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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死線)을 넘는 구출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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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제7검문소의 거대한 참나무 정문이 비명 같은 금속음을 지르며 열리는 순간, 지유한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송 마차의 쇠창살 틈새로 흘러내린 은발의 자락. 그것은 제국의 위선자들에게 가문이 도륙당하고 홀로 살아남아 차디찬 감시탑에 갇혀 있어야 했던 그의 유일한 혈육, 지유아의 것이었다. 유아를 묶고 있는 쇠사슬에는 교단의 붉은 성력 결계가 기괴한 뱀처럼 얽혀 흐르고 있었다. 동생을 인질로 삼아 자신을 나락으로 끌어내리려는 양부 마르쿠스의 추악한 미끼임을 알면서도, 유한의 심장은 분노로 사정없이 요동쳤다.


“지금이다. 칼스.”


유한의 나지막한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의 등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거대한 그림자가 대지를 박차고 솟구쳤다.


방랑 검사 칼스. 전직 제국 성기사단 출신이었던 그의 손에는 드워프 브론즈가 흑마철 광석을 녹여 새로 제련한 흑강 대검이 쥐여 있었다. 유한이 시전한 ‘은빛 성경 낭독 영창법’의 고결한 진언이 대검의 날카로운 검신 위에 백흑의 나선 불꽃을 맹렬하게 피워 올렸다.


“시원의 빛으로…… 위선을 베어라!”


칼스가 공중에서 대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검문소의 굳게 닫힌 목책과 정문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은빛 성검 참격(은빛 聖劍 斬擊)!’


콰아아아앙—!


하늘을 찢는 듯한 폭음과 함께, 은백색과 칠흑의 마력이 뒤섞인 거대한 반월형 참격이 검문소 정면을 강타했다. 제국이 자랑하던 삼중의 성력 감지 장치와 목책 장벽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가며 사방으로 흩날렸다. 성벽 위에서 은빛 활을 조준하고 있던 백야단 저격수 렌의 시야 역시 자욱한 먼지와 폭발의 충격파로 인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기습이다! 적의 습격이다!”


“방진을 짜라! 성기사단, 방패를 올려라!”


검문소 내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제국의 철갑 경비병들이 당황하며 방패를 맞부딪치는 순간, 이번에는 거구의 늑대 수인 전사 바르크가 대지를 흔들며 앞으로 돌진했다.


“크오오오오오!”


바르크는 야수화 기공을 가동하며 온몸의 근육을 터질 듯이 부풀렸다. 그의 눈동자가 야수의 황금빛으로 물들고, 날카로운 발톱이 제식 갑옷을 찢고 솟구쳤다. 바르크는 정문을 돌파해 들이닥치는 제국 철갑 기마대의 앞길을 자신의 거대한 육신으로 직접 막아서며 들이받았다.


쿠우웅! 콰아앙!


전력으로 질주하던 전투마들이 바르크의 압도적인 괴력에 밀려 뒤로 자빠졌다. 늑대 전사의 포효가 광장을 뒤흔드는 사이, 호랑이 수인 칸 역시 뇌전의 발톱을 휘두르며 적들의 전열을 사정없이 유린했다.


혼란이 광장을 뒤덮은 그 기적 같은 틈을 타, 유한은 움직였다.


그는 로엔의 환각 위장술로 자신의 신성 파장을 완벽히 숨긴 채, 전장의 사각지대를 유령처럼 미끄러지듯 돌파했다. 어깨의 부식 상처가 욱신거리며 가슴의 성흔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토해냈지만, 유한은 이를 악물고 이송 마차를 향해 달렸다.


마침내 철갑 마차 앞바닥에 도달한 유한이 쇠창살을 움켜쥐었다.


“유아 야.”


“……오빠? 정말 오빠야?”


쇠사슬에 묶인 채 창백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던 유아가 유한의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오빠를 닮은 가녀린 은빛 머리칼이 아침 햇살을 받아 서글프게 반짝였다. 유한은 한스가 건넨 만능 열쇠를 자물쇠에 꽂아 넣으려 손을 뻗었다.


철컥—!


그러나 자물쇠에 열쇠가 닿기도 전에, 유한의 발밑 대지에서 붉은 성력 장벽이 가시덤불처럼 솟구쳐 올랐다.


“이단자 지유한. 네놈이 제 발로 이 사선(死線)을 찾아올 줄 알고 있었다.”


차가운 쇳소리가 들려온 곳은 마차의 뒤편이었다. 제국 국경 수비대의 완고하고 잔인한 백인장, 브란트가 철갑 기마대를 거느리고 유한의 퇴로를 완벽하게 포위한 채 나타났다. 브란트의 거친 얼굴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광신적인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감히 신성한 제국의 관문에서 이종족 괴물들을 거느리고 난동을 부리다니. 오늘 여기서 네놈의 더러운 목을 베어 교황청의 제단에 바치겠다.”


브란트가 대검을 치켜들자, 철갑 기마대 수십 기가 유한을 향해 일제히 창끝을 겨누며 좁혀왔다. 사방이 붉은 성력 장벽으로 차단된 절체절명의 고립 상태였다.


유한은 침착하게 숨을 고르며 단전에 고여 있던 백색의 정화 에너지를 양손으로 이끌었다.


‘정화의 은빛 사슬(淨化의 銀빛 사슬).’


유한이 두 손을 대지에 강하게 내려치자, 흙먼지가 날리는 광장 바닥을 뚫고 은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성력 사슬 수십 개가 뱀처럼 솟구쳐 올랐. 은빛 사슬들은 브란트를 호위하던 사설 성기사들의 다리와 무기를 단단히 옭아매며, 그들이 지닌 부정한 신성력을 강제로 흡수하기 시작했다.


“크윽! 이 사슬은 뭐냐……! 성력이 빠져나간다!”


“사령관님, 제어가 되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주변 기사들의 방진이 사슬에 묶여 무력화되었다. 유한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은 사슬 하나를 브란트의 손목을 향해 쏘아 보냈다. 브란트의 검을 빼앗고 유아를 즉시 구출하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브란트는 전장의 뼈가 굵은 노련한 군인이었다. 그는 비열하게 웃으며 마차의 철창 문을 단번에 부수고 들어가, 묶여 있던 유아의 가냘픈 목덜미를 움켜쥐고 자신의 몸 앞으로 끌어당겼다.


“움직이지 마라!”


브란트가 유아를 완벽한 고기방패로 삼아 유한의 사슬 궤도를 차단했다. 날카롭게 날아가던 은빛 사슬이 유아의 심장 코앞에서 멈추어 섰다. 유한의 청색 눈동자가 분노로 팽팽하게 떨렸다. 조금만 더 뻗었다간 유아의 몸이 관통당할 터였다. 유한은 결국 사슬의 마력을 강제로 회수할 수밖에 없었다.


“오빠…… 나 때문에…… 안 돼……!”


유아가 목이 메어 울부짖었지만, 그녀의 목에 걸린 성력 억제 사슬이 그녀의 목소리를 짓눌렀다.


그 대치 상태의 틈을 타, 구속에서 벗어난 적의 기마대 일부가 유한의 배후를 향해 무자비하게 돌격했다.


“성자님! 등 뒤는 제가 막아내겠나이다!”


멀리서 적들의 전열을 막아서던 바르크가 포효하며 유한의 뒤편으로 뛰어들었다. 바르크는 자신의 거대한 몸을 던져 기마대의 날카로운 신성 창날들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푸욱—!


성력이 실린 무거운 창끝이 바르크의 가슴팍을 깊숙이 관통했다. 늑대 전사의 입에서 붉은 선혈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바르크는 가슴에 창이 박힌 채로도 적의 기병을 말에서 끌어내려 짓뭉개버렸지만, 그의 육체는 이미 한계에 달해 비틀거리고 있었다.


“바르크……!”


유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동료의 피와 동생의 눈물이 전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브란트는 쓰러져가는 수인 전사를 보며 조소했다. 그는 유아의 은빛 머리칼을 거칠게 움켜쥐고, 자신의 검에 붉은 성력을 가득 실어 그녀의 가냘픈 목덜미에 바짝 겨누었다.


“무릎을 꿇어라, 이단자 지유한. 네놈의 그 오만한 은발을 대지에 처박고 항복해라. 그렇지 않으면 이 계집의 머리가 네 발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칼스의 대검도, 칸의 뇌전도 인질을 잡은 브란트의 비열한 수단 앞에서는 무력했다. 전장의 모든 움직임이 일순간에 얼어붙은 듯 정지했다. 오직 타오르는 불길의 매캐한 연기와 비릿한 피비린내만이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유한은 천천히 브란트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가슴팍에 새겨진 배덕의 성흔이 동생의 위기에 반응하듯 심장을 찢어발기는 듯한 극통을 토해냈지만, 그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예리하게 회로를 돌리고 있었다.


‘유아의 체내에 흐르는 황실의 피…… 그리고 잠재된 시원의 성녀 자질. 내 성흔의 주파수를 동생의 억제 사슬에 공명시킬 수 있다면…….’


그러나 브란트는 더 이상의 지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잔인한 눈빛으로 검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서늘한 검날이 가녀린 목덜미를 파고들며, 투명한 핏방울 한 장이 은빛 머리칼 위로 붉게 흘러내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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