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정밀 보고서
“파지직!”
지독한 오존 냄새와 함께 제8구역 보일러실의 무쇠 바닥이 번쩍였다. 경비병 월터가 휘두른 마력 채찍이 허공을 가르며 에단의 발치에 닿았다. 비계 위에 선 에단의 어깨 너머로 릴리가 마사 아주머니의 품에 안겨 숨을 죽였다. 에단의 찢어진 손바닥에서 흘러내린 피가 아직 마르지 않은 강철 정을 타고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이 더러운 노예 새끼가 감시관님의 허가도 없이 요새의 시설물에 무단으로 구멍을 뚫어 훼손해?”
월터의 가학적인 눈빛이 에단의 마르고 왜소한 체구를 훑었다. 그의 손에 쥔 채찍 끝부분에는 날카로운 철 가시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스칠 때마다 살점을 찢어발길 기세였다.
“월터 조장님, 이건 무단 훼손이 아니라 응급 보강입니다.”
에단은 목에 찬 구리 칼라가 조여오는 압박감을 견디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천장의 화강암 대들보에 발생한 균열은 단순한 노후화가 아닙니다. 요새가 15도 기울어지면서 발생한 편심 하중이 이 제8구역 지지대에 비정상적으로 쏠렸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두었다면 이 보일러실 천장은 30분 내로 붕괴해 하부 주거구를 완전히 덮쳤을 겁니다.”
“노예 놈이 어디서 퍅한 주둥이를 놀리느냐!”
월터는 에단의 이성적인 목소리를 참지 못했다. 지배층에게 노예의 논리적인 반박은 그 자체로 반역이자 신성모독이었다.
홱!
공기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월터의 채찍이 에단의 어깨를 사정없이 내리쳤.
“윽……!”
등 뒤에서 릴리가 비명을 질렀다. 가죽을 찢고 들어오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채찍에 깃든 마력 전류가 상처 속으로 파고들어 신경을 마비시키려 했다. 에단은 비계 난간을 붙잡고 간신히 버턌다. 어깨에서 붉은 피가 배어 나와 갈색 작업복을 적셨다. 등 뒤로 영구적인 채찍 흉터가 새겨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에단은 비계 아래에서 떨고 있는 한스와 릴리를 보호하기 위해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더 때려라, 월터! 이 놈이 아주 대가리가 굵어졌어!”
주변의 경비병들이 킬킬거리며 부추겼다. 하지만 에단은 고통 속에서도 눈빛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지도 않은 채, 월터를 똑바로 응시했다.
“월터 조장님. 저를 채찍질해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요. 하지만 이 천장이 완전히 무너져 제8구역 보일러실의 가동이 중단된다면, 감시관님이 상층부에 보고해야 할 양력 유지율 보고서의 수치는 어떻게 채우실 생각입니까? 노동력의 40%가 매몰되는 손실을 감시관님이 온전히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월터의 채찍을 치켜들던 손이 멈칫했다. 에단의 목소리에는 광기 어린 반항이 아니라, 차갑고 명확한 ‘손실 계산’이 담겨 있었다. 노예가 감히 요새의 경제적 가치와 지배층의 행정적 책임을 논하고 있었다.
“이, 이 교활한 놈이…….”
월터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기 위해 에단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챘다.
“따라와라, 이 놈. 감시관님 앞에서 그 주둥이가 얼마나 더 나불거릴 수 있는지 보자꾸나!”
에단은 월터에게 끌려가면서도 등 뒤의 한스에게 눈짓을 보냈다. 한스는 눈물과 경외감이 뒤섞인 눈으로 에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단은 자신이 품 속에 숨겨둔 숀 영감의 녹슨 나침반을 다시 한번 다잡으며, 제8 감시초소로 향하는 어두운 통로를 묵묵히 걸어갔.
***
제8 감시초소 내부의 공기는 슬래그 구역의 매연과는 사뭇 달랐다. 값비싼 정수 필터를 통과한 서늘한 공기가 흐르는 방 한가운데, 기름진 거위 구이를 뜯고 있는 사내가 앉아 있었다.
최하층 제8구획 총괄 감시관, 세바스찬이었다.
비단 옷깃이 달린 화려한 제복을 입었으나 불룩 튀어나온 배와 기름기 흐르는 얼굴이 그의 탐욕을 대변하고 있었다. 월터가 에단을 거칠게 밀쳐 바닥에 무릎 꿇렸다.
“감시관님, 이 노예 놈이 보일러실 천장에 무단으로 구멍을 뚫고 훼손하는 불법 시공을 저질렀습니다. 게다가 노예들을 선동해 불법 집회까지 열었습니다.”
세바스찬은 기름 묻은 손가락가죽을 비단 수건바지에 슥슥 닦으며 에단을 내려다보았다.
“에단이라 했던가. 숀 영감 밑에서 펜대질이나 배우던 놈이 겁도 없이 요새의 신성한 강철 구조물에 손을 대?”
에단은 바닥의 화강암 타일이 15도 기울어져 있는 것을 육안으로 느끼며, 품 속에서 꼬질꼬질한 양피지 뭉치를 꺼내 들었다. 어젯밤 바르도의 은제 자와 슬라이드 룰도 없이, 오직 머릿속의 암산과 공학적 직관만으로 작성한 ‘제8구역 구조 위험 정밀 보고서’였다.
“감시관님, 채찍질을 받기 전에 이 보고서를 한번만 읽어주십시오.”
에단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했다.
“요새는 현재 15도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상층부의 자중이 편심 하중으로 작용하여 최하층의 수직 지지 기둥과 천장보에 좌굴(Buckling) 한계를 초과하는 전단 응력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제가 가공한 구멍은 파괴역학의 기본 법칙에 따라 균열 선단의 응력 집중 계수를 강제로 떨어뜨려 연쇄 붕괴를 지연시킨 ‘크랙 홀’ 공법입니다. 이를 방치하면 요새의 척추가 두 동강 나 지상으로 추락할 것입니다.”
세바스찬의 눈동자가 일순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요새의 기울어짐과 붕괴 위험이라는 단어는 그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세바스찬의 신경을 자극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이 놈이…… 안전 보수 예산의 공백을 알고 있는 건가?’
상층부에서 매년 제8구역의 구조 보강을 위해 내려오는 대량의 강철 빔과 마력 석판 예산은 거의 대부분 세바스찬의 주머니로 들어가 중간층 상인 그레고리에게 밀매되고 있었다. 만약 요새의 붕괴 위험을 경고하는 이런 정밀한 보고서가 중간층 기술 감독국의 반스 총감 같은 깐깐한 감찰관의 손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그의 목숨줄은 즉시 단두대 아래로 떨어질 터였다.
세바스찬의 얼굴에서 기름진 미소가 사라지고, 가혹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바스스스.
세바스찬은 에단이 내민 보고서를 낚아채더니, 그 자리에서 갈가리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하얗게 휘날리는 양피지 조각들이 공중에 흩날렸다.
“노예 놈의 사치스러운 낙서 조각이로구나.”
세바스찬은 찢어진 보고서 뭉치를 집어던져 방 구석에서 타오르는 화로의 붉은 불길 속으로 던져 넣었다. 종이가 불타오르며 검은 재로 변해가는 모습을 에단은 묵묵히 바라보았다.
“네놈이 감히 상층부의 예산 배분을 감시하려 드느냐? 노예 주제에 감히 요새의 설계를 논해?”
세바스찬은 자신의 횡령 사실이 탄로 날까 두려운 나머지 이성을 잃고 소리를 질렀다.
“월터! 이 건방진 놈의 배급 식량을 오늘부터 절반으로 줄여라! 제8구역 전체 노예들의 식량도 반 토막을 내라! 그리고 이 놈에게는 보일러실 하부의 가장 가혹한 석탄 노역을 배정해라. 매연을 마시며 밤새도록 삽질이나 하게 만들어!”
“예, 감시관님!”
월터가 비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에단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었다. 화로 속에서 완전히 재가 되어 흩어지는 보고서를 바라보며, 에단의 심장 깊은 곳에서 차갑고 예리한 분노가 피어올랐다.
‘역시…… 이 부조리한 지배층의 정상적인 행정 계통으로는 이 도시를 고칠 수 없다.’
그들의 부패와 무지는 공학적 진실보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지키는 데 눈이 멀어 있었다. 합법적인 보고를 통해 요새의 보강 예산을 지원받으려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
하지만 에단은 굴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세바스찬의 다급한 분노 속에서 그의 치명적인 약점을 읽어냈다. 세바스찬이 보고서를 찢을 때, 그의 시선이 책상 밑바닥의 특정 기계식 바닥 판을 아주 미세하게 훑고 지나간 것을 에단의 공학적 직관이 놓치지 않은 것이다.
‘저 책상 밑에…… 진짜 예산 횡령 비밀 장부가 숨겨져 있군.’
에단은 묵묵히 몸을 일으켰다. 월터의 거친 손길에 밀려 감시초소를 나서며, 에단은 차갑게 타오르는 눈빛으로 속삭였다.
“감시관님. 종이는 불탈지언정, 중력의 법칙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요새가 내려앉을 때, 가장 먼저 추락하는 것은 당신의 금고가 될 것입니다.”
세바스찬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는 것을 뒤로한 채, 에단은 다시 슬래그 구역의 지옥 같은 매연 속으로 걸어 내려갔다. 오직 지하에서, 자신만의 비밀 보강 연대를 시작해야 할 때였다.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