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Recollection

가면에 새겨진 균열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의식이 암전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순간, 수현의 뺨을 깨운 것은 지독하리만치 차가운 대기실 카펫의 감촉이었다.


들리지 않는 세계에서 감각은 비정상적으로 왜곡되고 확장된다. 수현은 귀로 아무런 소리도 들을 수 없었지만, 뺨을 맞대고 있는 대리석 바닥을 통해 둔탁한 파동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덜컥, 덜컥.


누군가 대기실 문손잡이를 거칠게 흔들고 있었다. 쇠붙이가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미세한 떨림이 문틀을 타고 벽으로, 그리고 수현이 쓰러져 있는 바닥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극심한 시각 피질 과부하로 인해 관자놀이가 터질 듯이 욱신거렸고, 초점이 맞지 않는 눈앞은 온통 흐릿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안 돼. 여기서 들키면 모든 게 끝장이야.’


수현은 이가 부러질 정도로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백건우를 지휘대 아래 무릎 꿇린 기적 같은 리허설 직후였다. 이사회 위원들과 반대파 단원들이 문밖에서 눈을 번뜩이며 그녀의 작은 틈새라도 찾아내려 대기하고 있을 터였다. 쓰러진 지휘자, 소리를 듣지 못해 기절한 마에스트라라는 타이틀이 붙는 순간 그녀의 예술적 생명은 영구히 박장날 것이 분명했다.


철컥.


마침내 문이 열리는 진동과 함께 서늘한 바람이 대기실 안으로 들이쳤다. 수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마비된 사지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단정하고 묵직한 구두 굽 소리가 다가왔다. 이윽고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단하게 받쳐 올렸다.


시야가 서서히 돌아오며 눈앞에 나타난 것은 도현의 오른팔인 비서실장 윤성재의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윤 실장은 수현이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의 정면에서 입술을 아주 천천히, 그리고 명확하게 움직였다.


“은 지휘자님, 정신 차리십시오. 이사장님의 명령으로 대기실 내부 CCTV는 일시적으로 차단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차태진 부이사장 측 인물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윤 실장은 품 안에서 도현이 특별히 준비한 신경안정제 앰플을 꺼내려 했다. 그러나 수현은 떨리는 손으로 그의 손목을 밀쳐냈다.


“약은... 필요 없어요.”


수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얼음처럼 차갑게 빛났다.


“그 약에 손을 대는 순간, 난 평생 차도현의 완벽한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야 하니까. 내 힘으로 일어설 수 있어요.”


수현은 심폐 자율 제어 호흡법을 가동했다. 가슴의 요동을 억누르고 심장 박동을 의도적으로 가라앉히자, 흐려졌던 시야가 다시 칼날처럼 맞춰졌다. 그녀는 찢어진 셔츠 깃을 단정히 정리하고, 대기실 거울을 보며 우아하고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포커페이스 완벽 제어. 가면에 새겨진 균열을 감추기 위한 처절한 연기였다. 수현은 윤 실장을 지나쳐 대기실 문을 열고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


* * *


같은 시각, 성북동 태안가 대저택의 온실.


유리 천장을 투과한 따스한 햇살이 이국적인 열대 식물들과 치명적인 독초들의 잎사귀 위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풍경 한가운데, 완벽하게 우아한 사모님 스타일의 올림머리를 한 한정혜가 서 있었다. 그녀는 값비싼 진주 목걸이를 매만지며 분무기로 난초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사각, 사각.


흙바닥을 밟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그녀의 심복 비서 한성우가 다가왔다. 한성우는 고개를 숙인 채, 품 안에서 극비 도장이 찍힌 서류 봉투를 꺼내 한정혜에게 바쳤다.


“이사장님께서 지시하신 자료입니다. 마포경찰서와 태안의료원 내부 정보원을 통해 은수현의 3년 전 사고 당시 의료 기록 사본을 확보했습니다.”


한정혜는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녀의 서늘한 눈동자가 종이 위에 적힌 영문 의학 용어들을 빠르게 훑어내렸다.


[Complete Sensorineural Hearing Loss - Bilateral]

[양측 완전 청각 신경 상실 - 영구 실청]


서류를 확인한 한정혜의 입가에 소름 끼치도록 우아한 미소가 번졌다.


“귀머거리였어... 도현이가 그렇게 금지옥엽처럼 품고 돌던 그 대단한 마에스트라가, 소리를 단 한 줌도 듣지 못하는 가짜였다니.”


한정혜는 서류를 가볍게 접어 온실 한구석에서 타오르는 벽난로 불꽃 속으로 던져 넣었다. 종이가 타들어 가며 내뿜는 붉은 빛이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기묘하게 비추었다.


“도현이가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면서까지 그런 장애인을 지휘대에 세웠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어떻게 될까? 재단 이사회는 물론이고, 태안그룹 전체가 흔들리겠지. 도현이의 그 오만한 목을 꺾어버릴 아주 예쁜 칼날이 생겼구나.”


한정혜는 한성우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지시했다.


“의료원 이사회를 압박해라. 차태진 부이사장에게 연락해서 당장 교향악단 임원 전원에 대한 기습적인 ‘정기 신체검사 및 청력 정밀 진단’ 명령을 발급하라고 해. 감사팀장 남궁혁을 즉각 파견해라. 리허설룸 현장에서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즉석 검사를 집행하도록.”


“알겠습니다, 이사장님.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한성우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한정혜는 다시 분무기를 들고 난초를 향해 미세한 물안개를 뿜었다.


“은수현... 네 아비 은민우처럼, 너 역시 네가 가장 사랑하는 무대 위에서 비참하게 파멸하게 될 거야.”


* * *


태안교향악단 제1리허설룸.


공식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친 단원들은 악기를 정리하면서도 여전히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웅성거리고 있었다. 백건우는 피아노 앞에 앉아 땀을 닦으며 수현이 떠난 지휘대를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악장 한지원은 수현의 컨디션을 걱정하며 대기실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수현이 대기실에서 나와 리허설룸으로 다시 걸어 들어왔을 때, 단원들의 시선은 이전의 경멸에서 거대한 경외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수현은 그들의 변화를 눈빛만으로 읽어내며 단상 위에 다시 올라섰다.


콰쾅—!


그때, 리허설룸의 두꺼운 이중 방음문이 거칠게 열리며 둔탁한 진동이 바닥을 타고 수현의 맨발을 때렸다.


단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 쪽으로 쏠렸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리허설룸 안으로 거침없이 들이닥쳤다. 그들의 중심에는 철테 안경을 끼고 차가운 눈빛을 한 사내, 태안그룹 기획조정실 감사팀장 남궁혁이 서 있었다. 그의 뒤로는 흰 가운을 입은 태안의료원 소속 의료진과 함께 붉은색 조명이 켜진 기묘한 크기의 이동식 청력 검사 부스가 바퀴 소리를 내며 밀려 들어왔.


리허설룸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지원이 바이올린을 품에 안은 채 남궁혁의 앞을 가로막아서며 입술을 움직였다. 수현은 구화술로 그녀의 말을 읽었다.


“여기는 리허설룸입니다! 감사팀이 예고도 없이 왜 이런 검사 장비까지 들고 난입하시는 겁니까?”


남궁혁은 지원을 차갑게 무시한 채, 단상 위의 수현을 똑바로 응시하며 품 안에서 파란색 직인이 찍힌 이사회 특별 감사장을 꺼내 들었다. 그의 입술이 가혹하리만치 정교하게 움직였다.


“태안문화재단 정관 제24조 및 문체부 예술 지원금 집행 가이드라인에 따른 특별 감사 조치입니다. 최근 교향악단 임원진의 신체적 결함 및 안전 관리 부실에 대한 제보가 접수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사장 특별 지시로 교향악단 지휘자를 포함한 핵심 임원 전원에 대한 기습 ‘청력 정밀 진단’을 현장에서 즉석 집행합니다.”


남궁혁의 시선이 수현의 귀밑 흉터를 뱀처럼 끈질기게 핥았다.


‘올 것이 왔구나.’


수현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등 뒤로 서늘한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단상 위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남궁혁의 등 뒤에 서 있는 의료진들의 차가운 금속성 검사 장비들이 그녀의 정체를 단숨에 벗겨낼 단두대의 칼날처럼 보였다.


그때, 리허설룸 뒤편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남궁혁 팀장. 내 허락도 없이 내 교향악단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지?”


도현이었다.


포마드로 단정하게 넘긴 흑발, 완벽한 핏의 다크 정장을 입은 도현이 윤 실장과 사설 경호원들을 거느리고 리허설룸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공간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뒤바뀌었다. 도현의 눈동자에는 남궁혁을 당장이라도 찢어발길 듯한 살기가 서려 있었다.


남궁혁은 도현의 등장에도 당황하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이사장님. 이것은 한정혜 이사장님과 이사회 과반수의 서명을 얻은 정당한 감사 집행권입니다. 교향악단의 투명성을 입증하고 정부 보조금 삭감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은수현 지휘자님의 청력이 정상임을 지금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증명하셔야 합니다.”


도현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의 곁에 선 최동길 변호사가 즉각 정관 서류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의료법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입니다. 지휘자의 동의 없는 강제 신체검사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재단 이사장의 승인 없는 감사는 권한 남용입니다.”


그러나 남궁혁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문체부의 공식 공문 한 장을 꺼내 보였다.


“이미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담당관실과 조율을 마쳤습니다. 만약 은 지휘자님이 이번 검사를 거부하거나 지연시킬 경우, 태안교향악단에 배정된 연간 30억 원 규모의 정부 보조금은 즉시 동결되며, 재단 전체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가 개시될 것입니다. 이사장님, 정말 은 지휘자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재단 전체를 파멸로 몰고 가시겠습니까?”


도현의 턱관절이 단단하게 맞물렸다. 그의 시선이 수현을 향했다. 도현의 눈빛 속에 담긴 이례적인 초조함과 분노를 보며, 수현은 그 역시 한정혜가 파놓은 이 완벽한 올가미에 걸려들었음을 직감했다. 한정혜는 의료법과 정부 보조금이라는 합법적인 무기를 결합하여 도현이 개입할 틈을 주지 않는 정밀 타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수현은 단상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붉은 조명이 켜진 밀폐된 이동식 청력 검사 부스는 마치 그녀의 영혼을 가두고 파멸시킬 붉은 감옥처럼 기괴하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귀가 들리지 않는 그녀가 저 부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기계가 내뿜는 소리 신호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해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터였다.


남궁혁이 차가운 철테 안경을 치켜올리며 수현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그의 입술이 승리를 확신하는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움직였다.


“이사장님께서도 규정을 예외로 하실 순 없겠죠. 은수현 지휘자님, 들어가시죠.”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