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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꺾는 쾌검, 부러지는 명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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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검기가 성채의 좁은 회랑 벽면을 찢어발기며 쇄도했다. 조대영의 장검이 태벽의 가슴팍을 향해 한 줄기 직선의 궤적을 그리며 무서운 속도로 빨려 들어왔다. 검끝에 맺힌 청엽검종의 비전 검기, 낙화검(落花劍)의 날카로운 기운이 태벽의 거친 누더기 마의를 찢고 살가죽을 자극했다.


피할 공간은 없었다. 퇴로는 이미 무너진 석조 더미로 막혀 있었고, 좌우 벽면은 다섯 걸음도 되지 않을 만큼 비좁았다. 게다가 한철천의 혹독한 냉독으로 얼어붙은 태벽의 무릎 관절은 평범한 신법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일류급 검사의 쾌검 앞에서 그것은 확실한 죽음의 덫이어야 했다.


하지만 태벽의 안광은 얼어붙은 한빙굴의 심연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우드득—!’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뼈 어긋나는 소리가 정적을 찢었다.


태벽은 몸을 피하는 대신, 자신의 목뼈와 쇄골 관절을 스스로 탈골시켜 기이한 각도로 꺾어버렸다. 신체 제어술의 극의인 연골보(軟骨步)였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목뼈가 부러져 즉사했을 각도였다.


쉬이이익—!


조대영의 서리발 같은 검날이 태벽의 목덜미 피부를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검기에 스친 목가죽이 찢어지며 붉은 선혈이 허공에 비산했으나, 태벽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무통식(無痛式)의 평정심이 그의 뇌로 향하는 모든 고통의 감각을 마비시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이 무슨 기괴한……!"


자신의 필살 검격이 허공을 가르자 조대영의 눈동자가 경악으로 크게 흔들렸다. 검날이 품 안으로 깊숙이 빨려 들어가며 조대영의 무방비한 상체가 태벽의 코앞까지 끌려왔다.


그 찰나의 빈틈을 둘째 조대성이 놓치지 않았다. 조대성은 형의 도약력을 발판 삼아 허공으로 솟구치며, 유연하게 휘어지는 백은연검(白銀軟劍)을 채찍처럼 내리뻗었다. 연검의 끝자락이 뱀의 이빨처럼 구부러지며 태벽의 무릎 관절과 대퇴부를 집요하게 찔러 들어왔다. 살수를 전문으로 하는 자객다운 무자비하고 치명적인 협격이었다.


태벽의 어깨에 새겨진 '노(奴)' 자 낙인 흉터가 그의 들끓는 적개심에 반응하듯 검붉은 빛을 발하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가문에서 버림받던 날의 비참함, 자신을 향해 침을 뱉던 이복형제 강지훈의 오만한 얼굴이 조대성의 연검 끝에서 겹쳐 보였다.


"가문의 사냥개들이…… 너무 기고만장하군."


태벽의 갈라진 쇳소리가 회랑을 얼려버릴 듯 서늘하게 울렸다.


태벽은 오른손에 쥔 백 근 무게의 대장간 망치를 휘두르는 대신, 왼손을 번개처럼 내뻗었다. 그의 손가락 뼈마디들이 피부 아래에서 기이한 마찰음을 내며 단단하게 맞물렸다. 악력 단련법의 극의, 철포악(鐵骨惡)이었다.


서걱! 콰구구국—!


태벽은 조대성이 휘두른 백은연검의 날카로운 검날을 맨손으로 정면에서 움켜잡았다.


날카로운 연검의 날이 태벽의 손바닥 가죽을 깊게 찢고 들어가며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찢어진 가죽 아래 노출된 태벽의 손가락 뼈들은 이미 만년현철과 융합되어 다이아몬드 이상의 경도로 응축되어 있었다. 무쇠 집게처럼 연검을 고정한 태벽의 아귀힘 앞에, 조대성의 연검은 더 이상 단 한 치도 전진하지 못했다.


"뭐, 뭐라고……? 검날을 맨손으로 잡았다고?"


조대성의 얼굴이 공포로 하얗게 질렸다. 내공 한 모금 없는 천한 노예 놈이, 일류급 검사가 내공을 실어 내지른 명검을 맨손으로 붙잡아 멈추는 것은 무림 역사상 존재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대성이 다급히 내력을 폭발시켜 연검을 회수하려 했으나, 태벽의 움켜쥔 손가락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부러져라."


태벽이 손목을 가볍게 비틀었다.


쩌어어어억—!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금속 파열음이 회랑을 강타했다. 조대성이 목숨처럼 아끼던 청엽검종의 명검, 백은연검이 태벽의 가공할 아귀힘을 견디지 못하고 마디마디 쩌적 갈라지며 수십 개의 은빛 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비산했다. 유리 조각처럼 부서진 칼날 파편들이 조대성의 오만한 얼굴과 뺨을 긁고 지나가며 붉은 자상을 새겼다.


"아, 아아악! 내 검이!"


조대성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무기를 잃은 검사는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태벽은 그에게 도망칠 기회를 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태벽은 디디고 선 바닥의 석판을 부수며 한 걸음 내딛었다. 수백 근에 달하는 강철 골격의 질량이 실린 묵직한 발걸음이 회랑 전체를 흔들었다. 그는 주먹을 뒤로 크게 빼며 전신의 관절과 뼈마디를 용광로처럼 압축했다.


공격 비결, 역골경(逆骨勁)의 시동이었다.


피부 아래에서 뼈들이 순간적으로 부러졌다 붙는 듯한 극단적인 수축과 팽창이 일어나며, 내공의 도움 없이 오직 골격의 탄성만으로 충격파를 배가시켰다. 태벽의 주먹에 감긴 검붉은 '철기 패왕 사슬'이 쩔렁이며 파멸적인 울림을 만들어냈다.


"철기타(鐵器打)!"


태벽의 무식하고 묵직한 주먹이 조대성의 가슴팍을 향해 직격했다.


콰아아아앙——!


연무장의 바위가 깨지는 듯한 둔탁한 폭음이 성채 내부를 흔들었다. 조대성의 이류 내공 방어막은 태벽의 주먹이 지닌 압도적인 물리적 질량과 역골경의 충격파 앞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우드득! 파각!


조대성의 흉갑이 형체도 없이 찌그러졌고, 그의 갈비뼈와 늑골 삼십여 마디가 통째로 바스러지며 안쪽으로 함몰되었다. 장기가 파열되어 목구멍으로 시뻘건 선혈이 폭포처럼 뿜어져 나왔다. 조대성의 왜소한 신형은 포탄처럼 뒤로 날아가 회랑 벽면에 처박힌 뒤, 단 한 마디의 신음도 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사지가 기이한 각도로 꺾인 처참한 최후였다.


"대성아!!!"


동생의 참혹한 죽음을 목격한 첫째 조대영이 핏발 선 눈으로 절규했다. 그는 광분하여 장검을 휘두르며 태벽을 향해 사나운 푸른 검기를 연달아 방출했다.


태벽은 오른손에 쥔 백 근 무게의 대장간 망치를 들어 올려 전방을 가로막았다. 폐골갑(閉骨甲)의 기예와 망치의 압도적인 질량이 결합하자, 조대영의 절박한 검기들은 망치 표면에 불꽃만 튕길 뿐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했다. 오히려 튕겨 나간 검기가 주변 목조 기둥들을 무너뜨려 자욱한 먼지를 일으켰다.


먼지 장막 너머로 태벽이 대장간 망치를 질질 끌며 조대영을 향해 다가갔다. 쇠사슬과 무거운 무쇠 망치가 바닥을 쓸며 내는 기괴한 마찰음이 조대영의 심장을 사정없이 조여왔다.


내공 한 모금 없이, 오직 뼈를 부수고 얻은 강철의 힘으로 일류급 무인을 벌레처럼 짓밟는 괴물. 조대영은 마침내 직감했다. 자신들의 정교한 합격진도, 가문의 화려한 검술도 저 무식하고 단단한 강철 거인 앞에서는 한낱 유리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이 괴물 같은 사생아 놈…… 가문이 결코 너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조대영은 공포로 허옇게 질린 채, 동생의 시신을 수습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피를 흘리며 요새 외곽의 어둠 속으로 다급히 신형을 날려 퇴각했다. 도망치는 그의 발걸음은 처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태벽은 도망치는 조대영의 뒤를 쫓아 대장간 망치를 고쳐 쥐었다. 가문의 사냥개들을 단 한 놈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으려던 바로 그 순간.


쿵!


태벽의 다리가 허공에서 멈췄다. 그의 무릎 관절이 기이하게 굳어지며 극심한 제동이 걸렸다.


"……윽!"


태벽의 입가에서 신음과 함께 짙고 검붉은 피가 한 움큼 흘러내렸다.


갑자기 전신의 피부가 검붉은 철색으로 무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뼈 속에 침투해 있던 만년현철의 금속 독기, 골독(骨毒)이 격렬한 전투의 여파로 전신 혈맥으로 일시에 역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뼈마디마다 얼음장을 박아 넣은 듯한 극심한 냉기와 함께, 관절들이 금속처럼 굳어지며 기동력을 상실했다.


태벽은 백 근의 망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쿵 하는 굉음과 함께 망치가 석판을 찍었고, 태벽의 장대한 신형 역시 차가운 회랑 바닥 위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사방이 다시금 짙은 어둠과 침묵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HẾT CHƯƠ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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