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의 사냥감, 건드려선 안 될 역린
귀곡동의 지독한 어둠을 뚫고 흘러나오는 한기는 뼛속까지 얼려버릴 기세로 몰아치고 있었다. 한철천(寒鐵川)의 푸른 물결에서 막 걸어 나온 강태벽의 전신에서는 희뿌연 수증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가열의 채찍에 맞았던 가슴과 등의 상처는 차가운 얼음물에 얼어붙어 붉은 핏자국이 굳어 있었지만, 그보다 더 지독한 통증이 그의 관절마디를 무자비하게 쑤셔왔다.
우드득.
태벽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정강이와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뜨겁게 끓어오르던 열독을 급속도로 식히며 뼈를 담금질한 대가였다. 뼈의 경도는 무쇠 수준인 단골 초기 극성에 도달해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졌으나, 뼛속 깊이 침투한 냉독(冷독)은 지독한 만성 관절통이라는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겼다. 조금이라도 습기가 차거나 차가운 바람이 불면 뼈마디가 바늘로 쑤시는 듯한 격통이 밀려왔지만, 태벽은 이빨을 악물며 신음 소리 하나 흘리지 않았다.
그의 거친 삼베옷 안감 깊숙한 곳에는 방금 수거한 검은 철판 비기(무명 외가 비망록)가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한철천 바닥의 고대 대종사 유골이 쥐고 있던 그 철판은 기이한 자력을 품고 있어, 태벽의 강철 골격과 공명하듯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가문의 배신을 증명하는 청엽검종 비밀 지시서와 함께, 이 철판은 이제 태벽이 명문 정파의 위선자들을 깨부술 유일한 무학적 기틀이 될 터였다.
“태벽아, 몸을 굽혀라. 아직 가열의 사병들이 외곽을 수색하고 있다.”
약손 사부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태벽의 어깨를 눌렀다. 약손 사부 역시 얼음물에 젖어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지만, 그의 손끝만은 태벽의 기혈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장님 대장장이 철무진은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조용히 뒤를 따랐다. 세 사람은 간수들의 눈을 피해 제9갱도의 음침한 통로를 지나 노예 막사로 향했다.
수련을 마친 태벽의 몸은 이전보다 미세하게 무거워져 있었다. 뼈 세포가 무쇠 성분과 융합되어 밀도가 극대화된 탓이었다. 칠성이 그의 뒤를 받치며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태벽아, 네 몸이 마치 거대한 무쇠 덩어리를 짊어진 것처럼 무겁구나. 한철천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게냐?”
“뼈가 조금 더 단단해졌을 뿐이오.”
태벽이 나지막이 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글거리는 분노 대신, 서리발 같은 냉기가 가득 차 있었다. 단전이 파괴되어 내공은 한 모금도 쓸 수 없었지만, 대지를 딛고 선 그의 두 다리에는 삼류 무사의 검날조차 튕겨낼 강철 같은 완력이 깃들어 있었다.
은밀히 막사 모퉁이의 흙방으로 돌아왔을 때, 벙어리 침모 아영이 기다렸다는 듯 태벽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맑은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아영은 말없이 태벽의 찢어진 가슴팍과 등의 채찍 상처를 어루만지며, 미리 준비해 둔 상화고(상화고) 고약을 부드러운 손길로 발라주기 시작했다. 톡 쏘는 약초 비린내가 좁은 흙방 안을 가득 채웠다. 아영은 태벽의 상처를 정성스럽게 닦아낸 뒤, 거친 가죽 붕대로 그의 손목과 발목을 단단히 묶어 고정해 주었다. 태벽의 가슴속 깊은 곳에 서려 있던 피비린내 나는 살기가 그녀의 따뜻한 손길 아래에서 아주 미세하게 가라앉았다.
그때, 쳇가루로 얼굴이 까맣게 얼룩진 소년 노예 돌이가 허겁지겁 흙방 문을 밀치고 들어왔다. 돌이의 삐쩍 마른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태, 태벽 형…… 큰일 났어요. 광산주 최현도의 아들, 최영민 도련님이 당도했어요. 지금 연무장에서 노예들을 잡아다 기이한 유희를 벌이고 있어요.”
돌이의 목소리는 공포로 젖어 있었다.
최영민.
도성에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아버지의 광산으로 내려온 안하무인의 소공자였다. 그놈은 노예들을 인간이 아닌 가축으로 여겼으며, 자신의 나약한 풍류권법을 시험하기 위해 힘없는 노예들을 훈련용 샌드백으로 삼아 뼈를 부러뜨리는 짓을 유희로 즐기는 패륜아였다.
“벌써 세 명의 노예가 그놈의 채찍과 주먹에 맞아 갈비뼈가 부러진 채 실려 갔어요. 지금은 막사 주변을 뒤지며 새로운 ‘사냥감’을 찾고 있어요. 형, 제발 나가지 마세요. 그놈의 경비병들은 가열보다 더 무서운 노궁(弩弓)을 들고 있어요.”
돌이가 태벽의 누더기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애원했다. 만수 역시 어둠 속에서 고개를 흔들며 신중할 것을 권했다.
“태벽 도련님, 지금 나서면 최현도와 경비대 전체를 적으로 돌려야 하오. 아직 우리의 무기가 준비되지 않았소. 조금만 더 참으셔야 하오.”
태벽은 침묵했다. 가죽 붕대가 감긴 주먹을 꽉 쥐자, 뼈마디가 맞물리는 둔탁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가문의 배신,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자신을 짐승처럼 부리는 광산의 가혹한 법도. 이 모든 것을 깨부수기 위해서는 힘을 숨겨야 함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야수 같은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 순간, 흙방 문 너머 노예 막사 중앙에서 거친 고함과 쇳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무거운 군화발 소리가 막사 복도를 짓밟으며 다가왔다. 진한 술 냄새와 도성에서 유행하는 사치스러운 향료 냄새가 매캐한 석탄 먼지와 뒤섞여 흘러들어왔다.
“이 더러운 쥐구멍 같은 곳에 쓸만한 사냥감이 또 숨어있단 말이지?”
오만하고 앵앵거리는 목소리. 최영민이었다.
막사 문이 거칠게 부서지며 최영민과 그의 정예 사병들이 들이닥쳤다. 최영민은 화려한 비단옷을 걸치고 손가락에는 보석 반지를 주렁주렁 끼고 있었으며, 손에는 보석이 박힌 가죽 채찍을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그의 뒤를 지키는 사병들은 시퍼런 쇠살촉이 장전된 노궁을 겨눈 채 사방을 경계했다.
최영민의 비열한 안광이 막사 안을 훑어내리다, 구석에 엎드려 있던 돌이와 아영에게 멈춰 섰다.
“호오, 광산 지옥에 제법 고운 계집이 숨어있었구나. 말을 못 하는 벙어리라니, 울음소리 대신 어떤 비명을 지를지 아주 기대가 되는군.”
최영민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아영을 향해 걸어왔다. 돌이가 용기를 쥐어짜 아영의 앞을 가로막으려 했으나, 최영민은 가차 없이 발길질을 날려 소년의 갈비뼈를 걷어찼다.
“억……!”
돌이가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최영민은 비웃으며 아영의 머리채를 잡아채고 그녀의 낡은 면포 옷자락을 난폭하게 찢어발겼다. 아영은 말을 하지 못한 채 공포에 질린 눈으로 비명을 삼키며 버둥거렸다.
“어디 한번 기어봐라. 내 채찍이 네 고운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때까지!”
최영민이 광기 어린 실소를 터뜨리며 보석 박힌 채찍을 높이 치켜들었다. 채찍 끝의 가시가 아영의 하얀 얼굴을 향해 사정없이 내리꽂히려는 찰나였다.
콰아앙——!
흙방의 낡은 목조 문이 형체도 없이 산산조각 나며 사방으로 비산했다.
어둠 속에서 걸어 나오는 장대한 실루엣. 전신에서 차가운 수증기와 쇳가루 냄새를 풍기는 괴물이 그곳에 서 있었다. 강태벽은 자신의 양 발목과 손목을 얽매고 있던 무겁고 녹슨 흑철 쇠사슬(黑鐵 쇠사슬)을 양손 주먹에 칭칭 감아쥐고 있었다. 쇠사슬이 부딪치는 차갑고 묵직한 마찰음이 막사 내부의 정적을 깨뜨렸다.
태벽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된 채 오직 최영민만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분노의 발열로 인해 검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떤 천한 노예 놈이 감히 내 앞길을 가로막느냐!”
최영민이 소리쳤으나, 태벽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상식적인 살기와 압도적인 질량의 위압감 앞에 그의 사병들은 본능적인 전율을 느끼며 일제히 노궁을 태벽의 심장을 향해 조준하는데…….
Chưa có bình luận nào. Hãy là người đầu tiê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