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으로 무너진 손끝
물레가 도는 소리는 서글픈 울음소리를 닮아 있었다. 끼이익, 끼이익. 윤기가 돌지 않는 낡은 대추나무 수동 물레는 안수민이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원판을 힘껏 밀 때마다 삐걱거리는 비명을 질렀다.
수민은 붉은색 체크무늬 담요로 덮인 자신의 쓸모없는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감각이 사라진 지 오래인 하반신은 물레의 회전 관성을 지탱해 주지 못했다. 오직 등받이에 단단히 묶은 가죽 끈만이 그녀의 유일한 지지대였다. 온 신경을 양손 끝에 집중하며 진흙의 중심을 잡으려 애썼지만, 휠체어 위에서의 물레질은 매 순간이 낙상과의 사투였다. 점토가 회전 원심력을 이기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리는 순간, 공방의 낡은 나무문이 거칠게 열렸다.
"야, 안수민!"
가죽 구두 굽이 진흙 바닥을 짓밟는 불쾌한 소리와 함께 들이닥친 것은 친오빠 안수호였다. 구겨진 명품 셔츠 깃 사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눈동자는 탐욕과 불안으로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수호는 작업대로 성큼성큼 걸어와 수민이 방금 중심을 잡아놓은 점토 더미를 거칠게 후려쳤다. 철퍽, 소리와 함께 수민의 피땀 어린 노동이 허무하게 일그러졌다.
"오빠! 지금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냐고? 지금 내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그깟 흙장난이 눈에 들어와? 아버지 인감도장 어디 있어! 백산요 토지 대장하고 상속 포기 각서 빨리 내놔!"
수호가 수민의 어깨를 억세게 움켜쥐며 흔들어댔다. 병상에 누워 진폐증으로 신음하는 아버지 안태환의 이름이 수호의 비열한 입에서 나오자, 수민의 가슴 속에서 차가운 분노가 치밀어 올랐.
"백산요의 가마는 우리 가문의 목숨이야. 불을 지필 때는 마음에 부정한 욕심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할아버지의 가훈을 잊었어? 오빠의 사채 빚 때문에 이 터전을 팔아넘길 수는 없어!"
"가훈? 장인 정신? 웃기지 마! 너 같은 앉은뱅이 년이 이 구석에서 휠체어나 굴리면서 뭘 지키겠다는 거야! 평생 바퀴나 밀면서 동정표나 구걸할 년이!"
수호의 잔인한 언어폭력이 수민의 가장 깊은 상처를 헤집었다. 수민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며 휠체어 바퀴를 앞으로 굴려 수호의 앞을 막아서려 했다. 하지만 물레 밑바닥에 고여 있던 미끄러운 진흙 슬립에 낡은 바퀴가 헛돌았다.
"아앗!"
휠체어가 기우뚱하며 중심을 잃었다. 수민의 몸이 바닥으로 사정없이 고꾸라질 뻔한 순간, 그녀는 본능적으로 물레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거친 나무 가시가 손바닥을 파고들며 붉은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이 작업대 위에 놓인 100년 된 대추나무 조각 칼을 꽉 쥐었다. 비록 무딘 나무 칼이었지만, 수호를 매섭게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은 그 어떤 강철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더 이상 내 공방을 더럽히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당장 나가."
수민의 서슬 퍼런 기세에 주춤한 수호는 침을 뱉으며 뒤로 물러섰다. "독한 년... 두고 봐. 마광태가 직접 찾아와도 그 알량한 자존심이 버텨낼 수 있을지!" 수호는 서류 가방을 챙겨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숨을 헐떡이며 흩어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던 수민의 귓가에, 마당에서부터 들려오는 지팡이 소리가 울렸다. 은사 김성환 교수였다. 그리고 그의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사내.
덥수룩한 머리칼 아래로 날카롭고 처연한 눈빛을 지닌 사내, 최강준이었다. 그의 양손은 의수로 되어 있어 소매 끝에 차갑게 매달려 있었다. 김 교수가 수민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수민아, 내가 말했던 강준이다. 당분간 이곳 백산요 사랑채에 머물게 해다오."
수민은 휠체어 바퀴를 돌려 강준을 응시했다. 은둔의 이단아처럼 세상의 모든 증오를 짊어진 듯한 사내. 강준은 바닥에 뭉개진 진흙과 수민의 떨리는 손에 쥐어진 조각 칼을 차갑게 내려다보더니, 이내 비웃음을 흘렸다.
"이게 이천에서 제일간다는 백산요의 실체인가? 다리도 쓰지 못하는 도예가가 빚어내는 흙이라니. 영혼 없는 쓰레기에 불과하군. 손을 잃은 나와 다리를 잃은 너, 참으로 애처로운 서커스단이 따로 없네."
그의 자학적이고 독설 어린 비평은 수민의 완벽주의적 상처를 정확히 후벼팠다. 첫 만남부터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얼음벽이 세워진 순간이었다. 김 교수의 안내로 강준이 사랑채로 들어간 뒤, 홀로 남은 작업실의 정적 속에서 수민의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진동했다.
액정에 뜬 이름은 안수호였다. 침을 삼키며 전화를 받자마자, 수호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스피커 너머로 터져 나왔다.
- 수민아! 나 진짜 죽어! 마광태가 지금 애들 데리고 백산요로 출발했어! 도장 안 내놓으면 가마고 너고 싹 다 짓밟아 버린대!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