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검문의 사악한 독살 음모
“깡! 깡! 깡! 깡! 쿵더더덕!”
이른 아침부터 임시 처소의 얇은 판자벽을 뚫고 들어오는 굉음은 그야말로 영혼을 탈곡하는 수준이었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에 한시우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침상 위를 뒹굴었다.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았지만, 황실 하사금 천 냥의 위력으로 시작된 ‘대사형 기념 전각’ 대증축 공사의 소음은 자비가 없었다.
“아으으…… 제발, 제발 조용히 좀 하자…….”
시우는 휑한 천장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가에는 지독한 만성 피로로 인해 짙은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와 있었다.
원래 그가 아끼던 아늑하고 먼지 쌓인 뒤뜰 창고방은 철면장로 위지관에 의해 ‘한시우 대사형 오도처(悟道處)’라는 신성한 성지로 지정되어 봉인되었다. 그 덕분에 시우는 공사 현장 바로 옆에 대충 가마니와 판자로 이어 붙인 꾀죄죄한 임시 처소로 쫓겨나 매일 아침 망치 소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형벌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가장 끔찍한 비극은 따로 있었다. 품속에 고이 안고 고향 감자밭으로 야반도주하려던 그의 전 재산, ‘은자 50냥’이 위지관의 손에 의해 문파 증축 예산으로 전액 동결되어 귀속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돈 한 푼 없다. 진짜 단 1푼도 없어…….’
시우는 도포 품속의 텅 빈 주머니를 만지작거리며 피눈물을 흘렸다. 무공은커녕 단전이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막힌 영맥 차단 상태의 평범한 범인인 그가, 이 삼엄한 문파의 감시와 황실 근위대의 철통 경호를 뚫고 돈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 가짜 사기꾼으로 굶어 죽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새로운 기회를 엿보며 이곳에서 버텨야 했다.
공사의 소음이 청명산을 뒤흔들며 흙먼지를 뿜어내는 바로 그 시각, 청명산 자락의 어두운 소나무 숲 그늘 아래에서는 음침한 모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시우…… 그 애송이 녀석 때문에 우리 철검문이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
거구에 검은 가죽 옷을 입고 거대한 흑철검을 등에 멘 사내, 철검문의 문주 사도광이 분노로 이빨을 부득부득 갈았다.
청명검종의 갑작스러운 부흥과 한시우라는 ‘가짜 천재’의 등장으로 인해, 청명현 인근의 철광산 지분은 물론이고 철검문으로 오던 신입 제자들마저 전부 청명검종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철검문의 문을 닫아야 할 판이었다. 사도광은 공식적인 비무로는 그 괴물 같은 대사형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형검이니, 남궁벽 가주의 한독 완치니 하는 소문들은 사도광에게 극도의 공포와 질투를 심어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사도광의 시선이 옆에 서 있는 음침한 사내에게로 향했다. 얼굴 반쪽이 독 부작용으로 인해 기괴한 초록빛을 띠고 있으며, 긴 손톱을 지닌 사내. 사천당가에서 사악한 금기 독공을 연마하다 파문당한 뒤 철검문에 은밀히 고용된 독공 전문가, 당뇌였다.
“당뇌 선생. 준비는 되었소?”
당뇌는 기괴한 쇳소리를 내며 음산하게 웃었다. 그의 손가락 끝에는 기이한 은빛을 내뿜는 작은 호리병이 쥐어져 있었다.
“흐흐흐…… 문주 걱정 마십시오. 이 당뇌가 준비한 독은 사천당가의 비전 중에서도 금기로 분류되는 무색무취의 절대 극독, ‘망우산(忘憂散)’이옵니다. 이 독은 은침으로도 검출되지 않으며, 일반적인 해독제로는 기맥의 흐름조차 막지 못합니다. 마시는 즉시 단전의 기운을 얼려버리고 심장을 멈추게 만들지요.”
당뇌의 목소리에는 독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아무리 천하제일의 기재이자 검선이라 불리는 한시우라 할지라도, 이 망우산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다면 단 1각도 버티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쓰러질 것입니다. 사후에도 독의 흔적이 전혀 남지 않으니, 청명검종은 대사형이 갑작스러운 주화입마로 급사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을 터입니다.”
사도광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소! 오늘 밤 청명검종의 주방으로 침투하시오. 사제들이 밤마다 야식으로 먹는 만두 속재료에 독을 푸는 것이오. 특히 한시우 그 녀석은 주방장 팽가와 야식 동맹을 맺고 밤마다 만두를 훔쳐 먹는다는 정보가 있소. 녀석의 그 잘난 식탐이 결국 스스로의 무덤이 될 것이오!”
***
깊은 밤이 찾아왔다.
지옥 같던 대증축 공사의 망치 소리가 드디어 멈추고, 청명산에는 고요한 어둠과 정적이 내려앉았다.
당뇌는 검은 야행복을 입고 고양이처럼 날렵한 신형으로 청명검종의 담벼락을 넘었다. 평소라면 삼엄했을 문파의 경비였지만, 오늘 밤은 기묘할 정도로 한적했다. 철면장로 위지관이 제정한 ‘대사형 수련 방해 금지령’ 덕분에, 보초들이 대사형의 명상(실제로는 소음으로 인한 취침)을 방해하지 않으려 처소와 주방 주변에서 멀리 떨어져 순찰을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흐흐흐, 멍청한 놈들. 스스로 침투 경로를 열어두었구나.’
당뇌는 비웃으며 소리 없이 주방 건물 뒤편으로 다가갔다. 그는 소매 속에서 무색무취의 극독 망우산 호리병을 꺼내 들고, 주방의 환기구 틈새를 통해 내부로 스르륵 미끄러져 들어갔다.
주방 안은 조용했다. 거대한 무쇠 웍과 가마솥들이 어둠 속에서 차가운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당뇌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방 내부를 훑었다.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주방 한구석, 주방장 팽가가 내일 아침 사제들과 대사형의 야식으로 쓰기 위해 정성스럽게 다져놓은 거대한 만두 속재료 고기 통이었다.
기름진 돼지고기와 싱싱한 야채가 잘 버무려진 고기 통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당뇌는 소리 없이 다가가 호리병의 마개를 열었다.
“흐흐…… 검선 한시우, 네놈의 천재성도 오늘 밤으로 끝이다.”
당뇌는 호리병을 기울여 투명하고 향이 없는 망우산 액체를 고기 통 한가운데에 흘려 넣었다. 독액은 고기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당뇌는 긴 나무 주걱을 들고 독이 고기 속재료 전체에 완벽하게 섞이도록 정성스럽게 저었다. 단 한 점의 만두를 먹더라도 치명적인 극독에 중독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모든 공작을 마친 당뇌는 주방 환기구를 통해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는 멀리 가지 않고, 주방 뒤뜰의 우거진 대나무 풀숲 사이에 몸을 숨겼다.
‘이제 쥐새끼가 덫으로 기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면 되겠군.’
당뇌는 어둠 속에서 긴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사악한 안광을 번뜩였다.
***
같은 시각, 임시 처소의 침상에 누워 있던 한시우는 아랫배에서 울리는 우렁찬 전쟁 신호에 눈을 번쩍 떴다.
“꼬르르르륵…….”
지독한 공사 소음 때문에 낮 동안 입맛을 잃고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이었다. 게다가 은퇴 자금을 잃었다는 정신적 충격까지 더해져, 그의 위장은 극심한 공복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침을 삼켜보았지만 입안은 바짝 말라 있었고,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주방장 팽가가 야식으로 쪄두었을 기름지고 고소한 고기만두의 자태만 아른거렸다.
‘배고파…… 배고파서 잠이 안 와…….’
시우는 침상에서 일어나 앉았다. 얇은 이불을 걷어내고 허리에 이 빠진 목검을 대충 찼다. 비록 무공은 전혀 없지만, 밤마다 팽가와 만두를 나눠 먹으며 다져진 ‘야식 본능’만큼은 그 어떤 절정 고수의 경공보다 기민하게 움직였다.
시우는 임시 처소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밖으로 나섰다. 밤공기는 차가웠고, 달빛은 구름에 가려 어두웠다. 시우는 전신에 기운이 전혀 없는 ‘살기 제로 신체’ 상태였기에, 발소리를 죽이고 기척을 숨기는 것만큼은 그 어떤 은형 살수보다 완벽했다. 그는 보초들의 눈을 피해 어두운 나무 그늘을 따라 주방을 향해 뱀처럼 기어갔다.
‘위지관 장로님이 보초들을 저 멀리 치워두신 덕분에 도망치기는 아주 편하네. 팽가 녀석, 오늘 밤엔 만두를 얼마나 쪄놓았으려나.’
시우는 비굴하게 몸을 웅크린 채, 주방 건물 옆에 있는 작은 개구멍으로 다가갔다. 원래 마당쇠가 쓰레기를 내놓기 위해 만든 구멍이었지만, 이제는 시우의 전용 야식 침투로가 된 곳이었다. 시우는 옷자락이 가시에 찢어지고 무릎에 흙먼지가 묻는 것을 개의치 않고, 개구멍을 통해 주방 내부로 기어 들어갔다.
“스윽…… 툭.”
주방 바닥에 가볍게 안착한 시우는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주방의 어둠에 적응하려 눈을 가늘게 떴다. 주방 안에는 갓 쪄낸 만두의 은은하고 고소한 냄새가 감돌고 있었다.
시우의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그는 팽가가 대사형을 위해 특별히 남겨두었을 대형 대나무 찜통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갔다.
한편, 주방 뒤뜰 풀숲에 숨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당뇌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왔다! 드디어 쥐새끼가 제 발로 덫에 걸려들었구나!’
당뇌는 창문 틈새로 보이는 시우의 실루엣을 보며 침을 삼켰다. 어둠 속에서도 시우의 움직임에는 단 1푼의 살기도, 기의 흐름도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소문대로 가공할 만한 인물이다. 내 일류 살수로서의 감각으로도 저 자의 기척을 전혀 느낄 수 없다니! 만약 정면 대결을 펼쳤다면 내 목은 1초 만에 날아갔을 터. 하지만 검선 한시우, 네놈이 아무리 신출귀몰한 신법을 지녔다 한들, 주방의 독만두 앞에서는 한낱 가련한 먹잇감일 뿐이다!’
당뇌는 숨을 죽인 채, 시우가 만두를 집어삼키는 그 역사적인 순간만을 기다렸다.
시우는 드디어 대형 대나무 찜통 앞에 도달했다. 그는 찜통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화아아아아—”
하얗고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주방 안을 가득 메웠다. 김 서린 공기 사이로, 통통하고 기름진 고기만두들이 눈부신 자태를 드러냈다. 당뇌의 치명적인 극독 망우산이 고기 속재료와 완벽하게 어우러져 쪄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사악한 독만두였다.
시우는 뜨거운 김에 얼굴을 붉히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배고픔에 눈이 먼 그는 손가락 가벼운 화상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고, 찜통에서 가장 크고 잘 익은 만두 한 알을 냅다 집어 들었다.
만두는 뜨거웠고, 고소한 고기 향이 코끝을 찔렀다. 시우는 만두를 입으로 가져가며 후후 입김을 불었다.
풀숲에 숨은 당뇌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의 손가락이 흥분으로 바르르 떨렸다.
‘먹어라! 어서 한 입 베어 물어라! 그러면 천하제일 대사형의 신화도 오늘 밤으로 끝이다!’
시우가 만두를 크게 한 입 베어 물기 위해 입을 벌리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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