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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강철, 바로잡는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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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스퀘어(Gear Square)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매연과 쇳가루로 시작되었다. 요새 최하층의 중심이자 수만 개의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이곳은 15도 기울어진 도시의 모순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소였다. 바닥은 비뚤어져 있었고, 노동자들은 한쪽 다리에 더 많은 힘을 준 채 기형적인 자세로 서서 무거운 철골을 나르고 있었다.


“조금 더 당겨! 가세판 각도 맞춰서 리벳 박아!”


광장 중앙, 요새 전체의 수직 하중을 지탱하는 거대 지지 기둥 아래에서 데니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피터 서기가 하사한 하급 설계사 임시 배지를 가슴에 달고, 마치 대단한 장군이라도 된 양 거만하게 지휘봉을 흔들고 있었다.


그가 지시한 보강재는 겉보기에는 화려했다. 상층부 기술위원회의 입맛에 맞춘 푸른빛 룬 문자가 강철판 표면을 따라 흐르고 있었고, 예산을 60%나 절감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듯 철판의 두께는 얇고 미끈했다.


광장 외곽의 어두운 배수관 그늘 속에서, 에단은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목에 채워진 무거운 1급 기계 노예 구리 칼라가 서늘한 감촉을 풍겼다. 옆에 선 한스는 불안한 듯 마른침을 삼키며 품속의 진짜 설계도를 꽉 쥐었다.


“형님, 정말 저대로 두실 겁니까? 인부들이 볼트를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기둥 하부에 하중이 실리고 있어요.”


“기다려라.”


에단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의 오른손 손등에는 지난번 정화조에서 얻은 마력 부식의 푸른 흉터가 남아 있었고,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그 어떤 정밀 계측기보다 예리하게 빛났다.


에단은 ‘공학적 직관’을 발동했다. 그의 시야가 순식간에 붉은색 압축력과 청색 인장력의 흐름선으로 재구성되었다.


데니스가 시공한 얇은 철강판 지지대 위로, 요새 상층부의 거대한 무게가 짓눌리기 시작했다. 직관이 보여주는 시각 데이터는 끔찍했다. 횡방향 전단력을 분산시켜야 할 가세판의 각도가 엉터리인 탓에, 하중이 한곳으로 쏠리는 응력 집중(Stress Concentration)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었다. 접합부 주위의 흐름선들이 검붉은 피처럼 뭉치기 시작했다.


‘오일러의 좌굴 공식에서 유효 길이의 제곱 항을 빼버린 대가다.’


기둥의 실제 좌굴 임계 한계는 고작 180킬로뉴턴(kN). 하지만 상부에서 가해지는 축하중은 이미 400킬로뉴턴을 넘어서고 있었다. 강철은 소성 변형 단계에 진입해 비명을 지르기 일보 직전이었다.


쿠구구구구묵…….


광장 바닥 깊은 곳에서 기분 나쁜 초저음의 진동이 시작되었다.


“어? 이게 무슨 소리지?”


철골에 매달려 리벳을 박던 인부 하나가 망치를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보 같은 소리 말고 빨리 박아! 오늘 안으로 끝내야 감사관님께 보고를 올린단 말이다!”


데니스가 소리를 질렀지만, 공학의 법칙은 그의 욕망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깡! 하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기둥 하단부를 체결하고 있던 거대 볼트 머리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튕겨 나갔다. 볼트는 광장 바닥의 석조를 때려 부수며 스파크를 일으켰다.


“어, 어어?”


쿠구궁!


연쇄 반응이었다. 데니스가 덧댄 얇은 강철 지지대의 중앙부가 바깥쪽으로 불룩하게 휘어지기 시작했다. 강철판이 종이처럼 구겨지며 가세판의 용접부가 투두둑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비틀림 좌굴(Torsional Buckling) 현상이었다. 기둥이 한쪽으로 꺾이면서, 기어 스퀘어 천장의 화강암 대들보가 쩍 갈라지며 엄청난 먼지 구름과 함께 낙석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악! 무너진다! 도망쳐!”


“기둥이 꺾였다! 요새가 떨어진다!”


광장은 순식간에 지옥 같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고, 비계 위에 매달려 있던 인부들이 낙하하는 철골 파편에 깔려 비명을 질렀다.


“이, 이게 왜…… 내 계산은 완벽했는데!”


데니스는 얼굴이 흙빛이 된 채 가슴의 설계사 배지를 손으로 감싸 쥐고 뒤로 자빠졌다. 그는 무너지는 천장 잔해를 보자마자 지휘봉을 내팽개치고 광장 밖으로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기 시작했다.


“월터! 경비대 당장 투입해! 저 무너지는 기둥을 나무 지지대로 받쳐!”


뒤늦게 소동을 보고 달려온 세바스찬 감시관이 기름진 얼굴에 핏대를 세우며 비명을 질렀다. 월터 조장이 이끄는 경비병들이 급히 거대한 참나무 지지대 수십 개를 가져와 비틀리는 기둥 밑에 받치려 했다.


콰드드득!


하지만 수백 톤의 하중을 버티기에 나무 지지대는 너무나 무력했다. 참나무 대들보들은 기둥에 닿자마자 이쑤시개처럼 반으로 부러져 비산했고, 파편에 맞은 경비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안 돼! 이대로 두면 천장이 통째로 내려앉는다! 제8구역 전체가 매몰될 거야!”


세바스찬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망했다. 기둥의 비틀림 각도는 이미 12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대로 3도만 더 비틀리면 요새 하부의 척추가 완전히 절단되는 파멸의 순간이었다.


“물러서라!”


그때, 광장의 먼지 구름을 뚫고 묵직하고 냉철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은 그을음이 묻은 작업복을 입고, 목에는 1급 노예의 구리 칼라를 찬 청년. 에단이 한스와 대장장이 칼, 그리고 철공소 노동자 마르코와 네드를 이끌고 나타났다. 그들의 뒤로는 칼의 대장간에서 사용하는 거대 무쇠 수레가 이끌려 오고 있었다. 수레 위에는 벌겋게 달아오른 규격 H빔과 기이하게 생긴 세 대의 중장비가 실려 있었다.


“에단? 네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세바스찬이 소리쳤지만, 에단은 그를 철저히 무시했다. 그의 왼쪽 눈이 안대 너머로 번뜩였다.


“한스, 마르코! 유압 잭 삼각 배치해! 중심축에서 정확히 120도 간격이다!”


“예, 형님!”


에단이 수레에서 내려놓은 것은 그가 직접 개조한 ‘수동식 고강도 유압 잭’이었다. 기하학적 도르래와 다단계 기어 레버 원리를 극대화하여, 오직 인간의 완력만으로 수십 톤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된 기계식 리프팅 장치였다.


한스와 마르코가 아찔하게 흔들리는 기둥 하부의 응력 집중 지점으로 유압 잭을 들고 뛰어들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돌가루가 그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지만, 에단의 냉철한 지휘 아래 움직이는 그들의 손길에는 거침이 없었다.


“잭 가설 완료! 각도 120도 평형 맞췄습니다!”


“펌프 가동해! 복원력 주입!”


에단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르코와 빌리가 유압 잭의 긴 수동 레버에 매달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누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유압 실린더가 강력한 압력을 받으며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비틀리며 무너지던 거대 기둥의 하단부가 유압 잭의 강력한 압축 응력에 부딪혀 멈칫했다.


[현재 인가 유압: 350 bar]

[기둥 복원력: 250 kN]


에단은 공학적 직관으로 힘의 합력이 제로(0)가 되는 지점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이미 좌굴이 시작된 기둥은 단순한 힘으로 밀어서는 바로잡을 수 없다. 하중의 중심축(Center of Gravity)을 정밀하게 계산하여, 하부에서 삼각 기하학적 분포로 리프팅을 가해야만 구조가 안정된다.


“조금 더! 레버 3인치 더 눌러!”


콰드드득!


유압 잭이 한계 압력에 도달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에단이 가동하던 두 번째 유압 잭의 실린더 패킹이 과부하를 견디지 못하고 쩍 갈라졌다.


치이이이익!


뜨거운 유압유가 에단의 어깨와 뺨으로 분출되었다. 살이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이 덮쳤지만, 에단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부러진 레버를 직접 손으로 움켜잡았다.


“네드, 지금이다! H빔 삽입하고 리벳 때려 박아!”


“오오오! 비켜라!”


칼이 주조한 고강도 규격 H빔이 뒤틀린 기둥의 틈새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네드가 붉게 달아오른 리벳을 집게로 집어 접합구멍에 밀어 넣자, 마르코가 거대한 해머를 휘둘렀다.


쾅! 쾅! 쾅!


초고속 리벳 타격음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에단이 설계한 ‘응력 집중 완화 시공법’에 따라, 보강판(Gusset Plate)이 기둥의 모서리에 정확한 각도로 덧대어지며 횡방향 전단력을 주변 구조물로 안전하게 분산시켰다.


우드드득…….


마지막 리벳이 고정되는 순간, 요새 전체를 뒤흔들던 파괴적인 진동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비틀리던 기둥이 완벽하게 고정되며 천장의 화강암 대들보가 다시 안정을 찾았다. 먼지 구름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완벽하게 시공된 강철 H빔의 웅장한 실루엣이 드러났다.


광장에 모여 있던 수백 명의 노동자들 사이에서 묵직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마법 주문 하나 없이 오직 차가운 강철과 수동 유압 잭만으로 대붕괴의 참사를 막아낸 일급 노예 에단이었다.


“이…… 이럴 수가…….”


세바스찬은 넋을 잃고 보강된 기둥을 바라보았다. 나무 지지대로는 흔적도 없이 부러지던 하중을, 에단이 가져온 세 대의 유압 잭과 H빔이 완벽하게 떠받치고 있었다.


에단은 숨을 헐떡이며 뺨에 묻은 검은 유압유를 닦아냈다. 그의 왼쪽 눈이 세바스찬과 도망치다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온 데니스를 향해 차갑게 내리꽂혔다.


에단은 천천히 걸어가 무너진 철골 잔해 위에 올라섰. 그의 손에는 칼의 대장간에서 가져온 누런 양피지 뭉치와, 어둠 속에서 루크가 확보해 둔 세바스찬의 비자금 장부 복사본이 들려 있었다.


“데니스.”


에단의 목소리가 침묵이 흐르는 광장에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


“네놈이 설계한 도면은 오일러의 좌굴 공식에서 유효 길이의 제곱 항을 고의로 누락시킨 학술적 사기극이다. 자재비를 60% 절감했다고? 그 절감된 예산은 전부 어디로 갔지?”


데니스는 사시나무 떨듯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에단은 시선을 세바스찬에게로 돌렸다.


“세바스찬 감시관님. 당신이 그동안 하층 안전 보수 예산을 빼돌려 상층부 귀족들에게 상납하고, 남은 돈을 이 장부에 적힌 기계 금고에 숨겨두었다는 사실을 이 장부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에단이 장부 복사본을 높이 들어 올리자, 광장에 모인 수천 명의 노동자들의 눈빛이 분노로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거친 숨소리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세바스찬은 새파랗게 질려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경비병들도 분노한 노동자들의 수에 압도되어 감히 무기를 들지 못했다.


에단은 무너진 강철 더미 위에서 세바스찬을 내려다보며, 최하층의 운명을 바꿀 최후통첩을 던졌다.


“이제 선택하십시오, 감시관님. 이 장부를 들고 중간층 기술위원회로 가겠습니까, 아니면 지금 당장 제8구역의 독자적인 구조 보강 및 자치 권한을 우리에게 넘기겠습니까?”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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