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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치는 절벽 위의 영초(靈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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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외곽을 포위한 조련사 킬러의 사냥개들이 맹렬하게 짖어대는 소리가 안개 숲의 고요를 사정없이 찢어발겼다.


금방이라도 이단 심문소의 정예 추격대가 성당의 환각 결계를 뚫고 난입할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 새로이 동맹을 맹세한 방랑 검사 칼스가 대검을 고쳐 잡으며 유한의 앞을 가로막아섰다.


“성자님, 이 개새끼들은 제가 막겠습니다. 성당의 결계 안쪽으로 피하십시오.”


칼스의 목소리에는 단호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유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청색 눈동자는 성당 내부를 향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성당 예배당 깊은 곳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날카롭게 울려 퍼졌기 때문이었다.


“아아악……! 으윽!”


루시엘라의 목소리였다.


유한은 황급히 성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예배당 제단 위에 누워 있던 제1마왕녀 루시엘라의 상태는 처참했다. 백옥 침선으로 부러진 날개뼈를 맞추는 접골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상처 깊숙이 서려 있던 타락 천사의 마기 독이 뒤늦게 폭주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녀의 심장 핵이 검붉은 빛을 발하며 요동쳤고, 전신에 새겨진 마법 회로가 붉게 타오르며 피부를 태우고 있었다. 칠흑의 날개는 통제를 잃고 펄럭이며 예배당의 석조 바닥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정신 차려라, 루시엘라!”


유한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으나, 루시엘라는 이성을 잃은 채 유한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의 몸에서 방출되는 광포한 마기가 유한의 가슴에 새겨진 ‘배덕의 성흔’을 자극했다. 낙인이 살을 태우듯 뜨겁게 달아오르며 유한의 목구멍으로 비릿한 피가 울컥 치밀어 올랐. 유한은 억지로 각혈을 참아내며 그녀의 맥을 짚었다.


심장 핵의 마기와 체내의 신성이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그녀의 영혼 핵이 먼저 부서져 내릴 터였다.


“마기 독이 심장 깊은 곳까지 침투했어. 일반적인 정화력으로는 독을 없애기 전에 그녀의 생명력까지 통째로 태워버릴 거다.”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소년 수도사 미카엘이 울먹이며 물었다.


“성자님, 그럼 어찌해야 합니까? 이대로 마왕녀님이 죽게 둘 수는 없습니다!”


유한은 입가에 묻은 피를 훔치며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요한 사제의 일지를 떠올렸다. 그리고 얼마 전 변방에서 만났던 괴팍한 약초 전문가, 마크 영감의 경고를 기억해 냈다.


‘안개 숲에서 가장 가파르고 위험한 절벽, 벼락 치는 토르의 손가락 정점에는 천선초(天仙草)라는 희귀한 영초가 자란다네. 그 약초만이 마족의 체내에서 폭주하는 마기와 신성의 거부 반응을 완화해 줄 수 있지. 하지만 그곳은 인간이 오를 곳이 못 되네.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마력 낙뢰에 온몸이 구워져 재가 되고 싶지 않다면, 당장 포기하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루시엘라가 죽으면 제국을 전복시키겠다는 그의 계획도, 진정한 구원의 길도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질 터였다.


“칼스.”


유한이 성당 문가에 서 있는 칼스를 불렀다.


“예, 성자님.”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있어도 성당의 결계 경계선을 지켜라. 적들이 성당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단 한 걸음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목숨을 바쳐 성당을 수호하겠나이다. 하지만 어디로 가시려는 겁니까?”


“루시엘라를 살릴 약초를 구해오겠다.”


유한은 품속에서 ‘빛바랜 은빛 성경’을 꺼내 쥐었다. 성경의 미세한 은백색 기류가 그의 전신을 감싸 안으며 신성 파장을 완벽하게 지워냈다. 그는 성당 지하 기도실의 비밀 통로를 통해 안개 숲 외곽으로 은밀히 빠져나갔다.


목표는 안개 숲 북쪽에 솟구쳐 있는 거대한 기암괴석 절벽, ‘벼락 치는 토르의 손가락’이었다.


***


밤하늘은 칠흑처럼 어두웠고, 절벽 근처에 다다를수록 공기 중에 가득한 정전기 때문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쿠르릉! 콰아아앙!


하늘을 찢는 거대한 뇌성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눈앞에 나타난 ‘토르의 손가락’은 마치 거대한 거인의 손가락이 하늘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수직으로 깎아지른 절벽 표면 위로 푸른빛의 뇌전이 뱀처럼 기어 다니며 번쩍였다.


“정말 미친 곳이군.”


유한은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젖은 바위벽에 손을 댔다.


그가 절벽을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 위에서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콰아앙!


눈이 멀 것 같은 푸른 낙뢰가 유한의 머리 위 불과 몇 미터 옆 절벽 표면을 직격했다. 폭발적인 충격과 함께 달궈진 바위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날카로운 석편 하나가 유한의 뺨을 스치며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뇌전의 열기가 얼굴을 훅 덮쳐 숨이 턱 막혔다.


유한은 왼손으로 절벽 틈새를 꽉 움켜쥐며 오른손을 뻗었다.


‘성력으로 엮은 로프를 만들어 위쪽 바위에 고정한다.’


그가 은빛의 성력을 실처럼 뽑아내어 위쪽의 단단한 암반을 향해 던졌다. 은빛 사슬 모양의 성력 로프가 바위에 단단히 감겼다. 유한이 로프에 몸을 싣고 도약하려던 찰나였다.


지지지직! 콰르릉!


절벽 위를 흐르던 강력한 마력 전류가 유한이 만들어낸 성력 로프를 매개체로 삼아 순식간에 타고 흘러내렸다.


“윽……! 아아악!”


강렬한 고압의 전류가 유한의 전신을 관통했다. 온몸의 근육이 비틀리고 혈맥이 타들어 가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손끝과 발끝의 감각이 마비되며 절벽 아래로 추락할 뻔한 절체절명의 위기. 유한은 이빨이 깨질 정도로 악물며 성력 로프의 연결을 강제로 끊어냈다.


“허억…… 허억……!”


로프가 끊어지자 전류의 흐름은 멈췄지만, 전신에 가해진 타격으로 인해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의 성흔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양손바닥은 바위에 긁히고 전류에 그을려 가죽이 전부 벗겨진 채 붉은 피로 흥건했다.


인간의 몸으로 이 낙뢰의 대지를 맨손으로 오르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때, 유한의 귀가에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한! 조심해! 벼락의 기운이 다시 모여들고 있어!”


녹색의 은은한 빛을 발하는 손바닥만 한 요정, 바람의 정령 실프가 안개 속에서 날아올랐다. 실프는 유한의 처참한 상태를 보고 울먹이며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실프…… 가호를 부탁한다.”


유한이 거친 숨을 내쉬며 말했다.


실프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양손을 모았다.


“바람이여, 대지의 분노를 비껴가라! 바람의 장막(Wind Barrier)!”


실프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날개가 빠르게 펄럭이며 유한의 신체 주변에 얇고 정교한 바람의 보호막을 형성했다. 동시에 바람의 흐름이 유한의 몸을 아래에서 위로 가볍게 밀어 올려주었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유한은 수직 절벽에 몸을 밀착시키며 다시금 손가락 끝에 힘을 주었다.


콰아아앙!


또다시 내리친 낙뢰가 유한의 등 뒤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실프가 전개한 바람의 장막이 낙뢰의 궤도를 미세하게 굴절시켜 주었다. 전류의 잔해가 장막 표면을 타고 흘러내리며 푸른 불꽃을 튀겼지만, 유한의 육신에는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다.


“고맙다, 실프.”


유한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바위 틈새를 움켜쥐며 한 걸음씩 위로 전진했다. 가슴의 성흔이 루시엘라의 고통과 공명하며 맥박 치듯 욱신거렸다. 그녀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양손의 감각이 완전히 마비될 때쯤, 유한은 마침내 절벽 끝자락의 좁은 암반 지대에 도달했다.


그곳에, 거센 뇌전 폭풍 속에서도 홀로 영롱한 에메랄드빛을 발하며 피어난 약초가 있었다. 줄기 끝에 번개 문양의 잎사귀를 지닌 영초, 천선초였다.


유한은 마크 영감이 가르쳐 준 ‘천선초 독성 제거 정제법’의 지식을 머릿속으로 빠르게 되새겼다.


‘천선초는 번개의 기운을 머금고 자라기에 날것으로 만지면 그 환각 독성이 심장을 마비시키네. 반드시 손끝에 미세한 신성력을 둘러, 그 독성을 억제하며 뿌리째 조심스럽게 거두어야 하네.’


유한은 떨리는 오른손 끝에 백색의 성력을 가늘게 집중시켰다. 손가락 끝이 은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천선초의 줄기 밑바닥, 대지의 기운이 얽힌 뿌리 부분을 조심스럽게 움켜쥐었다.


천선초에 깃들어 있던 찌릿한 뇌전의 기운과 환각 독성이 유한의 신성력과 충돌하며 손끝을 타고 미세하게 흘러들었다. 머릿속이 일순간 어지러워지며 가장 끔찍했던 교단에서의 배신의 기억들이 환각으로 떠오르려 했다. 유한은 이빨을 악물며 자아를 다잡았다.


스스스윽.


마침내 흙먼지와 함께 영롱한 빛을 발하는 천선초가 뿌리째 유한의 손에 거두어졌다.


“성공이다…….”


유한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선초를 품속에 소중히 밀어 넣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키이이이이익!


하늘과 대지를 찢어발길 듯한 날카롭고 거대한 괴성이 폭풍을 뚫고 절벽 정점을 강타했다.


유한의 진실의 안광이 본능적으로 번뜩였다. 그의 청색 눈동자 시야 속에서, 먹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 위로부터 엄청난 질량의 은빛 마력 궤적이 급강하하는 것이 투시되었다.


은빛 깃털을 지닌 거대한 번개 매였다. 녀석의 날개 깃털 사이사이로 푸른 뇌전이 스파크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튀고 있었다. 절벽의 영초를 수호하던 수호수이자 영수(靈獸)가 침입자의 존재를 감지하고 분노한 것이었다.


“유한, 위야! 피해!”


실프가 비명을 질렀다.


거대 번개 매가 날카로운 강철 같은 발톱을 세우며 유한의 머리를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유한은 망설임 없이 절벽 표면에 튀어나온 좁은 바위 틈새 속으로 온몸을 날렸다.


콰콰콰쾅!


번개 매의 발톱이 유한이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암반을 내리쳤다. 단단한 석조 대지가 마치 두부처럼 처참하게 부서져 내리며 거대한 돌가루와 먼지가 시야를 가로막았다. 틈새 속에 몸을 움츠린 유한의 머리 위로 돌 파편들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간신히 직격을 피했지만, 위기는 이제 시작이었다.


키이이익!


자신의 공격을 피한 침입자를 바라보며 번개 매가 다시 한 번 날카롭게 울부짖었다. 녀석이 거대한 은빛 날개를 활짝 펼치자, 절벽 주변의 먹구름 속에 머물던 수십 개의 뇌전 줄기들이 녀석의 날개 끝으로 빨려 들어가듯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늘 전체가 푸른빛의 살기 어린 전류로 가득 차며 공기가 비명 지르듯 웅웅거렸다. 녀석은 절벽 전체를 통째로 가루로 만들어버릴 대규모 뇌전 폭풍을 준비하고 있었다.


절벽 틈새에 갇힌 유한은 피투성이가 된 양손을 움켜쥐며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번개 매를 응시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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