젖힌 것이다. 분수처럼 치솟는 푸른 영기의 기둥이 청명산의 하늘을 관통했다. 황폐했던 연무장 주변의 말라 죽어가던 고목들이 순식간에 푸른 잎을 틔웠고, 갈라진 흙바닥이 영양을 머금은 비옥한 토지로 변모했다.
그리고 그 영기 폭발의 가장 직격타를 맞은 것은, 바위 그늘 아래서 가장 평화롭게 단잠을 자고 있던 한시우였다.
“끄아아아악?!”
꿈속에서 고향의 감자 풍년을 자축하며 막걸리를 들이켜려던 시우는, 갑작스러운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몸이 공중으로 붕괴되는 감각에 비명을 질렀다. 단 1g의 내공도 없는 순도 백 퍼센트의 일반인 육체였기에, 영맥 폭발의 반동은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시우의 몸은 허공에서 서너 바퀴를 빙글빙글 돌더니, 연무장 구석에 우거진 야생 산딸기 가시덤불 속으로 거꾸로 처박혔다.
“으윽…… 털썩.”
머리를 가시덤불 바닥에 박은 채, 시우는 전신을 관통하는 둔탁한 타격감과 함께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그 순간, 폭발의 강력한 영기 충격파가 시우의 몸 구석구석을 훑고 지나갔다. 보통의 무인이라면 기맥이 넓어지며 내공이 급증했겠지만, 영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 시우의 꽉 막힌 기맥은 갑작스러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아예 시멘트를 부은 것처럼 더 단단하고 꽉 막힌 상태로 영구 동결되어 버렸다. 무공을 배울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완벽하게 차단된 것이다.
물론, 기절한 시우는 그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이, 이것은……!”
영기의 폭풍이 서서히 가라앉을 무렵, 대연무장 중앙으로 달려온 철면장로 위지관의 얼굴은 경악과 경외심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단단한 턱선이 바르르 떨렸다.
위지관은 영맥이 폭발한 발원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자욱한 푸른 안개 사이로, 바위 틈새에 꼿꼿이 서 있는 이 빠진 목검이 보였다. 주변의 모든 청석이 산산조각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허름한 목검은 단 하나의 흠집도 없이 대지맥의 기운을 빨아들이며 서 있었다.
위지관은 떨리는 손으로 청명검종의 규율 장부와 태고의 구결이 적힌 고서를 꺼내 들었다.
‘방위는 정확히 남동 삼십이 도. 각도는 수직 구십 도에서 단 1푼의 오차도 없다. 이곳은…… 초대 시조 청명자께서 기록하셨던 청명산 최고의 기밀이자, 천년 동안 그 누구도 찾지 못했던 영맥의 핵심 혈도인 천기혈(천기혈)이 분명하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고서의 기록에 따르면, 천기혈은 영맥의 흐름이 가장 복잡하게 꼬인 곳으로, 천년의 영기를 억누르는 거대한 봉인석이 지하 깊은 곳에 존재한다고 했다. 그 봉인석의 미세한 균열을 정확히 꿰뚫지 않으면 결코 영맥을 개방할 수 없었다.
그것은 단순히 힘이 강하다고 해서 뚫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지의 결을 읽고, 검의 형태를 초월한 무형의 검도를 깨달은 자만이 이 빠진 나뭇가지 하나로 정확히 꿰뚫을 수 있는 기적의 침술과도 같은 경지였다.
‘한시우 저 녀석이…… 졸면서 이 목검을 떨어뜨린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위지관의 뇌내망상 회로가 미친 듯이 연계를 시작했다.
‘그래, 모든 것이 아귀가 맞아떨어진다! 시우는 이미 이 연무장 지하에 영맥이 막혀 문파가 쇠락해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장로인 나를 비롯해 그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스스로 잡역부의 신분으로 위장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게지!’
위지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일부러 몽당빗자루를 들고 쓸데없는 곳을 청소하는 척하며 대연무장의 기류를 정돈하고, 장로들의 눈을 피해 바위 그늘이라는 가장 완벽한 방위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가장 무방비해 보이는 수면의 상태를 가장하여, 자신의 전신 영기를 목검 끝에 집중해 대지의 혈도를 정확히 타격한 것이다! 아아, 이 얼마나 눈물겨운 헌신이며 깊고 심오한 안목인가!’
“장로님! 대사형…… 아니, 시우 형이 저기 풀숲에 거꾸로 처박혀 있습니다!”
수석 천재 사제 육청풍이 비명을 지르며 가시덤불을 가리켰다. 열혈 사매 진소희는 벌써 울먹이며 풀숲으로 뛰어들어 가고 있었다.
“시우 사형! 정신 차리세요! 사형!”
위지관은 황급히 신형을 날려 가시덤불 앞으로 착지했다. 그곳에는 한시우가 머리를 땅에 박고 다리를 하늘로 뻗은 채, 아주 묘하고 나태한 자세로 기절해 있었다. 얼굴에는 산딸기 즙과 흙이 잔뜩 묻어 있었지만, 그의 표정만큼은 기묘할 정도로 평온했다. (사실은 뇌진탕 충격으로 뇌 정지가 온 상태였다.)
“비켜서거라! 내가 직접 맥을 짚어보겠다!”
위지관이 엄숙한 표정으로 시우의 손목을 잡았다. 손가락 끝에 내력을 실어 시우의 단전과 기맥의 흐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일순, 위지관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의 얼굴에 스치는 것은 당혹감이었다.
‘맥이 없다……? 아니, 맥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기맥이 아예 굳어버린 바위처럼 단단하게 막혀 있지 않은가! 단전에는 그 어떤 미세한 기운의 흔적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것은 무공을 전혀 모르는 범인보다도 더 심각한 폐인의 상태인데…….’
위지관은 순간 자신의 손가락을 의심했다. 방금 천년 영맥을 뚫은 절대적인 기재가, 어떻게 기맥이 완전히 막힌 폐인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위지관은 청명검종의 철면장로이자, 무협 클리셰와 이론에 찌든 고집불통이었다. 그의 머릿속에서 오해의 자가증식 법칙이 다시 한번 가동되었다.
‘잠깐. 천년 영맥이 대폭발할 때 뿜어져 나온 가공할 영기는 초일류 고수조차 전신이 찢겨나갈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런데 무공이 없는 범인이라면 진즉에 육체가 산산조각이 났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시우는 그저 가시덤불에 처박혀 잠을 자듯 평온할 뿐이다. 게다가 맥이 완전히 바위처럼 단단하게 굳어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위지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렇다! 이것은…… 전설로만 내려오던 반박귀진(返樸歸眞)의 극의! 자신의 모든 영기와 기맥을 대자연의 결 속에 완벽하게 동화시켜, 외부의 그 어떤 타격이나 탁기도 침투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하는 선천무결체(先天無缺體)의 경지다! 기운을 너무나 완벽하게 갈무리했기에, 내 얕은 내력으로는 감히 그의 기맥 속 심연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는 것이었구나!’
자신의 무식함과 얕은 안목 때문에 위대한 천재의 경지를 오해할 뻔했다는 사실에, 위지관은 깊은 자책감과 함께 웅장한 감동을 느꼈다.
“장로님…… 사형의 상태가 어떠합니까? 설마 맥이 끊어진 것입니까?”
진소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물었다. 육청풍 역시 주먹을 꽉 쥔 채 초조하게 위지관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무장에 모인 삼십여 명의 제자들이 일제히 침묵하며 위지관을 바라보았다.
위지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철면피 같은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그는 시우의 먼지 묻은 도포 자락을 정성스럽게 털어준 뒤, 전 제자들을 향해 벼락같은 사자후를 내뿜었다.
“청명검종의 제자들이여! 모두 무릎을 꿇어라!”
제자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일제히 연무장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방금 전, 우리 문파의 잡역부로 숨어 지내던 한시우 사형께서 천년 동안 막혀 있던 문파의 영맥을 홀로 개방하셨다! 시우 사형은 문파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완벽한 경지를 숨기고 백성처럼 살아오신 은거 기인이시다! 지금 취하고 계신 저 기묘한 낮잠 자세는, 폭발한 영기를 대지에 안착시키기 위해 스스로의 육체를 방패 삼아 천인합일의 경지에 드신 거룩한 희생이다!”
“앗……!”
제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진소희는 감격에 겨워 가슴을 움켜쥐었고, 육청풍은 시우가 거꾸로 처박힌 가시덤불의 각도를 보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에 본 장로는 장문인과 원로회의를 대신하여 선포한다! 오늘부로 한시우를 청명검종의 공식 대사형(大師兄)으로 추대하며, 문파의 영적 지주로 모실 것이다! 대사형의 깊은 삼매(수면)를 방해하는 자는 가문과 문파의 법도에 따라 즉시 파문할 터이니, 모두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말라!”
위지관이 시우를 향해 깊숙이 허리를 숙여 경배를 올리자, 삼십여 명의 제자들도 일제히 대연무장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오열 섞인 함성을 질렀다.
“대사형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청명검종의 영광을 지키겠습니다!”
웅장한 찬가가 대연무장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가시덤불 속에 거꾸로 박힌 채 침을 질질 흘리며 기절해 있는 한시우의 발가락만이 가볍게 떨리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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