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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굴과 생감자 투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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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오오오오오오!”


만검굴의 어두컴컴한 심연 속에서 대지를 통째로 뒤흔드는 가공할 포효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만으로도 동굴 천장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들이 우수수 비명도 없이 떨어져 내렸다.


화로 옆에 앉아 비급서를 불태우며 겨우 온기를 되찾아가던 한시우는, 그 순간 심장이 단전 밑바닥까지 툭 떨어져 내리는 기분을 느꼈다.


‘방금 그 소리…… 절대 평범한 산짐승의 소리가 아니다.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청명산의 식인 호랑이인가?’


시우는 사색이 되어 굳어버렸다. 주위에는 청색 연기를 들이마시고 주화입마에 빠져 대자로 뻗어 있는 철검문의 수석제자 팽표와 자객들이 기절해 있었다. 그들이 쓰러진 기적이 자신 덕분인 줄도 모른 채, 시우는 그저 이 동굴에 끔찍한 전염병이나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고 확신했다.


“여기 있다간 호랑이 아가리에 제 발로 기어 들어가는 꼴이 되겠어! 도망쳐야 해!”


시우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낡은 봇짐을 허겁지겁 챙겨 메었다. 팽표 일당의 주머니를 털어 도망 자금을 확보하려던 소박한 계획 따위는 머릿속에서 깨끗이 지워졌다. 지금 당장 이 귀신이 곡할 동굴을 빠져나가지 않으면, 뼈 마디 하나 남기지 못하고 호랑이의 똥거름으로 환원될 처지였다.


시우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동굴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밖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와 폭우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시우의 고질적인 길치 본능이 이 결정적인 순간에 또다시 기형적으로 발동하고 말았다.


분명 고향으로 향하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건만, 달리면 달릴수록 주변의 풍경은 험악해져만 갔다. 가시덤불이 도포 자락을 사정없이 찢어발겼고, 바닥의 날카로운 청석들이 짚신을 뚫고 발바닥을 찔러왔다.


“아이고, 발이야!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왜 자꾸 위로 올라가는 것 같지?”


시우는 캑캑거리며 안개 속을 헤맸다. 이미 방향 감각은 안드로메다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가 가시덤불을 헤치고 마침내 도착한 곳은, 웅장하지만 음산한 기운이 휘몰아치는 거대한 바위 절벽 아래였다. 바위벽 한가운데는 마치 거대한 괴수의 아가리처럼 입을 벌리고 있는 어두운 동굴이 있었고, 그 주변에는 짐승의 뼈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곳이 바로 심마니들조차 이름만 들어도 오줌을 지린다는 청명산 최악의 금지구역, ‘청명산 호랑이 굴’이었다.


물론 무공도 없고 무림 상식도 전무한 잡역부 출신의 시우가 이를 알 리가 없었다. 그저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동굴이라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였다.


스스스슥…….


어둠 속에서 지독한 피비린내와 함께 기이한 안광이 번뜩였다.


두 개의 붉은 보석처럼 빛나는 안광이 시우의 신형을 정확히 조준했다. 이어 거대한 바위 그늘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살기와 함께, 집채만 한 크기의 황금빛 야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에 선명한 임금 왕(王) 자를 새긴 청명산의 식인 호랑이였다. 그 거대한 크기는 일반 호랑이의 세 배는 족히 되어 보였고, 발톱 하나하나가 서슬 퍼런 단검처럼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녀석이 가볍게 콧김을 뿜을 때마다 바닥의 흙먼지가 소용돌이치며 쓸려 내려갔다.


“으, 으아아아…….”


시우는 온몸의 근육이 얼음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리는 것을 느꼈다. 뇌의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되었다. 무공의 내력이 전혀 없는 그의 육체는 호랑이가 풍기는 천연의 압도적인 위압감 앞에 아무런 방어벽도 치지 못했다. 다리가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시우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조상님…… 감자 농사 한 번 지어보지도 못하고 여기서 호랑이 밥이 되는 겁니까? 퇴직금 50냥은 구경도 못 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식인 호랑이는 눈앞의 인간을 보며 입맛을 다시듯 붉은 혀로 주둥이를 핥았다. 녀석의 예리한 감각은 상대방을 철저히 분석하고 있었다. 보통의 일류 무인이라면 자신을 마주했을 때 팽팽한 살기나 내력의 파동을 풍기며 경계 태세를 취했을 터였다. 하지만 눈앞의 이 회색 도포를 입은 사내에게선 단 1g의 적의도, 살기도, 내력의 흐름도 감지되지 않았다.


완벽한 무(無)의 상태. 살기 제로 신체였다.


호랑이는 짐승 특유의 영물다운 직감으로 혼란에 빠졌다.


‘인간놈들의 무공 경지 중에 반박귀진이라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 기운을 완벽하게 숨겨 대자연의 일부가 되는 경지라던가. 눈앞의 이 녀석이 바로 그 괴물인가? 내 가공할 위압감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사실은 공포로 눈이 굳어버린 것뿐이다) 나를 빤히 응시하다니!’


호랑이는 경계심에 으르렁거리며 꼬리를 좌우로 탁탁 쳤다. 하지만 배고픔이 영물다운 경계심을 압도했다. 호랑이는 크게 포효하며 시우를 향해 웅장하게 도약했다. 거대한 앞발이 시우의 머리를 단숨에 으깨버릴 듯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왔다.


“으아아아악! 오지 마! 이 미친 고양이 새끼야!”


시우는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품속에 손을 넣었다. 그의 손에 잡힌 것은 아버지가 고향에서 보내준,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굵은 ‘청명현 개간 감자’ 한 알이었다. 흙이 잔뜩 묻어 있고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그야말로 둔기로 써도 무방할 수준의 무식한 생감자였다.


시우는 눈을 질끈 감고, 평생 동안 쥐를 잡고 바퀴벌레를 때려잡던 신체적 반사작용을 총동원하여 품속의 감자를 호랑이의 열린 아가리를 향해 냅다 집어던졌다.


이것이 바로 후세에 ‘자연의 결실로 영물을 제압한 궁극의 투척술’이라 기록될 ‘감자 던지기 호신술’의 위대한 시초였다.


슈우우우욱!


시우가 무서워서 제멋대로 던진 감자는 기가 막힌 물리학적 포물선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갔다.


마침 도약하며 시우를 한입에 삼키기 위해 입을 쩍 벌리고 포효하던 호랑이의 아가리 한가운데로, 그 단단하고 굵은 생감자가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다.


퍽!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생감자는 호랑이의 편도선을 정통으로 직격하더니 목구멍 입구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꽉 끼어버렸다. 기도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완벽한 규격의 마개처럼 말이다.


“켁……?! 캑! 캑!”


공중에서 시우를 덮치려던 호랑이의 거대한 신형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먼지를 일으키며 굴러떨어진 호랑이는, 목구멍에 걸린 감자 때문에 숨을 쉬지 못하고 앞발로 제 목을 긁어대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켁! 캑! 끄으으으으!”


호랑이는 바닥을 뒹굴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단단한 생감자는 목구멍 깊숙이 박혀 들어갔고, 녀석이 내력을 운용해 밀어내려 할수록 감자의 삼투압 작용과 끈적한 전분 성분이 기도를 더 꽉 막아버렸다. 질식의 극심한 고통 속에 호랑이는 시우를 향해 앞발을 모으고 머리를 바닥에 조아리며 애원하듯 캑캑거렸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절대자에게 자비를 구하며 항복하는 영물의 태도였다.


시우는 화단 구석에 웅크린 채 그 황당한 광경을 바라보았다.


‘어……? 저 녀석 왜 저러지? 내가 던진 감자가 목에 걸린 건가?’


바로 그때, 동굴 입구의 안개 낀 바위 틈새에서 얇은 비단 옷자락이 흔들렸다.


시우의 야반도주를 눈치채고 대사형의 위대한 고행길을 기록하기 위해 몰래 뒤를 쫓아왔던 광신도 사매, 진소희였다. 그녀는 가시덤불 속에 숨어 숨을 죽인 채 이 기적적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진소희의 두 눈에는 이미 감격의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혀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두꺼운 공책과 붓을 꺼내 들었다.


‘아아…… 대사형! 어찌 이토록 깊고 위대한 자비를 품고 계신단 말입니까! 보통의 무인이라면 저 포악한 식인 호랑이를 죽이기 위해 검을 뽑고 피를 흘렸을 터인데, 대사형께서는 단 1푼의 살기도 품지 않으시고(살기 제로 신체), 오직 대지가 길러낸 소박한 감자 한 알로 영물의 살성을 잠재우셨습니다!’


진소희의 뇌내망상 필터는 이미 완벽하게 가동되고 있었다. 그녀는 시우가 던진 감자를 ‘천지의 기운을 머금은 정화의 영단’으로 오역했고, 호랑이의 고통스러운 질식을 ‘대사형의 자비로운 기운에 감화되어 스스로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구도의 과정’으로 승화시켰다.


진소희는 떨리는 붓끝으로 공책에 미친 듯이 적어 내려갔다.


[대사형 어록 제3장: 지존은 검을 뽑아 생명을 해하지 않는다. 오직 대지의 결실인 감자 한 알로 포악한 영물의 살성을 정화하고 자비로써 굴복시킬 뿐이다. 이것이 바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무위자연의 극의로다.]


한편, 호랑이는 극심한 질식 끝에 전력을 다해 목 근육을 수축시켰고, 마침내 ‘꿀꺽’ 소리와 함께 딱딱한 생감자를 위장 속으로 강제 송환하는 데 성공했다.


“후우우우우우…….”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 목숨을 건진 호랑이는, 눈앞에 서 있는 나약해 보이는 인간 한시우를 바라보며 전신을 바르바들 떨었다. 녀석의 짐승다운 본능에 한시우는 이제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날아오는 괴물 물질(감자)로 자신의 기도를 완벽히 차단해 죽음의 문턱까지 밀어 넣었던, 그야말로 생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공포의 절대지존이었다.


호랑이는 조심스럽게 기어 와, 시우의 낡은 도포 자락에 거대한 머리를 비벼대며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제발 살려달라는, 완벽한 복종의 애교였다.


시우는 자신의 바지자락을 물고 고양이마냥 애교를 부리는 집채만 한 호랑이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리며 속으로 피눈물을 삼켰다.


‘아이고…… 내 귀한 오늘 밤 비상식량 감자가 저 괴물 뱃속으로 사라졌네. 배고파 죽겠는데 이제 난 뭘 먹고 도망치냐…….’


그때, 가시덤불을 헤치며 진소희 사매가 눈물을 흘리며 비장하게 걸어 나왔다.


“대사형! 자연의 영물마저 자비로 굴복시키신 이 위대한 기적을, 소매가 문파 역사에 영원히 기록하겠옵니다!”


시우는 굳어버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호랑이는 시우의 다리에 더욱 세차게 머리를 비벼대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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