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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위의 용접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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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이이이잉!


귀를 찢을 듯한 고공의 강풍이 요새 외벽의 거친 철갑을 때리며 울부짖었다. 구름바다 ‘네뷸라 비스’가 발밑에서 거대한 백색의 파도처럼 요동치고 있었고, 그 틈새로 까마득한 지상의 황무지 ‘디케이드’가 붉은 이빨을 드러낸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추락하면 뼈 한 조각도 남기지 못하고 산산조각 날 심연이었다.


“윽……!”


에단은 뒤틀린 비계 잔해에 한 손으로 매달린 채 신음했다. 급격한 낙하 저지 충격으로 인해 왼쪽 어깨 인대가 늘어나 전신을 엄습하는 극심한 통증에 눈앞이 아찔했다. 뺨의 찰과상에서 흐른 피가 차가운 강풍에 굳어 가고 있었고, 목에 채워진 1급 기계 노예의 구리 칼라가 바람에 부딪히며 신경질적인 쇳소리를 냈다. 하지만 에단은 고통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의 안대를 낀 왼쪽 눈 너머로 차가운 분노와 함께 치밀한 공학적 계산이 가동되고 있었다.


위쪽 격벽 해치 입구에 선 더글라스는 하층민 쥐새끼들이 완전히 추락사했을 것이라 확신한 듯,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해치 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저 자식, 그냥 보낼 순 없다. 그리고 이 외벽 데드 앵커가 완전히 뜯겨 나가기 전에 보강을 끝내야 해.’


에단은 가이드 레일에 결속된 메인 와이어와 자신이 던져 넣은 아라미드 보조 와이어의 각도를 살폈다. 그의 영혼에 각인된 ‘공학적 직관’이 깨어나며, 허공 속에 적색과 청색의 응력선들이 3차원 홀로그램처럼 가시화되었다. 가이드 와이어에는 이미 허용 한계를 초과한 전단 하중이 걸려 붉은 선들이 핏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피터! 내 말 잘 들어라!”


에단은 바람 소리를 뚫고 옆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비계 설치공 피터를 향해 외쳤.


“지금 우리 몸을 지탱하는 와이어의 길이는 약 4.5미터다. 중력가속도와 이 바람의 풍속을 대입하면, 우리가 진자 운동(Pendulum Motion)을 할 때의 고유 주기는 약 4.2초다! 바람이 외벽을 치고 나가는 타이밍에 맞춰 몸을 흔들어야 해!”


피터는 공포에 질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도, 에단의 목소리에 담긴 절대적인 이성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지만 어떻게 저 데드 앵커의 턱으로 올라간단 말입니까? 까딱하면 그대로 떨어집니다!”


“나를 믿어라! 진자 운동의 상대 속도가 제로(0)가 되는 회항점(Turning Point)이 저 데드 앵커의 압축 응력 노드 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내가 신호를 주면 온 힘을 다해 몸을 우측으로 던져!”


에단은 머릿속으로 슬라이드 룰을 돌리며 초읽기를 시작했다. 바람의 세기가 일시적으로 잦아드는 찰나, 요새 외벽의 풍압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지금이다! 뛰어!”


두 사람은 동시에 허공을 차며 몸을 던졌다. 아라미드 보조 와이어가 거대한 호를 그리며 팽팽하게 긴장했다. 바람의 외력이 그들의 몸을 밀어붙였지만, 에단이 계산한 궤적은 정확했다.


타앗!


에단과 피터의 발끝이 외벽 데드 앵커의 화강암 석벽 턱에 동시에 닿았다. 에단은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는 왼쪽 어깨를 억누르며, 오른손으로 데드 앵커의 강철 프레임을 움켜쥐고 턱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피터 역시 가죽 조끼가 찢어지는 와중에도 기어이 앵커의 좁은 발판 위로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하아…… 하아…… 살았습니다. 진짜로 살았습니다, 형님!”


피터가 바닥을 쓸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에단은 쉴 틈이 없었다. 그는 즉시 앵커 하부의 비상 통신용 강철 와이어를 세 번 짧게, 한 번 길게 잡아당겼다. 대장간에서 대기하고 있을 칼과 마르코에게 보내는 극비 신호였다.


쿠구구구!


몇 분 지나지 않아, 데드 앵커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유지 보수용 소형 해치가 열리며 숱이 많은 검은 수염을 기른 대장장이 칼과 거구의 철공 마르코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들의 손에는 칼이 주조한 고강도 탄소 와이어 타래와 휴대용 마법 용접로가 들려 있었다.


“에단! 무사했군! 더글라스 그 개자식이 볼트를 녹이고 도망치는 걸 위쪽 통로에서 봤다!”


칼이 흥분해 소리쳤지만, 에단은 차갑게 제지했다.


“잡담은 나중에 하죠. 칼, 마르코. 당장 저 뒤틀린 데드 앵커의 주철 프레임에 고강도 탄소 와이어를 결속해야 합니다. 기둥의 비틀림 응력이 이쪽으로 집중되고 있어요. 응력 집중 완화 시공법을 적용해야 합니다.”


“알았어! 마르코, 와이어 던져!”


마르코가 우람한 팔뚝의 근육을 터뜨리며 고강도 탄소 와이어의 끝부분을 데드 앵커의 메인 홀을 향해 힘껏 던졌다. 하지만 초속 20미터의 고공 강풍은 자비가 없었다. 던져진 와이어가 바람에 휘말려 춤을 추듯 비틀거리며 앵커 접합부와 충돌해 거센 스파크를 일으켰다.


깡! 깡! 콰아아앙!


“제장! 바람이 너무 강해! 와이어가 제멋대로 진동해서 고정할 수가 없어!”


칼이 용접봉을 든 채 허공에서 흔들리는 와이어를 보며 소리쳤다. 그가 감각만으로 와이어의 끝단을 앵커에 대고 용접을 시도하려 했으나, 갑작스러운 돌풍에 와이어가 비틀리며 용접봉이 부러지고 붉은 불꽃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칼의 가죽 방호 장갑이 열기에 타들어 가며 매캐한 냄새를 풍겼고, 용접 장비의 마력 코어가 과부하로 삐이 소리를 냈다.


“이대로는 안 돼! 용접 부위가 굳기도 전에 바람이 철선을 찢어발길 거야!”


마르코가 타격 해머를 쥔 채 발을 동동 굴렀다.


에단은 눈을 가늘게 뜨고 흔들리는 탄소 와이어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의 시야 속에서, 진동하는 와이어의 파형이 가상의 사인 곡선(Sine Wave)으로 그려졌다.


‘모든 흔들리는 물체에는 고유 주파수가 존재한다. 저 와이어의 1차 진동 주파수는 약 12Hz. 그렇다면 진동의 변위가 일시적으로 제로(0)가 되는 노드(Node) 지점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 순간을 저격해야 해.’


에단은 슬라이드 룰의 원판을 돌리며 주기를 계산했다.


“칼! 감각으로 용접하려 하지 마십시오! 저 와이어는 불규칙해 보이지만 0.08초 주기로 진동이 상쇄되는 노드 점을 지나갑니다! 제가 신호를 주면 정확히 그 타이밍에 용접봉을 대고 마력을 주입하십시오!”


“0.08초라고? 그걸 어떻게 맞추나!”


“제 목소리의 주파수에 당신의 손끝을 동조시키십시오! 제가 카운트를 세겠습니다!”


에단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늘어난 왼쪽 어깨의 통증이 심장을 찌르는 듯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정확한 음역을 유지했다.


“준비하십시오. 3…… 2…… 1…… 지금!”


카앙!


에단의 외침과 동시에 마르코가 타격 해머로 리벳을 내리쳐 와이어의 임시 앵커 핀을 고정했고, 칼이 용접봉을 접합부에 정확히 밀착시켰다.


치이이이이이익!


눈이 멀 것 같은 푸른색 마력 용접 불꽃이 어두운 허공을 밝히며 격렬한 수증기를 뿜어냈다. 붉게 달아오르는 강철과 차가운 공중 기류가 만나 자욱한 김이 피어올랐다. 바람이 불어왔지만, 에단이 지시한 타이밍은 와이어의 움직임이 완벽히 멈추는 물리적 사각지대였다.


“성공이다! 붙었어!”


칼이 소리쳤다.


“방심하지 마십시오! 두 번째 보강판(Gusset Plate) 들어갑니다! 각도는 45도, 응력 집중 완화 시공법입니다! 3…… 2…… 1…… 지금!”


콰아아앙! 치이이익!


마르코의 해머가 불꽃을 뿜었고, 칼의 용접봉이 앵커의 모서리를 따라 완벽한 용접 비드를 그려 나갔다. 에단의 정밀한 계산 아래, 접합부의 모서리에 걸리던 파괴적인 전단 하중이 보강판을 타고 주변 구조물로 부드럽게 분산되기 시작했다.


마지막 용접 불꽃이 꺼지는 순간, 요새 최하층 전체를 기분 나쁘게 뒤흔들던 미세한 고주파 진동이 거짓말처럼 뚝 멈추었다. 외벽 데드 앵커와 수직 지지 기둥의 결합이 영구히 완료되는 순간이었다.


“하아…… 하아…… 해냈다. 진짜로 고정했어.”


칼이 용접 마스크를 벗으며 주저앉았다. 그의 방호 장갑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 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에단을 향한 경외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르코 역시 거대한 망치를 내려놓으며 에단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고공의 사선에서 목숨을 걸고 자신들을 지휘한 이 노예 설계사야말로, 그들이 따를 진짜 현장 감독이었다.


그때였다.


위쪽 격벽 해치 문 틈새로 푸른 용접 불꽃을 목격한 더글라스가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에단과 피터가 살아있을 뿐만 아니라, 데드 앵커의 보강 공사를 완벽하게 완수했음을 보고 소름이 끼친 듯 비명을 질렀.


“이, 이 괴물 같은 노예 놈들이…… 어찌 살아있는 거냐!”


더글라스는 즉각 해치 문을 닫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친다! 저놈 잡아!”


피터가 소리쳤지만, 에단의 부상당한 몸으로는 추격이 불가능했다. 더글라스는 어둠 속 통로로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더글라스가 급히 도망치며 그의 제복 품속에서 무언가 떨어져 내렸다. 바람을 타고 나풀거리며 떨어지던 작은 종이 조각을, 에단은 오른손을 뻗어 낚아챘다.


그것은 더글라스가 흘리고 간 스케치 조각이었다.


종이를 펼쳐 든 에단의 안대를 끼지 않은 오른쪽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그 종이 조각에는, 에단이 매일 밤 촛불을 켜고 요새의 구조도를 그리던 ‘바르도의 비밀 제도실’ 위치와 화강암 벽면의 비밀 통로 입구가 붉은 잉크로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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