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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즈의 눈물, 위선의 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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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하고 비린내가 진동하는 밤공기가 안개 숲의 경계를 넘어 국경지대의 슬럼가, 빈민가 '하인즈'의 하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쓰레기와 오물이 가득한 진흙탕 길 위로 가느다란 빗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빗방울이 바닥의 구정물과 섞여 기괴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지옥의 한 단면이었다.


"성자님, 여기서부터는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제국의 눈과 귀가 사방에 깔려 있으니까요."


표범 수인 바르토가 사방을 경계하며 목소리를 극도로 낮췄다. 그의 날렵한 꼬리가 불안감에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유한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은발과 맑은 청색 눈동자는 현재 평범한 갈색 머리와 탁한 회색 눈을 지닌 약초상의 외모로 철저히 감춰져 있었다. 은둔 흑마법사 로엔에게 배운 '로엔의 환각 위장술' 덕분이었다. 백색의 고결한 신성력을 평범한 마나의 파동으로 완벽히 굴절시켜 두른 유한의 모습은, 제국의 삼엄한 성력 감지 장치조차 그냥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위장이었다.


그의 등 뒤에는 칼스가 천으로 꽁꽁 감싼 흑강 대검을 메고 그림자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칼스의 매서운 눈빛 역시 낡은 후드 아래 깊숙이 감춰져 있었지만, 언제든 검을 뽑아 들 수 있도록 손끝은 단단히 긴장해 있었다.


유한은 가슴팍을 지그시 눌렀다. 루시엘라와의 성흔 계약으로 새겨진 '배덕의 성흔'이 차가운 빗물에 반응하듯 미세하게 욱신거렸다. 심장에 가해지는 기묘한 마모감은 그가 정화의 대가로 치러야 하는 필연적인 통증이었다. 하지만 유한은 신음 한 자락 내뱉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하인즈 빈민가의 내부로 들어설수록 참혹함은 극에 달했다.


"아아아…… 살려줘…… 뜨거워, 몸이 타들어 가……!"


"비켜라! 저 괴물 놈이 또 미쳐 날뛴다!"


길가 구석구석에 가마니를 덮고 누운 수인들과 유민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들의 피부는 검붉게 썩어 들어가며 진물이 흘러넘쳤고, 군데군데 돋아난 기괴한 보라색 종창들이 터져 나와 악취를 풍겼다. 역병이었다. 단순한 질병이 아닌, 마기와 신성이 뒤엉켜 영혼을 갉아먹는 인공적인 마기 역병의 파동이 유한의 오감에 선명하게 잡혔다.


유한의 미간이 차갑게 좁혀졌다.


바로 그때, 하인즈의 중앙 광장 쪽에서 맑고 화려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딸랑, 딸랑. 성스러운 축복의 기운을 담은 듯한 종소리였지만, 유한의 귀에는 그저 부정한 탐욕의 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모두 이리로 오십시오! 신의 자비가 이곳에 당도했습니다!"


광장 중앙에 화려한 금실로 수놓인 사제복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 기름기 흐르는 통통한 얼굴에 억지스러운 자비의 미소를 지은 부패 사제, 도널드였다. 그의 주변에는 무장한 제국 경비병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고, 그 앞에는 역병에 신음하는 빈민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바닥에 기어 다니고 있었다.


"교단에서 하사하신 면죄부를 구매하는 자에게는, 이 기적의 성수를 무상으로 나누어 줄 것입니다! 이 성수 한 모금이면 남작 발렌타인 님께서 내리신 축복으로 역병이 씻은 듯이 나을 터이니!"


도널드는 황금 성수 잔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절박한 유민들이 마른 손을 뻗어 자신이 가진 마지막 은화와 가재도구를 바쳤다. 도널드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은화를 수거하고, 붉은 빛이 감도는 성수 한 모금을 그들의 입에 흘려 넣어주었다.


유한은 숨을 죽인 채 양안에 미세한 성력을 집중했다.


‘진실의 안광(眞實의 眼光).’


그의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광채를 뿜어내며 도널드가 파는 성수의 미세 기류를 투시했다. 순간, 유한의 심장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황금 잔 속에 찰랑이는 액체는 결코 신성한 성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강제로 정제된 수인들의 피와 뒤틀린 마력 정수가 뒤섞인, 썩어 문드러진 생명력이었다. 마시면 일시적으로 신체 능력이 폭등하고 통증이 사라지지만, 영혼과 육체가 서서히 오염되어 교단의 꼭두각시 좀비로 변해버리는 ‘오염된 성수’였다.


"위선자 놈들……."


유한의 주먹이 하얗게 굳어졌다. 제국 교단이 신도들에게 천상의 기적이라 속이며 팔아치우는 성수의 정체가, 수인들을 납치해 피를 뽑아 만든 추악한 인공 독약이었다니.


당장이라도 광장으로 뛰어들어 저 위선적인 사제의 목을 베고 성수를 정화하고 싶었다. 하지만 유한은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 하인즈 광장 상공에는 제국의 성력 감지 탑이 푸른 안광을 번뜩이며 가동 중이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고순도의 신성력을 방출하는 순간, 대규모 경보가 울리며 그레고리의 백야단 본대가 이곳으로 들이닥칠 터였다.


'지금은 참아야 한다. 적의 안방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자멸이다.'


유한은 피가 흐를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무고한 이들의 비참한 죽음을 눈앞에서 방관해야 하는 정신적 고통이 그의 가슴을 후벼 팠지만, 더 큰 구원과 단죄를 위해선 이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유한 일행은 바르토의 안내를 받아 광장을 우회하여 하인즈 슬럼가 깊은 곳에 위치한 주점 '붉은 장미'로 향했다. 그곳은 붉은 입술과 고혹적인 눈웃음을 지닌 관능적인 마담이자, 동맹의 비밀 정보원인 세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주점 내부의 은밀한 밀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나의 성자님."


세실이 붉은 드레스 자락을 가볍게 흔들며 유한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서려 있었지만, 유한의 차가운 표정을 보자 곧바로 진지한 태도로 돌아섰다.


"남작 발렌타인의 성채 지하에 숨겨진 진짜 '피의 연금술 실험실'의 위치를 알아냈어요. 그곳에서 수인들을 가두고 피를 뽑아 가짜 성수를 제조하고 있죠. 제국 상층부의 묵인 하에 대규모로 유통되는 장부의 사본도 확보해 두었어요."


세실이 얇은 양가죽 두루마리를 유한에게 건넸다. 유한이 두루마리를 펼쳐 내용을 확인하려는 찰나, 주점 외곽에서 거친 군화 소리와 함께 문이 거칠게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쾅!


"검문이다! 제국 이단 심문소의 명령에 따라 하인즈 전역의 약초상과 외지인을 수색한다!"


제국 경비병들이 주점 내부로 들이닥쳤다. 밀실 문틈으로 붉은 성력 횃불의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위기였다. 유한의 환각 위장술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고위 사제가 밀착하여 정밀 감정을 진행하면 위장이 벗겨질 위험이 있었다.


칼스가 본능적으로 검자루에 손을 얹었으나, 유한이 그의 손을 단호하게 제지했다.


"기다려라, 칼스.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다."


그 순간, 세실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밀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경비병들의 대장을 향해 다가가 그의 가슴팍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우, 대장님. 이 밤중에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이셔요? 여기 불쌍한 약초상들은 그저 저에게 약재를 납품하러 온 순진한 이들이랍니다."


세실이 은밀하게 경비대장의 손아귀에 묵직한 주머니를 쥐여주었다. 주머니 속에서 유한에게 받아두었던 '신성 금화'들이 부딪치며 짤랑이는 소리가 났다. 경비대장의 눈이 순간 탐욕으로 번뜩였다.


"흠, 흠…… 확실히 평범한 상인들 같군. 이쪽은 수색을 생략하고 동쪽 구역으로 이동한다!"


세실의 노련한 미인계와 막대한 정보료 뇌물 공작 덕분에 경비병들은 밀실 내부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숨 막히는 긴장감이 가라앉고, 유한 일행은 무사히 주점 뒷문을 통해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고맙다, 세실. 이 은혜는 잊지 않으마."


유한이 나지막이 감사를 전한 뒤, 칼스와 함께 안개 숲으로 이어지는 어둡고 음습한 골목길로 신속히 몸을 숨겼다. 남작의 실험실 정보를 확보했으니, 이제 성당으로 복귀해 다음 침투 작전을 설계해야 했다.


타닥, 타닥.


골목길의 고요함을 깨뜨리는 불길한 발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골목 구석의 무너진 석벽 틈새에서 검은 그림자가 기어 나왔다. 머리 위에 길고 쫑긋한 토끼 귀가 달린 어린 수인 소년, 토토였다. 하지만 소년의 상태는 정상적인 생명체의 그것이 아니었다.


"으으으…… 으아아아!"


토토의 온몸은 이미 검붉은 역병의 종창으로 뒤덮여 있었고, 피부는 부패하여 문드러지고 있었다. 소년의 눈동자는 이성을 완벽히 잃은 채 오직 피에 굶주린 붉은 안광만을 내뿜고 있었다. 제국의 오염된 성수에 중독되어 자아를 상실하고 폭주하는 최종 단계에 도달한 상태였다.


"성자님, 위험합니다! 저 녀석은 이미……!"


칼스가 대검을 가로막으며 유한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토토의 움직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이성을 잃은 육체는 고통마저 잊은 채 한계를 돌파한 괴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캬아아아악!


토토가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르며 허공으로 높이 도약했다. 썩어 들어가는 입술 사이로 날카롭게 돋아난 송곳니가 달빛을 받아 섬뜩하게 빛났다. 소년은 이성을 잃고 칼스의 목덜미를 향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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