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ạc nềnBattleField4

수직 기둥의 경고음

Audio truyện
Chưa có audio. Bấm để tự tạo audio cho tập này.

헤르만 기술관의 차가운 시선이 수레 위의 검붉은 와이어 타래에 닿는 순간, 에단은 품속의 임시 보수 권한 문서를 나직이 움켜쥐었다.


습하고 매캐한 하층 승강장의 공기 속에서, 중간층 기술위원회의 거대한 증기 엘리베이터가 뿜어내는 하얀 수증기가 에단과 헤르만 사이를 가로막듯 피어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수십 명의 무장 경비병들이 에단 일행을 포위하듯 반원을 그리며 좁혀왔다. 그들의 갑옷이 부딪치는 서늘한 금속음이 승강장 벽면을 때렸다.


“노예 주제에 감히 고대 유적의 폐쇄 구역에 무단으로 침입하고, 정체불명의 자재를 밀수하다니.”


헤르만 기술관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가슴에 매달린 제국 아카데미 훈장들이 증기등 빛을 받아 불길하게 반짝였다. 그의 곁에 선 사보타주 전문가 더글라스가 음침한 눈빛으로 에단의 수레를 훑어보았다. 특히 수레 위에 실린 검붉은 고인장 탄소 와이어 타래를 바라보는 더글라스의 눈빛에는 기괴한 탐욕과 경계심이 동시에 서려 있었다.


“당장 저 수레를 압수하고, 이 불온한 노예 놈들을 지하 감옥으로 압송해라.”


헤르만의 냉혹한 명령에 경비병들이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검자루를 잡았다. 한스의 어깨가 눈에 띄게 떨렸고, 드레이크 선장 역시 권총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에단의 눈치를 보았다. 전면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의 일촉발의 상황.


에단은 침착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목에 채워진 1급 기계 노예의 무거운 구리 칼라가 짤랑이며 기분 나쁜 쇳소리를 냈지만, 그의 태도에는 비굴함이 전혀 없었다. 에단은 품속에서 빳빳한 양피지 서류를 꺼내 헤르만의 눈앞에 당당히 펼쳐 보였다.


“멈추십시오, 헤르만 기술관님. 제게는 중간층 기술위원회의 수석 안전 감찰관이신 반스 총감님이 직접 서명하고 공인 인장을 찍은 ‘임시 안전 보수 권한 문서’가 있습니다.”


서류 하단에 찍힌 선명한 붉은색 인장을 본 헤르만의 눈썹이 꿈틀했다. 에단은 서류의 내용을 한 자 한 자 명확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본 문서에 의거하여, 본 설계 노예 에단은 제8구역의 구조적 안정성을 위협하는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요새 하부의 모든 폐기 자재 및 잔해를 무상으로 수거하고 활용할 법적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0번 도크 역시 요새 하부의 폐쇄된 보수용 구역에 해당하므로, 이곳에서 수거한 탄소 와이어는 불법 밀수품이 아닌 합법적인 구조 보강 자재입니다.”


“이, 이깟 누더기 종이 한 장이……!”


헤르만의 등 뒤에서 더글라스가 이빨을 갈며 나섰지만, 헤르만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헤르만은 반스 총감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법과 규칙만을 신뢰하는 고집불통의 감찰관. 만약 여기서 반스의 공인 인장이 찍힌 서류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제로 중단시켰다가 요새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발생한다면, 그 행정적 책임은 온전히 자신이 져야 했다. 더욱이 반스의 감찰 대원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시간대였다.


헤르만은 매서운 눈빛으로 에단을 노려보았다.


“교활한 쥐새끼로군. 반스의 등 뒤에 숨어 목숨을 연명하겠다는 건가.”


“그저 공학적 사실과 제국의 법령을 따를 뿐입니다.”


에단이 차갑게 대꾸했다.


“좋다. 이번 한 번은 그 문서의 권위를 인정해 주지. 하지만 명심해라, 노예 에단. 네놈이 그 검붉은 와이어로 무슨 짓을 하든, 요새의 기울기가 조금이라도 더 어긋나거나 단 하나의 볼트라도 유실되는 순간, 내 직접 네놈의 목을 단두대에 올릴 것이다.”


헤르만은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더글라스는 에단의 수레를 마지막으로 노려보며 혀를 차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치이이익 하는 고압 증기 배출음과 함께 엘리베이터가 다시 위로 상승하자, 한스는 그제야 참았던 숨을 크게 내쉬며 주저앉았다.


“하아…… 죽는 줄 알았습니다, 형님. 헤르만 기술관의 기세는 정말 차원이 다르군요.”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 한스. 저들은 우리의 공사를 망가뜨릴 기회만 노리고 있어. 서둘러 자재를 대장간으로 옮겨야 한다.”


에단은 드레이크와 함께 수레를 밀며 어두운 배수관 통로를 지나 칼의 대장간으로 복귀했다.


대장간의 용광로 열기 속에서 고인장 탄소 와이어의 인장 강도와 탄성 계수를 정밀 측정하기 위해 계측기를 준비하던 순간이었다.


쿠구구구구궁…….


발밑의 철판 바닥이 기분 나쁜 초저주파의 진동을 내뿜으며 웅웅 울리기 시작했다. 평소 보일러실에서 들리던 규칙적인 증기 맥동이나 기어의 마찰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요새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뼈대가 비틀리며 내지르는, 묵직하고 거친 금속성 비명에 가까웠.


에단은 즉시 ‘공학적 직관’을 발동했다. 그의 시야가 순식간에 적색과 청색의 응력선으로 재구성되었다.


요새 최하층의 모든 하중이 수직으로 전달되는 중심부, 즉 ‘수직 하중 전달 기둥 내부’를 향해 파괴적인 붉은색 응력 선들이 소용돌이치듯 몰려들고 있었다. 특히 기둥의 중간 지점에서 응력이 고르게 분산되지 못하고 나선형으로 뒤틀리는 전단 응력(Shear Stress)의 핏빛 선들이 어지럽게 엉키고 있었다.


“이 진동은…… 기둥 내부에서 발생하는 거야.”


에단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의 머릿속 슬라이드 룰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경고를 보냈다. 비틀림 좌굴(Torsional Buckling). 요새 전체의 하중을 수직으로 지탱하는 척추가 한계 하중을 받아 휘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스, 당장 나와 함께 군터 소장님께 가야겠다. 이 정도 규모의 뒤틀림은 일반적인 설계 수치만으로는 원인을 파악할 수 없어.”


에단은 한스를 데리고 슬래그 구역의 가장 어둡고 습한 구석, 폐기물 처리장 옆의 허름한 지하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과거 상층부의 수석 설계사(치프 엔지니어)였으나 귀족들의 비리를 고발하다 눈이 멀어 쫓겨난 노인, 군터 소장이 살고 있었다.


방 안은 정수되지 않은 마력수의 퀴퀴한 냄새와 녹슨 기계 부품의 쇠 냄새가 가득했다. 양눈을 가죽 안대로 가린 군터 소장은 휠체어에 앉아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 청력을 극도로 집중한 채, 요새의 진동 소리를 듣고 있었다.


“누구냐? 이 밤중에 요새의 비명 소리를 듣고 찾아온 녀석이.”


군터 소장의 날카롭고 쉰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제8구역의 설계 노예 에단입니다, 소장님. 지금 수직 하중 전달 기둥 내부에서 발생하는 뒤틀림 진동의 주파수가 12헤르츠(Hz)를 넘어섰습니다. 기둥의 변형이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에단의 구체적인 수치 보고에 군터 소장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가죽 안대 너머로 주름진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12헤르츠라고? 벌써 좌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소리군. 멍청한 귀족 놈들…… 기어이 일을 저질렀구나.”


군터 소장은 휠체어 바퀴를 굴려 에단 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보이지 않는 눈이 마치 에단의 영혼을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 탐욕스러운 벨리알 대공작 가문 놈들이 상층 정원인 ‘에테르 가든’에 무거운 대리석 분수대와 석조 조경물들을 무단으로 증축했다. 자신들만의 화려한 낙원을 더 사치스럽게 꾸미겠답시고, 요새가 버틸 수 있는 하중 한계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 게지. 그 결과 수직 기둥에 비정상적인 편심 하중(Eccentric Load)이 가해졌고, 척추가 비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군터 소장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휠체어 난간을 내리쳤.


“그 기둥은 단순한 쇠파이프가 아니다. 요새 상층부의 거대한 무게를 하부 석조 기반으로 전달하는 유일한 통로지. 기둥이 비틀림을 이기지 못하고 꺾이는 순간, 아스테리아는 공중에서 두 동강 나 지상으로 추락할 것이다. 남은 시간은 길어야 사흘이다.”


한스가 안경을 떨어뜨릴 뻔하며 비명을 질렀다.


“사, 사흘이라니요! 그런 거대한 기둥을 사흘 만에 어떻게 보강한단 말입니까? 일반 철판을 덧대어 용접하기에는 가해지는 비틀림 전단력이 너무 강합니다!”


“한스의 말이 맞습니다.”


에단이 나직하게 동조했다.


“비틀림을 받는 원통형 구조물은 표면에 가해지는 전단 응력이 가장 큽니다. 단순한 외부 덧댐 공법으로는 용접부가 가장 먼저 파괴될 것입니다. 전단 응력을 상쇄하려면, 외부에서 기둥의 비틀림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강한 인장력(Tension)을 미리 가해두는 ‘프레스트레싱(Prestressing)’ 원리를 적용해야 합니다.”


군터 소장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에단의 방향을 바라보며 경악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네 놈…… 방금 프레스트레싱이라고 했느냐? 마법이 아닌 순수한 인장력 제어로 기둥의 비틀림을 잡겠다는 설계를…… 노예 놈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공학적 진실은 신분과 상관없이 명징하기 때문입니다.”


에단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게는 0번 도크에서 인양해 온 고인장 탄소 와이어가 있습니다. 이 와이어를 수직 기둥 외곽에 사선 방향으로 팽팽하게 감아 턴버클로 조여둔다면, 기둥이 비틀림에 견디는 강성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기획한 ‘수직 하중 전달 기둥 복원법’입니다.”


군터 소장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이윽고 그의 입가에 기괴하면서도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


“치프 엔지니어…… 과거 내가 가졌던 그 화려한 지위가 무색할 정도의 천재로군. 좋다, 에단. 기둥 내부의 해치 코드는 바르도의 마스터 키로 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심해라. 기둥 내부는 수백 미터의 텅 빈 낭떠러지다. 바람 한 점 없는 밀폐된 공간이지만, 강철이 비명을 지르는 진동 때문에 균형을 잃으면 그대로 추락사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감수해야 할 비용이지요.”


에단은 군터 소장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건넨 후, 한스와 함께 고인장 탄소 와이어 타래와 수동식 고강도 유압 잭을 챙겨 수직 기둥 내부의 진입 해치로 향했다.


요새의 중심부에 위치한 수직 기둥의 진입 해치는 두꺼운 주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에단은 품속에서 바르도의 비밀 마스터 키를 꺼내 해치의 중앙 실린더에 꽂아 돌렸다.


철컥, 콰아아아아!


육중한 해치 문이 열리자, 내부에서 수십 년간 고여 있던 차가운 기계 오일 가스와 매캐한 분진이 에단의 얼굴을 덮쳤. 에단은 기침을 참으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해치 너머로 드러난 ‘수직 하중 전달 기둥 내부’의 풍경은 그야말로 아찔한 심연이었다.


직경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원통형 강철 기둥의 내부는 텅 비어 있었고, 위아래로 까마득한 어둠만이 펼쳐져 있었다. 오직 벽면에 위태롭게 부착된 녹슨 사다리 하나만이 수백 미터 상공의 상층부와 하층 석조 기반을 수직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기둥 내부의 공기는 극도로 차가웠고, 요새의 미세한 흔들림이 기둥 벽면을 타고 증폭되어 귀가 먹먹할 정도의 초저음 진동음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위이이이이이잉ーーー.


쇠가 찢어지는 듯한 금속성 마찰음이 사방의 벽면을 타고 반사되며 고막을 사정없이 찔렀다. 에단은 사다리의 첫 번째 발판을 잡았다.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기둥의 진동은 상상 이상으로 거칠었다. 이미 강철의 분자 구조가 한계 하중을 받아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스, 안전 하네스를 단단히 결속해라. 여기서 떨어지면 시체도 찾지 못한다.”


“예, 형님…….”


한스는 겁에 질린 눈으로 까마득한 아래쪽 어둠을 내려다보며 사다리를 잡았다.


에단이 기둥 내부의 수직 사다리를 바라보았다. 수백 미터 아래가 텅 빈 아찔한 어둠 속에서, 기둥 벽면에 새로운 미세 균열이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기둥 전체를 울렸다.

HẾT CHƯƠNG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