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고질병의 황당한 완치
“치이이이익!”
펄펄 끓는 소금물이 남궁벽의 무릎 관절을 적시는 순간, 청명각 내부의 시간은 그대로 멈춰 버린 듯했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하얀 김 사이로 짭조름한 소금 냄새와 정체 모를 쑥 냄새가 섞여 풍겼다.
한시우는 텅 빈 찻잔을 든 채 화석처럼 굳어 있었다. 그의 심장은 이미 목구멍을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날뛰고 있었다.
‘망했다. 진짜로 망했어. 차인 줄 알고 쏟은 게 하필이면 팽가가 마당 소독하려고 끓여둔 소금물이라니! 게다가 그걸 중원 최고의 명가라는 남궁세가 가주의 다리에 정통으로 쏟아버렸다고?’
시우는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고 “살려주십시오! 저는 그냥 손가락이 뜨거워서 잔을 놓친 무능한 잡역부일 뿐입니다!”라고 울부짖고 싶었다. 하지만 공포로 인해 목구멍이 완전히 달라붙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동공은 초점을 잃고 허공을 표류했고, 전신은 시멘트처럼 굳어 꼿꼿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그 기괴한 침묵 속에서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무림맹 감사단장 모용강이었다. 그는 턱을 쩍 벌린 채 경악하다가, 이내 비열한 미소를 입가에 띠었다.
“이, 이런 무도한 짓을! 감히 무림맹 감사단과 남궁세가 가주가 지켜보는 눈앞에서 대놓고 습격을 가하다니! 청명검종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모용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시우의 무공을 증명하지 못해 안달이었는데, 저 가짜 천재 녀석이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었다. 남궁세가 가주에게 뜨거운 물 테러를 가했으니, 청명검종은 오늘부로 무림에서 완전히 매장당할 것이 뻔했다.
“남궁 가주님! 저 오만방자한 한시우가 가주님을 모독했습니다! 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 청명검종의 무도함을—”
“크으으으으윽!”
모용강의 외침을 찢고, 남궁벽의 목구멍에서 짐승의 신음 같은 거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남궁벽의 안색은 이미 대추 빛깔을 넘어 핏빛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의 무릎 관절을 적신 소금물이 바지 자락을 타고 흘러내리며, 살가죽이 벌겋게 익어가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였다. 그의 전신이 바르르 떨렸고, 제왕기세로 가득 찼던 내력이 폭주하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위지관 장로는 사색이 되어 칼자루를 꽉 쥐었다.
‘아아, 대사형! 어찌 저 무서운 남궁 가주님께 이런 결례를 범하셨단 말입니까! 아무리 제왕기세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 한들, 소금물 투척은 너무나 노골적인 도발이옵니다!’
청명각 안의 모든 이들이 남궁벽의 분노가 폭발하여 한시우를 한 줌의 가루로 만들어버릴 것이라 확신했다. 시우 역시 눈을 감고 조상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최후의 등짝 스매싱을 기다렸다.
하지만 남궁벽의 육체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기적적인 인과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었다.
남궁벽은 십 년 전, 북해의 빙궁 경계에서 마교의 잔당들과 싸우다 다리에 치명적인 ‘한독(寒毒)’을 입었다. 겉보기에는 멀쩡했으나 무릎 관절 내부의 기맥이 얼음처럼 단단하게 막혀 있었고, 이로 인해 매일 밤 뼈를 깎는 듯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중원의 그 어떤 명의도, 소림사의 영약도 그 깊은 한독을 녹이지 못했다.
그런데 방금 전, 시우가 떨어뜨린 뜨거운 소금물이 그의 무릎 관절을 직격했다.
그 물은 평범한 물이 아니었다. 주방장 팽가가 연무장의 마교 자객 피비린내를 지우기 위해 청명산의 특산물인 강알칼리성 유황 소금과, 잡귀를 쫓는다는 명목으로 태상장로 독고엽이 서고에서 버린 ‘벽사초(辟邪草)’ 잎사귀를 가득 넣어 펄펄 끓여낸 특제 소독수였다.
끓는 물의 강력한 열 자극, 소금물의 엄청난 삼투압 작용, 그리고 우연히 녹아든 벽사초의 정화 기운이 남궁벽의 무릎 피부를 뚫고 들어가, 십 년 동안 꽁꼼 얼어붙어 있던 한독의 핵심 혈도를 정확하게 저격했다!
“어…… 어어?”
남궁벽의 입에서 기이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뜨거운 자극이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는 순간, 무릎 내부에서 십 년간 요지부동이던 차가운 빙하가 쩌적거리며 갈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막혀 있던 기맥이 폭발하듯 뚫리며, 단전에 갇혀 있던 뜨거운 양강(陽剛)의 내력이 무릎을 지나 발끝까지 막힘없이 내달렸다.
그것은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극상의 희열이었다. 매일 밤 자신을 괴롭히던 둔탁한 통증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다리가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뚫렸다…… 기맥이 완전히 뚫렸어!”
남궁벽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모용강과 위지관이 경악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청명각 내부를 미친 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탁!
그의 신형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청명각 바닥을 디뎠다. 십 년 동안 굽히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던 무릎이, 이제는 아무런 제약 없이 완벽하게 접히고 펴졌다. 남궁벽은 허공으로 신형을 날려 가볍게 삼 회전을 한 뒤, 연무장 청석 바닥 위에 사뿐히 착지했다.
“하하하하! 내 다리가 나았다! 십 년 묵은 한독이 완전히 사라졌단 말이다!”
남궁벽은 미친 사람처럼 웃다가, 이내 털썩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초일류 현경 고수의 위엄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고통에서 해방된 한 인간의 순수한 감격만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시우는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멍하니 남궁벽을 바라보았다.
‘……뭐지? 저 아저씨 왜 저래? 뜨거운 물 맞고 미쳐버린 건가? 아니면 화상이 너무 아파서 실성한 건가?’
시우는 속으로 몹시 당황했으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오해 유발 아우라’ 덕분에 겉으로는 그저 모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무심하고 깊이 있는 눈빛을 유지할 뿐이었다.
위지관 장로는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을 쥐어짜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아! 대사형! 일부러 찻잔을 바들바들 떠시며 기세를 흩트려 남궁 가주님의 방어력을 낮추시고, 정확한 타이밍에 끓는 정화 성수를 던져 십 년 묵은 고질병을 치료하신 것이었군요! 검법뿐만 아니라 의술의 경지마저 수화기제(水火旣濟)의 극의에 도달하시다니, 참으로 무림의 등불이십니다!’
모용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손을 덜덜 떨었다. 그는 질주하는 남궁벽과, 아무런 감정 없이 서 있는 한시우를 번갈아 바라보며 극심한 심리적 붕괴를 겪고 있었다.
‘이, 이 모든 것이 저 한시우의 계산이었단 말인가?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는 감사단 앞에서, 일부러 남궁세가 가주의 고질병을 치료해 줌으로써 남궁세가라는 거대한 세력을 완벽한 아군으로 포섭했다? 이 짧은 침묵 속에서 그런 고도의 정치적 한 수를 설계하다니…… 저 자는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남궁벽은 눈물을 닦으며 시우를 향해 기어왔다. 그리고는 시우의 거친 흙이 묻은 손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대사형 한시우여! 그대는 내 다리만 고친 것이 아니라, 내 무학의 생명마저 구원했소! 이 남궁벽의 목숨과 남궁세가의 명예를 걸고 선언하건대, 향후 그 누구도 청명검종과 대사형을 모독하지 못할 것이오!”
남궁벽이 고개를 돌려 모용강을 무섭게 쏘아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방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웅장한 현경 고수의 기세가 실려 있었다.
“모용 단장! 감히 내 은인이신 대사형을 가짜라 모함하려 들다니, 무림맹 감사단이 이리도 썩었단 말이오? 당장 무례한 조사를 중단하고 사죄하시오!”
모용강은 남궁벽의 기세에 눌려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청명검종을 비리로 기소하려던 계획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갔다. 남궁세가가 이토록 맹목적으로 한시우를 비호하고 나서는데, 감히 감사단 따위가 건드릴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모용강은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이 괴물 같은 한시우의 진짜 정체를 밝혀내지 못하면, 자신이 무림맹으로 돌아가 처벌받을 것이 뻔했다.
모용강은 떨리는 목소리로 시우를 응시했다.
“대사형…… 과연 신산귀모(神算鬼謀)의 지략이시구려. 하지만 감사단의 공식 절차상, 마지막으로 대사형과 단둘이 대면하여 묻고 싶은 것이 있소. 나와 함께 비밀 내당으로 가 독대(獨對)를 청해 주시겠소?”
시우는 모용강의 떨리는 눈빛을 보며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독대라고? 단둘이 있으면 나 진짜 무공 하나도 못 하는 거 바로 들통나잖아! 제발 나 좀 내보내 줘!’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