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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슬 아래 맺힌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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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령 흑철 광산의 밤은 길고도 습했다. 갱도 벽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검은 지하수에서는 언제나 비린내가 났고, 눅눅한 바람을 타고 날리는 석탄가루는 노예들의 폐부를 사정없이 긁어댔다.


태벽은 소년 돌이의 어깨에 기대어 간신히 노예 막사의 나무문을 밀고 들어섰다. 문이 열릴 때마다 발목에 채워진 무겁고 녹슨 흑철 쇠사슬이 둔탁한 마찰음을 냈다. 쇳소리가 어둠 속에 가라앉은 막사 안을 긁자, 가마적때기 위에서 웅크리고 있던 몇몇 노예들이 뒤척이며 마른기침을 토해냈다.


막사 구석, 희미한 등불 아래에서 한 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벙어리 침모, 아영이었다. 그녀는 태벽의 몰골을 보자마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태벽의 정강이에는 철골고를 발라 억지로 붙여놓은 검붉은 켈로이드 흉터가 기이하게 돋아나 있었고, 무엇보다 왼손 손바닥은 마두식의 가시 채찍을 맨손으로 잡아챈 대가로 가죽이 갈가리 찢겨 붉은 피가 울컥울컥 배어 나오고 있었다. 뼈 속 깊숙이 박힌 철독과 재생의 열기 때문에 태벽의 몸은 화로처럼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아영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낡은 면포 한 조각을 찢었다. 그리고 품 안에서 소중히 보관하던 상화고(상화고) 단지를 꺼냈다. 약손 사부가 은밀히 쥐여준 저렴한 고약이었지만, 노예들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약재였다.


그녀의 곱고 떨리는 손가락이 태벽의 찢어진 손바닥에 상화고를 조심스럽게 펴 발랐다. 차가운 약고약이 타들어 가는 상처에 닿는 순간, 찌르는 듯한 격통 뒤로 묘한 온기가 혈맥을 타고 흘렀다. 아영은 태벽의 고통스러운 숨소리를 들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깊고 맑은 눈망울로 그의 상처를 닦아내고 붕대를 감았다. 거친 광산 지옥에서 태벽이 폭주하지 않고 인간의 이성을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바로 이 순간이었다.


“태벽아.”


어둠 속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막사 중앙의 기둥 옆에서 거구의 사내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팔 척에 달하는 장대한 체구에 광산 노역으로 단련된 통근육을 지닌 사내, 칠성이었다. 그의 옆에는 등이 굽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늙은 노예 만수가 영악한 안광을 번뜩이며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태벽이 마두식의 채찍을 맨손으로 박살 내고 두 발로 걸어 들어오는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들이었다.


칠성이 태벽의 정강이에 남은 기이한 흉터와 붕대 감긴 주먹을 번갈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너…… 정녕 내공 한 모금 없이 마두식의 채찍을 주먹으로 찌그러뜨린 것이냐? 인간의 몸으로 그게 가능한 일이란 말이냐?”


태벽은 아영의 부축을 받아 거적때기 위에 주저앉았다. 정강이뼈가 재생되며 단골 초기(단골 초기)의 경지에 도달했으나, 뼈마디가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마다 느껴지는 미세한 마찰통과 묵직한 체중의 변화가 그의 전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가문에서 버려질 때 단전이 완전히 박살 났소. 내 몸에는 기(氣) 따위는 한 모금도 없소.”


태벽이 갈라진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뼈는 부러질수록 더 단단하게 굳어지는 법이지. 나를 구속하던 이 흑철 사슬을 끊어내고, 우리를 짐승처럼 부리는 저 최현도와 명문 정파 놈들의 목을 부러뜨릴 힘은 있소.”


태벽의 눈빛에서 서리발 같은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칠성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단순무식하지만 의협심이 강한 칠성이었기에, 태벽의 불굴의 기개에 본능적인 경외감을 느낀 것이다.


이때, 영악한 만수가 등을 굽히며 태벽의 곁으로 다가왔다.


“태벽 도련님. 힘을 얻으신 것은 축하할 일이나,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소. 마두식은 쥐새끼 같은 놈이오. 방금 당한 굴욕과 도련님의 괴력을 광산주 최현도에게 고스란히 밀고할 것이 분명하오. 최현도의 사병들은 단순한 간수들이 아니오. 쇠사슬을 끊어내는 무기를 가졌고, 일류 무공을 구사하는 집행관 마칠과 경비대장 가열이 버티고 있소. 밀고가 들어가는 순간, 이 막사에 있는 노예 삼백 명은 본보기로 사지가 잘려 나갈 것이오.”


만수의 말은 뼛속을 찌르는 현실이었다. 광산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비대는 일천 명에 달했고, 노예들이 반란의 기미만 보여도 가차 없이 갱도를 폭파해 생매장하는 자들이었다.


태벽은 붕대 감긴 왼손 주먹을 꽉 쥐었다. 손바닥의 생살이 찢어지는 통증이 뇌를 깨웠다.


“밀고하기 전에, 마두식의 입을 영원히 찢어놓으면 되오.”


태벽의 차가운 음성에 만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늙은 노예는 태벽의 눈에서 단순한 노예의 분노가 아닌, 냉철하게 적을 사냥하려는 일류 무인의 지략을 읽어냈다.


“마두식을 소리 소문 없이 죽여야 하오. 외부의 경비병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갱도 내부에서 일어난 단순한 사고사로 위장해야 하오. 만수 영감, 당신은 마두식의 순찰 동선을 알고 있소?”


만수가 품 안에서 낡고 때 묻은 가죽 지도를 꺼내 바닥에 펼쳤다. 광산에서 10년 넘게 살아남으며 은밀히 기록해 둔 경비대의 동선 지도였다.


“마두식은 오늘 삼경(삼경)에 제9갱도 최하단 구역을 홀로 순찰하게 되어 있소. 경비대의 교대 시간은 두 시간 간격이니, 교대병들이 도착하기 전 한 시간의 공백이 생기지. 하지만 마두식은 삼류 초입의 내공을 지닌 자요. 비록 채찍은 망가졌으나 품 안에는 예리한 단도를 숨기고 있을 것이오.”


“그 단도마저 내 뼈로 부러뜨리면 그만이오.”


태벽이 묵직하게 답하자, 옆에 있던 거구의 칠성이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나도 가겠다! 내 힘이면 그놈의 퇴로를 막아서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다. 태벽아, 나를 형이라 생각하고 네 뒤를 맡겨라. 이 지옥 같은 사슬을 끊을 수만 있다면 내 목숨 따위는 아깝지 않다!”


칠성의 눈에 뜨거운 투지가 불타올랐다. 태벽은 칠성의 단단한 어깨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사슬 아래에서, 세상을 향해 반역을 선포할 ‘철골동맹(철골동맹)’의 첫 기틀이 다져지는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자갈바닥을 거칠게 끄는 무거운 군화 소리와 함께, 막사 문밖에서 음산하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에 있는 노예 놈들 전원 기상해라! 불시 검문이다!”


마두식의 목소리였다. 낮에 태벽에게 당한 공포와 분노로 눈이 뒤집힌 그가, 사병 몇 명을 대동하고 막사를 급습한 것이었다. 문틈 사이로 횃불의 붉은 불빛이 일렁이며 막사 안을 붉게 물들였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벌써 밀고하러 온 건가!”


칠성이 격노하며 구석에 놓여 있던 광산용 곡괭이 자루를 움켜쥐고 일어서려 했다.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 마두식의 머리를 깨부술 기세였다.


텁.


태벽의 단단하고 차가운 손이 칠성의 억센 어깨를 지시하듯 짓눌렀다. 단골 초기의 완력이 실린 손아귀 힘에 칠성의 거구적인 체구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태벽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칠성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참으시오. 지금 전면전을 벌이면 여기 있는 동료들이 가장 먼저 학살당하오. 적들이 의심하지 못하게 해야 하오.”


태벽의 냉철한 판단에 만수가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의 말씀이 맞소! 어서 사슬을 차고 자는 척 연기해야 하오!”


태벽과 칠성, 그리고 돌이는 재빨리 거적때기 밑에 숨겨두었던 흑철 쇠사슬을 발목에 다시 걸쳤다. 쇳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사슬 사이에 낡은 넝마 조각을 덧대어 고정하는 삼식의 손재주가 빛을 발했다. 아영은 황급히 피 묻은 상화고 단지와 천 조각을 거적 밑 깊숙이 숨기고 태벽의 옆에 누워 몸을 떨었다.


콰앙——!


막사의 거친 나무문이 발길질에 짓겨져 열렸다.


횃불을 든 사병들이 들이닥치며 막사 안은 순식간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석탄 연기로 가득 찼다. 그 선두에는 한쪽 손에 붕대를 칭칭 감고, 다른 손에는 예리한 관청 하사 단도를 쥔 채 살기를 뿜어내는 마두식이 서 있었다.


마두식의 매서운 안광이 어둠 속에서 자는 척 엎드려 있는 태벽의 등덜미를 향해 무섭게 내리꽂혔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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