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만두와 미친개의 기적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기만두의 자태는 실로 예술적이었다. 지독한 공사 소음과 은퇴 자금 동결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스트레스로 인해 하루 종일 굶주렸던 한시우의 위장은 이미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먹는구나.’
시우는 침을 꿀꺽 삼키며 찜통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만두 한 알을 집어 들었다. 손끝에 전해지는 뜨끈뜨끈한 열기가 그의 얼어붙은 영혼을 녹여주는 듯했다. 시우는 입술을 덜덜 떨며 만두를 입가로 가져갔다.
주방 밖, 어두컴컴한 대나무 풀숲에 숨어 이 광경을 일거수일투족 지켜보던 사천당가 출신의 독수, 당뇌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의 초록빛으로 일그러진 뺨이 흥분으로 바르르 떨렸다.
‘먹어라! 어서 한 입에 삼켜버리거라, 한시우! 당문 최고의 금기 극독인 망우산이 주입되었으니, 씹는 순간 네놈의 잘난 단전은 얼어붙고 심장은 영원히 멈출 것이다!’
당뇌는 긴 손톱을 움켜쥐며 시우의 입술이 만두 피에 닿는 그 찰나의 순간을 노려보았다.
마침내 시우가 만두를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기름진 고기즙과 함께 부드러운 만두 피가 입안 가득 퍼졌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
시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씹는 순간, 고소한 고기 향 대신 상상을 초월하는 기괴한 맛이 혀끝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단순히 음식이 상한 수준이 아니었다. 쓸개즙을 통째로 들이켠 듯 혀가 마비될 정도로 지독하게 쓰고, 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사실 이것은 망우산의 본질적인 약성 때문이었다. 당뇌는 망우산이 무색무취의 절대 극독이라 호언장담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차’나 ‘술’에 희석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기름진 돼지고기 밀가루 반죽 속에 고농도로 주입되어 쪄지자, 독약의 화학 성분이 고기 기름과 반응하여 지독하게 쓰고 비린 악취를 풍기는 괴물 물질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무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시우의 뇌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이, 이 돼지 자식이……!!!’
시우의 머릿속에 주방장 팽가의 둥글둥글한 얼굴이 떠올랐다.
‘팽가 이 자식이 재료값을 아끼려고 한여름에 썩어 문드러진 돼지 비계에 상한 부추를 섞어서 만두를 빚었구나! 야식 동맹이라면서 나한테 이딴 쓰레기를 먹여? 이건 음식이 아니라 그냥 독극물이다, 독극물!’
배고픔에 가득 찼던 기대감이 분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혀를 찌르는 쓴맛에 구역질이 밀려왔다. 시우는 한 입 베어 문 만두를 마당을 향해 거칠게 뱉어냈다.
“퉤! 퉤퉤! 켁! 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남은 만두를 주방 창문 밖 마당 구석으로 힁 던져버렸다.
“에이, 더럽게 맛없네! 평소엔 그렇게 맛있게 만들더니, 장문인이 예산 좀 깎았다고 바로 이딴 썩은 고기를 쓰냐? 팽가 이 자식, 내일 아침에 당장 장문각에 일러바쳐서 주방 예산을 반 토막 내버려야지!”
시우는 물바가지를 들고 입안을 연거푸 헹궈내며 씩씩거렸다. 유일한 밤의 안식이었던 야식을 망쳤다는 생각에 극심한 공복감과 짜증이 밀려왔다.
한편, 풀숲에 숨어 있던 당뇌는 그 광경을 보고 뇌 정지가 찾아왔다.
‘……뱉었다고? 던져버렸어?!’
당뇌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손가락 끝이 차갑게 식어갔다.
‘어떻게 알았지? 망우산은 분명 무색무취의 극독이거늘! 설마…… 내공이 아예 느껴지지 않는 저 ‘살기 제로 신체’의 상태에서도, 미세한 독기의 흐름을 기맥의 공명만으로 감지해 낸 것인가? 검을 뽑지도 않고, 단 한 입의 맛으로 당가 최고의 비전 독공을 간파하다니……! 저 자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괴물이다!’
당뇌는 극도의 공포감에 사로잡혀 온몸을 덜덜 떨었다. 시우가 창문 너머로 뱉어낸 만두를 노려보며 씩씩거리는 모습이, 마치 풀숲에 숨은 자신을 향해 “네놈의 수작은 이미 다 알고 있다”라고 경고하는 무시무시한 지존의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바로 그때였다.
어두운 주방 마당 구석의 수풀 헤치는 소리와 함께, 기이한 그림자 하나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장로 오진태가 지하 감옥에 갇히기 전 기르던 사냥개, ‘흑풍’이었다. 오진태가 역모죄로 체포되어 가솔들이 압수수색을 당하자, 굶주린 사냥개는 우리를 탈출해 문파 내부를 배회하며 며칠 동안 뼈다귀 하나 씹지 못한 상태였다.
바닥에 툭 떨어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 한 덩어리.
사냥개는 침을 흘리며 다가갔다. 비록 쓰고 비린내가 풍겼지만, 극심한 굶주림에 눈이 뒤집힌 짐승에게는 그저 훌륭한 고기 덩어리일 뿐이었다. 사냥개는 망설임 없이 바닥의 독만두를 한 입에 집어삼켰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인간의 기맥을 얼려버리는 망우산의 독성은, 개에게는 전혀 다른 화학 반응을 일으켰다. 개의 뇌 신경계를 비정상적으로 자극하여 뇌를 폭주시키는 치명적인 광견병 급 뉴런 마비를 유발한 것이다.
사냥개의 동공이 순간 핏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주둥이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피어올랐고, 전신의 털이 꼿꼿이 섰다. 으르렁거리는 기괴한 울음소리가 짐승의 목구멍을 찢고 흘러나왔다.
“크르르르…… 컹! 컹! 컹!”
완벽한 광포화 상태였다. 이성을 잃고 미쳐버린 개는 뇌가 비명을 지르는 고통 속에서, 가장 강력한 ‘살기’와 ‘독초 냄새’가 풍기는 곳을 향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바로 당뇌가 숨어 있는 대나무 풀숲이었다. 당뇌는 전신에 사천당가의 온갖 독초 주머니를 차고 있었기에, 개의 후각에는 가장 자극적인 표적이었다.
‘헉…… 저, 저 개새끼가 왜 나를……!’
당뇌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서려던 찰나, 미친 사냥개가 벼락같이 풀숲을 헤치며 뛰어올랐다.
“크와아아앙!”
“으악! 이 미친 동물이!”
당뇌는 비명을 지르며 소매 속에서 독침을 꺼내 사냥개의 이마를 향해 날렸다. 슉! 소리와 함께 은침이 개의 이마에 정확히 박혔으나, 망우산의 신경 마비 효과 덕분에 고통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미친개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사냥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당뇌의 허벅지를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아아아아악!!!”
당뇌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청명검종의 고요한 밤공기를 찢어발겼다. 사냥개는 이빨을 꽉 움켜쥔 채 대가리를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어댔고, 당뇌의 다리뼈가 으스러지는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당뇌는 일류 독수였으나 근접 전투 무공은 이류 초입에 불과했다. 더구나 고통을 느끼지 않고 폭주하는 미친 사냥개의 아귀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는 피를 흘리며 풀숲 밖 마당 한가운데로 기어 나왔다.
“살려줘! 개새끼 치워! 아아악! 내 다리!”
이 엄청난 소란에 주방 안에서 입을 헹구고 있던 시우는 깜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엄마야! 사, 산신령님! 마당에 괴물이 나타났다!’
시우는 너무 무서워서 주방 문빗장을 걸어 잠그고 탁자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겁쟁이 범인이었다.
하지만 비명 소리를 들은 것은 시우뿐이 아니었다.
“어떤 도둑놈이 밤중에 대사형의 처소 근처에서 소란을 피우느냐!”
주방 옆 창고에서 대사형의 기부 물품을 정리하던 전담 마당쇠가 거대한 무쇠 도끼자루를 든 채 마당으로 튀어나왔다. 마당쇠의 우람한 덩치와 굳센 기세가 횃불 불빛 아래 드러났다. 뒤이어 순찰을 돌던 호위 무사들 역시 검을 뽑아 들고 마당으로 들이닥쳤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핏빛 눈을 한 미친개에게 다리를 뜯기며 비명을 지르는 초록색 얼굴의 괴사내가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도둑놈이다! 대사형을 암살하러 온 침입자다!”
마당쇠는 망설임 없이 달려가 들고 있던 두꺼운 나무 몽둥이를 당뇌의 머리를 향해 후려쳤다.
“퍽!!!”
“끄어억……”
당뇌는 사냥개의 이빨과 마당쇠의 몽둥이 콤보를 얻어맞고 동공이 풀린 채 바닥에 엎어졌다. 호위 무사들이 재빨리 달려들어 미친개에게 목줄을 채워 제압하고, 피투성이가 된 당뇌의 전신 혈도를 제압해 꽁꽁 묶었다.
잠시 후, 소란을 듣고 급히 달려온 철면장로 위지관이 현장에 도착했다. 위지관은 포박된 사내의 초록빛 얼굴과 소매 속에서 쏟아져 나온 독침, 그리고 은빛 호리병을 보고 안색을 굳혔다.
“이 자는…… 사천당가의 배신자이자 철검문에 고용된 독수, 당뇌가 아닌가! 품속에 든 이 호리병은…… 무색무취의 극독 망우산이 분명하구나!”
위지관의 날카로운 눈빛이 주방 창문 아래 뱉어져 있는 만두 잔해와 마당 구석에 던져진 만두를 향했다. 위지관은 만두에서 풍기는 미세하고도 기괴한 쓰고 비린 맛을 감지하고, 이내 모든 인과관계를 스스로의 뇌내망상으로 완벽하게 조립해 내기 시작했다.
위지관의 얼굴이 경외심과 감격으로 번뜩였다. 그는 주방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탁자 밑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덜덜 떨고 있던 시우는 위지관이 들어오자, 꾀병 진단서를 끊을 핑계를 만들기 위해 창백해진 얼굴로 신음 소리를 내며 침을 흘리는 척 연기를 펼쳤.
“으으…… 장로님…… 머리가…… 아픕니다…….”
위지관은 그 모습을 보고 단상 아래에 무릎을 꿇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아! 대사형! 이 모든 것을 미리 예측하고 계셨군요! 철검문의 사악한 독살 음모를 간파하시고, 적들이 방심한 틈을 타 주방으로 독수를 유인하셨던 것입니다! 독이 든 만두를 한 입 베어 물어 독의 성분을 직접 확인하신 뒤, 내공이 없는 척 연기하시며 만두를 마당으로 던져 숨어 있던 독수를 잡아내시다니요!”
“예? 아니, 저는 그냥 맛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맛이 없다는 핑계로 적을 안심시키고, 오진태가 남기고 간 사냥개마저 자비로운 도의 기운으로 조종하여 적의 다리를 묶으셨습니다!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만두 한 알과 미물 한 마리로 일류 독수를 현장에서 생포하시다니…… 이것이야말로 무위자연의 궁극적 극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위지관의 웅장한 찬가에 주방 밖을 지키던 사제들이 일제히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다.
“대사형! 대사형! 문파를 구원하신 대사형!”
시우는 탁자 밑에서 머리를 감싸 쥐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아니야…… 난 그냥 배가 고팠을 뿐이고, 팽가 이 자식이 상한 고기를 써서 화가 났을 뿐이라고…… 제발 살려줘…….’
하지만 그의 처절한 속마음은 밖에서 울려 퍼지는 웅장한 대사형 찬가 소리에 묻혀 영원히 전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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