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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을 거스르는 도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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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드레이크 선장님! 당장 엄폐하세요!”


에단이 목이 터져라 외치며 몸을 날렸다.


찰나의 순간, 고대 방어 기계의 붉은 안구 센서가 임계점까지 타오르며 찌르르하는 고주파의 마력 충전음을 내뿜었다. 눈앞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어둠을 가르는 순백의 마력 광선이 도크의 허공을 수평으로 관통했다.


콰아아아앙!


에단 일행이 조금 전까지 서 있던 바닥의 화강암 석조가 광선에 직격당해 순식간에 용융되며 붉은 쇳물처럼 흘러내렸다. 메스꺼운 유황 냄새와 함께 타오르는 열기가 에단의 뺨에 박힌 흉터를 사정없이 자극했다. 어깨의 채찍 상처가 다시 벌어지는 듯한 작열통이 밀려왔지만, 에단의 이성은 차갑게 굳어질 뿐이었다.


‘마력 충전 주기 10초. 조사 범위는 수평각 120도 내외.’


두꺼운 화강암 잔해 뒤로 숨은 에단은 ‘공학적 직관’을 발동했다. 그의 시야에 요새의 15도 기울어짐으로 인해 왜소하게 찌그러진 3차원 하중선들이 가시화되었다. 그리고 그 붉고 푸른 응력선의 중심에, 먼지를 털어내며 천천히 전진하는 고대 방어 기계가 서 있었다.


기계는 높이 3미터에 달하는 다각 보행형 구조였다.


“총감님, 아니 에단 형님! 저 괴물이 이쪽으로 옵니다! 퇴로는 완전히 막혔고, 우리 무기로는 저 단단한 장갑을 흠집조차 낼 수 없습니다!”


한스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그의 손에 쥐인 황동 계산척이 쇳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드레이크 선장 역시 권총을 쥔 채 잇새로 마른침을 삼켰다.


“에단 선생, 내 비행선용 권총 탄환은 저 고대 에테리아 제국의 장갑판에 닿자마자 튕겨 나갈 거요. 물리적인 타격으로는 승산이 없네.”


“알고 있습니다. 저 기계의 장갑은 마법 결계로 보호받고 있으니까요.”


에단은 고개를 들어 천장에 매달린 거대 기중기와 방금 내린 검붉은 고인장 탄소 와이어 타래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의 슬라이드 룰이 미친 듯이 회전하며 도크 내부의 기하학적 배치 구조를 수식으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저 기계는 다각 보행 구조다. 즉, 하중 중심(Center of Gravity)이 상부에 쏠려 있어 좌우 균형에 취약하지. 게다가 오랫동안 방치된 탓에 다리 관절의 기어 노출부가 전단 응력(Shear Stress)에 극도로 노출되어 있어. 저 노출된 기어 틈새에 와이어를 걸어 역회전 토크를 가한다면…….’


에단이 단호한 눈빛으로 드레이크와 한스를 번갈아 보았다.


“드레이크 선장님, 한스. 저 기계의 무서운 화력에 정면으로 맞설 필요는 없습니다. 물리학적 법칙 앞에서는 저 거대한 고철 덩어리도 결국 중력의 지배를 받는 질량체일 뿐이니까요.”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 건가?”


“기중기의 도르래 배율을 역이용할 겁니다. 선장님은 조명등의 셔터를 최대로 열어 저 기계의 안구 센서에 강한 빛을 쏘아 시야를 교란하십시오. 그리고 권총 사격으로 주의를 끌어주세요.”


“시선 유도라, 그건 내 전문이지. 하지만 그사이에 뭘 할 셈인가?”


“한스가 탄소 와이어의 끝부분을 저 기계의 하부 관절 기어 틈새에 정밀하게 투척해 결속할 겁니다. 그리고 저는 기중기의 수동 크랭크를 돌려 1대 64의 기어비를 활용해 역토크를 가할 겁니다. 기계 스스로의 동력과 기중기의 인장력이 맞물리면, 저 괴물의 다리 관절은 스스로 꺾여 전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스가 경악하며 에단을 바라보았다.


“제, 제가 저 괴물 바로 밑으로 다가가 와이어를 걸어야 한단 말입니까?”


“한스, 너는 내 수석 조수다. 네가 계산했던 수동 제동 레버의 토크 값을 믿어라. 1:64의 감속 기어는 우리가 가하는 힘을 64배로 증폭시켜 준다. 기하학적 도르래 배율 계산법에 따르면, 움직도르래 2개와 고정도르래 3개를 조합할 때 와이어에 걸리는 장력은 수십 톤에 달해. 네가 와이어만 제대로 걸어준다면, 물리학이 저 기계를 쓰러뜨려 줄 것이다.”


에단의 이성적이고 확신에 찬 목소리에 한스의 눈빛이 서서히 흔들림을 멈추었다. 두려움 속에서 피어오른 학구열과 에단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그의 신체를 움직였다.


“……알겠습니다, 형님. 해보겠습니다!”


“좋아, 작전 개시!”


드레이크가 엄폐물 밖으로 몸을 일으키며 자가발전 조명등의 가림막을 단숨에 젖혔다. 징, 징 하는 발전기 비명 소리와 함께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광선이 방어 기계의 붉은 안구를 정면으로 강타했다.


타앙! 타앙!


동시에 드레이크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탄환들은 기계의 가슴 장갑판에 맞아 불꽃을 튀기며 비산했지만, 시야가 마비되고 소음 충격을 받은 기계는 방향 감각을 잃고 삐걱거리며 드레이크 쪽으로 포신을 돌렸다.


“지금이다, 한스! 달려!”


한스가 검붉은 탄소 와이어의 끝부분을 웅켜쥐고 먼지 더미를 뚫고 질주했다. 기계가 드레이크를 향해 마력 광선을 다시 충전하기 시작하는 찰나, 한스는 기계의 거대한 주철 다리 밑으로 슬라이딩하며 들어갔다.


기계의 관절 기어 유성 톱니바퀴가 삐걱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한스는 손바닥이 까져 피가 흐르는 것도 잊은 채, 고강도 탄소 와이어의 고리 부분을 노출된 기어 이빨 사이에 정밀하게 쑤셔 넣었다.


철컥!


“결속 완료! 형님, 돌리세요!”


한스가 기둥 뒤로 몸을 날리며 소리쳤다.


기중기 하부의 수동 크랭크 핸들 앞에 대기하고 있던 에단은 온 힘을 다해 체중을 실어 크랭크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응!


1대 64의 기어비가 맞물리며 에단의 왜소한 체구에서 나오는 힘이 기하학적으로 증폭되었다. 움직도르래의 와이어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검붉은 탄소선이 찢어질 듯한 금속음을 내뿜었다. 에단의 오른손에 새겨진 마력 부식 상흔이 터져 붉은 피가 크랭크 핸들을 적셨지만, 그는 회전을 멈추지 않았다.


“중력을 거스르는 건 마법이 아니라, 정교하게 배치된 도르래의 각도다!”


에단이 마지막 회전 토크를 가하자, 기중기의 거대 드럼이 와이어를 수직으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기계가 전방을 향해 마력 광선을 발사하려던 순간, 하부 관절에 걸린 수십 톤의 인장력이 기계의 왼쪽 구동축을 강제로 역회전시켰다.


콰드드드득!


고대 방어 기계의 주철 다리 내부에서 기어가 역방향 압축 응력을 버티지 못하고 전단 파괴되는 굉음이 도크 전체를 흔들었다. 무게 중심이 완전히 무너진 3톤짜리 거대 기계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처참하게 전복되었다.


쿵ーーーーーー앙!


거대한 먼지 구름이 일며 방어 기계가 바닥에 처박혔고, 붉은 안구 센서는 파르르 떨리다 결국 완전히 빛을 잃었다.


“하아, 하아…….”


에단은 크랭크 핸들을 붙잡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왼쪽 눈이 피로로 인해 일시적으로 침침해졌지만, 입꼬리는 가볍게 올라가 있었다. 물리학의 완벽한 승리였다.


“대단하군, 에단 선생. 오직 도르래와 와이어만으로 이 고대 병기를 자멸시키다니.”


드레이크가 혀를 내두르며 수레를 끌고 다가왔다. 한스 역시 흙먼지투성이가 된 채 안경을 닦으며 에단을 우러러보았다.


“서두릅시다. 기계가 전복되면서 발생한 충격 때문에 이 도크의 지지 구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탄소 와이어를 수레에 싣고 탈출해야 합니다.”


에단 일행은 쓰러진 기계 틈새에서 고인장 탄소 와이어 타래를 신속하게 수레에 결속했다. 그리고 바르도의 비밀 마스터 키를 다시 조작해 닫혔던 격벽 해치를 강제로 개방했다.


수레를 밀며 어두운 지하 배수관 통로를 빠져나와 하층 승강장 외곽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철컹! 쿠구구구구!


갑자기 제8구역 전체를 울리는 웅장한 기계음과 함께, 상층부와 하층을 연결하는 거대한 증기 엘리베이터의 쇠줄들이 팽팽하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가동되지 않던 중간층 기술위원회의 특제 대형 엘리베이터가 엄청난 증기 압력을 뿜어내며 하층 승강장에 육중하게 안착했다.


치이이이이익!


자욱한 흰 수증기 사이로, 은색 정밀 톱니바퀴 문양이 선명하게 수놓아진 고급 기술관 제복을 입은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눈매와 하얗게 샌 수염, 가슴에 가득한 제국 아카데미 훈장.


중간층 기술위원회의 수석 기술관, 헤르만이었다.


그의 뒤로는 무장한 경비병 수십 명과, 음침한 눈빛으로 기계 장치를 만지작거리는 사보타주 전문가 더글라스가 조용히 따르고 있었다. 몰락 위기에 처한 세바스찬의 구원 요청을 받고, 하층의 불온한 움직임을 뿌리 뽑기 위해 최고 권력자가 직접 하방한 것이었다.


수증기 너머로 에단을 발견한 헤르만 기술관의 입술이 차갑게 비틀렸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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